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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육사의 일기, 직원회의에서 있었던 일

[장애우시설 보육사, 인권이 없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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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 직원회의가 열렸다. 정식 직원회의가 있는 것도 아니니 임시라고 하는 것도 우습지만 어쨌든 방송으로 "임시 직원회의가 있으니 보모들은 속히 사무실로 오시기 바랍니다." 했을 땐 보육사들 모두 일하다 말고 불안한 표정으로 모여들었다.

 원장님, 총무님, 생활지도선생님, 보육사들, 간호사, 식당 아줌마까지 열 명이 넘는 인원이 다 모이자 사무실이 비좁다.

 간단하게 예배를 주도하고 나서 원장님이 직원들의 휴가 문제를 거론하셨다. "어떤 보육사는 몇 달이 지나도록 한 번도 휴가를 나가지 않는데, 어떤 보육사는 너무 자주 나간다."는 말씀이 오늘 직원회의 핵심인 것 같다. 그러나 너무 자주라고 해야 한 달에 한 번 정도이고 대부분은 그것도 눈치 봐서 나가느라 수월하지가 않다.

 자신을 지목해서 한 얘기라고 느낀 박 보육사가 "한 달에 한번 정도는 집에도 다녀오고 볼일도 보고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원장님은 "애를 돌보러 온 사람들이 자기 일만 생각해서야 되겠느냐"고 "하루 이틀씩 보육사가 집을 비우고 나면 애들이 엉망이 되고 관리가 안되는데 그래서야 집 꼴이 되겠느냐"고 언성을 높이시며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가능한 한 휴가는 삼갔으면 좋겠다."고 하신다.

 한동안 아무도 말이 없었다.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다가 아줌마 보육사 한분이 말문을 열었다.
 "우리같이 자식들 데리고 와서 사는 아줌마들이야 여기가 집이거니 하고 지내지만 아가씨들이야 가족들 사는 집에도 다녀와야 되고, 친구들도 만나고 그래야 안 되겠습니까?"

 말이 끝나자마자 원장님은 "보모들이 여기 애들한테는 바로 엄만데, 엄마가 집 비우고 밖에서 잠자고 들어오면 애들은 어찌되며, 보통 가정집에서 엄마가 볼 일이 있다고 한 달에 한 번씩 외박하는 집이 있어요?"라며 호통을 치셨다.

 아이들에게 보육사가 엄마의 역할을 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엄마로서의 생활만 강조되어야 하는 것일까? 시설에서 보육사의 평균수명이 6개월이라고 한다. 10년이 넘도록 곁눈질하지 않고, 이 일을 천직으로 알고 이 생활하는 분들도 있지만, 들어온 지 일주일도 못되어 보따리를 싸는 경우도 있다. 시설을 마치 성역처럼 포장하여 완벽한 모델링이 되라고 강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이기 전에 아이들을 양육하는 보육사로서 자신을 절제하고 60만원이 조금 넘는 보수에 속물적으로 이의를 제기해서도 안 되며 궂은일도 마다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많이 변했다. 시설보육사도 2, 30대 젊은이가 많이 지원하고 있다. 20년이 넘게 이 사회의 보편적인 환경에서 생활해 온 사람들이 갑자기 60년대의 절박한 현실로 되돌아가 모든 것을 감내하는 것이 가능할까?

 40년 가까이 이 생활을 해 오신 원장님으로서는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는 난감한 채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문제의 실마리를 풀어나간 건 생활지도 선생님이었다.

 "새 보모, 전에 있던 원에서는 어떻게 했습니까?" 한순간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나는 되도록 부드럽게 즉각 대답했다. "한 달에 두 번 씩 자기가 원하는 날에 다녀오곤 했어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한 달에 두 번 씩이나 보모들이 제멋대로 나가서 자고 오면 애들은 어쩌고, 집 꼴이 되겠다." 원장님은 이제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자 생활지도 선생님이 말하셨다.

 "보모들이라 해봐야 두 분 빼고는 아직 이십대 아가씨들인데 요즘 아가씨들 그냥 집에만 붙들어 놓고 꼼짝 마라 하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우리 집에도 딸내미가 둘 있는데 친구도 만나고 볼일도 보고 집에 별로 안 붙어 있습니다. 이 안에 가둬놓으며 데이트는 언제 하고 시집은 언제 갑니까? 님을 봐야 뽕을 따든지 하지."
 모두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삼키느라 애를 먹었다.

 "또 밖에 한번 씩 나가서 바람이라도 쐬고 오면 기분도 새롭고 애들한테도 더 잘하게 될 테고, 다른 원에서는 다들 그렇게 하는 모양이니 우리도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다녀오도록 합시다."

 생활지도 선생님의 말에 총무님도 맞장구를 쳐주셨다.
 원장님은 혹 때려다 되붙인 양이 되어 영 안 좋은 인상을 하시고는 "볼 일 있을 때 말하고 가면 되지, 뭐 그렇게 할 필요 있느냐?"고 하셨다. 그러자 모처럼 온 기회를 그냥 놓쳐버릴 수 없는 모두 제각기 한마디씩 해대며 "이왕 다녀올 거 계획성 있게 일정을 짜서 가자."며 난리들이다.

"못 가게 한다고 안 갈 사람들도 아닌 것 같고, 한번 해보고 잘 안되면 당장에 폐지해 버릴 테니깐 잘 해봐라."
직원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가던 원장님이 돌아서서 한마디 더 하셨다. "놀러가는데만 신경 쓰지 말고 어떻게 하면 애들 잘 돌볼 건지 연구 좀 하고."
우리는 모두 환성을 질렀다.
 
(이 일기는 우리사회복지연구회 회지 "함께하는 세상"에서 발췌한 것임을 밝혀 둔다.)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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