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행] 국가주도형으로 이뤄지는 장애우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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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기행]
국가 주도형으로 이뤄지는 장애우 복지
중국과 우리와의 장애우 복지 상황을 단편적인 비교를 통해서 평가하는 것에는 약간의 무리가 따르지만, 전반적으로 중국의 장애우복지가 우리보다 낙후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것은 장애우 복지를 비롯한 사회복지분야가 그 나라의 경제력과 생활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잔질인연합회가 장애우 복지 주관
한국의 장애우복지에 종사하는 실무진들로 구성된 10명의 한북방문단의 일원으로 지난달 1일부터 6일까지 중국의 북경과 천진시 일원의 장애우계를 부분적으로나마 둘러볼 수 있는 기호를 갖게 되었다.
북경의 거리는 자전거와 우마차, 그리고 고급승용차들이 뒤섞여 거리를 가득 메우고 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의 전통 가옥들이 초라하게 늘어서 있는 사이로 불쑥 불쑥 솟아오른 회색빛 고층건물이 들어서 있는 북경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받아들이면서 급격한 도시화의 길을 걷고 있는 중국의 현주소를 보는 듯 했다.
마치 구호물자에 의존하던 한국이 1백억 불 수출의 구호아래 근대화를 부르짖으며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던 70년대 서울의 모습과도 흡사했다. 중국의 장애우복지도 이러한 경제수준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이 한국대표단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많은 수의 장애우는 아직도 기본적인 의, 식, 주 해결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중국잔질인연합회에 따르면 96년의 행동계획에 중증장애우의 고용확대를 중점목표로 설정하여 추진해 왔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정부에서는 노동력과 경제력이 없거나 연고가 없는 중증장애우에게 중국의 최저생계비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급하고, 정부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장애우들은 잔질인연합회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거리에서 만난 한 장애우는 고물상에서 이것저것 필요한 부품을 주워서 휠체어 기능과 자전거의 기능을 합해서 만든 것 같은 바퀴가 셋 달린 자전거를 이동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한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자전거의 방향을 조정하고, 또 한손으로는 자전거의 페달을 돌려야 앞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매우 낡고 볼품이 없어 보였지만 이것을 만들기 위해 상당한 연구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중국과 우리와의 장애우 복지 상황을 단편적인 비교를 통해서 평가하는 것에는 약간의 무리가 따르지만, 전반적으로 중국의 장애우복지가 우리보다 낙후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것은 장애우 복지를 비롯한 사회복지분야가 그 나라의 경제력과 생활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그런 가운데서도 중국이 앞으로의 장애우복지에 있어서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눈에 띠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이번 중국방문을 통해 중국잔질인연합회(CDPF; China Disabled Persons Federation, 주석 등부방)의 활동상을 간접적으로 보았기 때문이다.(중국에서는 장애우를 "질환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에서 "잔질인"이라고 한다.)
중국의 장애우복지는 정부 주무부처와 이 잔질인연합회를 중심으로 장애우와 관련된 모든 제도와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애우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추진하는데 있어 장애인 교육, 고용, 문화 활동, 스포츠 활동 등을 지원하고, 정부를 도와 장애우복지 사업을 기획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총괄하는 것이 연합회에서 하는 일이다.
잔질인연합회는 88년 3월에 설립하여 중국의 장애우 문제의 전반을 다루고 있는 유일한 기구이며, 장애우 통합기구이자 준행정부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조직이다. 또한 중국의 최고 실력자인 등소평의 장남인 등부방(54, 지체장애)이 주석으로 앉아 있어 막강한 무게가 실려 있기도 하다.
등부방은 60년대 말 문화혁명때 흉위 병들에 의해 건물에서 내던져져 척수에 손상을 입어 장애우가 되었으며, 등소평이 복권되면서 중국혁명 1세대의 자녀들이 주축을 이룬 "태자당"의 리더로 떠오라 중국에서는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무고용율 1.2%
한 마디로 중국은 국가주도형 복지형태를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에는 우리처럼 장애우와 관련된 각종 민간단체의 활동이나 자원 활동이라는 게 없다.
그래서 민간단첸 자원 활동에 대한 중국 관계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번 한국대표단의 방문도 한국장애인연맹(DPIK; Disabled Peoples International Korea. 회장 송영욱)과 전 잔질인연합회가 92년에 양국의 지속적인 교류와 지역협력을 위해 매년 양국을 번갈아 방문하면서 정보교환과 기술협력을 하기로 한 상호의향서를 교환한데서 이루어졌다.
중국은 90년대에 들어오면서 장애우 관련 각종 국제회의나 교류에 참석하면서 장애인복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중장애인교류사업도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에서 보아야 할 것 같다.
중국은 94년부터 장애인고용촉진법을 실시하기 시작해 올해로 시행 2년을 맞고 있지만, 장애인 의무고용율이 1.2%에 이르는 매우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와 몇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상시 근로자수와 관계없이 1.5%를 의무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과 고용촉진법 적용이 중국 전역에 걸쳐 실시되는 것이 아니라, 북경을 비롯한 5개 시도를 중심으로 한정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대표단이 중국방문기간을 통해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은 과연 중국의 장애 인구는 어느정도일까 하는 것이었다. 중국 정부가 전국에 걸쳐 87년에 조사한 장애인구 현황에 의하면 현재 중국의 전체 인구는 약 12억에 육박하고 있고, 이 가운데 약 5%인 6천만 명이 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의 장애우는 남한 전체 인구의 1.5배를 밑도는 엄청난 숫자다.
이를 장애유형별로 보면 청각, 언어장애우가 1,770만 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정신지체 1,017만 명, 지체장애 755만 명, 시각장애 755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고, 673만 명에 이르는 장애인이 중복장애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체장애우보다 청각장애우의 수가 2배 이상 많은 것에 방문단 모두가 의아해 했으나, 중국 관계자에 따르면 선진 열강들이 제조한 약물(항생제류)을 임상실험 차원에서 중국인들에게 대량으로 살포한 것이 원인이 되어 청각장애우의 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처음에 이 엄청난 통계를 대하면서 놀라서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놀랍다기 보다는 오히려 무섭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번에 중국의 여러 시설을 돌아보는 가운데 가장 활발한 의견교환이 있었던 곳이 북경안마병원이었다.
이곳은 주로 시각장애인에게 직업재활의 하나로 안마와 침술 교육을 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가운데 비장애인도 절반가량 차지할 만큼 유망한 업종으로 각광을 받고 있었다. 적어도 중국에서는 안마와 침술이 대중적이 의료행위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었고, 시각장애우의 중요한 사회재활수단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안마병원의 교육과정도 기초학력과 수업연한에 따라 진료할 수 있는 내용이 달라질 만큼 매우 체계적이고 세분화된 양성제도를 갖추고 있고, 중국 전역에는 전문적인 안마학교가 5개, 직업학교는 20여개에 이룬다.
성장 잠재력 있는 중국의 장애우 복지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중국의 각종 언론매체들이 잔질인연합회와 함께 중국장애인사업신문추진위원회 라는 조직을 결성하여 장애우에 관한 다양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조직은 중국이 36개 성에 1개씩 설치되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고, 잔질인연합회는 고정적인 장애우란을 할당받아 지속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잔질인연합회 산하에는 자체적인 방송제작 체계를 갖추고 장애관련 드라마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여 보급하고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중국은 장애우복지에 국가적인 차원의 노력이 돋보인다고 하겠다. 중국은 이미 93년에 66개 중앙부처 중 33개 부처의 차관급과 잔질인연합회 주석으로 구성된 국가조정위원회를 조직하여 장애우대표가 장애우 정책에 깊숙이 개입하여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위원회의 위원장은 국무위원급(우리의 장관급)이고 차관급 6명이 부위원장으로 있고, 사무총장을 잔질인연합회 주석이 맡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국무위원급이나 차관급은 당정업무에 있어 막강한 힘을 지닌 사람들인 걸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지난 5월말에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장애우복지대책위원회를 뒤늦게 구성하고, 장애우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장애우고용과를 국장급 수준의 심의관으로 격상시킨 위와는 매우 대조적이었다.
5박 6일의 짧은 일정으로 중국의 장애우계를 돌아보고 "중국의 장애우 복지의 실상은 이렇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장애우 문제의 본질은 국경과 이념을 초월한다는 것과 중국이 장애우 복지에 있어서 무서운 잠재력을 갖고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로 인한 차별과 불이익은 한, 중 양국 모두에 존재하고 있었다.
글 / 조희도(장애인복지신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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