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산업재해로 시드는 꿈, 외국인 노동자들] 프레스에 잘려 나간 코리아 드림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특집/산업재해로 시드는 꿈, 외국인 노동자들] 프레스에 잘려 나간 코리아 드림

본문

[특집]

 

프레스에 잘려 나간 코리안 드림

 

외국인 산업재해자들은 한결같이 "아무리 못해도 산업재해로 인해 우리의 잘린 팔고 손가락이 수십 가마니는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 산업재해에 대해 사업주나 노동부는 대책과 보상을 외면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치료만 받고 강제 추방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지어는 보상은 커녕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공장에서 쫓겨나 출국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그들의 실태를 알아보았다.

 

 

"한국놈 개새끼"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인도네시아
 얼마 전 한국에 취업도중 산업재해로 사망한 이국인 노동자들의 보상금을 전달하기위해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태국의 4개국을 방문했었다. 그런데 네팔에서 길을 걸어가는데 자전거를 타고 지나쳐 가던 네팔청년 두 명이 힐끗 우리의 얼굴을 살피더니 저만큼 멈추어 서서 우리가 다가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까워지자 영어로 "한국인이냐? 일본인이 냐?"를 물어 왔다. 무의식적으로 "한국인"이라고 답하자 그들은 대뜸 "우리가 한국말을 할줄 아는데 한번 들어 보겠냐?"는 것이었다. 아마 한국에 와서 취업했다가 돌아간 이들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우리는 궁금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일어나 한국말을 해 보라고 했더니, 얼굴표정이 굳어지면서 "이 씹팔놈아, 죽어 보래"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혼비백산하여 도망치듯이 그 자리를 떠나고 말았다. 그 이후부터는 우리를 외국인으로 알아보고 어느나라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에 꼬박꼬박 "We are Nepal(우리는 네팔사람이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팔을 여행하던 대학교구사 한국인아라는 이유로 폭행을 당하고 필리핀에서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식당이라는 이유로 불을 질렀다. 중국을 여행하던 이들이 한국에 취업 후 돌아간 교포 청년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돈을 빼앗겼다는 소식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놈 개새끼"라는 책이 출간되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그 모든 봉변의 이유인즉슨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불법체류 조장하는 산업기술 연수생 제도
 현재 한국에는 외국인 노동자가 10만명 넘게 체류하며 일하고 있다. 일찍이 먼저 온 이들은 관광비자를 갖고 2-3년씩 눌러 앉아 취업하는 이들로서 불법체류자들이고, 근래들어 입국한 이들은 "외국인 산업기술 연수생"으로 취업하고 있는 합법체류자들이다.
 물론 산업기술 연수생들도 자기 직장을 이탈하기만 하면 불법체류자로 분류가 되어진다. 바로 이것이 요즘 언론에서 심각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문제이다.
 이들은 대부분 소위 3D업종(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사업장)이라고 분류되어지는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고임금과 인력난을 해결해 주고 있지만 일한 만큼의 대가나 최소한도의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고통을 겪고 있다.
 불법체류 외국인들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사회문제화 되자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합법적인 체류자격이 주는 ""외국인 산업기술 연수생 제도"를 실시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연수생 제도는 더더욱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를 심각한 양상으로 곪아터지게 하고 있다.
 합법체류자(산업기술 연수생)의 경우 "산업기술연수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임금이 본국의 수준에 맞추어 책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에 12-16시간까지 밤낮으로 죽도록 일을 하고서도 받는 월급은 너무나 작다. 하지만 불법체류자의 경우 3D 업종이 높은 임금으로도 한국인을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산업기술 연수생의 5배가 넘는 임금을 받게 된다. 산업재해를 당했을 경우에도 기본급이 휠씬 높은 불법체류자가 더 높은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결국 합법체류자들은 불법체류자를 동경하게 되고 그 결과 산업기술연수생 중 30%가 이미 직장을 이탈하였고, 각 사업장에서는 작업장 이탈을 위한 정보교환을 차단하고자 전화통화 금지, 편지금지, 외출금지, 여권압수를 일상적으로 행하고 고의적으로 5-6개월씩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붙잡아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잘린 손가락을 부여잡고 다시 중국으로
 지금까지 한국에 취업했다가 돌아갔거나 지금까지도 일하고 있는 이들 중 많은 숫자가 일을 하다가 죽거나 다치는 산업재해를 당하고서도 보상을 받지 못한 채 체포되어 강제 출국되었다.
 중국교포 류정기(61세) 할아버지는 중국에서 태어나 그토록 그립던 조국에 대한 꿈을 안고 한국에 왔다고 한다. 선조들의 고향인 김제를 찾았고 "이제라도 조국을 찾아와서 고향땅을 밟고, 조상들의 묘지를 찾아 성묘까지 했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후 류정기 씨는 성남시에 있는 플라스틱 옷걸이를 만드는 사출공장에서 야간작업을 하던 중 사출기에 손목 아래가 찍혀 다 부서지고 손가락 네 개가 절단되는 재해를 당하였다. 사업주는 650만원을 들여서 봉합수술을 해 주었는데 얼마 후부터 통증이 심해지고 부어오르며 냄새가 나기 시작해서 후속치료를 요구했다고 한다. 사업주는 "당신 때문에 1차 치료비로 많은 돈을 썼는데 이제 와서 더 요구하면 어떻게 하느냐? 심사가 혼란하니 차라리 치료비가 싼 중국에 가서 치료하라" 고 하며 더 이상의 치료와 보상을 외면했다.
 우리를 찾아 왔을 때 손가락은 오이만큼 부풀어 있었고 붕대를 풀자 썩는 냄새가 진동하였다. 먼저 가까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입원을 하여 11개월이 넘도록 병원생활을 하게 된 류정기 할아버지는 계속되는 수술과 치료로 1천 3백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감당해야 했다. 대책을 강구하고자 사장을 만났는데 "가진 재산이 없으니 삯월세 보증금이라든지 노화된 사출기 전부(2대)를 다 가져가라. 더 이상 책임질 능력이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노동부에 산업재해로 처리하고자 청구, 심사, 재심사, 질의서, 진정서 등을 각계 요로에 제출하며 단계를 밟았고, 할아버지를 청와대 민원실까지 가시도록 했으나 결국 안 된다는 답변에는 변함이 없었다.
 변호사를 통해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통한 보상을 확인했더니 소송을 하면 100% 승소를 보장하지만 재판에서 이기더라도 사업주의 재산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류정기 할아버지는 "이제 얼마 후에 중국의 가족에게로 돌아가야 하는데 보상비는 제치고서라도 병원비는 어떻게 갚으며 가족들에게는 무어라 설명해야 하느냐?"며 눈물을 글썽였다. 얼마 후 류정기 할아버지는 도의적 차원에서 합의하여 받은 일정정도의 보상금을 손에 쥔 채 지난 5월 중국으로 돌아가셨다.

 

외국인 노동자의 잘린 손가락과 팔이 수십 가마니
 외국인 노동자들의 손가락이 잘리는 산업재해는 매우 빈발하고 있다. 프레스나 사출기 등의 직업이 작업이 워낙 위험해서 많은 임금을 준다고 해도 한국인들이 취업을 꺼리게 되고 그 자리를 결국 외국인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인에게 철저히 안전교육을 시키고 주의를 환기시켜도 재해가 빈발하는데 외국인들은 언어소통 문제로 인해 안전교육, 주의사항, 작업지시 등이 대충 눈치로 이루어지며 대충 알아듣고 작업에 임하기 때문에 재해는 폭발적으로 늘어만 가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외국인 산업재해자들은 한결같이 "아무리 못해도 산업재해로 인해 우리의 잘린 팔과 손가락이 몇 십 가마니는 될 것이다."라고 하다. 이러한 산업재해에 대해 사업주나 노동부는 대책과 보상을 외면하였고 이들은 치료만 받고 강제 추방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심지어는 보상은 커녕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공장에서 쫓겨나 출국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이에 대해 노동부에서는 산업재해로 인정하여 보상을 해 주기는 커녕 "불법취업 외국인이 임금 체불, 산업재해 등과 관련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원의 판결과 관계없이 이들을 우선 강제 출국 조치하도록 법무부에 요청"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93년 11월 26일 서울 고등법원이 필리핀인 아키노 시바은(26세)씨가 불법취업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 동부 지방 노동사무소를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소하는 것을 본 노동부가 불법취업 외국인들의 소송이 잇따를 것에 대비해 마련한 대책이었다.
 노동부가 산재를 방지하거나 줄이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기보다 산재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가 보상을 요구하면 먼저 강제 출국을 시키라고 요구하는 웃지 못 할 내용에도 불구하고 이후 잇따르는 소송과 외국인 노동자 농성사건이 터지면서 94년 2월 7일부터 산업재해 보상보험법부분에 대해서 일부 제한적으로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한편 이미 산재를 당하고서 보상도 받지 못한 체 강제 출국된 이들의 해외 농성과 집단적인 움직임, 그리고 국제적인 분쟁의 조짐이 보이면서 94년 9월부터 출국을 당한 이들에게도 소급하여 보상을 해 주기로 하고 해외 공판을 통해 접수를 받고 보상을 실시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비한 상태이다.
 또한 보상을 해준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의 이슬람 국가에서는 지금도 이슬람 율법을 적용하고 있는데 도둑질을 하거나 강도짓을 했을 경우 작두로 손가락이나 팔을 자르는 형벌을 주고 있다. 한국에서 일을 하다가 팔이나 손가락이 잘리면 그는 평생을 처벌 받은 범죄자로 오인 받으며 살아가야만 한다.
 
인간으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외면당하는 사람들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우리 주변에서 쉽게 중국교포나 외국인 노동자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언어나 문화의 차이, 불법체류 불법취업이라는 신분상의 약점들 속에서 막연한 두려움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여러 가지의 사건과 사고, 생활의 복잡한 문제들에 대해 하소연할 곳이 없는 이들이다. 이들이 겪는 문제와 고통은 비단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나누고 함게 아파해야 할 문제이다.
 다리를 다쳤는데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무릎 밑을 절단해 내고 시름에 잠긴 스리랑카인 서짓 쿠마라 씨.
 작년 한껏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 13일, 건축현장에서 열사병으로 쓰러져 3일 만에 사망한 중국 내 몽고에서 온 교포 유영희(남, 49세) 그의 시신은 국립의료원 영안실에 안치된 후 작년 8월 13일부터 지난 4월 10일까지 235일간 방치되다가 약 8개월 만에 화장되었다. 그것도 작년 말 몽고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아버지의 비보를 접하고 한국에 온 아들 유성호 군(18세)이 부천에서 공장을 다녀 번 돈 100만원을 가지고 병원 측에 사정을 하여 서두른 결과이다. 회사 측은 치료비와 여비만을 낸 채 뒷짐을 지고 있고 노동부에서는 한 푼도 받지 못하였다. 아들은 우리 손을 붙들고 아버지의 한을 풀어 눈을 감을 수 있게 해 달라며 우리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머물러 있다.
 공장 옥상지붕 밑에서 잠을 자다가 온통 숯덩이처럼 타버린 방글라데시인 세 명 모타레브, 굴짜르, 화룩과 폐렴으로 사망한 아르, 총 4명을 80여일 만에 같은 날 함께 장례를 치르고 방글라데시로 보내고자 비행기를 기다리며 김포공항 화물청사에서 허무하게 허공을 응시하던 방글라데시 대사관의 공사 바타차야씨와 직원들.
 우리나라의 근로기준법 제 52조에는 "국적, 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한다."라고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게 적용됨을 알리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헌법 제 6조와 UN법 제 1조 2항은 "인간의 사회, 문화, 경제적 기본권리에 대한 차별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러한 최소한의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러한 현실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UN이 정한 "관용의 해"이다. 우리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관용을 베풀기 이전에 그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올해가 "관용의 해"이니 만큼 우리 한국인들을 불쌍히 여겨 관용을 베풀어 달라고 호소하고 싶은 심정이다.


글 / 김혜성(목사, 성남 외국인 노동자의 집 소장)

 

작성자김혜성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jay님의 댓글

jay 작성일

똑같은거 아닌가요? 외국에서 살면서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팔, 제 생각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는데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