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대 장애우주거형태의 주요한 모델, 그룹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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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수용시설에서의 의미있는 시도들
한 장애우복지전문가는 "그룹홈은 2천년대 한국에서 장애우를 위한 주된 주거형태로 자리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 지원 그룹홈 26개소를 비롯해 다른 지방비에서 지원되는 그룹홈 20여 개소와 비인가단체의 가정형태의 공동체가 대략 60∼70개소 가량 되지만 전체 시설 숫자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그룹홈은 신변자립과 취업이 가능한 정신지체장애우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시설을 탈피한 지역사회중심 재활프로그램의 모델 중 하나로서 상당히 긍정적인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평균적으로 4명 정도의 소수의 입주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구성원들과 지역사회, 위탁운영체의 특성에 맞춰 적절하게 변화시킨 다양한 형태의 그룹홈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클러치를 짚어야 보행이 가능한 중증뇌성마비 장애우 박보웅 씨는 연고자 없이 은평천사원에서 스물 아홉 해 동안 생활해 왔다. 그가 다른 편마비, 정신지체장애우과 함께 법인에서 새롭게 시도한 그룹홈으로 옮겨온 것은 95년 4월경이었다.
나이가 점점 들면서 사회 속에서의 자립을 꿈꾸었으나 "일반 사업장이든 장애우를 중심으로 한 대형 작업장에 지원하면 번번이 기다려보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한다. 원내의 자립작업장에서 번 돈을 아무리 저축해봐야 방 한 칸 얻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원을 떠나는 일은 차일피일 미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룹홈에서 생활하면서 월급 30여 만원 중에서 개인부담 생활비 10만원을 내고 남은 돈은 저축하고 있고, 지난해 말부터 세대주로 서류가 정리되어 생활보호대상자인 그로서는 임대 주택 선정기준에 유리한 자격도 취득하게 되었다.
시설에 계속 있었다면 시설생활자로만 분류되기 때문에 세대주로 독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맞춤한 배필도 생기면 생활고는 조금 있겠지만 그의 완전한 자립은 이루어질 것이다.
정신지체장애우 시설인 장봉혜림원도 95년도부터 시설 자부담으로 주택을 마련, 입소 가능한 원생들을 선발, 그룹홈을 설치하기 시작해 현재 지방비과 국고지원을 받아 3개소의 그룹홈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 엠마우스복지관도 인근 행복재활원과 연계, 시설생활자중 2명을 선발해 그룹홈 입주로 유도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들은 기존 시설형태를 스스로 탈피하여 장애우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주민들과 통합되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시설운영자들의 의지의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장봉혜림원의 경우 대상자를 선정하면 일단 퇴원조치시켜 세대주로 독립을 시킨 후 시설에서 마련한 공간에서 4∼5개월 정도 생활하다가 임대아파트 분양받으면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한다. 담당자 허현숙씨는 "매년 1개소 이상 계속적으로 그룹홈을 설치하여 시설생활자를 그룹홈에 입주시켜 지역사회로 전원 분산하도록 하는 것이 시설 운영진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설에서는 명백히 퇴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고자가 없고 저임금을 받는 정신지체인들이 대부분이어서 공동생활가정에 필요한 가구 등의 생활비품 구입비나 10만원 정도의 개인입주분담금의 부족분에 대한 부담도 여전히 시설측에 넘겨지고 있다. 또한 일정기간 대기하기 위한 주택공간 마련 비용도 마찬가지이다.
이 점이 시설운영자의 의지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그 대상자들을 시설에 계속 수용할 경우 인원수에 해당하는 주부식비 등의 예산지원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부족한 전체살림에 그런 추가 비용까지 자발적으로 부담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주택마련비용과 운영비지원 예산 확보가 관건
현재 속속 들어서고 있는 국내 그룹홈들은 복지관에서 일정한 훈련과정을 마치고 작업장 등에 취업한 정신지체장애우들을 대상으로 그 부모들이 공동출자하여 마련한 주택에서 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활관처럼 2개월부터 3년까지 일정 시기동안만 입주하는 교육형과 본인이 원할 때까지 거주할 수 있는 영구거주형도 있다.
그러나 이들 재가장애우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홈도 주택마련과 더불어 운영비 확보가 역시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있으면 그 자녀에게 안정적인 주거를 평생 보장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1천5백만원에서 2천만원의 적지 않은 돈을 기꺼이 부담하기도 한다. 서울시립장애인종합복지관과 같은 대부분의 복지관에서는 부모회를 통해 매월 얼마씩을 정기적으로 적립하여 그 돈으로 주택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부모들이 주택매입비용은 어떻게 마련한다고 해도 다달이 들어가는 생활보조원 인건비와 제반 운영비까지를 전액 부담하기에는 크나큼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제까지는 담당관청의 인건비와 운영비보조(1개소당 연간 2천만원 내외) 지원과 연결이 되어야만 실제적인 입주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에서 92년 9월 그룹홈을 시범사업을 시작할 당시에는 영구임대아파트단지내 가구 4채를 무상으로 사용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범사업이 끝나고 매년 몇 개소씩 지원 그룹홈이 확대되면서 지방비의 재정부담으로 주택지원까지는 중단된 상태이고 이를 대체할 만한 법적인 지원도 없다. 따라서 많은 부모들이 해당관청의 운영비보조 지원순서를 기다리며 매월 얼마씩의 적립금을 모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룹홈 확산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
한편 그룹홈 입주 요건 중에는 신변자립이 가능한, 취업을 하여 일정한 수입이 있는 장애우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룹홈이 장기적으로 대형시설들을 대체한 주요한 장애우주거시설이 될 것인지의 문제는 과연 어떤 장애수준과 범위까지 포괄할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가 제기된다. 신변자립이나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중증 뇌성마비장애우나 정서장애우들까지도 포괄할 수 있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룹홈은 결국 일부 선택된 경증장애우에게만 적합한 모델로 남게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엠마우스복지관 장비 기획실장은 "세상에 그룹홈 입주가 불가능한 장애우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외국의 경우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정신장애우를 위한 그룹홈도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봉혜림원의 허현숙씨도 "중증장애우들은 개소마다 1-2명씩 분산시켜 경증장애우들이 서로 도우면서 생활하도록 하는 한편 취업이 어려울 정도라면 다른 입주자들이 출근한 후 상주 생활보조원이 교육과 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방안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중증장애우라고 할지라도 지역사회 복지기관과 복지사, 담당관청의 의지와 유기적인 연계로 얼마든지 유효한 모델을 발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취업 또한 불가능한 장애우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턱없이 낮기만 한 장애우들의 취업률을 놓고 볼 때 고용구조 개선은 그룹홈의 확산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숙제이다.
그룹홈이 취업의욕을 고취해서 취업률 자체를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신지체인복지관의 김수진씨는 "가정에 있을 때와는 달리 그룹홈에 있다가 실업상태가 됐을 경우에는 다른 입주자들이 출퇴근을 하는 모습이나 보수를 받고 보다 윤택하게 소비를 하는 모습을 보면 자극이 되어 직원들에게 재취업을 자발적으로 조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생활보조원이나 담당 복지관 직원들도 보다 더 책임감을 갖고 고용사업장의 담당자들과 연계를 통해 해고의 위기를 넘기기도 하는 등 보다 체계적인 고용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한 서울시의 운영지침에는 18-35세라는 연령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철폐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생활자립도가 아니라 연령을 문제삼는다면 그룹홈에 있다가 시설로 다시 보내지거나 다시 보내지거나 일방적으로 퇴거조치되는 사람도 있을 것인데 그것은 그 장애우에게 있어 명백한 퇴보"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에는 연령제한이 없어 점차 이러한 요건은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실정에 알맞은 모형을 만들자
올해 처음 보건복지부는 그룹홈 운영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장봉혜림원 등 5개소에 지원을 시작했다. 그동안 정부지원에 대한 숱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기존 장애인복지법에 구체적인 지원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계속 반려되었던 상황에 비추어 보면 시설수용장애우와 재가장애우 복지정책과는 구분되는 그룹홈의 독자성과 실체를 정부에서 인정한 것이라는 데에 의의가 있을 것이다.
특히나 그룹홈과 수용시설의 운영비용을 구성원 1인의 월간소요비용으로 비교해볼 때 그룹홈의 경우 더 비용이 적게 든 것으로 나타났던 점은 또다른 측면에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93년도에 이화여대 박현숙 교수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차액은 월1만4백88원이었다. 그 차액의 주요부분이 물리, 작업치료비용이지만 그 부분은 지역사회의 장애우복지관이나 의료기관 등에서 보다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반 지역사회여건도 맞춰 나가야 할 것이다.
엠마우스복지과 장비 실장은 "정부에서 지원을 시작한 만큼 이에 대한 평가작업을 통해 수용시설과 그룹홈 운영비용과 그 효과성을 체계적으로 비교해야 한다"며 "만일 수용시설의 운영비용이 더 든다면 굳이 시설중심의 복지정책을 유지해나갈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67년에는 정신지체인의 대부분이 수용시설에 살고 있었으나 87년에는 대부분이 지역사회거주시설에 살고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60년대에는 수백 개에 불과했던 그룹홈이 93년에는 1만1천 개로 집계된 것으로 볼 때 그룹홈제도의 안착이 그 과정에 주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 부분이다.
현재 기존 비인가단체에서 그룹홈이라는 명칭으로 운영하고 있는 곳 가운데에는 시설로 전환할 계획을 갖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각 가구의 상황과 운영자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그동안의 그룹홈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려서 혹 수용시설을 고정된 복지모델로 삼는 것에 기인한다면 이를 탈피하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그룹홈의 궁극적인 운영목표는 모든 주거인이 일반 가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나사렛대 김종인 교수는 "외국과 달리 장애수당제도도 턱없이 빈약한 실정이고 취업률도 낮은 환경에서 국내실정에 알맞은 모형을 개발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앞으로 그룹홈이 우리나라에서도 탈시설화로 가는 과도기적인 적합한 모델로 자리잡을 것이냐 아니면 외형만을 달리한 소규모시설로 전락할 것인가의 문제는 우선 함께 하는 종사자의 전문성과 기본 자질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는 곧 이들 생활보조원은 적절하게 지도, 교육하는 센터역할을 하는 복지관과 지역사회를 기초로 한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또 하나의 농촌형 그룹홈 준비중인 "미리암"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의 주택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는 "가톨릭정신지체장애인 직업활동센터 미리암"은 언뜻 보면 열다섯 명의 재가 정신지체장애우들이 함께 일하는 자립작업장으로만 보인다. 그러나 원장 외에 4명의 직원(사회복지사 2명)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직업훈련 외에 사회적응훈련이나 개별학습프로그램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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