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통합법으로서의 장애인복지법으로 개정되어야 한다2] 무장애공간의 실현을위하여
본문
[특집]
장애 관련 네 개 법 이렇게 제·개정돼야 한다
-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법
"무 장애 공간(Barrier Free Zone)"의 실현을 위하여
-장애우, 노인, 어린이 등의 사회적 이동·접근권 확보를 위한 기본법 제정의 방향-
"무 장애 공간"의 실현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하고자 함은 인간적인, 인간을 위한 사회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장애우뿐만 아니라 노인, 어린이, 임산부 등 일시적이든 영구적이든 장애를 가진 사람들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장애를 느끼지 않을, 그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법제도를 제정하자는 것이다. "무 장애 공간"의 구현은 생존을 위한 이동과 정보통신의 이용·접근의 단계를 넘어 여가, 휴양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 복지, 레져스포츠 시설에 대한 접근을 포함하고, 시혜나 동정이 아닌 권리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이의 실현은 곧 우리 사회가 "통합사회" 구축이라는 대의명분 속에서 선진사회로 향한 한 획을 긋는 역사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무 장애 공간" 확보를 목표로 장애우, 노인, 어린이 등의 사회적 이동과 접근을 위한 기본법이 제정돼야 한다.
인간적인, 인간을 위한 사회환경
건축의 1차적(本質的) 기능은 거의 생태적인 것으로 천후(天候) 혹은 다른 자연의 힘으로부터 인간의 기본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Shelter)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건축계획의 주요 대상은 인간, 그 중에서도 건물 이용자 그 자체이며, 건축계획의 방향은 건축 이용자에게 편의를 최대한 제공하는 쪽으로 쉽게 초점이 맞추어지곤 한다.
그러나 건축의 2차적(副次的) 기능은 1차적 기능에 부과하여 개인 혹은 사회 조직체의 일반욕구(혹은 요구사항)가 충족되어져야 하고, 나아가서는 그들의 품위와 상징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개성적인 묘사(描寫)까지도 요구되어진다.
우리나라와 같이 건축의 부차적 기능이 본질적 기능보다 더 우선적으로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건축계획의 방향이 당초 계획 대상이었던 건물의 실제 이용자를 거의 무시하고 건물의 소유자인 건축주의 엉뚱한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데만 급급하게 되는데, 이때 건축주가 이용자 자신일 경우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매우 큰 사회적 문제로까지 발전될 수 있으며 건축의 사회적 책임이나 도덕성은 그 소재를 파악할 길이 없게 된다.
건축이 실제 건물의 이용자 편의 위주로 되어야 한다면 이용자가 단 한 사람일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므로 결국 불특정 다수를 그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고, 그 다수 중에서도 다시 가장 불리한 입장에 처한 이용자를 기준으로 건축계획이 진행되어야 모두에게 편리한 건축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장애우라고 하면 우선 영구적인 신체적, 감각적, 정신적 장애요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연상하기 쉬우나 사실은 의외로 단기적인 혹은 일시적인 장애요인을 가진 장애우에 준하는 사람들이 더욱 많다는 사실이다. 즉 그 장애요인이 반드시 신체적, 정신적 질병과는 무관하면서도 시설을 이용하는 데는 영구 장애우와 동일한 조건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계단이 없는 출입문을 만들고 다소 폭이 넓은 문을 제작하며 손으로 잡기 쉬운 레버식 손잡이를 장착한다고 해서 반드시 건축비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며, 각종 편의시설 및 공공시설을 누구나 접근이 용이한 대로변, 1층 부분에 배치하고, 휠체어 사용자가 일반 보행자와 마찬가지로 건널 수 있도록 횡단보도의 도로 경계석 높이를 낮게 계획하는 것이 결코 두 발로 걸어다닐 수 있는 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거나 이용상 어떤 불편을 참아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편의시설의 계획은 반드시 가장 불리한 입장에 있는 노약자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모두를 "고려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모든 시설의 이용자가 건축계획대상의 중심이 된 가장 훌륭한 건축물이 탄생될 것이고 이러한 이용상 기능이 훌륭한 건물일수록 그 어떤 시각적 미(美)만을 갖춘 건물보다 아름답고 사랑받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곧 가장 인간적이며 인간을 위한 건축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 자신을 자라게 한 주변은 모든 사회적 토양 속에서 묻혀서 삶의 전부를 그 속에서 보낼 지극히 상식적인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어떠한 장애를 가진 사람도 우선 우리의 사회공동체 속으로 재통합되어야 한다. 따라서 장애우가 접근(이용) 가능한 편의시설은 배려가 아니라 당연히 요구되는 권리이다.
청구권적 "기본권"
"무장애 공간(Barrier Free Zone)"은 장애물 없이 만들어진 사회공동체 속에서 모든 국민이 다른 이의 도움없이 스스로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고 "나와 내 가족"만이 아니라 "활동의 모든 주체"를 고려한 포괄적인 이해가 요구되며, "필요 이상의 것"도 아니지만 "기능 이하의 것"도 아닌 일반적인 삶을 사는 모든 사람들을 고려한 면밀한 사전준비로서 이해되어야 한다. 또한 "무장애 공간"은 융통성을 가져야 하며 개체로서 존재할 수 없는데 이는 모든 생활영역에서 동시에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가진 법안이 마련되었을 때 명실상부한 효력을 가지려면 이 법은 기본권으로서 "청구권"과 "고발권"을 포함해야 한다.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 관련법은 생활불편자인 모든 유형의 장애우를 사회공동체 속에 재통합한다는 기본정신을 중심으로 제정되어야 한다. 장애우를 위한 위정자의 특별한 하사품이 아닌 선진 복지국가의 국민생활공간 전체를 안전한 무장애 공간(Barrier Free Zone)화 하여 그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장애우 전용보다는 일반시설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말하자면 일반시설에 장애우의 접근성을 "의무적으로" 고려하여 설치하도록 제정돼야 한다.
둘째 노면이 미끄럽게 얼어붙은 동절기가 긴 우리나라에서 건물 외부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사용 불가능한 현재 방식의 경사로 설치를 제설, 난방 등의 기술적 보완 없이 의무화하는 등 물리적 제한을 두기보다는 다양한 대안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
셋째 중앙 및 지방자치 심의기구를 설치하여 장애우 접근성에 관한 대안의 적합성 유무를 심의하도록 제정돼야 한다. 현재 일정규모 이상의 공공시설이나 미관지구, 상세설계구역 내 시설물 등의 일반건축 인허가시 행하는 건축심의와 같은 방법으로 장애우와 관련분야 전문인, 담당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심의기구를 통해 법에서 요구하는 장애우의 접근성이 확보되었는지를 심의·검증하도록 제정돼야 한다.
넷째 수치 중심의 관료주의보다는 합리적 안전성 확보 차원이 더 존중받고 우선시되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
다섯째 보행로, 도로, 광장 등 공공영역과 해당인이 거주하는 개인영역에 모두 적용되는 법이 제정돼야 한다.
여섯째 편의시설 설치를 촉진하기 위한 지자체의 금융지원과 정부의 세금혜택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정하여 시설 설치자가 자연스럽게 이 법의 요구사항을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함께 사는 미래" 사회를 준비하며
일곱째 자원활동자와 공익요원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
유럽 각국에서는 장애우의 이동, 쇼핑 등 일상생활을 지원해주기 위한 프로그램이 정부나 지방자치 당국은 물론 각종 시민운동단체, 장애우단체, 국가나 지방자치 복지기관 등에 의해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국가 차원의 지원 프로그램인 공익요원의 배치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적용 가능한 제도로써 해당 지방자치의 단체장이 해당 국가 기관에 매년 공익요원의 지원을 요청하고 배치된 공익요원은 일정기간 일상생활을 지원할 생활불편자를 배정받아 군복무를 대신한 봉사활동을 하게 하는 방식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필요시 일정한 특수교육(수화 등 장애우의 특성에 관한 교육)을 이수케 한 후 일상생활을 지원케 하면 된다. 또한 국내에서도 널리 활동 중인 자원봉사자 시민·종교단체나 장애우단체 등을 이용한 유사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관계법이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여덟째 각종 관계시설 기준령의 개정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
각 시설물을 대상으로 몇몇 지적한 내용들의 개선을 요청해도 미쳐 발견되지 못했거나 지적하지 않은 문제점은 그대로 남게 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임시방편에 불과한 처방보다는 근본적인 개선을 위하여 각종 관계시설의 기준령에 장애우 관련 시설기준을 삽입,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교육부에서 제정, 대통령령으로 시행하는 각급 학교의 시설 기준령의 개정으로 장애우가 모든 일반학교에서 수학 가능하도록 각종 교육시설을 완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처방안이라고 사료된다.
편의시설 설치 관계자들이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를 모른다. 정확한 전문지식이 없이 섣불리 서두르면 오히려 시행착오로 인한 폐해만 가중될 우려가 더 크다. 따라서 기준령 보완이 이뤄지기 전까지 관련 단체에서 시설보완에 대한 건축적인 지침을 연구, 제시하기를 제안한다.
장애우는 특별대우 받기를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일반시민으로서의 더불어 살 최소한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다.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법이 장애우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된다. 장애우도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사회공동체 모두가 추구하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반적인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장애우 이동·접근을 위한 기본법으로 제정돼야 한다.
글/강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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