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가 사회복지현장의 주체로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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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삶의 질’을 논의하는 복지의 시대이다. 그러나 사회복지현장의 제반 문제들은 아직 국민의 관심밖의 일이며 소쩍새마을이나 이상용사건 등은 그저 매스컴에서 흥밋거리로 다루어 스쳐지나가는 에피소드 정도로 밖에 인식되고 있지 않다. 1950년대 이후 반백년이 되어가는 지금가지 무수히 되풀이되어 온 사회복지 현장 수난사중의 하나에 불과한 일일 수도 있다.
복지수난의 시대
지난해 7월 발생한 소쩍새마을 사건에 이어 최근의 뽀빠이 이상용 사건 이후 서울시에서는 산하 사회복지관 등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운영실태평가와 함께 공인회계사를 동원한 회계감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등 사회복지현장의 문제점을 찾아내기에 한창이다.
게다가 무허가 사회복지시설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생각은, 기존 인가받은 사회복지시설의 재정능력 부족 및 시설운영의 폐쇄성 등의 문제를 무인가 시설의 신고제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정말 엉뚱한 결론에 이르고 있다. 그
리고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은 다른 시설보다 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사례가 많으므로 앞으로 종교단체에서 적극적으로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복지기획단이 내놓은 "삶의 질 세계화를 위한 국민복지의 기본구상"에서도 종교단체 등의 민간자원동원이 사회복지서비스를 확충하는 데 가장 주요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용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고아원에서부터 출발한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 및 법인 가운데 대부분이 종교단체소속이거나 종교인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뒷북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1984년 한국기독교백주년 기념사업회 자료에 의하면 기독교계통 사회복지시설이 344개소에 달한다고 되어 있으며, 1986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사회복지시설, 기관, 단체 및 종사자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종사자의 85%가 종교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종교인, 종교단체가 지금 현재에도 사회복지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의 부족이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참여방법의 비전문성, 과다한 종교의 관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사회의 다른 각 분야와 마찬가지로 사회복지분야도 문제를 많이 안고 있고, 여기서 일어나는 제반 문제들은 이러한 사회문제들과 전혀 질적으로 다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삶의 질"을 논의하는 복지의 시대이다. 그러나 사회복지현장의 제반 문제들은 아직 국민의 관심 밖의 일이며 소쩍새마을이나 이상용 사건 등은 그저 매스컴에서 흥밋거리로 다루어 스쳐 지나가는 에피소드 정도로 밖에 인식되고 있지 않다. 1950년대 이후 반백 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무수히 되풀이되어 온 사회복지현장 수난사중의 하나에 불과한 일일 수도 있다.
민간에의 의존이 가져온 폐해
사회복지를 국가가 기본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에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민간도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역할분담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무수한 학자들이 논의가 있어 왔다. 1970년대 이후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사회의 보수화를 초래하였고 서구에서는 과도한 복지부담으로 인한 복지국가위기론이 등장하면서 민간의 역할을 어떻게 늘려갈 것인가가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처음부터 국가의 역할은 최소한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의 경우 대부분 민간복지기관에 대하여 운영비를 보조금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의 골간을 이루는 사회복지사업법에 보면 민간사회복지사업의 주체로서 사회복지법인을 설정하고 있으며 이들은 일정규모의 자산을 소유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또한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법인만이 시설을 설치할 수 있으며 이들이 수행하는 사업에 운영비를 보조금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처음부터 외부재원이 주도하고, 지역사회 차원이 아닌 개인이 설립하여 운영하는 시설위주의 복지사업은 많은 문제점을 낳았고 점차적으로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시설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을 제정하면서 시설의 법인화를 종용하였고, 이에 기존의 시설들은 형식적으로나마 이사회를 구성하고 시설소유토지와 건물을 기본재산으로 하여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함으로써 현재 민간사회복지의 주체가 되고 있다. 따라서 원래 정부의 의도대로라면 시설 운영이 정상화되고 민간의 사회복지의 참여가 증가되어 사회복지사업의 발전에 획기적인 전기가 되었으면 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무수한 무허가 사회복지시설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시설들은 재정 능력이 부족하고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시설수용자를 착취하고, 비리와 각종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탄받고 있다. 그래서 무허가 시설을 신고제로 양성화하여 시설설치운영을 개방함으로써 선의를 가진 개인, 기업, 종교단체가 참여토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의 참여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회복지사업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가능한 한 많은 민간의 물적, 인적 자원이 동원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할 것이고 그것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의무이자 또한 지역사회에 대하여 우리가 외쳐야 할 권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역사회의 민간자원 동원이 어렵도록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오히려 정부의 과도한 민간에의 의존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에서 국민에게 제공하여야 할 사회복지서비스의 대부분을 기존의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을 통해 지원하는 현 체제에서 정부의 지도감독권이 유명무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 가운데 비리를 저질러 설립자나 그 가족인 재단이사장 등이 사법처리되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는데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복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몇 년 전에 문제가 되었던 부산의 모 부랑인 시설의 경우도 다시 그 설립자가 복귀하였다는 소문을 들었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사법처리의 대상까지 되는 경우 정부나 지역사회에서는 더 이상 법인 설립자의 재산권을 주장하거나 법인운영에 개입할 수 없도록 명확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부의 역할을 가급적 축소하려 하고, 비현실적인 것은 적은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민간에 의존하려는 정부의 정책이 사회복지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그나마 주어지는 적은 보조금마저 비효율적으로 낭비되고 있으며 나아가 민간에 대한 정부의 통제능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현장 주체는 누구인가>
1970년 사회복지사업법을 제정하면서 정부는 사회복지사업의 주체로서 사회복지법인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후 사회복지법인이 시설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수익용 재산에 관한 규정을 두는 등 법률적인 조치를 강화해 나갔다. 그러나 정부의 의도는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였고 현재 대부분의 법인들의 수익용 재산은 사실상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수용시설의 경우 시설운영의 자부담분은 거의 후원금으로, 사회복지관 등은 취미교양 교육프로그램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요즈음은 삼성복지재단 등의 기업재단에서 사회복지프로그램 지원사업이 점차 증가하고 있어 운영비 확보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이는 선진국에서도 거의 같은 상황이다. 민간사회복지기관의 경우 재정의 대부분을 정부의 지원금, 그리고 클라이언트에게서 받는 수수료, 그리고 모금 캠페인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부분의 장점은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문제에 대처하여 융통성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할 수 있고 서비스의 효율성과 질을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는 것이지, 자체적으로 수익사업을 하여 정부를 대신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능력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는 사회복지시설이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냄으로써 지역사회의 관심을 유도하고 후원금, 기부금을 끌어내어 사회복지서비스의 질과 양 측면에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의 사회복지사업법은 실패한 것으로 본다. 정부에서는 단지 사회복지재원을 동원하는 주체로서 사회복지법인을 구상한 것으로 보이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였다. 오히려 사회복지법인은 이미 투자된 기본재산의 보호에 오히려 더 열중하였고 지역사회에 시설을 개방하기보다 투자자로서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데 여념이 없었으며 나아가서는 투자된 재산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 하는 데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함으로써 시설의 비리를 낳는 원천으로서 작용하게 됐고, 시설이 폐쇄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많은 무허가 시설이 양산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사회복지사업의 주체는 사람이어야 한다. 사회복지사업에의 열정과 철학, 그리고 지역주민의 욕구를 발견하고 이에 대응하여 적절한 서비스를 개발하여 제공할 수 있는 사회복지전문인력이 정부,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하여 사회복지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시설운영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전문인력의 확보 및 충원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사회복지법인이 독점권을 갖고 시설을 운영하면서 편의를 위하여 사회복지 전문인력을 배제하는 구조는 하루빨리 고쳐져야 한다. 그리고 전문인력으로서 사회복지사의 교육제도, 자격증 발급제도 등도 또한 논의를 거쳐 개선되어야 한다.
정부의 수수방관이 복지정책의 누수 불러
소쩍새마을과 이상용씨 사건의 경우는 서로 다른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상용씨의 경우 소쩍새마을과 같이 사리사욕을 위한 부의 착복을 목적으로 심장병어린이 돕기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단지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성금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상용씨 일개인의 도덕성이나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인식이나 전문적인 업무수행능력의 부족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선의를 가지고 출발한 이상용씨 같은 경우 이러한 비리로 끝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사회복지사업에 주제가 없다는 사회의 인식 때문이다. 누구나 돈만 가지고 뛰어들면 할 수 있는 일이 사회복지사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복지사업이 체계적으로 되어가도록 밀어가는 사회체제가 수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감독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흔히 말하는 행정당국의 지도감독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에 대하여서는 그렇지 못하다고 대부분 생각하고 있다. 우리나라 공무원 중 일부가 민간과 결탁하여 뇌물을 받고 비리를 눈감아주는 형태가 만연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지적하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여기에서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사회복지사업의 지도감독은 앞으로 일반행정직 공무원으로서는 더욱더 불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사회복지관을 비롯한 전문적인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각종 법인 및 민간단체의 사업내용에 대해서는 이미 행정당국에서 거의 지도감독을 포기한지 오래이며 기껏해야 보조금 집행내역에 대하여서 지침위배여부를 검토하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여기에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사업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런데 책임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기에 그 일을 해야 할 전담인력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심장병어린이에 대한 복지서비스의 경우 정부가 많은 부분을 맡기보다는 민간의 자원을 동원하여 사업을 수행함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이러한 일들이 제대로 수행되도록 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 단순한 돈의 사용처 뿐만 아니라(비리여부 등) 정부나 모금처의 재원이 제대로 필요한 서비스대상자에게 전달되고 있는지 현실을 평가하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사업이 수행되도록 미래에의 계획을 수립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서비스의 효과와 효율성, 프로그램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현재 일반 행정직공무원이 사회복지서비스의 효과성과 효율성을 평가하고 사회복지서비스 프로그램을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회복지 업무는 그 기본적인 가치관에서나 업무내용에서부터 일반적인 행정업무와는 차이가 있으며, 따라서 사회복지업무를 전담하는 전문공무원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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