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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제2차 동아시아 여성 포럼 참석

빗장, 여성장애우 인권문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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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제2차 동아시아 여성포럼 참석
-빗장, 여성장애우 인권문제 제기-

 

 

지난 8월 22일부터 2박 3일간 서울 타워호텔에서는 제2차 동아시아 여성포럼이 열렸다. 이 포럼에서는 한국의 여성장애우 대표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성장애우분과 빗장을 여는 사람들 30여명이 참석해 여성장애우들의 인권을 주제로 각국 대표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포럼 참가기와 포럼에서 발표된 "한국의 여성장애우 인권, 무엇이 문제인가"를 요약해 싣는다.

 

 

여성장애우 30여명 참석
지난 8월 22일부터 24일까지 중국, 마카오, 인도네시아, 일본 등 동아시아 7개국 여성 5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여성NGO위원회 주최로 서울 타워호텔에서 열린 제2차 동아시아 여성포럼에 유일하게 30여명의 한국 여성장애우가 참여하여 논외의 영역이었던 한국 사회의 여성장애우 인권문제를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유교문화에 바탕을 둔 가부장적 사회구조를 가진 동아시아 여성만이 가지는 독특한 문제와 해결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94년 일본의 나가자키에서 처음 개최된 동아시아 여성포럼은 2년마다 동아시아 지역 내 국가에서 열리고 있으며 한국에서 열린 제2차 동아시아 여성포럼은 95년 북경세계여성대회에서 채택된 행동강령을 각국이 얼마나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고 이 지역 여성들의 발전전략을 모색, 연대를 통해 목소리를 높이고자 열렸다.
여기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성장애우분과 "빗장을 여는 사람들(위원장 채은하·이하 빗장)" 25여명과 한국맹인여성회(회장 이낙영) 5명이 참여하여 여성장애우의 완전한 참여와 평등을 위한 의견을 개진한 것이다.
23일 오전, 정신대 문제, 고용 안정, 인권 3분과로 나누어져 열린 핫 이슈 프로그램의 인권분야에서 빗장의 채은하 위원장은 "한국의 여성장애우 인권,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주제발제를 통해 여성장애우 차별과 소외양상을 고발하고 동아시아 각국의 참여를 촉구했다.
특히 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유교문화에 바탕을 둔 가부장적 사회구조가 여성차별의 핵심이라면 "장애우는 무능력하다"라는 심각한 편견이 장애우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 두 가지 핵심적인 차별요인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장애우는 더한(+) 것이 아닌 곱해진(×) 고통을 안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며 "결국 여성 또는 장애우문제 해결의 귀결점은 여성장애우문제 해결에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는 여성장애우문제 해결을 위해 다 같이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정치참여, 환경과 개발, 폭력, 종교 등 6개 분야로 나누어 치러진 워크숍에 한국 측 여성장애우 참가자가 나눠 참여하여 각 논제와 여성장애우문제와의 연계 가능성을 타진하고 여성장애우문제가 결코 동아시아 여성 인권문제와 분리되어 논의될 수 없는 과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로써 각국 참석 여성대표들은 개발도상국 위치에 있는 동아시아 여성들이 빈번한 장애발생 요인에 노출되어 있고, 이 지역의 여성차별관습과 반인권적 상황은 여성장애우 양산을 더욱 극대화함으로써 여성장애우문제는 곧 동아시아 여성차별문제와 동일선상에 있음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특히 환경과 개발, 종교, 여성의 정치참여, 여성에 대한 폭력 분야 워크숍에 여성장애우 참가자의 관심도가 높았다.
NGO측은 24일 오전 마지막 전체 토의시간에 여성장애우에게 NGO 결의문 발표와 여성장애우 인권 관련 성명서를 발표할 시간을 할애해 주어 여성장애우문제에 대한 한국여성NGO위원회측의 적극적 관심과 지지를 표명했다.
빗장은 이 시간에 성명서를 통해 각국 NGO위원회는 여성장애우 참여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고, 한국정부에 대해서는 여성장애우의 특별한 관심사와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기구 설치를 요구, 전국의 장애우 차별과 싸우는 단체에 대해서는 여성장애우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여성단체들과 여성장애우들과 연대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해 준 것으로 사료돼 여성장애우의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대회는 한국어, 일어, 중국어, 영어 4개국 언어 통역이 깨끗하게 진행되어 한국 여성들의 국제대회 진행의 완숙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차기 동아시아 여성포럼 개최지는 몽고로, 98년 열릴 예정이다.

 

한국 사회의 여성장애우 인권, 무엇이 문제인가
두 가지 핵심적인 차별요인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장애우, 한국 사회의 여성장애우는 여성과 장애우라는 이유로 이중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유교문화에 바탕을 둔 가부장적 사회구조가 여성차별의 핵심이라면 "장애우는 무능력하다"라는 심각한 편견이 장애우차별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면서 장애우라는 두 가지 핵심적인 차별요인을 안고 살아가는 여성장애우는 "차별이 낳은 차별" 속에서 더한(+) 것이 아닌 곱해진(×) 고통을 안고 힘겹게 살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장애우에 대한 차별의 양태는 가족 내에서, 지역사회에서, 혹은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기본적인 권리마저도 보장받지 못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성장애우분과 "빗장을 여는 사람들(이하 빗장)"이 1995년 1백21명의 여성장애우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장애우의 기본권에 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적어도 20% 이상의 여성장애우가 초중등의 의무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받지 못한 이유로는 장애 때문에 등하교를 하지 못했다는 답변이 50% 이상을 차지했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여성장애우가 적어도 30% 이상으로 집계됐으며(부모나 보호자의 의지 부족), 친구들이 놀려대거나, 부끄러워서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답변도 더러 눈에 띄게 나타났다.
한편 교육받지 못한 여성장애우는 고용의 기회에서도 대부분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직업을 갖고 있는 여성장애우는 20% 이하였으며, 직업을 가진 여성장애우는 대부분 생산직에다 열악한 노동 환경, 장시간 노동, 저임금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태조사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아예 결혼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는데 그 이유는 장애로 인해 아예 성혼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아서, 혹은 결혼 전의 가족 관계 속에서 당한 상처를 다시 입고 싶지 않아서, 또는 결혼보다는 독립적으로 일을 하고 싶어서, 장애를 입었다는 이유로 시댁측이 지참금을 요구해서 등으로 답변이 나타났다.
한국 정부의 의뢰를 맡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5년마다 실시하는 장애우 실태조사에서 여성장애우에 관한 추정치만이 밝혀졌는데 장애우는 약 95만여명 중 여성장애우는 44%인 40만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장애우계(민간단체)에서는 정부가 규정하는 장애우 범주보다 확대하여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인 각 국가 국민의 10%가 장애우 수(한국 : 450만여명)라는 기준에 따라 그 반수(230만여명)를 한국 사회 여성장애우로 보고 있다.

 

무관심의 영역, 여성장애우문제
한편 한국 사회에서 여성장애우에 대한 차별 양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은 그동안 사회적으로 무관심의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여성장애우문제는 여성계에서도 장애우계에서조차도 논외의 영역일 정도로 사회적인 이슈로 전혀 제기되지 못했고, 아직도 권리보다는 체념, 투쟁보다는 복종으로 일관하고 있는 여성장애우 스스로가 차별이라는 "무형의 벽"의 두께를 더욱 두텁게 만들고 있다.
한국 사회에는 장애우 또는 여성의 기본권을 확보할 수 있는 각양각색의 법안이 있다. 그 법률 안에 여성장애우라는 용어가 한 번도 언급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여성과 장애우 관련 법 중 성폭력특별법안에 "시설 수용된 여성장애우를 성폭력할 시 가중 처벌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을 뿐, 다른 여타의 모든 법안에 여성장애우의 특별한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명문화된 법제도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문민정부가 들어서서 경쟁을 통한 국가 경쟁력 제고라는 "신경제주의 원칙"에 입각한 한국 정부의 국정운영기조는 여성장애우 문제를 더욱 소외와 편견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
한편 북경세계여성대회 이후 대통령직속자문기구인 세계화추진위원회는 세계화·정보화시대를 맞아 여성의 사회적 역할과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한 여성의 사회참여확대방안(1995)을 마련하였다. 세추위는 여성 사회참여 확대 10대 과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서도 여성장애우의 특별한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여성장애우문제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여성장애우의 기본권 확보를 위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빗장을 여는 사람들"은 지난 94년 12월 출범했다. 한국 사회의 여성장애우문제를 밝혀내고 그에 정책적 대안을 연구하여 한국 사회의 여성장애우가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주체적이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다.
그것도 여성장애우 스스로가 여성장애우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하여 빗장은 현재 회원 50여명이 주 1회, 월 1회의 모임을 갖고 여성장애우 인권확보를 위한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등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빗장은 한국여성NGO위원회의 장애우 분과로 가입하였으며, 95년 북경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에 참여해 한국 정부의 여성장애우에 대한 나이로비 전략의 국가 이행사항 검토, 2000년 미래 전략 수립 등에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마련 등을 촉구하였다.
또한 빗장은 여성장애우의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문제를 알려내기 위해 여성장애우 수기모음집 발간 준비중이며, 오는 10월에는 "가정과 여성장애우"라는 주제로 "96여성장애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외에 지난 76년 1월에 출범한 한국맹인여성회가 회원 150명으로 예절교실, 메이크업 교실, 요리 교실, 불우이웃 돕기, 판매 및 바자회 등의 일을 하면서 맹인여성의 권리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앞으로 여성장애우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계층의 특수한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제시되고 실천되어야 하며 이와 관련하여 10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 사회의 여성장애우문제 실태와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 실시. 둘째, 장애우복지법 등 여성장애우 관련 법안에 여성장애우의 특별한 관심사와 요구가 수렴될 수 있는 안을 삽입. 셋째, 여성장애우의 지위향상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넷째, 여성장애우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위한 방안 강구. 다섯째, 여성장애우의 경제적인 자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강구. 여섯째, 모든 여성장애우가 교육받을 수 있는 특별 조치와 지원을 마련. 일곱째, 폭력으로부터 여성장애우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여덟째, 여성장애우의 사회복지 정책 개선 사항을 위한 방안 강구. 아홉째, 여성장애우의 특별한 요구에 맞는 주거 및 사회 환경 개선. 열 번째, 여성장애우문제 해결은 여성문제 혹은 장애우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됨을 깊이 인식하고,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해결해 가야 할 당면과제로서 의식을 공유.
이를 위해 여성장애우 스스로의 주도적인 노력과 여성단체 혹은 장애우 단체와의 긴밀한 연대와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여성장애우문제의 해결점을 서로 교류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제안은 여성장애우문제를 단지 문제로 인식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권리회복운동으로 인식하고 추진돼야 하며 이는 곧 여성장애우가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의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모태가 될 것이다.

 

글/박옥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연구원)

작성자박옥순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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