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수용소 군도 효정원의 검은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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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 있은 부산시에 대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의 초점은 장애우 수용시설 효정원 비리였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효정원 전 원장 박창숙씨는 상상을 초월하는 효정원 비리의 전모를 털어놨다. 장애우 수용시설이 저지를 수 있는 온갖 비리가 망라된 효정원의 검은 실체를 추적해보았다.
내부 알력으로 비리 드러나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한국판 수용소군도는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다름 아닌 바로 장애우 복지시설이었다. 효정원은 수용소군도임이 분명하다.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효정원이 다른 게 무엇이 있는가, 가스 독살장만 없을 뿐이지 나머지는 차이가 없다. 사람을 가두고, 강제노동을 시키고, 성폭행을 자행한 짓거리들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너무나 많이 닮았다.
인정하기 싫지만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장애우 복지시설 비리, 그 비리가 사람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제라는 감독기관이 있지만 감독기관은 장애우 복지시설 비리에 관한 한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효정원만 해도 그동안 함께걸음을 비롯한 언론이 수차례 고발한 사실이 있다. 그렇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비리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효정원은 독버섯처럼 어둠 속에서 감독기관을 비웃으며 비리의 싹을 키우고 있었다.
이번에 드러난 효정원 비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그만큼 충격적이다.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효정원이 어떤 시설인지를 알아보자.
효정원은 경남 울주군 변방의 인가 없는 산자락 밑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시설은 986년에 정부로부터 사회복지법인 설립인가를 받고 87년 초 정신지체 장애우 수용시설을 개원했다. 이어 91년에는 중증장애우 수용시설 정인요양원을 개원했고, 올해 초에는 효림재활병원을 개원, 대규모 장애우 수용 및 치료시설을 갖췄다. 그런데 효정원은 시설은 울주군에 있지만 지원은 부산시에서 해주고 있다. 그래서 주로 부산시 장애우들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인 효정원 법인 이사장 김병대(65세)는 전직 경찰출신이다. 그는 10여 년 동안 이 수용소군도의 제왕으로 군림해 왔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김병대와 이번에 비리를 폭로하는 데 앞장선 효정원 전 원장 박창숙(60)은 부부사이라는 것이다.
두 사람은 재혼한 상태로 김병대 이사장과 전처의 자식 아들 셋과 딸 하나를 한 편으로 하고, 박창숙 원장과 원장의 여동생 및 친인척을 한 편으로 한 내부 알력 과정에서 김병대가 박창숙을 횡령혐의로 고소하면서 효정원 비리가 외부에 드러나게 되었다. 결국 두 사람은 부부싸움 끝에 공멸의 길을 택한 셈이다.
드러난 평생 입소금의 실체
효정원 비리를 폭로한 박창숙은 원장으로 있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효정원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고, 덧붙여 비리를 많이 알고 있는 인물이다. 때문에 그의 폭로는 그만큼 신빙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는 먼저 김병대 이사장이 효정원 기부금 3억4천9백50십만원을 횡령해 그랜저 구입 등에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원장에 따르면 1천만원으로 설립된 효정원은 96년 현재 24억7천여 만원의 자산을 가진 시설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서 이사장이 그랜저 구입에 2천만원, 사위의 유학비 및 장사밑천 등으로 4천6백5십만원, 둘째 아들 집 구입비 3천4백만원, 첫째 아들 전세자금으로 두 차례에 걸쳐 2천3백만원, 그리고 자신의 80평짜리 2층 사택을 구입하는 데 2억원 등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사장의 기부금 횡령과 관련해 드는 의문은 과연 기부금이 어떤 성격의 돈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기부금의 태반은 후원금이다. 후원자들이 원생들을 위해 쓰라고 준 후원금이 고스란히 이사장 개인 주머니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런 후원금 외에 효정원은 정원 외 76명의 원생들을 불법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정신지체 장애우 부모들에게 "본인은 입소대상자를 귀원에 입소시킴에 있어 아래 내용을 준수할 것이며 이에 위반할시는 귀원의 여하한 조처에도 이의 없겠음을 약정합니다."라는 내용의 약정서를 쓰게 해 조직적으로 돈을 받아낸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자료에 따르면 효정원이 받은 평생 입소금 명목의 돈은 확인된 인원만 해도 30명에 3억4천1백만 원에 이른다. 한 원생당 많게는 2천만 원에서 적게는 7백만 원까지 대다수 부모가 1천만 원 이상의 돈을 냈음이 확인되고 있다.
그뿐 아니다. 효정원은 평생 입소 금을 낼 능력이 없는 부모에게는 월 회비 납부라고 해서 보증금과 월 회비 명목으로 따로 돈을 걷었는데 그 수는 확인된 인원만 29명에 입소 보증금 8천6백만 원, 월 회비 4백6만원이다. 이 돈에다 밝혀지지 않는, 절대 밝혀질 수 없는, 많은 액수의 후원금을 합친다면 효정원 기부금은 천문학적 액수라는 결론이 나온다. 과연 그 많은 기부금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효정원은 이렇게 부모들에게 약정서를 작성케 해 돈을 받아내는 것 외에도 비인간적인 친권포기각서의 작성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확인된 인원만 해도 16명에 이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번에 드러난 효정원 비리에서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야 할 사항은 다름 아닌 족벌경영이다. 효정원은 이사장 부인이 원장, 둘째 아들이 총무로 있는 등 전형적인 족벌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여기에다 원장이었던 박창숙씨의 친정 식구만 무려 18명이 원 직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이 자료에서 확인되고 있다. 언니와 네 동생, 그 조카들, 그리고 사촌동생까지 보육사와 생활지도사, 운전원으로 18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효정원이 장애우복지는 뒷전이고 한 집안을 먹여 살리는 유력한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성폭행과 강제노역, 그리고 형식적인 감사
효정원에 대한 부산시 국감에서 드러난 또 하나 충격적인 사실은 김병대 이사장의 원생들에 대한 성폭행 의혹이다. 이날 국감 증언에서 박창숙은 "이사장 김 씨가 원생 김아무개 양(24세) 등을 성폭행하는 장면을 두 차례 목격했으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당시에는 문제 삼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효정원에 대한 국감 자료는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이사장 김병대는 효정원 수용원생 지아무개 양(36세) 김아무개 양(24세) 장아무개 양(28세) 등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 성폭행당한 이들은 정신지체아로서 자신의 의사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며 시간적 개념이 부정확해서 성폭행한 시기에 대해서 "옛날에 생리할 때"라는 식으로만 표현하고 있다.
지아무개 양 등에 대한 성폭행 사실은 가해자인 이사장의 사촌손녀딸 성아무개 양과 효정원에서 원목으로 일했던 양아무개 목사가 이들을 상대로 상담한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에 의해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또한 지아무개 양에 대한 성폭행은 시설종사자인 김아무개 씨에 의해 목격됐다"고 밝히고 있다.
성폭행뿐만이 아니다. 정신지체 원생들에 대한 강제노역도 근절되지 않고 자행됐음이 확인되고 있다. 효정원은 이미 88년 정신지체 원생들을 건물 짓는 현장에 강제로 내몰아 이 중 서너 명을 사망하게 만든 전례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 또 강제노역 현장이 적발된 것이다.
박창숙 씨는 국감 증언에서 효정원 내 건물 증축 때마다 노동력이 있는 원생들을 동원했으며 말을 듣지 않는 원생들은 골방에 감금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효정원의 원생들에게 대한 강제 노역은 건물 공사비용을 줄인 후 횡령하기 위해서 자행됐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렇듯 한국판 수용소군도임이 드러난 효정원에 대해 감독기관인 부산시와 수영구청은 그동안 무엇을 했나?
효정원에 대한 최근 3년간 감사 자료를 보면 그 감독의 실체를 알 수 있다. 효정원에 대한 감사 후 지적사항을 보면 노후소화기 비치, 시설종사자 건강진단 미실시, 회계업무 처리 미숙 등 하찮은 사항에 대한 지적으로 그치고 있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위에서 열거한 효정원 비리들에 대한 지적은 없다. 원생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지적도 물론 없다.
효정원에 대한 감사가 이렇게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데 대해 국감 자료는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효정원에 대한 지도감독권한은 87년 개원 이래로 부산시 남구청에서 담당하다가 96년 3월 남구청에서 수영구청이 분리되어 나가면서 수영구청으로 이관되었다. 87년부터 수영구청으로 이관되기 전인 96년 3월까지 박창숙 원장은 매년 추석이나 설 등 명절과 매년 한 번의 현장감독시 20만원에서 50만원씩 남구청 담당직원과 담당계장에게 상납했다고 밝히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의 효정원 비호 여부는 이번 국감에서도 논란으로 제기됐다. 지도감독권한을 가진 수영구청은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친 법인감사에서도 공금횡령부분을 적발하지 못했고, 부산시도 지난 6월 특별감사를 실시했으나 공금횡령과 원생 무단입소 등 근본적인 문제점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지난 9월 중순 보건복지부의 종합감사 지시에 따라 부산시와 수영구청이 합동으로 감사에 착수하면서 담당공무원들이 이사장 김 씨와 함께 점심식사를 한 뒤 효정원 관계자의 말만 듣고 감사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이 적발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어떻게 효정원 비리가 가능했는지 그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효정원 비리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김병대 이사장과 박창숙 전원장은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김병대 이사장은 여전히 효정원에 대한 소유권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월말 현재 효정원은 여전히 김병대 이사장 가족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보건복지부와 부산시의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효정원 문제는 반짝 관심을 끌다가 잊혀지는 사건으로 남을 게 틀림없다. 그렇게 되면 아이를 효정원에 보낼 수밖에 없었던 부모들과 고통스런 현실에 방치돼 있는 원생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국판 수용소군도 효정원은 우리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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