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육사에게 희생만을 강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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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현재 장애우 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60개의 장애우 수용시설이 있다. 그리고 160개의 수용시설에는 13,936명의 장애우가 수용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 장애우를 돌보는 보육사는 대략 1,500여명
그들은 누구인가. 갈 곳 없어 시설에 수용된 장애우들이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으려면 먼저 그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보육사들이 보람과 긍지를 가지며 일 할 수 있는 근무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보육사들이 전혀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보육사들은 희생과 봉사만을 강요당한 채 열악한 근무환경에 방치돼 있다. 인권이 없는 보육사들, 그들의 실태와 해결방안을 짚어 보았다.
"집에서 출퇴근하고 싶다"
지난 5월 11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임마누엘 재활원(원장 김경식)에서는 보육사 근무조건과 관련해 상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이 재활원 보육사 조항주씨가 재활원측에 출퇴근 근무를 요구했다가 해고당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임마누엘 재활원 측에서는 "조항주 씨를 해고한 게 아니라 조 씨가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출퇴근 근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사실상 조씨는 해고당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보육사가 시설에서 해고당했다. 그런데 시설이 하나의 직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한다면 보육사가 시설에서 해고되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종사자가 어떤 요구를 했는데 고용주가 그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 당연히 해고할 수 있다. 물론 해고 사유의 정당성 여부는 추후 법적으로 가려져야 하겠으나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조항주 씨가 재활원에서 해고당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찬찬히 살펴보면 문제는 달라진다. 조항주 씨가 재활원측에 요구한 것은 다른 게 아닌 출퇴근 근무였다. 근로자가 직장에 출퇴근 근무를 요청했다. 이게 무리한 요구인가? 상식적으로 따져보아도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요하지만 조항주 씨가 요구한 것은 현행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8시간 근무가 아니었다. 8시간 근무가 이뤄지려면 3교대가 이뤄져야 하는데, 조 씨는 거기까지는 바라지 않고, 스스로 양보해 4시간이나 더 많은 12시간의 초과 근무를 하겠다고 요청한 것이다. 그렇다고 조 씨가 초과 근무에 대한 시간의 수당을 요구한 것도 아니었다. 조 씨는 다만 집에서 직장에 다니겠다는 소박한 바람을 피력했던 것이다.
그런데 조 씨의 소박한 바람을 시설 측에 의해 거부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거부될 수밖에 없었다고, 그게 당연한 귀결이라고 말 할 수밖에 없는 것은, 현재 수용시설이 처해 있는 여건이 조 씨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취약하기 때문이다. 조 씨가 밀려난 임마누엘 재활원만 봐도 60여명의 원생들이 수용돼 있는데 이들을 6명의 보육사들이 돌보고 있다. 조항주 씨가 요구한 출퇴근 근무가 이뤄지려면 최소한 12명의 보육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상적인 근무시간인 8시간 근무가 이뤄지려면 18명의 보육사가 있어야 한다. 이게 당연한데도 시설 입장에서는 보육사 인원을 늘릴 수 없다. 왜냐하면 정부가 늘어난 보육사 인건비를 대주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비영리 복지법인인 시설은 정부 지원금과 후원금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다. 이중에서 후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고, 거의 전반적으로 정부 지원금에 의존해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말하자면 칼자루는 정부가 쥐고 있는 셈인데 정부는 보육사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관심이 없다. 이게 조항주 씨의 소박한 바람이 좌절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24시간 근무로 시드는 보육사들
1996년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사업지침 보조원(정부는 보육사를 이렇게 부른다) 규정에 따르면 정부는 성인(18세 이상)시설은 수용자 20인당 1인, 성인 중 정신지체, 시각장애우 시설은 수용자 10명당 1인, 아동 시설은 수용자 8인당 1인, 중증장애우 및 영아 시설은 수용자 5인당 1인의 보육사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이 지침은 시설에 배정되는 보육사 숫자만 언급하고 있을 뿐이지 보육사의 근무조건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보육사 근무조건 문제는 시설이 알아서 할 문제지 정부가 책임질 사안은 아니다 라는 것을 분명하게 천명하는 정부의 방침으로 읽혀진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렇게 모르겠다고 일관하고, 시설은 재정 형편상 보육사를 늘릴 수 없고, 그러면 보육사들의 처우 개선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질문은 이렇게 던졌지만 보육사들의 근무조건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데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 비록 민간이 세워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이지만 정부가 전적으로 재정지원을 하고, 정부 방침에 운영되는 곳이 또한 시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보육사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 정부의 외면 속에서 보육사들 또한 시설 수용 장애우들과 마찬가지로 방치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보육사들이 법과 인권이 무시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95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장애우 시설종사자 중 76.5%가 여성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시설 종사자의 50%가 넘는 인원이 보육사이며 연령별로는 30세 미만의 보육사가 50%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데, 그들 대부분은 미혼이다. 보육사들의 근무조건을 보면 3교대 8시간 근무를 하는 시설은 단 한군데도 없고, 격일제 근무를 하는 곳이 몇 군데 있을 뿐 보육사들 대다수가 주 6일 24시간 종일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을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힘든 근무조건에 놓여 있으면서도 보육사들이 받는 월급은 형편없다. 96년 현재 보육사 임금 표를 보면 1호봉을 기준으로 본봉이 42만 9천원이다. 1년에 상여금 400%가 지급되며 여기에다가 간호수당 3만원, 종사자 가계 보조비 2만원, 종사자 급식비 1일 2,500원, 보육사가 부양할 가족이 이을 경우 4인 한도 내에서 1인당 15,000원의 가족수당이 각각 지급된다. 본봉 수당 다 합쳐서 평균 60만원 안팎의 월급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월급도 올해 평균적으로 20% 임금이 인상이 됐기 때문에 가능해 진 금액이다.
임금이 작으면 근무조건이라도 쾌적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말 그대로 원칙일 뿐 대다수 보육사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시설문제 전문가들은 보육사들이 처해 있는 현실을 담당할 수용자가 많고, 저임금, 장시간 근로시간, 무복지로 규정짓는다. 이런 열악한 근무조건으로 말미암아 근속년수가 짧고, 보육사들의 이직률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중에서 무엇보다 24시간 종일 근무 체제는 보육사들의 인간적인 삶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24시간 종일 근무가 미치는 폐해는 우선 많은 보육사들을 의욕 저하에 시달리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보육사들의 역할이 단순히 장애우들을 돌보는 일에 그치지 않고, 수용된 장애우들의 다양한 능력을 개발시켜 궁극적으로는 장애우들이 시설에서 일생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복귀해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면 보육사들의 의욕 저하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장애우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으려면 먼저 장애우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보육사들이 폭넓은 사회활동을 통해 프로그램을 습득해서 장애우들에게 접목시켜야 한다. 하지만 시설 현실은 보육사들이 원생들을 씻기고, 밥 먹여주고, 중증장애우 시설은 장애우들이 딴 짓 못하게 감시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런 문제와 연계돼서 또 하나 24시간 근무가 가져온 폐해는 보육사들의 사회성 상실이다. 24시간 시설에서만 갇혀 생활하다 보니 보육사들은 사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 현실을 한 보육사는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사회성이라는 게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져 지는데 시설이 외진데 있고, 24시간 시설에서만 지내다 보면 만나는 사람들이 전부 시설 안에 있는 사람들뿐이죠. 그렇다고, 쉬는 날 이래 봤자 몸이 피곤하니까 시설안에서 잠만 자는 사람들이 보육사들이 태반이예요. 맘먹고 외출해 봤자 연속되는 사회생활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사회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시설을 그만둔 보육사는 사회생활에 적응하기위해 한동안 애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 이 보육사의 설명이다.
근로기준법 정면으로 위반
보육사들의 24시간 근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비단 보육사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24시간 근무가 가지고 있는 문제는 밖으로 훨씬 더 심각한 양상을 띤 채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그 문제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이 근무 체재가 현행 근로 기준법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근로기준법을 들춰보면서 보육사들의 근무조건을 대비시켜 보면 아래와 같다.
먼저 근로기준법 42조 1항에 명시된 근로시간을 보면 "근로시간은 휴게 시간을 제하고 1일 8시간, 주 44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다만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 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이 조항을 보육사들의 24시간 근무에 적용해 보면 보육사들이 과중한 근로에 시달리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또한 이 법 46조 "시간이 야간 및 휴일 근로" 부분에 따르면 연장 근로에 대해서는 임금을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서 지급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보육사들은 시간외 근로는 물론 휴일 및 야간 근로수당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그밖에도 이 법 47조 월차 유급휴가 부분과 59조 생리휴가 부분, "사용자는 1월에 대하여 1일의 유급휴가와 유급 생리휴가를 주어야만 한다."(대다수 보육사들에겐 유급 휴가와 생리휴가가 없다.)
이 법 56조 야업금지 부분 "여자와 18세 미만자는 하오 10시부터 상오 6시까지의 사이에 근로시키지 못하며 또 휴일 근로에 종사시키지 못한다. 다만, 근로자의 동의와 노동부장관의 인가를 얻은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보육사들은 24시간 근무가 원칙이다. 따라서 이 법이 금지한 야간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며 휴일근무도 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다만 근로자의 동의가 있으면 야간 및 휴일 근무가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보육사들은 시설에 들어갈 때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다. 따라서 연장근무에 대한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았을 리 없다. 참고로 이 법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49조를 보면 시간외 근무 금지가 적용 안 되는 근로자가 있는데 농림과 축산 수산업 종사자와 감시 또는 단속적 근로에 종사하는 근로자다.
어떤 사람은 보육사의 24시간 근무가 근로시간 중 대기시간이 길고 실제 작업 시간이 적은 근로자를 지칭하는 단속적 근로자에 해당된다고 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 법 시행령에서 명시하고 있는 단속적 근로자는 철도 횡단로 당번, 학교사환, 사고발생대기 수리공, 고급승용차 운전기사 등이다. 어디에도 보육사를 이 범주의 근로자로 보는 규정은 없다.
이 조항과 관련해 노동부에 문의한 결과 노동부 담당자도 단속적 근무자는 24시간 근무하고 다음날 교대한다며 보육사의 근무조건상 단속적 근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확인해줬다.)
또한 이 법 57조 시간외 근무 부분 "사용자는 18세 이상의 여자에 대하여는 단체협약이 있는 경우라도 1일에 2시간, 1주일에 6시간, 1년에 15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외의 근로를 시키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대부분의 시설 보육사는 18세 이상의 여성이다. 따라서 보육사들의 24시간 근무는 분명히 이 법에 저촉된다.)
대략 살펴본 것처럼 보육사의 24시간 근무는 명백하게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 정부 방침대로 운영되고 있는 시설에서 법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이 아이러니한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노동인권상담소 이용호 씨에 따르면 다른 부분은 제쳐두고 근로기준법의 시간외 수당을 적용해 보육사들의 임금을 계산하면 적게 잡아도 보육사 1인당 120만원의 월급을 받아야 적정선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현실은 보육사들이 자신이 일한 대가의 절반에 그치는 임금만을 받고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의 보육사들이 이렇게 열악한 근무조건을 감수하고 있는 반면 가까운 나라 일본의 보육사들은 최소한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 일본은 장애우 복지시설을 양호시설이라고 부르는데 그 곳에 근무하는 보육사들은 8시간씩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명의 장애아를 8명의 보육사가 교대로 돌본다. 시설문제연구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시설은 주 40시간 근무가 원칙이며 초과 근무를 하면 추가로 임금을 받는다. 연간 유급휴가는 6일에서 20일이며, 여름휴가 3˜5일, 겨울 휴가 약 5일, 등이 보편적이다. 생리휴가는 무조건 나오거나 휴가를 가지 않으면 임금으로 계산돼 나온다고 한다.
이런 일본과 우리나라와의 차이는 경제력의 차이가 지적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노동조합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시설 문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에는 오래전부터 시설 종사자 노동조합이 있어서 스스로의 권익을 챙기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개별 시설 노동조합이 몇 곳 있을 뿐 시설연합 보육사 노조는 없다.
보육사는 근로자다
한편 보육사의 열악한 근무조건이 문제가 되면서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그것은 보육사를 근로자로 보느냐,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보느냐는 정의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란이다. 물론 근로기준임에는 법에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한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 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어, 보육사도 임금을 받고 근로를 제공하는 이상근로자로 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래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지 모르지만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우선 보육사가 근로자라는 정의가 확실하게 내려진다면 보육사에게 임금을 주는 주체인 정부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서 보육사들의 근무조건을 개선할 의무가 있다. 만약 정부가 보육사들의 근무조건 개선에 소극적 입장을 취한다면 보육사들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정부를 고발할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정의는 중요하다.
일의 성격상 보육사가 근로자가 아니라면 국가공무원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보육사는 국가공무원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못 박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과 최영식 씨는 "보육사는 국가공무원이 아니고 시설종사자다."라고 말하고 있다. 기자가 "그렇다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자 그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것은 알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노동부는 이런 보건복지부의 입장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기자가전화로 노동부에 "보육사가 근로자이지 아닌지에 대한 정의를 내려달라"고 하자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노동부 담당자는 "그 문제는 보건복지부에서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이 나와야 한다."며 "그렇지만 보육사는 근로기준법에 적용되는 근로자는 아니라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과연 어느 부서 말이 맞는 말일까? 여기서 확실하게 결론을 내려 보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서울 송파구에 있는 임마누엘 재활원 보육사 조항주 씨가 출퇴근 근무를 요구하자 당황한 임마누엘 재활원 측에서는 보건복지부에 "보육사 근무조건이 가숙이 원칙인지 8시간 근무가 원칙인지를 유권 해석해 달라"는 내용의 질의서를 보낸 것이 확인되고 있다. 이 질의는 표면상으로는 근무시간에 관한 질의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사실상 보육사가 근로기준법에 적용되는 근로자인지 아닌지를 유권 해석해 달라는 것과 같은 뜻으로 읽힐 수 있다.
이런 임마누엘 재활원의 질의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애이복지과는 5월 30일자 회신에서 "위 질의는 노동부 소관 법령인 근로기준법 제 42조(근로시간)의 규정에 관한 것으로 우리 부에서 답변 드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므로 소관 부처인 노동부에 적극 협조를 하여 주도록 요청하였으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답변했다.
보육사 근로조건이 노동문제인 만큼 당연히 유권해석은 노동부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6월 중순 마침내 노동부 서울동부지방사무소는 이 문제와 관련, 재활원 측에 회신을 보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보조원이 기숙을 반드시 하여야 하는지에 대하여는 노동관계법상 규정된 바가 없으며, 다만 귀 원의 업무의 특성을 감안하여 당사자 간 근로계약 체결 시 근로조건으로 정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되며, 또한 근로기준법 제 42조에 따라 근로자의 근로시간은 휴게 시간을 제하고 1일 8시간 주 44시간을 초과할 수 없도록 되어 있으며,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해 1주일에 12시간 한도로 동법 제 46조상의 시간외 근로수당을 지급하고 근로를 시킬 수 있음."
노동부의 회신 내용을 살펴보면 분명히 보육사가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근로자임을 명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보육사가 시간외 근무를 한 것에 대해서는 시간외 수당을 청구할 수 있음도 명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회신을 바탕으로 이제 보육사가 근로자이냐 아니냐의 소모성 논의는 종지부를 찍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보육사는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분명한 근로자라는 전제하에 보육사 문제의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자.
시설문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육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비교적 간단하다 . 먼저 국가에서 운영하는 보육사 양성기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보육사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 보육사가 직업을 인정받으려면 근무조건이 개선돼야 하고, 당연히 24시간 근무는 속히 사라져야 한다. 임금도 정부가 할 역할을 보육사들이 대신 맡아하고 있는 만큼 적어도 공무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이런 방안들 외에 보육사들도 희생과 봉사정신에 매몰되기보다는 근로자라는 자각을 하고 자신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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