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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국내 장애우복지시설 현황과 탈시설화를 위한 개선책

21세기 장애우복지의 과제, 탈시설화

본문

탈시설화를 이루기 위한 국내의 제반환경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그러나 또 한편 탈시설화의 주장은 자칫 시설 무용론으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 서비스 수요자 측면에서 보면 수용자 자신의 상태에 따른 적절한 서비스를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유·무형의 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진정한 장애우복지를 이루기 위한 기본 이념과 실질적인 개선방향을 알아본다.
 

아직도 멀기만 한 국내 환경 

  탈시설화는 1970년대 미국에서 유행한 것으로서 그 기본목표가 시설에 부적절하게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을 지역사회로 퇴소시키고,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부적합한 시설에 입소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내에서 수용자에 대한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시설보호의 전반적인 수준을 향상시켜 흔히 말하는 "시설병"을 예방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많은 생활에서 적은 생활로, 규모가 큰 시설에서 작은 시설로, 큰 생활 단위에서 작은 생활 단위로 변화시켜야 한다. 또 집단 생활에서 개인 생활로, 지역사회로부터 격리된 생활에서 지역사회에 통합된 생활로, 의존적인 생활에서 자립 생활로 시설보호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시설보호 내용은 탈시설화를 위한 방향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탈시설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하여 시설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하여 언급하기로 한다.

  첫째는 시설생활자 중심의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
  시설은 누구를 위하여 존재하는가? 관념적으로는 시설의 주인공은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고 서비스의 소비자라고 대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시설 현장에서 과연 그렇게 실천되고 있는지는 매우 의심스럽다. 시설운영자와 직원은 "수용자를 시설에 맞추려는" 사고에서 "시설을 수용자에 맞추려는" 사고로 인식의 전환이 선행되어야 탈시설화의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다. 

시설운영 만큼은 투명한 유리지갑으로 

  둘째는 시설운영의 주체가 다양해져야 한다.
  현행 우리나라 사회복지사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시설의 운영 주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법인, 기타 비영리법인이 될 수 있고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단체나 개인은 시설을 설치, 운영할 수 없다.
  또한 법인에서 시설을 운영하려고 할 때에는 상시 3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규모이어야 하고, 시설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20% 이상을 충당할 수 있는 수익용 기본자산을 갖추어야 시설설치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법조항은 시설의 공익성을 위한 조치라고 생각되지만, 소규모의 시설운영을 원칙적으로 막고 있으며 자산은 없지만 사회복지에 대한 열의가 있는 자의 시설운영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시설운영 주체의 다양화를 위해서는 시설 규모와 자산 확보, 허가제의 존속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시설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설생활자의 인간다운 생활보장이므로 시설규모가 가급적 작은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영국의 경우 시설규모의 최소단위가 4명이고, 일본의 정신지체장애우 통근료는 20명, 복지홈은 10명이 시설규모의 최소단위로 되어 있다.

  서울시가 설치·운영하고 있는 장애우 그룹홈의 입주자 수는 4명으로 규정하고 있고, 최근에 나온 무허가 시설 양성화 방안에서는 시설규모의 최소인원을 5명으로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한 1997년부터 요보호아동 4-5명을 20여 평의 아파트에서 직원 1명이 돌보는 그룹홈을 시범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앞으로 시설규모는 심도 있게 논의되어 현행 최소규모에서 대폭 하향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시설 설치를 위해 갖추어야 하는 자산 가운데 수익용 기본자산의 구비는 근본적으로 잘못 규정된 것이므로 조속히 삭제해야 할 내용이다. 그리고 목적사업용 기본자산도 현실에 맞게 재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1986년에 만들어진 "목적사업용 기본자산의 시설종류별 규모" 가운데 시설면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개정되지 않고 있다. 이를 생활수준의 향상을 고려하여 개정해야 할 것이며, 단순히 건물 면적만으로 시설생활자의 정원을 결정하는 방식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시설보호의 형태, 대상, 지역적 특성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고제, 그 이후 시설환경의 전망
 
  최근 정부에서 허가제를 신고제로 변경하려는 발표가 있었다. 시설운영에 다양한 주체의 참여라는 긍정적인 면을 높이 평가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행 시설운영상의 각종 비리가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고제로 바꾸었을 때 과연 신고시설에 대한 지도·감독이 적절하게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시설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전제되었을 때 신고제의 장점이 더욱 빛날 것이다.

  셋째는 시설보호의 대상자가 선별주의에서 보편주의로 바뀌어야 한다. 앞으로의 사회는 고령화와 가족 구성원의 축소, 여성의 활발한 노동시장 진출로 인하여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이 증대될 전망이다. 또한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으로 다양한 사회복지욕구가 분출될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시설보호도 생활보호대상자 중심에서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주민에게로 서비스 제공의 대상을 확대하여야 한다.

  현행 시설보호의 대상자는 생활보호대상자가 아니어도 정원의 30% 범위 내에서 월 일정액을 부담시키는 조건으로 시설보호는 받을 수 있지만, 원칙적으로 무연고자 중심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1995년도 장애우 실태조사에 따르면 재가장애우에게 시설 입소의향을 조사해본 결과 무료 장애우요양시설 입소의향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11.2%), 장애 종류별로는 정신지체장애우가 가장 높은 비율(23.3%)로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높은 입소의향에도 불구하고 현행 무연고자 중심의 시설 입소제한 때문에 이들에게 시설보호를 제공할 수가 없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무허가시설의 양산이다. 일부 허가시설은 정원미달 상태지만 동일한 대상자를 수용하는 무허가시설이 생겨나는 원인이 입소조건의 경직성 때문으로 생각된다. 

광역권에서 소생활권 중심으로 

  시설보호 대상의 확대를 위해서는 현행 시설체계를 개편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시설은 두 가지 방향으로 그 체계를 바꾸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방향은 소생활권 중심의 지역에서 생활기능을 제공하는 시설 형태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단기보호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시설 설치기준으로는 소생활권 중심의 지역사회에서 모든 유형의 시설을 마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므로 시설 설치기준의 대폭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둘째는 광역권 중심의 지역에서 전문적 기능을 제공하는 시설 형태이다. 현행 시설체계 내에서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시설유형이 광역권 중심의 지역에서 생활기능을 제공하는 시설 형태이다.

  이러한 구조는 시설보호를 필요로 하는 주민이 시설보호를 쉽게 접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시설체제개편이 요구되는 것이다. 기존 시설들은 두 형태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소생활권에서 생활기능을 제공하는 시설로 방향을 잡는다면, 현행 시설규모는 너무 크다. 현 시설에서 이용시설의 병설, 여타의 다른 시설과 함께 운영하고자 할 때는 장애우복지시설의 설비 중 일부를 장애우 그룹홈으로 병설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광역권에서 전문기능을 제공하는 시설로 방향을 잡는다면, 현행 시설의 전문기능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시설 설비기제의 구비, 전문 인력의 확보 등이 요구된다. 

시설보호에 대한 합리적인 산출 근거를 만들자 

  시설보호를 필요로 하는 모든 주민이 시설을 이용할 때에 비용 부담의 문제가 나오게 된다. 서비스 이용에 따른 비용은 이용자의 부담능력에 따라 부담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생활보호대상자는 전액 정부부담으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물론, 이용자의 부담능력에 따라 서비스의 질을 차등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넷째는 시설보호의 수준을 지역사회 주민의 생활수준과 유사하게 향상시켜야 한다. 시설보호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보호수준과 보호목표, 보호형태가 바뀌어 왔다. 16세기 영국의 구빈원에서 시설의 전형적인 형태를 찾아볼 수 있는데, 그 이후 오늘날까지 시설보호는 큰 진전을 이루어 오고 있다.

  이제까지 시설보호가 바뀌어 온 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우선 시설이 억압과 격리의 원칙을 기초로 하여 운영되는 사회방위적 단계가 있다. 수용자가 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가장 혐오스럽게 느끼도록 열악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에게 수치심과 굴욕감을 주어서 시설보호 대상자를 줄이려고 하는 시기이다.

  다음은 사회보장적 단계로서 최저생활의 보장 수준이고, 시설보호 형태도 대규모 집단시설에서 시설생활자를 분류하여 소규모 시설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인다. 시설생활자의 가족이나 이웃, 자원활동자 등 비공식적인 지지망을 시설보호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전개되지만, 그 기초가 되는 지역사회의 기반이 조성되어 있지 않아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머물러 있는 시기이다.

  현재 시설보호를 위한 정부지원은 그 산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 1997년 장애우복지 예산 1천22억원 가운데 5백39억원(약 53%)이 시설보호에 배정될 것으로 집계되고 있는데, 그것도 다만 전년도 대비 몇 % 인상 정도로 밝히고 있다. 또한 기존에 발표된 논문들에서도 전문종사자 1인당 담당하는 시설생활자 수를 33명에서 10명 이하 수준으로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왜 낮아져야 하는지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영국의 경우 자립도가 낮은 정신지체장애우인 경우 1년간 필요로 하는 보호시간이 6백76시간이고, 신체장애가 있는 성인 시설생활자는 7백80시간, 정신장애가 있는 시설생활자는 4백16시간으로 산정하였다. 그리고 시설 직원의 노동 시간은 1년간 1인당 1천5백 시간으로 산정하여 시설당 필요한 직원 수를 산출해 내고 있다. 시설당 최소 필요직원을 7명으로 정하여 산출한 직원 수가 7명 이상이면 산출 근거로 직원을 배치하고, 7명 미만이면 7명의 직원을 배치하고 있다.

  탈시설화의 주장은 자칫 "시설 무용론"으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사회복지 서비스 공급자 측면에서 보면, 시설보호 중심에서 재가보호로 대체되는 것으로 생각하여 앞으로 시설은 필요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가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 서비스 수요자 측면에서 보면, 수용자 자신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서비스를 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 체계의 한 영역이 바로 시설보호이다. 그리고 앞으로의 시설은 그 기능과 구조의 변화를 통하여 사회적 보호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 수용보호사업은 고려시대 때가 시초 

  국내 역사 문헌상에 장애우에 대한 직접적인 기록이 보이는 것은 삼국시대부터다.
  이후 고려시대 때부터 혼자서 생활하지 못하는 장애우나 부랑자들에 대해 시설보호를 실시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성종 때 부모나 친척이 없는 아동은 관에서 양곡을 주어 구호하고, 중질환자 또는 폐질자들을 특정 시설에서 보호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나라 수용보호사업의 시초로 일컬어진다.
  충렬왕 때는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 중에 양호자가 나서지 않으면 동서대비원 같은 복지시설에 수용하였고, 일부 관공서에서 시각장애우를 모아 독경, 축수, 점복을 가르쳤다.

  조선시대에는 시각장애우는 복술을 팔고 지체장애우는 그물을 짜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직업보도를 실시하기도 했고, 집단수용소라고 할 수 있는 안양원을 관이나 민간이 운영하도록 장려했다.

작성자박태영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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