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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거리낌 없이 휘젓고 다닌 나고야의 4박 5일

제2회 한.일 장애우 교류대회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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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거리낌 없이 휘젓고 다닌 나고야의 4박 5일
- 제2회 한·일 장애우 교류대회 참가기 -


8월 22일부터 26일까지 4박 5일 동안 일본 나고야시에서는 한국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일본의 "장애우차별과싸우는전국공동연합"이 공동 주최한 제2회 한?일 장애우 교류대회가 열렸다.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1회의 성과를 바탕으로 열린 이번 교류대회에서 양국의 장애우들은 양국의 장애우 실태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교류를 대회 하나가 되는 시간을 가졌다. 함께걸음은 먼저 이번 교류대회에 참가한 장애우 정형란씨의 글을 싣는다.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
집 밖으로의 외출이 쉽지만은 않은 우리 장애우들에게 나라 밖으로의 4박 5일간의 외출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나 기대감 못지 않게 두려움도 컸다. 그러나 보다 폭넓은 삶을 향한 뜨거운 의지가 있기에 8월의 막바지 더위에 말도 잘 안 통하는 낯선 일본을 거리낌 없이 휘젓고 다녔다.
장애우와 가족 70여명, 자원 활동자 및 행사진행요원 50여명 등 120여명의 우리가 4박 5일 동안 지낸 나고야는 일본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이며 일본을 대표하는 국제무역항으로 착륙시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첫인상은 무척이나 정리정돈이 잘된 도시라고 여겨졌다.
8월 22일 오후 2시경, 나고야 공항에는 "제2회 한·일 장애우 국제 교류대회"를 환영하는 일본측 진행요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들의 첫 모임장소가 될 나고야 국제센터홀로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창밖으로 눈여겨본 거리풍경은 언뜻 우리네 사는 동네와 별다른 것이 없어 보였다.
자전거로 통행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제외하면 양복 입은 신사나 나이가 지긋해 뵈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도, 심지어 짧은 치마를 입은 젊은 아가씨도 정장차림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다. 따라서 건물 앞 인도나 육교 밑은 자전거 주차장인 듯 자전거들이 촘촘히 주차되어 있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 수가 자가용을 이용하는 사람 수보다 많아 보였다. 또한 주차된 자전거들은 대부분 낡아 보였고 자전거에는 장바구니처럼 생긴 짐칸이 딸려 있었다. 어떤 자전거에는 우산이 꽂혀 있는 것들도 있었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편의를 고려한 듯 보도블록이 끝나는 곳에는 반드시 경사로로 되어 있었다.(자전거가 차도를 이용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은 인도로 다녔다.) 이는 휠체어 장애우나 유모차를 이용하는 주부들에게도 무척 편리할 것이라 여겨졌다.
오후 4시쯤 우리 일행은 국제센터홀에 모여 환영리셉션(저녁식사 포함)에 참석했다. 일본 측 대표인 이노우에 게이찌(뇌성마비 장애우로 휠체어 사용)씨는 환영사의 말미에 본인이 살고 있는 오사카에서 나고야까지 혼자 힘으로 온 경위를 얘기했다.
기차표를 끊고 안내원을 호출하여 계단을 오르내려 기차를 타고 나고야 역에 도착했고 다시 역 밖까지 나와서 택시를 타기 위해 5˜6명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장애우들의 이동문제를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그러한 시도를 하여 사람들의 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그의 각오에 국경을 초월한 인간적인 정을 느꼈다.
이어 사이토 겐지(이번 나고야 교류대회의 총책임을 맡은 사람)씨 얘기 중에서 귀담아 들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일본이 경제발전에 비례해 늘어난 사회복지 투자금이 장애우들의 자립적이고 사회융합적인 삶을 위해서 쓰이기보다 장애우들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시설 마련에 투자되고 있다는 슬픈 소식이었다. 일본이 경제선진국일 뿐 정신적, 문화적으로 결코 우리를 앞서지 못한 것 같아 일본 장애우들의 경우가 염려되었다.
계속된 제일교포 3세인 한기덕씨의 발언 중에서 한 가지 뼈있는 것은 한국 사회와 일본 사회의 차이점은 개인보다 전체를 먼저 생각하고 남과 똑같이 행동하려는 성향이 짙은 일본인들의 경우, 자기주장을 겉으로 표현하기가 힘든 사회적 분위기가 압도적이지만 한 번 결정된 것에는 확실한 실행이 따른다고 했다.(변화를 시도하기는 어렵고 시간이 더디지만) 공공연히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한국인들의 경우 변화의 속도가 빠른 반면 그 효과가 전반적으로 고르게 나타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전달되고 통용되기 때문에 장애우문제 역시 장애우와 일반인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통해 서로 함께 도우며 사는 분위기로 나아가는 것이 양국 장애우들의 바램이었다.
공식행사 후 환영의 의미로 여러 가지 공연과 함께 일본 고유의 술독까지 운반되어 들어왔다.
음식도 뷔페식으로 다양한 빛깔로 눈빛을 자극했으나 상큼하고 개운한 입맛에 길들어진 한국인들에게 일본 음식은 대체로 미지근하고 달작지근하고 느끼한 것들이 많았다.
다른 일행들이 나고야에서는 상류급인 서너 군데의 숙소로 나뉘어 숙박한 것과는 달리 나는 동료 둘과 이찬(한국인으로 일본인 남편과 대학에 재학 중인 아들이 있고 출산 후 실명한 중도 시각장애우)씨 댁에서 나흘 밤을 지내는 영광을 누렸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일본인들의 주거 상태에 대해서 관찰한 바를 말하자면 좁은 공간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붙박이장들이 잘 발달된 듯 했다. 우리나라의 장롱이나 장식장 대신 요이불이나 옷가지들 그 밖의 그릇들을 정리해서 넣어둘 수 있는 붙박이 장롱들이 방과 거실 겸 부엌 주변에 잘 배치되어 있었다. 화장실과 세면실(욕실 겸)이 분리된 점도 우리와 다르고 조금의 짜투리 땅에도 꽃이나 나무를 심어 가꾸는 것이 눈에 쏙 들어왔다. 이찬씨 집 주위의 주택에서도 그런 것은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낮에 요이불을 햇볕에 내다 말리는 모습은 한국과 너무 똑같았다.
한편 재일 한국인 여성장애우로서 다복한 가정을 꾸미고 있는 이찬씨, 마흔을 훨씬 넘긴 그녀였지만 아직도 고운 자태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고 항상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동행한 일행에게 오래도록 간직될 것이다.

 

나고야에서 체험한 일본의 장애우 현황
둘째 날에는 노동, 교육, 편의시설 등 분야를 나누어 견학을 했고 영화, 요리, 게임 등을 각 조별로 나누어 하는 문화교류시간을 가졌다. 일본 장애우시설 및 환경의 실태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또한 공식일정에는 없었지만 자유시간이 생겨 2시간 남짓 쇼핑할 기회가 허락되었다.
우리 조의 일행들과 지하상가를 구경하다 나고야 역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걸어서 되돌아 왔다. 일본 사람들과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모에 특이한 구별이 없어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지 않고 지극히 편안한 마음으로 편안한 쇼핑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지하상가에는 서점부터 신발 의류 전자제품 가게 등 거의 모든 물건들에 정찰가격이 붙어 좋은 계기가 되었다. 직접 사용해 보지 않은 상태라 재질이나 성능 면에 있어서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없었지만 동일한 우리나라 물건과 비교하여 4˜5배가 비싼 듯 했다.
셋째 날에는 조별로 나누어 관광 및 토론회를 가졌고 밤에는 야외에서 문화교류 행사를 가졌다. 다섯 곳으로 나누어 출발한 나고야시 관광에서 우리 조는 해양 수족관으로 가게 되었다. 펭귄을 비롯 다양한 볼거리와 대형 수족관의 구조며 조명효과에 감탄했다.(그 날은 토요일이고 일본인들도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광객들이 무척 많았다.) 총 3층으로 된 모든 곳이 경사로로 연결되어 있어서 휠체어 장애우들도 그 좋은 구경을 모두 같이 할 수 있어서 기뻤다.
한편 나고야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나고야 성을 방문했던 다른 조 휠체어 장애우의 이야기를 빌리면, 나고야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는데, 전체 6층으로 되어 있는 성 안 관광코스에 접근하기가 여간 쉽지 않았고 무리를 해서 6층까지 올라갔지만 엘리베이터가 설치가 되어 있지 않은 4층부터는 자원 활동 자들의 굵은 땀방울에 의지해야만 했다고 한다. 역사적 명소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토요일이기도 했던 셋째 날 저녁, 야외에서 펼쳐진 양국의 문화행사는 모기에게 많이 물리기도 했지만 조명효과에 뛰어난 일본의 야경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귀가 길에 나고야선 주변을 돌아서 강으로 둘러싸인 나고야성의 멋진 야경을 일부러 구경시켜 주신 자원봉사자 감옥(여러 차례 우리에게 차량봉사로 수고해 주셨다.)님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핏줄에 대한 정을 새삼 느끼게도 해준 분이다.
넷째 날(일요일)에는 분과 토론회와 세미나, 강연 등이 있어 하루종일 실내에서만 보내다가 저녁에는 각자의 시간으로 자유 시간(쇼핑 등)을 가졌다.
장애우의 노동권 확립, 통합교육의 가능성, 거리조성과 생활원조, 여성장애인의 자립 및 정신지체인의 권리옹호로 나누어 진행된 분과 토론회에서는 통역을 거쳐야 하는 어려움 등으로 심도 있는 토론은 아니었지만 양국 장애우들의 견해를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26일(월) 돌아오는 날에도 하루 종일 버스→비행기→버스 - 귀가에 시간이 소요되었고 … 다소 성미가 급해도 우리나라 사람, 우리 음식이 최고라는 안도감과 수천 층의 구름 위 하늘은 늘 푸른 공간인데 땅 아래 살면서 구름에 가려 푸른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늘이 흐리다고 불평하는 어리석음은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오고 흐린 날, 장애우로서 외출하기가 유독 불편해도 하늘은 늘 푸르다는 믿음을 안고 살리라!
끝으로 내년에 있을 제3회 한일 장애우 모임에서는 한, 일 장애우가 함께 숙식하면서 속마음까지 주고받을 수 있는 장을 위해 조 편성이나 프로그램 구성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제2회 한·일 장애우 교류대회의 좀 더 자세한 내용과 교류대회에서 논의된 일본의 장애우복지 현황은 10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글/정형란 (지체장애우로 결혼하여 현재 동두천에 살고 있다.)

작성자정형란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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