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4.11 총선 역시 선심성 공약만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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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 총선 역시 선심성 공약만 남발
우리가 한 집안의 가계를 이끌어갈 때에도 제한된 수입의 범위 내에서 시급서의 정도에 따라 소비의 계획을 세우기 마련인데, 하물며 국정의 운영을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판에서 이러한 아마추어적이고 형식적인 정책을 선거공약이라고 내놓는 정당에게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것인지 암울하기만 하다.
현대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들이 정치적 지지를 밝히고, 그 뜻이 관철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바로 선거이다. 선거를 통해서 국민들은 자신의 이익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정당에 지지를 보내고, 지지를 받은 정당과 정치인은 국민의 뜻을 대리하여 현실정치에서 이를 정책으로 구현한다.
이러한 이유로 선거 때마다 모든 정당은 정책정당을 표방하기 마련이고, 이번 총선에 임하는 우리나라의 정당들도 예외는 아니다. 너도 나도 경쟁적으로 달콤한 정책의 보따리를 풀어놓으며, 마치 자기 당을 지지하게 되면 획기적으로 국가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당장이라도 국민의 생활수준이 선진국의 수준으로 향상 될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지금까지 여러번 선거를 치렀고 그 때마다 이러한 선심성 공약이 난무하였지만, 선거시의 공약이 제대로 실천되어 실질적으로 삶의 수준이 향상되었던 기억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가 이 정도로 살게 된 것은 국민 모두가 허리띠 졸라매며 열심히 일한 덕분이지 결코 정치인이 정치를 잘해서는 아니라는 것이 일반 국민의 정서이다. 오히려 수준 낮은 정치가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렇게 수준 낮은 정치인과 무책임한 정치형태 행태를 가질 수밖에 없는가? 그 원인의 일단을 이번 총선에 임하며 발표한 각 정당의 정책 보따리를 풀어보며 추적해보자.
각 정당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보건, 복지 분야의 정책을 보면서 여기에는 일단 평소에 학계에서나 시민단체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거의 모든 정책이 포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전혀 반갑지가 않았다. 왜냐하면 선거철에는 어떤 정당이던 국민들로부터 표를 얻기 위해서 관대한 정책을 공표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정책을 나열하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현실 가능한 정책을 성실하게 준비하여 책임있게 추진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총선에 임하여 발표한 각 정당의 보건, 복지 정책에 전혀 신뢰를 보낼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각 정당은 나열적으로 이런 저런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선언만을 하였을 뿐이지, 정책의 시행에 당연히 수반되는 재정의 규모에 대한 파악이 거의 안 되어 있다. 민주당 안의 일부에서만 매우 미흡한 언급이 있을 뿐, 거의 모든 정당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전혀 재정 파악을 하고 있지 않다. 한마디로 무책임한 정당의 무책임한 정책인 셈이다. 이렇게 개별정책에 수반되는 재정파악이 안되어 있으니 당연히 전체 추가재정에 대한 파악이 이루어질 수 없었고, 따라서 재정확보 방안에 대한 언급은 아예 대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그나마 민주당 안에서 국방예산의 삭감과 선심사업비의 삭감을 통해서 2000년까지 GNP의 5%를 확보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이렇게 확보한 재정을 어디에 얼마나 배분할 것인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 더욱이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보장비의 지출이 GNP 대비 얼마인지에 대해서 학계에서나 정부측에서도 정확하고 일관된 통계를 산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갑자기 GNP의 5%가 어떠한 근거에서 나왔는지 의문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당의 선거철 정책제시가 현실가능성에 대한 고려 없이 장밋빛 선심공약만을 일삼아 왔는데, 이번 총선에 임하는 각 정당 역시 그 행태를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둘째, 현실적으로 국민 모두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정책을 전반적으로 급격하게 변화시키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여야 한다. 정부가 어떠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에는 이해당사자간의 알력의 문제라든지, 재정확보의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각 정책의 시급성과 현실가능성의 정도에 따라서 완급을 조절하며 단계적으로 이루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각 당의 정책을 보자면 전혀 이러한 단계별 추진계획이 거의 없다.
즉 각 정책을 언제 실시할 것인지 그리고 언제까지 지속적으로 실시할 것인지를 전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냉정하게 말하자면 학생이 숙제로 급조한 보고서를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을 뿐 공당의 책임 있는 정책발표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우리가 한 집안의 가계를 이끌어갈 때에도 제한된 수입의 범위 내에서 시급성의 정도에 따라 소비의 계획을 세우기 마련인데, 하물며 국정의 운영을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판에서 이러한 아마추어적이고 형식적인 정책을 선거공약이라고 내놓는 정당에게 우리가 무엇을 기대할 것인지 암울하기만 하다.
셋째로, 왜 이러한 전근대적인 정치행태가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남아있는가에 대하여 우리 모두 반성해 보아야 한다. 정치인이 선거판에서 국민들에게 정치적 지지를 호소하며 표를 얻고자 하는 행위는 마치 기업인이 이윤을 추구하듯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총선에 임하는 각 정당이 이 정도의 형식적인 정책만을 무책임하게 발표한다는 사실은 자신들이 어떠한 정책을 발표하건 득표수준에는 별 영향이 없다고 판단하였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우리 국민들이 어느 정당의 어느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은 결코 정책의 참신성이나 그러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 아니라 지역이기주의에 입각한 선심성 공약에 쉽게 넘어가기 때문이라고 얕잡아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저급한 수준에서 선거가 이루어져 왔고 앞으로의 선거에도 그럴 가능성이 큰 것은 아마도 이러한 선거철 공약의 이행여부를 감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즉 막상 선거구민들의 구미에 맞는 정책을 공표하여 많은 표를 얻었다 하더라도 정책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이를 감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시민들은 각 정당의 정책의 이행여부를 감시할 수 있는 시민감시단을 발족한다든지 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선심성 공약만을 갖고 표를 얻으려는 우리나라 정당의 행태에 쐐기를 박아야 한다.
연전에 어느 기업인이 우리나라의 정치수준이 4류라고 발언하여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 기업이이 어떠한 근거에서 그렇게 발언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이번 총선에 임하여 각 당이 제시한 정책의 수준을 보면 그러한 폄하를 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4.11 총선 4당 사회복지공약
<신한국당>
<새정치국민회의>
<민주당>
<자유민주연합> |
글/ 문진영 (성공회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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