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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를 없애야 홀트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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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가 노동조합 탄압 여부로 구설수에 올라 있다.
홀트 노조에 따르면 최근 홀트는 직제개편을 하면서 순환보직을 이유로 전임인 노조 위원장을 포함, 집행부 전원을 지방으로 전보·발령했다.
이는 사실상 노조원들에게 시작을 강요하고 있는 것에 다름 아니다.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홀트 사태, 무엇이 문제인지 내막을 살펴보았다.
 

 

노조 집행부 전원 지방 발령


  노동법과 안기부법 개정 파동으로 사회가 시끄러웠던 지난 1월 10일 홀트아동복지회(이하 홀트, 이사장 성기범, 67세)에서는 뜻밖의 인사발령이 단행됐다. 간부 5명과 평적원 18명에게 지방근무를 명했는데 문제는 지방근무를 명받은 18명의 평직원 중에 8명의 노조원이 끼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평노조원이 아니라 이수연 노조위원장과 이현주 부위원장 등을 비롯한 노조 집행부 전원 6명을 연고도 없는 광주 마산 포항 대구 등의 지방으로 발령을 내는, 객관적으로 보아도 무리가 따르는 인사이동을 단행함으로써 홀트 사태는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언뜻 보기에 18명 중에 8명이라면 많지 않은 숫자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18명 직원 중 노조원이 아닌 9명의 직원은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일산 복지타운으로의 발령이라는 내막을 알고 보면 노조탄압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이 더해진다. 지방근무를 발령받자 곧바로 사직한 1명을 제외한 노조원 8명만 지명해서 모두 지방으로 발령냄으로써 사실상 노조원들의 사직을 강요했다고 보여진다.

  홀트 노조는 이번 인사이동에 대해 "그 동안 지방에 근무할 평직원은 해당 지방에서 뽑는 것이 관례였고, 평직원을 본인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지방으로 발령내는 전례가 없었던 점에 비춰볼 때 이번 지방발령은 적은 월급으로 두 집 살림이 불가능하리라는 걸 알고 있는 성기범 회장이 노조원들이 사직서를 받아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취한 조치"라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노조측 주장에 대해 홀트에서 인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총무과장 이 아무개는 홀트 운영진 자원에서 노조와해에 대한 논의가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홀트측의 노조 와해 의지는 이미 작년 10월에 표면화되었다.


정확하게 10월 22, 23일 있는 직원 수련회에서 간부들이 따로 모여 노조를 없애기 휘한 의논을 했다는 것이다. 그때 간부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고, 무리는 따르지만 노조 와해를 밀어붙이자는 결의를 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번 지방 발령은 3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의 순환보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지방 발령은 결코 아니다"라는 것이 이 총무과장의 주장이다. 

 

노조 탄압의 배후로 성 회장 지목


  그런데 노조측은 노조 와해 시도의 배후로 총무과장의 주장과는 달리 간부들이 아닌 성기범 회장을 꼽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노조측에 의해 성 회장이 배후로 지목된 이유는, 성 회장 취임 이후 노조에 대한 탄압이 노골화되었다는 현실 인식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성기범 회장의 이력을 살펴보자. 그는 1980년 호서대학교 교수 겸 부학장을 역임한 이후 1992년부터 최근까지 사단법인 한국안전생활교육회라는 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사회복지와는 전혀 관련 없었던 성기범 씨가 홀트 회장에 취임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여권 실세 사조직인 나라사랑운동본부(약칭 나사본) 회원이라는 배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가 홀트 회장으로 취임한 작년 9월 3일의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출된 후 다음날 아침 바로 회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성 회장은 취임 즉시 노조와 마찰을 야기하기 시작했다. 가령 단체협상 결과로 휴무일이 된 토요일 근무를 명하고, 취임 두 달이 넘도록 노조 집행부를 만나지 않는 등 노조 실체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런 성 회장의 태도는 한때 결실을 맺기도 했다. 취임 초기 70명이 넘던 노조 조합원의 최근 직제개편 이후 25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성 회장은 이전 인사조치로 노조 자체를 없애는 방법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한편 성기범 회장은 노조탄압 외에도 무리가 따르는 경영 스타일로 비난을 사고 있다. 노조측 주장에 따르면 "성 회장은 작년 12월 미숙아들의 장기 입원으로 병원비가 많이 들었다면 관계직원 3명에게 시말서를 쓰게 했고, 이렇게 무리하게 비용 줄이기를 직원들에게 강요하다보니 급기야 작년 1월 9일에는 치료가 시급한 영아를 지방에서 데려오는 과정에서 비행기가 아닌 기차로 데려오다가 기차 안에서 사망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노조 주장에 대해 홀트측은 "정양 사망사건은 행정착오로 일어난 사고일 뿐 성 회장이나 간부들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1월 말 현재 노조는 성 회장을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고발했지만, 홀트측은 이번 인사이동을 철회할 생각이 없다며 맞서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홀트측 주장대로 사회복지단체에 노조는 불필요한 것일까? 홀트 사건은 사회복지단체에 종사하고 있는 관계자들의 지대한 관심을 끌며 해결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홀트 내부 사정 복잡

 

  홀트아동복지회는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대 입양기관이다.

 

전국에 11개 시도 지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입양사업뿐만 아니라 산하에 장애우 복지시설인 일산복지타운과 복지관 두 곳, 탁아소 세 곳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체 직원은 4백 명 가량으로 규모 면에서 국내 최대 복지단체이다.

  홀트의 주력사업이 아동의 해외입양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 이에 걸맞게 운영비의 태반을 아동을 해외입양시키고 받는 수수료에 의존해 왔다.

  그런데 문제는 해외입양이 줄어들면서 홀트가 경영난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홀트의 해외아동 입양 건수는 80년 후반 매년 4천여 명에 달하다가 90년에 들어서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 95년에는 1천여 명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난과 아울러 홀트는 작년 한해 회장에 세 번이나 바뀌는 심각한 내부진통을 겪었다. 홀트 관계자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투서가 난무하고 조직기강이 해이해지기 시작했다는 직원들에게 아동입양을 더 많이 할 것을 독려하고 노인연수원 등을 건립해서 경영을 정상화 하겠다는 복안을 내놓으면서 그렇기 위해서는 노조가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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