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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특집 3]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

본문

[특집]

 

여성장애우들 빗장을 열어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


여성장애우 문제는 그동안 사회적 관심의 사각 지대였다.
여성장애우운동이 성공하려면 장애우운동과 여성운동과의 굳건한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장애우운동 내에서도 부차적 위치에 있는 여성장애우의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여야 한다.

 

1. 머리말

여성장애우 문제는 그동안 사회적 관심의 사각 지대였다. 여성운동은 지난 20여 년 동안 괄목할 만한 역량의 성장을 보였지만, 여성장애우의 문제는 여성운동의 이슈가 아니었다. 또한 장애우운동도 그동안 많은 발전을 이루었고, 특히 근년에 급성장을 했으나 그 수혜는 대부분 남성장애우였고 여성장애우는 장애우운동에서도 주변부에 머물러 있었다.
가정 내에서 여성장애우들이 당하는 차별은 여성으로서 당하는 차별에 덧붙여 장애우에 대한 차별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활발한 여성운동의 결과로, 또 변화되고 있는 사회의식의 결과로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여성에 대한 차별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애우에 대한 인식의 변화만큼 여성장애우에 대한 차별도 개선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글에서는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가정 안에서 차별을 당하는 원인과 그 문제점 및 대안을 모색해보기로 하겠다. 여성장애우의 문제를 여성에게만 국한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Ⅱ. 한국 가정 안에서 여성차별의 문제와 그 원인

1. 가정 내 여성차별의 형태

가정 내에서의 여성차별은 자녀양육 과정, 또는 사회화 과정에서 아들에 비해 딸을 차별하여 키우는 문제와, 부부사이에 남편에 비해 아내가 가정 내에서의 지위가 낮은 문제로 구분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내려온 유교에 기반한 남존여비사상의 결과지만 이는 또한 경제적 근거, 즉 물적 토대에 기초하고 있다.

1)여아낙태
통계청이 94년에 조사한 바로는 임신한 태아의 성이 여자라는 이유로 우리나라 산부인과에서 낙태되는 태아가 매년 2만9천여 명씩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 숫자는 임신되는 여아의 8.9%가 세상을 보지 못하고 살해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94년 말 현재 우리나라의 출생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15.5명으로 자연적 출생성비 100명 대 106명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검찰을 통해 임신부로부터 돈을 받고 태아의 성감별을 해준 산부인과 의사와 조산사를 구속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이 문제를 보는 정부나 언론의 시각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여성의 인권의 문제로 보기보다는 결과적으로 초래되는 성비 불균형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다. 즉 윤리적 차원의 문제 및 사회불안요소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성감별 후의 여아낙태는 여성인권에 대한 원초적 침해이다.

2)사회화 과정에서의 차별
낙태는 되지 않고 태어난 여자아이는 가정에서 양육되는 동안 다양한 형태의 제약을 경험하게 된다. 대개 이미 아들이 있는 가정에 태어난 딸은 괜찮지만, 딸이 이미 있거나 많은 가정에 태어나는 딸은 환영을 받지 못한다.
딸에 대한 차별은 무엇보다도 행동 하나하나, 또는 행동반경에 대한 제약이다. 물론 아들도 "남자답게" 행동하고 처신하기를 요구받지만, 여성에게 요구되는 여자다움이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고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 면이 다 많다면, 남자다움의 발산은 지도력과 진취성을 키우는 것과 연결이 된다. 이 과정을 통해서 여자는 사회에서 원하는 형태의 사람으로 "만들어진다."

3)가정 내 여성의 지위
한국 가정 안에서의 여성의 지위는 점차 향상되고 있고 부부간의 관계는 보다 민주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추세이다(함인희, 1993). 그러나 아직도 전반적으로 가정 내의 의사결정은 남성 주도적이다. 한국여성개발원의 조사(1992)에 의하면 부부간에 의견충돌이 있을 때 "아내가 항상 남편의 의견을 따르든지(9.6%)" 또는 "아내가 대체로 남편의 의견을 따른다(64.5%)."

4)폭력의 문제
가정 내에서 여성은 각종 폭력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 여자어린이에 대한 가족 및 친족의 성추행 및 성폭행, 아내에 대한 구타는 근년 들어서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밝혀지고 있다. 성폭력 상담건수의 약 30%정도가 어린이에 대한 성폭력인데, 친부 또는 계부, 친족, 동네 오빠나 아저씨 등에 의한 성폭력이다. 또 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로는 45.8%의 여성이 결혼생활 중에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중 심한 폭력의 경험은 9.1%나 되었다.
상담기관을 찾는 여성의 30% 정도는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해야 할 정도의 신체적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폭력남편의 60% 정도가 자녀들도 같이 구타하며, 이들 자신이 대부분 폭력가정 출신으로, 폭력의 대물림 현상을 보여준다.
폭력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욕구를 만족시키거나 우월적 위치를 유지하기 위한 강제적 통제의 방편이다. 강간은 사회적으로 남성이 여성을 통제하기 위한 기제로 사용되고, 아내에 대한 구타도 "맞을 짓을 해서 맞는 것"이 아니라 남편에 대한 불순종이나 남편의 열등감이 그 이유가 되고 있다.

 

2. 여성차별의 원인

1)부계적 가족제도
한국의 가족은 부모가 노후를 아들, 특히 장남에게 의존해 왔으며, 조상을 모시는 봉제사도 부계로 행해진다. 부모봉양과 제사를 모시는 일이 아들의 의무로 되어 있을 때, 딸은 출가외인이 된다. 딸이 결혼하더라도 친정부모에 대해 아들과 마찬가지의 관심과 보살핌을 보일 때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2)남녀 간의 성별분업
우리 사회에는 여자의 본분은 집안 살림과 자녀양육이고, 정치, 경제 등 사회활동은 남자의 몫이라고 하는 성별에 따른 역할이 규정되어 있다. 전업주부가 행하는 가사노동과 자녀양육이 우리 사회의 재생산에 필수 불가결한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취업기혼여성의 경우도 가사와 자녀양육은 대부분 여성의 일로 남게 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전히 가계보조자로 인식되어 남성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고 고용상의 여러 가지 불평등을 당하게 된다.
또한 노동시장에도 성별에 따른 직종분리현상이 존재해 여성이 집중되어 있는 여성 직업, 남성들이 몰려있는 남성 직종으로 분리되어 있다. 여성 직종은 전통적으로 여성의 일로 되어온 가사와 자녀양육의 연장으로서의 직종임은 물론이다.
성별분업은 남녀 간의 신체적, 생리적 차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현대와 같이 과학기술이 발달한 시기에는 신체적 차이라는 것이 그다지 큰 영향을 발휘하지 못한다. 남성들이 생계부양의 책임자로 인식되는 한 노동시장은 남성위주로 남아있게 된다. 가족의 생계부양과 가사, 자녀양육 모두가 부부의 공동책임이 되어야 한다.

 

3. 대안

1. 여성의 자의식 확립

가정 내에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된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그 원인을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자신의 의식이 변화되지 않으면 안 된다.
1960년대 여성운동의 제2의 물결이 미국을 휩쓸었을 때 전국적으로 의식화작업(C-R)을 위한 소집단 모임이 만개하였다.
먼저 문제의식을 느낀 여성들이 다른 여성들과 함께 모임을 시작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 성장과정의 이야기, 자신이 느낀 소외감, 하고 싶은 일, 독서모임, 함께 비디오보기 등 다양한 형태의  모임을 통해 의식을 발달시킬 수 있다.

2. 성별분업구조의 타파

가사와 생계,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라는 남녀 간의 이분업적 분업구조를 타파하여 남성도 가사에 참여하고 여성도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이 취업을 통해 경제력을 확보해야 하며, 또한 남성들에게도 가사와 자녀양육 책임의 분담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노동시장에 존재하는 성별 직종분리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들이 과거 전통적으로 남성의 직업으로 여겨져 왔던 분야에 진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또 여성 직종에도 남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3. 부계제에서 양계제로

1989년에 개정된 가족법은 과거의 여성차별적인 면을 많이 개선하여 자녀에 대한 부모의 동등한 친권 규정, 자녀의 동등한 상속권, 친가와 외가의 동등한 친족규정, 주부의 가사노동에 대한 부분적인 가치인정 등을 포함하고 있다. 친가위주의 부계제에서 친가와 외가 모두를 동등하게 (권리와 의무 양면에서) 대우하는 가족관계가 수립될 때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어질 수 있다.

 

4. 맺는 말

여성장애우운동이 성공하려면 장애우운동과 여성운동과의 굳건한 연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장애우운동 내에서도 부차적 위치에 있는 여성장애우의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구하여야 한다. 그러나 남녀가 같이 있는 조직에서 여성들의 문제를 제기할 때에는 남성들로부터 분열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위험성도 있다. 즉 여성장애우들의 문제를 제기할 때 장애우 전체에 대한 복지예산의 증액이 우선이지 여성장애우의 문제를 제기할 때가 아니라든지, 남성장애우들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 판에 여성장애우의 취업문제는 거론하지 말라든지 하는 반응에 접할 수도 있다.
과거 노동단체나 농민단체들도 마찬가지로 여성들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은 여성노동자단체, 여성농민단체를 별도로 분리하여 결성하였다. 운동단체가 갖는 성차별의 문제도 우리가 해결해야할 부분이다. 그러나 남성들의 이해와 협조를 얻어낼 수 있도록 신중한 자세로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운동에 대한 요구도 적극적으로 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1995년 북경에서 있었던 세계여성회의에 비록 1명에 불과하였지만 여성장애우가 참석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 후 금년 8월에 한국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여성포럼에는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여성장애우와 봉사자들이 30여 명 참여하여 여성장애우들의 존재를 다른 비장애우여성들에게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또한 포럼 참가자들에게 여성장애우들의 입장을 발표하여 여성장애우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고 연대를 요청하였다.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각 분야의 장애우단체의 활동, 여성단체 활동에 여성장애우들이 참여하여 문제를 알리고 권리를 주장하고 요구하는 것이 일차적으로 필요한 일이라고 하겠다.

 

글/신혜수(한일신학대학고 사회복지학부 교수, 한국여성의 전화 회장)

작성자신혜수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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