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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 가정에서조차 내몰리는 여성장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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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여성장애우들 빗장을 열어라!

가정에서조차 내몰리는 여성장애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빗장을 여는 사람들"은 10월 중순경 열린 96 여성장애우대회를 앞두고 한국 사회 여성장애우의 가정내 차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분석하고 정책토론회에서 발표했다. 다음은 그 요약, 발췌 내용이다.

 

 

36% 응답률
"빗장을 여는 사람들"(이하 빗장)은 지난해 여성장애우 문제에 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에 이어 올해에는 96 여성장애우대회를 앞두고 "가정 내 여성장애우 차별"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서울·경인·대구·원주 지역을 중심으로 500여 명의 재가여성장애우 모집단을 파악하여 6월부터 8월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나, 기혼여성이 69명, 미혼여성이 111명으로서 모두 180여 명(36%)의 여성장애우가 설문에 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우 낮은 응답률이라서 일반적인 통계로 보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나, 이번 설문조사는 결혼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 모두가 가정 내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전조사를 통해 설문지를 작성하고 조사를 실시했음을 밝힌다.
특별히 가정 내 차별 문제를 조사목적으로 정했기 때문에 시설수용이나 기숙사 등이 아닌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 기혼 혹은 미혼 여성장애우 명단을 장애우복지관이나 종합사회복지관의 여성장애우 명단, 그 외 소모임, 여성장애우 공무원 명단, 지역 동사무소에 있는 여성장애우 명단 등을 수집하였다.
처음 기획 단계에서 "가정"이라는 한계를 두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여성장애우 차별문제에 접근하려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으나 우리 빗장이 수차례의 모임 속에서 가사노동, 폭력, 임신·출산 등의 소주제를 정하는 과정에서 가정 내 여성장애우 차별이 상당히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데 동의하고 가정 내 여성장애우 문제를 파악하고 그에 관한 대안 마련을 목적으로 조사사업을 했다.
욕심을 낸 탓인지 문항이 너무 많고, 세분화되어 가정 내 여성장애우 차별 양상에 관해 더 많고 깊은, 그리고 숨겨진 문제들을 끌어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 우리 빗장은 이 문제들을 좀 더 세분화하여 가정 내 여성장애우 차별에 관한 내용을 찾기 위한 분야별 조사와 연구를 계속할 것을 밝힌다.

 

혈육공동체인 가정에서조차 차별 대상
이 설문에 응한 여성장애우 가운데 93명(51.7%)이 1, 2급으로 몸이 많이 불편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신변처리를 전혀 하지 못하는 여성장애우가 1.5%에 불과하고 도움을 받아 가정 내 신변처리를 해결하는 사람이 40%, 그리고 혼자서 독립적으로 신변처리를 하고 있는 사람이 57.6%나 됐다. 그런데 56.1%의 여성장애우는 장애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든 가사노동을 혼자서 도맡아서 처리하고 있었으며, 반면 아예 가사노동에 접근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경우(10.6%)도 있었다.
또한 가사노동이나 본인이 움직이는 데 있어 가족의 배려나 보조 역시 28.9%만이 잘 알고 도와줄 뿐 나머지는 요구할 때만 도와주거나(48.0%) 전혀 도와주지 않는 경우(23.1%)도 많았다.
설문에 응한 사람 중 집안의 대소사에 참여하는 경우가 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끔 참석하거나 아예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69%나 되는데, 가족의 대소사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가 스스로 만나기 싫어서(39.5%), 본인도 그렇지만 가족도 원하지 않아서(11.8%), 그리고 가족들이 여성장애우의 참석을 원하지 않아(48.7%) 참석을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1> 대소사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

구분

기혼

미혼

총백

분율

응답수

백분율

응답수

백분율

스스로 만나기 싫다

11

52.4

19

34.5

39.5

본인도 그렇지만 가족도 원하지 않는다

4

19.0

5

9.1

11.8

가족들이 참석을 원하지 않는다

6

28.6

31

56.4

48.7

21

100

56

100

100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아무래도 가정 내 폭력이다.
가정 내 차별문제라는 주제를 정하고 우리 빗장에서 이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할 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여성장애우가 가정 내 폭력을 당한다는 공공연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지만 사실 가정 내 폭력에 대한 내용을 조사하고 낮지 않은 비율을 예측하는 일은 서글픔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그러나 폭력의 양상은 구타, 무시, 감금, 언어폭력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으며 실제로 설문에 응답한 사람 중 가정 내 폭력을 당하는 사람도 많은 수를 차지했다.

 

67% 가정 내 폭력 경험
응답자 중 가정 내 폭력을 당한 사람이 기혼의 경우 71%, 미혼의 경우 63%로 우려대로 그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결혼한 여성장애우의 경우 43%나 되는 응답자가 남편으로부터 구타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남편의 외도나 도박 등으로 말다툼을 할 때 오히려 남편이 마구 때리고 무시하는 등의 형태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표2> 가족별 폭력 현황

구분

기혼

미혼

응답

빈도

응답

빈도

아버지폭력

7

7.5

15

11.8

어머니폭력

15

16.1

44

34.6

형제폭력

18

19.4

51

40.2

남편폭력

40

43.0

0

0

친척의폭력

5

5.4

5

3.9

기타의폭력

8

8.6

12

9.5

93

100

127

100


※가족별 폭력을 당했던 것을 응답한 수치이기 때문에 설문 응답자보다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음.

이 설문에 응답한 여성장애우들은 결혼 이전에도 아버지, 어머니, 형제, 친척들의 폭력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으며, 폭력의 주기도 매일, 혹은 주, 월 등 주기적으로 나타난다고 답변했다.
폭력의 원인으로는 습관성 폭력 자나 부부싸움, 형제간 불화 등 가정 내 불화가 절대적인 이유를 차지하는데, 이때 쉽게 이동을 하지 못하는 여성장애우의 대부분이 피하지도 못한 채 그대로 폭력에 노출되어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그런데 그 중 78.1%가 또다시 폭력의 대상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과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참아내고 있었다.

 

여성장애우 육아문제 심각
여성장애우가 결혼을 결심할 때 시댁과의 마찰(28.8%)이나 시댁식구들과의 관계에 대해 걱정(11.9%)하고 있고, 임신·출산에 대한 부담(27.1%)과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10.2%) 때문에 갈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결혼을 결심할 때 걱정했던 일이 결혼 후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다. 시댁(부모와 형제, 친척 등) 측의 반대로 결혼을 못할 뻔 한 경우가 90%를 웃돌았으며, 이에 대한 결과로 친정에서 반대하는 바람에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동거에 들어간 경우가 63.5로 상당히 높은 비율을 보였다.

<표3> 미혼 여성의 결혼관

구분

응답자수

백분율

결혼하겠다

64

59.3

결혼하지않겠다

44

40.7

108

100

 

결혼은 아직까지 대다수 미혼 여성들에게 설렘으로 다가오는 삶의 전환점이다. 그러나 이들 미혼 여성장애우의 경우 40.7%가 결혼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시댁측 부모나 형제와의 관계(48%), 임신·출산에 대한 부담(28.9%), 가사노동에 대한 부담(9.9%) 때문이다. 5명의 뇌성마비 혹은 손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들은 육아문제에 대한 두려움이 결혼 결심을 가장 못하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또 알게 모르게 여성장애우들은 결혼과 출산을 앞두고 장애가 유전되지 않을까 하는 주위의 우려 섞인 눈길을 받게 된다. 그러나 설문에 참가한 여성장애우 중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사람은 단 세 사람이었는데, 이중 1명이 유전이며, 부모 부주의로 인한 것이 2명이었다. 따라서 그와 같은 편견은 그야말로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기혼 여성장애우 중 자녀양육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이 68.2%로 나타났는데, 대체적으로 탁아나 보육시설이 아닌 친정부모와 친구들에 의해 도움을 받고 있어 이와 관련한 지원서비스가 절실함을 드러내준다.
여성장애우들은 아이를 기르면서 함께 놀아주기(62.8%), 우유 먹이기, 잠재우기, 목욕시키기 등에 대한 부분에서도 사실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적지 않은 여성장애우들이 아이가 아팠을 때 업어주기도 못하고 병원에 가지 못하고 우는 아이를 바라봐야 했을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고 털어놓았다.

 

소득보장이 관건
여성장애우의 분만형태는 대체적으로 자연분만과 수술을 통한 출산을 했는데 수술을 하게 된 배경은 주로 담당의사의 권유(76.0%)와 가족의 권유(8.0%)에 따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성장애우는 여성장애우가 임신했을 때 의사들이 여성장애우 임신과 관련하여 자연분만이 경우에 따라 가능함에도 잘못된 상식으로 수술을 권유함으로써 여성장애우가 수술로 출산한 후 몸이 더욱 나빠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혼 여성장애우 69명 중 10명이 이혼을 했는데 이혼시 만족스런 위자료를 받은 경우는 단 한 사람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뿐만 아니라 이혼한 여성장애우 모두는 자녀와 함께 사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양육비를 전혀 받지 않고 있었다.
현재 이혼을 했거나 사별한 여성장애우 가족의 생계문제는 생활보호대상자로서 정부의 지원(20%)을 받거나 친인척의 도움(25%)보다 스스로(50%) 해결하고 있어 결혼 이후 세대주로서 자녀양육을 포함한 경제적인 빈곤(42.9%)에 크나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설문조사 결과를 놓고 볼 때 혈육공동체인 가정 내조차 차별받는 이유가 여성장애우의 소득보장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집계됐다.
말하자면 인간 존엄성에 대한 가치철학의 제고 등 인식이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여성장애우의 경제적 자립 없이는 앞으로도 여성장애우에 대한 차별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장애우 차별은 가정 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회 전반에 걸쳐 깊게 심화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여성장애우의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하여
결국 여성장애우가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작게는 가정 내에서 주체적이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특별대책"이 수립돼야 하는데, 첫째는 주체적이고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자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구체적 계획이 있는 "경제적인 자립을 위한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
둘째 여성장애우에게 일정한 소득이 주어지면 원활한 사회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지금보다 확대된 소득보장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말하자면 여성장애우는 임신·출산·육아 등을 포함하여 사회적으로 약자의 위치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확대된 소득보장 정책"이 마련돼야 하는 것이다. 셋째 가정 내 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돼야 하고 보다 실효성 있게 운영돼야 한다. 넷째 현재 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장애우복지기본법에 여성장애우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는 문항이 삽입돼야 한다. 다섯째 정무 제2부서에서 여성장애우의 사회활동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끝으로 여성장애우에 대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는 여성장애우 문제를 알리고 해결 대안을 찾기 위한 여성장애우 스스로의 주체적 권리 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장애우계와 여성계, 그리고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멀고도 험난한 길이기도 하다.

 

글/박옥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연구원)

 

 

작성자박옥순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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