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3] 시의회 반대로 표류하는 안산 장애우 작업장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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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시의회 반대로 표류하는 안산 장애우 작업장 건립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지역 장애우복지의 증진이 관심사로 떠오른 가운데 경기도 안산시에서 시가 마련한 장애우 작업장 건립 계획을 시의회에서 반대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그 사태의 전말을 소개한다.
장애우복지 낙후된 도시 안산
10월 19일 97년도 안산시 신규사업 예산을 심의하기 위해 열린 안산시의회 총무위원회는 시가 제출한 종합사회복지관과 장애우 재활작업장, 그리고 재활용센터 건립을 주요 골자로 한 97년도 공유재산 관리 계획안의 11개 취득 승인 안건 가운데 7건을 무더기로 부결시켰다.
시의회의 재정경제위원회격인 총무위원회는 이날 "종합사회복지관 건립은 규모 면에서 보건복지부 훈령 등에서 적시한 규모보다 방대하여 향후 유지관리 등의 문제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삭제하고, 장애우 재활작업장 건립 건은 "사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대안 마련을 지난 52회 임시회에서 요구했음에도 변경코자 하는 의지가 없어 이번 계획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안산시가 의욕을 가지고 추진한 종합사회복지관 건립과 장애우 재활작업장 건립은 시의회의 반대라는 암초에 부딪쳐 더 이상 추진할 수 없게 됐다.
여기서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안산시의 복지시설 건립 계획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기에 안산시의회가 반대하고 나섰는지를 알아보자.
안산시는 올해 초 오래 전부터 시유지로 시민시장을 짓기 위해 확보해 놓았던 안산시 초지동 604번지 일대 부지 중 1천7백 평에 시민을 위한 종합사회복지관과 장애우 재활작업장을 건립하기로 결정했다. 이 부지는 시청에서 차로 5분 거리로 안산시 중심가에 자리 잡고 있다.
시가 이 부지에 복지시설을 건립키로 한 것은 사업계획 심의에서 시민시장 건립 계획이 변경되면서 1천5백 평의 부지가 남게 됐고, 현재 안산시에는 복지시설을 건립할 만한 다른 시유지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 외에도 안산시의 시민복지가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크게 낙후돼 있다는 사실도 건립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안산시는 모 일간신문과 민간연구기관인 현대경제사회연구원의 공동조사에서 전국에서 재정자립도 4번째, 살기 좋은 도시로는 2번째로 선정됐다. 하지만 실제적인 시민복지는 거의 제로인 도시가 안산시였다. 특히 장애우복지를 떼어 살펴보면 안산시는 시로 승격된 지 10년이 지났음에도 그 흔한 장애우복지관은 물론 장애우복지 관련 조례가 단 한 건도 없는 실정이었다. 시민복지, 그 중에서도 장애우복지가 낙후된 대표적인 도시가 안산시인 셈이다.
이런 실정 때문에 장애우 복지시설 건립은 안산시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안산시에 따르면 올해 초 시민복지시설 건립을 결정한 시는 초지동 604-3번지 일대 1천7백 평을 복지시설 건립 부지로 확정하고 종합복지관 건립에 38억3천만 원, 재활작업장 건립에 15억2천만 원의 예산을 배정해줄 것을 시의회에 요청했다.
그런데 시 예산을 심의하는 시의회에 총무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총무위원회와는 달리 시의 복지시설 건립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내 중심가엔 안 된다?
총무위원회의 반대는 장애우 재활작업장 건립 반대에 집중됐다. 이 위원회는 9월과 10월에 열린 회의에서 두 차례나 연이어 재활작업장 건립을 부결시켰다. 총무위원회의 장애우 재활작업장 건립 반대의 표면적인 이유는 "장애우시설 부지가 시장과 인접해 있어 교통이 너무 복잡하고, 규모 또한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장애우시설이 시내 중심가에 건립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으니까 시 외각 지역인 선부동으로 건립 부지를 변경해야 한다."고 안산시에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총무위원회 반대 이유는 어느 모로 보나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먼저 교통이 복잡하다는 반대 이유는 초지동 부지가 시내 중심가로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하고 진출입 도로도 4개소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하며, 결정적으로 총무위원회가 대안 부지로 내세운 선부동 1077-9번지는 현재 업무시설 부지로 책정돼 있어 이 부지를 근린공공시설 부지로 변경하려면 도시설계를 변경해야 하기 때문에 시의회의 대안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안산시 관계자에 따르면 시의회 운영위원회의 요구대로 선부동에 작업장을 지을 경우 경기도의 부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어려움 때문에 착공에만도 최소 3년 이상이 걸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선부동 부지가 현실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자 시의회는 최근 다른 부지를 선정하고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10월 17일 열린 회의에서 시의원 황아무개 씨는 "한적한 초지동 국궁장 옆 시유지에 장애우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하여 장애우들에게 희망찬 내일을 약속할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 좋겠다."며 부지 이전을 촉구한 것이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이 부지는 현재 공공시설 부지로서 공공시설 부지로 변경하려면 도시계획법 제12조의 규정에 의거, 경기도지사의 승인을 얻어 도시계획 변경 결정이 수반되어야 하는 등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으로 드러나 도대체 시의회 운영위원회가 잇따라 타당성 없는 대안을 내세우며 부지 이전을 고집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의혹을 갖게 하고 있다.
시의회의 존립목적 중 중요한 이유는 바로 시민의 복지증진일 것이다. 그런데 시의회에서 앞장서서 추진해야 할 시민복지시설 건립을 시의회에서 고집을 부리며 반대하고 나선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운영위원회의 숨은 반대 이유는 무엇인가?
주민도 반대하지 않는데 왜 시의회가 반대하는가
안산시 관계자와 이번 사태에 개입, 언론투고 등을 통해 작업장 건립을 촉구하고 나선 안산에 사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회원 박종태 씨에 따르면 운영위원회가 초지동 부지에 작업장 건립을 반대하는 숨은 이유는 다음의 두 가지다.
우선 운영위원회의 반대 이유 중 "장애우시설이 시내에 건립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 점을 들어 운영위원회가 장애우 복지시설을 혐오시설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현 안산시장이 야당 출신인 반면 시의회는 여당 출신 의원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을 들어 정치적인 힘겨루기가 이번 복지시설 건립 건에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즉 여당 출신의 시의원들이 야당 시장의 재임 중 업적으로 평가받을 복지시설 건립을 쉽게 받아들일 리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 시의회 운영위원회는 "장애우시설을 혐오시설로 보는 의원이나 발언은 절대 없었고, 다만 건립 예정지가 시장터로 혼잡해질 우려가 있어 더 좋은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잠시 보류해 놓은 상태"라며 세간의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안산시 장애우 작업장 건립은 최근 경기도로부터 3억5천만 원의 예산지원을 확답 받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시의회의 반대로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면 이 예산은 공중에 뜨게 된다. 안산시의회 운영위원회는 그렇게 되기를 원하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안산시에 장애우 작업장이 생기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부지가 문제인데, 관계자들 분석에 따르면 안산시가 시의회 권고를 받아들여 부지를 이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안산시 장애우들 쪽에서 절대 그 안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장애우들이 시내 중심가에서 일을 하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시장에서 장을 보고 집에 돌아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환경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안산시 장애우 작업장은 반드시 초지동 부지에 건립돼야 한다는 것이 장애우들의 주장이다.
박종태 씨는 "만약에 작업장 건립에 주민 반대가 있다면 그건 별개 문제다. 주민도 반대하지 않는데 왜 시의회가 반대하는지, 시의회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지방자치시대의 지역 장애우복지는 표류할 수밖에 없는가, 그 본보기가 될 안산 장애우 작업장 건립에 많은 장애우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이태곤
송진섭 안산시장 인터뷰
<초지동 부지가 적지이다>
장애우 재활작업장 건립에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달라
==금년 초에 초지동 부지 7백 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장애우 작업장 건립을 결정하고 이미 경기도로부터 3억5천만원의 예산지원을 확정 받은 상태이다. 작업장이 건립되면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작업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2, 3층은 장애우단체 사무실과 장애우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름은 작업장이지만 사실상 장애우복지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초지동 건립부지를 시의회에서 교통 혼잡의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산시 입장에서는 초지동 부지가 장애우 작업장이 들어설 적지라고 보고 있다. 시의원들이 염려하는 교통 혼잡은 진입로가 4개나 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 또 시에서는 장애우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오히려 교통이 편리한 초지동이 적지라고 보고 있다.
시민 반대는 없는가.
==그 부지는 시장 부지로 안산시가 6년 전부터 조성한 부지다. 시장 안에 들어서는 건물이니까 주민 반대는 없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시의회에서 초지동 부지를 반대한다고 보는가.
==지방의회의 역할은 시정의 균형과 감시 역할을 하는 데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의원들이 전문성과 의식의 부족으로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의원들이 작업장 건립을 반대하는 것은 내가 보기엔 장애우시설에 대한 기피와 지역사업에 대한 책임성 부족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그 예로 의원들이 제시한 선부동 땅은 애초에 어린이시설을 지어달라고 한 땅이다. 그 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거기에다 장애우 복지시설을 지으라는 것이다.
초지동 부지에 작업장 건립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보는가.
==그렇다. 안산시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 시의원들도 사회적 양심이 있으면 끝까지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다. 11월 25일에 의회 회기가 시작된다. 그때는 시의원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려줄 것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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