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1] 충격! 장애계에 왠 성추행 시비 > 기획 연재

[시사]

충격! 장애계에 웬 성추행 시비
- 한 장애우 언론의 편집국장이 자원활동자 성추행(?!) -

성폭력이 날이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말 서울 영등포와 모 호프집에서 한 장애우 언론의 편집국장이 자원활동자를 성추행했다는, 성추행 시비 사건이 발생해 장애계에 적잖은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난 성추행 사건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날이 갈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최영애)에 따르면 성폭력에 관한 상담이 금년 들어 2,519건(9월말 현재)으로 월평균 280건 발생했으며 9월 이후 더욱 급증하고 있고, 그중에 약 10% 정도는 고소까지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고, 크고 작은 성폭력 사건들 중에서 얼마 전에는 고대 총학생회가 학교 안에서 술에 취한 여학생을 강제로 껴안은 성추행을 저지른 한 남학생에게 자원봉사 6개월의 처분을 내리고, 당사자도 이에 승복한 일이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우리 모두가 장애우가 될 수 있다는 표현인 "예비장애우"란 말처럼 누구나 성폭행 피해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예비 성폭행 피해자"란 신조어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한 장애우 언론의 편집국장이 자원활동자를 성추행 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장애계 관계자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9월말부터 장애계에 소문으로 돌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최근 피해 당사자와 가해자가  합의를 했지만, 가해 당사자인 S씨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것을 계기로 장애계의 분노의 목소리가 들끓기 시작하면서 사건의 내용이 표면적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주변 인물들을 통해 알려진 성폭행 시비 사건의 대강 내용은 다음과 같다.
지난 9월 중순 한 장애우 자원활동 단체의 대표 L씨는 모임 회지에 실을 장애인올림픽 사진을 구하기 위해 한 장애우 주간 신문사를 찾아갔다. 신문사에서 편집국장 S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S씨가 사진을 제공한 뒤 "평소 자원봉사 하는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다.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에서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하면서 며칠 후인 9월 23일에 만날 것을 제의했다는 것.
9월 23일 약속장소인 영등포 한 백화점 앞에 나간 L씨를 S씨는 칸막이가 있는 호프집으로 데려간 뒤 명예기자로 같이 일할 것과 지방으로 같이 취재를 가자는 것 등을 제의하면서, 낯 뜨거운 여성 편력 이야기 끝에 L씨가 술에 취하자 두 번에 걸쳐 강제로 키스를 하고, 안으려 했다는 것이다. 다행히 피해자인 L씨가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와 더 이상의 성추행은 없었지만 이 사건으로 피해자는 심한 정신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이 피해자 주변 인물들이 전해준 내용이다.
이 소문을 접한 기자는 L씨에 대한 성추행 사건의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영등포경찰서를 찾아갔다.
영등포경찰서 형사계에서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9월 23일 오후 10시경, 영등포의 한 호프집에서 모 장애인 주간신문 편집국장 S씨가 자원활동자 L양과 함께 자원활동자 네트워크 구성과 명예기자 건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강제 키스를 하고 껴안는 등의 성추행을 해 고발당한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9월 24일 경찰서에 공식 접수된 이 사건은 당사자들인 S씨와 L양의 진술이 엇갈려 계류 중이던 10월 19일 오전, S씨가 자신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 L양이 이를 받아들여 3백만 원의 합의금과 사과 각서를 받고 다시는 거론하지 않기로 쌍방간에 합의가 이루어져 기본적으로 친고죄인 현행 성폭력특별법에 의해 불기소 처리된 것으로 밝혀졌다.

자원활동자 언론사를 조심하라?
장애계에서 이번 성추행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번 사건이 개인 간에 일어난 사건인 만큼 개인들이 합의했으니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시각이 있다. 또 하나의 시각은 다른 어느 곳보다도 도덕성이 요구되는 장애계의 현실을 들어 명백히 성추행이 자행된 것이 확인된 만큼 가해 당사자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과연 어느 시각이 옳은지는 사건을 보는 사람들의 입장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근절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실정에 비쳐볼 때 이번 사건은 그냥 덮고 넘어가기에는 문제가 크다는 것이 장애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기자는 이번 성추행 시비를 확인하기 위해 가해 당사자로 알려진 S씨를 만났다. S씨는 사건 사실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고소당한 사실과 합의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성추행 사실은 부인도 시인도 하지 않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고, 시종일관 사건 자체를 거론하고 싶지 않다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L양은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는 합의내용을 들어 완곡하게 인터뷰를 거절했는데, 경찰서 신고과정에서 L양을 도왔던 선배 K씨에 따르면 합의금으로 받은 3백만 원은 은평구 수색동에 있는 장애우시설 등에 후원금으로 내놓았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K씨는 L양이 쌍방합의로 고소를 취하한 배경에 대해 L양이 그동안 많이 지쳐 있었고 모 장애인 신문의 편집국장인 S씨가 아내와 자식이 있는 한 집안의 가장임을 감안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L양의 주위 사람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자원활동 모임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L양이 성실하고 근면한 생활태도를 보였으며 누구보다도 솔선해서 장애우들을 돕고 있다고 한결 같이 말하고 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최영애 소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성폭력 피해자는 성폭력 유발론, 순결 이데올로기, 저항의 미약 등의 비난으로 인하여 사람들 앞에 나서서 자신의 피해를 알린다는 결심을 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고소를 결심하게 되더라도 다시 반복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또한 고소를 했다가도 취하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심리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자원활동자 L양이 받았을 정신적 피해를 능히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은 그 어느 곳보다 도덕성이 우선시되는 장애언론의 편집국장이 성추행에 관련됐다는 점, 자료를 얻기 위해 처음 방문한 자원활동자 L양에게 자원활동자들의 모임관계로 사석에서 만날 것을 제의하고 두 번째 만남의 장소인 호프집에서 자신이 관계한 신문사의 명예기자 수락과 지방으로 취재차 동행하자고 이야기하면서 과음을 하고, 결국 성추행으로 고발되는 수순을 밟았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활동하는 자원활동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며 장애계 관계자들을 씁쓸하게 만들고 있다.

글/조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