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사의 하루
본문
아침 7시 30분, 밤새 어떤 녀석이 시계를 돌려놓았는지 알람이 울리지 않았다. 너무 피곤한 날을 제외하고 평소 보육사 기상시간은 오전 6시, 그래야 7명 아이들을 모두 목욕시키고 아침 식사시간에 맞출 수가 있다.
요즘 같은 더위에는 매일 목욕을 시키는데 한 달에 한번 있는 부모님 방문의 날이기 때문에 늦었지만 오늘의 목욕은 절대 거를 수 없다. 7명의 아이를 잽싸게 벗기고 물이 차가워서 도망가는 아이들을 한 명씩 씻기는 보육사의 손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움직인다.
오전 8시, 90여명의 아이들이 북적대는 식당에서 보육사는 분주하게 줄을 세우고 밥을 챙겨서 제자리에 앉힌다. 한사람씩 수저를 쥐어 주고 적당한 크기로 반찬을 자르거나 섞어준다. 그리고 편식이 심한 믿음이에게 먹지 않는 반찬을 적당히 섞어 억지로 먹인다. 아이들의 식사가 끝나는 것을 보면서 보육사도 겨우 수저를 든다.
은총방에서 아직 특수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아이는 "믿음"이와 "용구", 두 아이가 원과 함께 있는 학교에 갈 수 있게 양말을 신기고 가방을 챙겨준다. "엄마 뽀뽀"소리에 아이들은 보육사의 뺨에 입을 맞추고, "믿음"이가 다른 곳으로 새지 않게 "학경"이를 시켜 데려다 준다.
이제부터 아침 청소, 쓰고 닦고 빨래하고 그러면서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이 혼자 밖에 나가지 않게 지키고, 그나마 학경이의 도움으로 대강 청소를 끝내고 보육사들이 돌아가며 보조교사로 들어가는 직업재활수업시간에 맞출 수 없었다. 옆방 보육사에게 남은 아이들을 부탁하고 은총방에서 유일하게 직업교육을 받는 "학경"이와 함께 10시 수업에 들어간다.
오전 10시 직업재활시간, 17명 정도의 혜림원 "엘리트"들이 모였지만 오늘 수업은 원의 사정으로 취소되고 아이들을 데리고 노래방 시설이 갖추어진 방으로 간다. 가사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아이들이지만 한번 잡은 마이크는 잘 놓지 않는다. 보육사는 아이들에게 적당한 명령과 타이름으로 골고루 노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또 함께 노래를 불러주기도 한다.
오늘은 직업재활수업과 함께 방에 남아 있는 아이들이 물리적 치료를 받는 것이다. 옆 방 보육사가 데려다 주기로 했지만 이경아 보육사는 걱정이 되어 학경이를 물리치료실로 내려보내고 30분 일찍 노래방에서의 수업을 끝내고 물리치료실로 내려간다.
"지관", "보람", "호섭" 이가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지관"이가 무엇 때문인지 화가 나서 보육사에게 막 덤벼든다. 화나면 사람을 밀치고 무는 지관이를 피해 잠시 다른 방에 들어갔다가 나와서 지관이를 단호하게 꾸짖고 다시 달래서 운동을 시킨다.
금새 12시 30분 점심시간, 토요일은 특별한 점심을 준비한다. 오늘은 수제비, 호박을 먹지 않는 아이들과 먹이려는 보육사와의 씨름 끝에 겨우 식사가 끝나고 방으로 올라와 보니 "용구"의 어머니가 와계신다. 잠시 "용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과 함께 방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보람"이가 낮잠을 자려고 눕는다.
이때 보육사는 "보람"이를 달래서 잠을 못자도록 해야 한다. 아니면 밤새 방을 휘젓고 다니기 때문에.
오후 3시 교회에서 자원활동온 사람들이 인도하는 예배에 아이들과 함께 참석하고 형이 오지 않는다고 투덜거리고 있는 용구를 달랜다. 그 사이 옆 방 보육사가 외출을 나갈 시간이 되었다. 양쪽 방 14명 아이들, 외출나간 보육사가 돌아오는 9시까지 그 아이들은 이경아 보육사의 몫이다.
5시가 넘어서 도착한 "용구"의 형,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다는데 "용구"는 형을 보자 대번 울음을 터트린다. 보육사는 갑자기 떼쟁이가 되어 식당에 가지 않으려는 용구를 꾸짖고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10명이 넘는 아이들을 챙겨 식당으로 향한다.
흘리는 아이들에게 앞치마를 해주고 두 방의 아이들을 제자리에 앉히고 있는 사이 옆 방 "종호"가 점심 먹은 것을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토해낸다. 며칠 전부터 먹지를 못하고 토해 낸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이경아 보육사는 난감한 표정으로 "종호"를 방에 눕히고 돌아와 죽을 끓인다. 보육사는 식당 아줌마에게 부탁하고도 안심이 안돼 밥을 먹다 계속 죽이 타는지 보느라 분주하다.
저녁식사를 마치면 다시 저녁 청소, 아이들이 움직이는 공간은 청소를 해도 해도 끝이 없다. 거기다 오늘은 옆방까지 청소해야 하고 기자도 열심히 도왔기 때문에 청소는 쉽게 끝이 났다.
씻기를 마친 아이들과 함께 TV를 보고 아이들 나름대로의 재롱을 보는 이 저녁시간 이경아 보육사는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하루의 피로를 씻는다.
저녁 9시 은총방 아이들은 잠이 별로 없다. 그래도 일찍 이불을 펴고 오늘은 다행히 오줌을 싸지 않았지만 아무데나 싸버리는 "보람"이를 오줌 누이고, 아이들을 모두 자리에 눕힌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