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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에바다복지회, 재단퇴진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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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집단농성이 원장의 구속으로 이어졌던 에바다복지회 사태는 재단이 바뀌지 않는 한 상황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교사와 학생들의 60일이 넘는 농성으로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지역 시민단체와 노조들이 사태해결에 속속 결합하면서 현재 단순한 시설 내부의 문제를 넘어서 지역의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에바다 청각장애학생들의 소리 없는 외침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징계위협과 고소로 점철되는 사태추이

 

  농성에 참여하고 있는 에바다학교 교사 8인과 사건 이전부터 해고위협을 받아 왔던 에바다장애인종합복지관 노조원 7명은 1월 23일 현재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 있다.(함께걸음 1996년 12월호 참조) 이들은 또 현재 구속 수감된 농아원 전 원장이자 복지관 전 관장인 최실자씨의 후임으로 취임한 이승기 관장과 최성창 이사장으로부터 업무방해, 폭행사주 등의 사유로 고소를 당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거기다 원내에 인가 받지 않은 채 운영되어 오고 있던 신학원(학장 최성창) 학생들이나 에바다농아원 동문들로 구성된 친재단측 성원들에 의해 복지관 노조원들과 농성가담자들에 대한 폭행사건도 수 차례 발생하는 등 위협적인 상황도 심해지고 있다. 현재의 재단이나 친재단측 인사가 계속 이 기관들을 실질적으로 운영할 경우 이들의 앞날이 어떠할지는 가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에바다복지회 현 재단의 퇴진은 가능한가. 이것이 "에바다복지회 비리재단 퇴진과 정상화를 위한 평택시민 대책모임"(위원장 평택사랑시민연합 이은우 청년위원장)의 활동의 관건이다. 평택사랑시민연합, 평택농민회 등의 지역 시민단체들이 망라된 이 대책모임은 시민대토론회 개최와 복지회 정상화와 관련한 "평택시민 1997인 선언"을 기획하는 등 사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도교육청, 최성창 교장 해임조치

 

  1월 21일에 열린 시민대토론회에서 경기도 교육청 특수교육 장학담당관 곽철영 장학사는 "도교육청이 에바다 학교에 대한 실질감사를 16일간 실시한 결과 3억3천6백만원 상당의 공금을 유용한 사실을 밝혀냈고, 이같은 과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전액 변상 조치하는 한편 최성창 교장에 대해 2월 28일 시한으로 중징계해임하는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에바다학교의 사무과장까지 겸직하고 있던 최실자 전 원장이 96년 11월 30일 구속될 당시 평택경찰서에서 밝혀진 원의 공금횡령 규모는 1억원이 조금 넘는 액수였다. 그런데 추가로 드러난 학교의 횡령부분도 형사상으로는 당시 사무과장직을 수행했던 최실자씨에 대한 혐의만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성창 교장에 대한 법적인 혐의를 직접 밝히지는 못하고 있다.

  대책모임에 결합해 법률적인 자문을 담당하고 있는 다산인권상담소 김칠준 변호사는 "농아원과 학교에서 자행된 공금유용, 횡령혐의가 명백한 만큼 최성창씨에 대해 이사장으로서, 교장으로서 민사상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고 또 물어야 한다"면서 재단의 비리척결에 대한 관청의 의지를 요구했다.

  그런데 재단퇴진은 현행법상 법인 취소로서 가능하고, 그 권한은 시가 아닌 도청이 갖고 있다. 평택시청 허성범 사회계장은 "법인이 취소되면 현재의 학교나 농아원도 문을 닫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시청에서도 이사장의 사퇴를 권유하고는 있지만 그가 형사상의 위법혐의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객관적 입장에 설 수 있는 2인의 관선이사를 파견해 재단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수습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모임은 신임이사들의 면면을 볼 때 상황은 농성 이전과 그다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을 보내고 있다. 

 

모범적인 선례로 기록될 것인

 

  대책모임의 이은우 집행위원장은 "관청이나 지역여론의 압력에 최성창 이사장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기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성창 이사장은 수십 년 간 지켜온 재단만큼은 사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재단을 유지하기 위한 갖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어감에 따라 대책모임은 무성한 비리의혹을 하나하나 밝혀내 최성창 이사장을 사법처리할 수 있는 법률적인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그간의 후원금 사용내역을 추적하기 위해 지역언론에 그동안 에바다복지회에 후원을 했던 사람을 수소문하는 광고를 내는 한편 미국 에바다재단본부에도 연락해 한국재단에 지원해온 예산규모를 확인하는 실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토론회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열 소장에 의해 관청과 대책모임, 재단측 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는 수습대책위원회 수성이 제의되기도 했다. 관청에서는 이미 시장, 경찰서장, 시의회의장 등이 참여하고 있는 에바다사태 대책협의회를 구성해놓고 있는 상황이고, 너무나도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관계자들과 논의를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도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구성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 모임이 구성된다면 시설비리와 관련한 문제해결과정에 모범적인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법적인 그물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재단을 처벌하지 못하고 허망하게 끝난다면 사회복지발전의 또하나의 오점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시민단체들도 합세해서 싸워갈수록 왠지 모를 책임감도 느껴집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재단이 바뀌지 않은 채 사태가 끝난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혹시 다른 재단에서도 비리를 문제삼는 종사자들에게 주위에서 "에바다복지회를 봐라. 60일이 넘게 싸워서 언론을 그만큼 타고 시민단체들도 나서 봤자 아무 소용이 없었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장기간의 농성으로 초췌해진 한 농성교사의 결연한 목소리다.

작성자한혜영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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