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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시사 4] 이정우씨가 부산시에 보내는 공개 편지

왜 뇌성마비 장애우는 안됩니까?

본문

[시사]

 

이정우씨가 부산시에 보내는 공개 편지
왜 뇌성마비 장애우는 안됩니까?

 

부산시가 9급 전산직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해 필기시험에 합격한 뇌성마비 장애우 이정우씨를 면접에서 탈락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이정우씨는 이에 항의해 PC 통신을 통해 부산시에 공개 편지를 보냈다. 이 편지를 전재하는 것과 아울러 역시 뇌성마비 장애우인 김재익씨가 이정우씨의 탈락을 보고 느낀 점을 보내온 글을 싣는다.

 

 

저는 뇌성마비 장애우로서 33세인 미혼 남성이고, 2남 1녀 중 맏이며 당감 초등학교, 부산진 중학교, 동래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성대학교 산업공학과와 국문학과(88년)를 이수하였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 일어서 보려고 지금까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왔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계속 그러하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저의 생활 철학은 "생명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생각하게끔 하였습니다.
저는 정보처리기사 1급 자격증을 89년 10월에 취득하였으며, 장애우 연합 써클인 "디딤돌" 선배의 권유로 부산에 있는 "한울장애우 자활센터"에서 1년간(88년) 컴퓨터 교육을 받았습니다. 뇌성마비 장애우는 뇌에 이상이 있는 장애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그것과는 무관함을 밝히고 싶습니다. 저도 뇌성마비 장애우인데도 불구하고 일반학교에 다녔으며 대학교까지 무사히 공부할 수 있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고 싶습니다.
이번에 부산시에서 실시한 9급 전산직은 정보처리 기능사 2급 자격증 이상을 소지한 사람은 누구나 응시할 수 있으며, 장애우직은 장애우 수첩을 가진 사람에 한하여 응시할 수 있습니다.
1차 시험은 9월 15일에 있었고, 발표는 10월 8일에 했으며, 2차 시험(면접)은 10월 22일에, 발표는 28일에 있었습니다.
당초 부산시에서 공고한 최종 선발 예정인원은 3명이었으나, 응시한 사람은 4명이었고, 필기시험 합격자는 저 외 한 사람, 즉 두 명이었으며, 최종합격자는 단 한 명뿐이었습니다.
제가 탄원서를 쓰게 된 이유는 2차 발표를 보고 난 후 떨어진 것을 알고, 불합격 처리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인사과 고시계에 찾아가서 담당자에게 물어본 결과, 첫째 이유는 업무수행능력이 뒤쳐진다는 것이었고, 둘째는 민원인들이 보기에 좋지 않다는 이유였습니다.(하지만 거리에는 장애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장애우를 보기 싫다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입니다.)
저는 이 말을 듣는 순간 기업체에서 장애우를 대하는 태도와 부산시의 태도가 별다른 점이 없다는 것을 느꼈으며, 모범을 보여주어야 할 시에서도 "별 수 없구나."라는 마음이 들어 슬픈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습니다.
국가에서는 별도로 "장애인고용촉진공단"까지 만들어 장애우에게 힘이 되어주려고 하고 있지만 이번 부산시의 처사는 그것과는 거리가 멀어 안타깝기 그지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으며, 그것을 대내외적으로 나타내 보이기 위해 복지사업에 중점을 두고 일을 시행해 오고 있음을 저는 신문 지상이나 텔레비전을 통해 익히 알고 있습니다. 나만이 잘 사는 사회가 아닌 모든 사람이 잘 사는 것이 진정한 복지국가가 아닐런지요. 말로만 떠들어 놓은 채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믿겠습니까?
저는 이번 시험을 위해 두문불출하며 한 달 동안 하루 9시간씩 열심히 공부하였으며, 저의 남은 인생 모두를 여기에 걸었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뇌성마비 장애우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가졌습니다.
그러나 저에게 돌아온 것은 "역시 뇌성마비 장애우는 안되는구나!"라는 절망감 밖에 없어 마음속으로 얼마나 많은 피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
진정 이 세상에서 뇌성마비 장애우는 모든 것을 포기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요?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면접관 당신이 나 같은 장애우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장애우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며 천대시하는 세상에서 우리 사회가 하루 빨리 벗어나길 간절한 마음으로 빌어 봅니다.
그리고 저에게 내려졌던 부당한 판정이 올바르게 바뀌어지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지금 저는 장애우 관련 단체와 더불어 시를 상대로 저에게 일어났던 불상사가 다른 뇌성마비 장애우에게 또 다시 되풀이 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중이며 있는 힘을 다하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바라건대 면접관님께서 뇌성마비 장애우라는 색안경을 끼고 주관적인 생각으로 저를 판단하지 않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부산시는 이정우 씨에 대한 차별을 거둬라

장애우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리고 행복하기 위한 기본조건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무엇보다도 직업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장애우들은 안정된 직업을 통하여 자기 자신과 가족들의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 사회적인 역할을 수행함과 아울러 자기 실현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발견하여 더욱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리고 또한 장애우들에게 직업은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는 수단과 방편이 되기도 하며, 또한 임금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의 산업사회 및 정보화사회에서는 임금의 수단이 되는 직업 없이 생존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헌법 제32조에서는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여 직업을 통한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생존권과 더불어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장애우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능력범위 내에서 일할 권리가 있는가 하면, 일할 의무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장애인복지법 제3조에도 장애우는 개인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으며, 이에 상응하는 처우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특히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을 한 번 보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이 사회에서 아무런 차별없이 자기능력과 적성에 맞는 직업을 구하여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정상적인 사회의 주류에 통합되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장애우들은 불행하게도 비고용 또는 불안전 고용의 상태에 있는 비율이 매우 높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의 연속은 장애우들의 경제적 여건과 사회적인 위치를 불안하게 만들고, 그들의 자아개념의 형성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 좋은 예로 최근에 부산시로부터 뇌성마비 장애우라는 이유로 9급 전산직 공무원 채용시험에 응시하여 당당히 필기시험에 합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면접에서 불합격 처리된 이정우씨(33세)를 들 수 있다.
이것은 앞에서 말한 우리나라 헌법이 보장한 근로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며, 장애우들에게 가하는 최악의 인권유린임과 동시에 새로운 차원의 인종차별로도 규정할 수 있다.
과거의 인종차별은 피부 색깔이나 종교적 갈등, 민족성의 차이 등으로 인하여 발생했다면, 작금의  새로운 차원의 인종차별은 장애우들이 가지고 있는 일부분의 기능 손실을 확대 해석하여 모든 능력을 상실한 자로 취급하여 사회적으로 철저히 고립화시키려는 것을 뜻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산시가 내린 처사는 장애우들에 가한 새로운 유형의 인종차별이라 생각한다.
부산시는 처음부터 장애우 공채 응시 자격을 〔전산 관련 2급 이상 자격증이 있고 장애우 수첩을 소지한 자로서 행정업무수행 능력이 있는 자〕로 제안했다. 1차 필기시험에서 2명이 탈락하고 면접에서 또 이 씨가 탈락, 결국 1명만 합격하게 됐다.
그러나 우리가 이 응시자료를 가만히 분석해 보면 이정우씨는 면접에서 탈락할 이유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전산관련 2급 소지자가 응시자라고 했을 때 이정우씨는 전산관련 1급 자격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정업무수행 능력이 2급보다 더 높은 것이므로 충분히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보여진다.
부산시에서 면접을 주관한 능력개발과 면접관에 따르면 면접에 있어서 지방공무원 인사규정 제13조에 면접기준이 있기 때문에 이 기준에 의해서 이정우씨는 탈락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그 기준을 살펴보면 첫째, 공무원으로서 정신자세. 둘째, 전문지식과 응용능력. 셋째, 의사발표의 정확성과 논리성. 넷째, 용모·예의·품행 및 성실성. 다섯째, 창의력, 의지력 기타 발전 가능성 등을 말하고 있다. 장애우들이라고 해서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이정우씨와 비롯한 대부분의 장애우들은 직업에 대한 애착을 누구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첫번째 기준인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는 하자가 없다고 볼 수 있고, 전문능력과 응용능력도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의사발표의 정확성과 논리성의 표현능력에 있어서는 다소 문제는 있겠지만 이정우씨의 경우라면 직무에 지장이 거의 없고 일반인과 장애우들의 사회적 통합 차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되며, 네 번째와 다섯째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볼 때, 위의 기준으로 뇌성마비인 이정우씨를 탈락시켰다면 그것은 순전히 외모적인 편견을 이유로 공무원들의 관료조직의 편익성으로 인한 장애우권익 유린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그래서 부산시청의 인력개발과 공무원들에게 저는 정말 이정우씨가 대민업무에 지장이 있어서 탈락시켰다면 적어도 6개월에서 8개월 정도의 일정 기간을 두어 현직 평가, 즉 직장에서 일을 시켜보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판별하여 그 결과로 탈락의 유·무를 다시 한 번 결정할 기회를 주자고 부탁을 했지만 번복할 수 없다는 말만 계속했다.
이러한 측면은 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여 직업재활 서비스에 작은 문제가 있음을 또한 여기에서 지적할 수 있다. 왜냐하면 직업재활이 가능한 장애우를 공단에서 직능평가 자료를 바탕으로 판별하여 그에 맞게 부산시에 자세한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 데도 그러한 설명이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되었다고도 한편으로는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이정우씨 사건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은 이정우씨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더욱 중증화 되어 가는 장애우들 각자의 모두 다가 현실에서 한 번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전국에 있는 장애우단체 및 종교단체, 그리고 시대적 양심세력인 시민단체에서 합심하여 꼭 취업될 수 있게 하여 장애우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번 이 문제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장애우계가 수수방관하는 자세로 나와 그냥 넘어간다면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우리나라의 장애우복지 및 직업재활은 10년 이상 뒤쳐질 것임을 필자는 확신한다.

 

글/김재익 (뇌성마비 장애우. 대구대학교 재활과학대학원에서 직업재활을 전공하고 있다.)

 

 

작성자김재익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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