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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살 맛 나는 등대의 집으로 놀러 오세요

장애우 생활공동체 "등대의 집"

본문

                

 
등대교회의 하얀 십자가를 찾아가면 만날 수 있는 등대의 집, 17명의 장애아동과 3명의 간사가 신앙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등대 식구들은 "우리는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날 기회임을 믿기 때문입니다"라는 구절을 되새기며 오늘도 기도로 하루 하루를 채우고 있다.

 

동화 속으로 들어가는 집
  등대의 집은 정신지체와 뇌성마비 혹은 정신지체와 언어장애가 겹친 중증의 장애아동들을 주축으로 하여 그들을 돌보는 간사를 포함, 모두 20여명이 신앙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가는 곳이다.

  등대의 집은 현재 3명의 간사들의 공동책임 하에 운영되고 있다. 장은희 씨(33세), 강동숙 씨(29세), 고연옥 씨(28세)가 그들인데 모두가 여자들이라 바깥일을 도와줄 형제간사가 없는 것이 아쉽다고 한다.

  등대의 집은 92년도 지체장애우 선교시설로 처음 지어졌다. 그때 현재 건물 옆에 등대교회도 나란히 세웠는데, 장애아동들을 돌보기에 손이 너무 부친 까닭도 있고 장애우 선교의 목회를 맡을 사람도 없어 교회쪽은 사실상 포기를 했다고 한다.

 등대의 집을 찾아가려면 청평에서 가평으로 가는 경춘국도를 타고 가다 검문소에서 멀리 보이는 등대교회의 하얀 십자가를 찾아가면 된다. 이 곳 마을 사람들은 등대의 집에 대해  관대하진 않아도 길만은 잘 가르쳐준다.

  "처음 등대의 집을 지을 때 엄청난 주민들의 반대가 있었어요. 모래나 시멘트를 싣고 지나  갈라치면 마을 사람들이 몸으로 막았죠. 지금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든 마을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것, 그게 우리의 숙제이죠" 등대의 집에 사는 한 식구의 말이다.

등대의 집으로 들어가는 길엔 기차 길로 가로 놓여있다. 그 철다리 밑을 통과하면 누구나 아! 하고 입을 벌리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예쁜 동화의 나라가 등대의 집 벽면을 꽉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잠자리를 타고 날아가는 작은 소년, 노래부르는 요술 바이올린, 꽃밭에는 코끼리 아저씨가 코로 물을 주고, 맛있는 아이스크림, 꼬맹이 등대...

벽화는 지난 여름 등대교회를 빌려 수련회를 가진 청년들이 그려놓고 간 것이라고 한다.


주먹 아저씨의 아이사랑

  기자가 방문을 했을 때 두 마리 개가 손님이 왔다는 신호를 식구들에게 알려주자, 걸을 수 있는 아이들은 모두 나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뒤로 산을 이고 앞으로 개천을 흘려보내는 곳에 아늑하게 앉은 등대의 집은 햇빛이 잘 들고 넉넉하게 넓었다. 마침 점심식사 준비중이었는데, 주방장인 일명 주먹아저씨로 통하는 서병수 씨(59세)가 청량리로 김장젓갈을 사러 나가신 바람에 간사들이 식사준비를 했다. 서병수 씨는 등대에 오기 전에 주먹세계에서 이름을 떨쳤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회개하여 이곳의 주방일을 맡고 계신데 간사들이나 아이들이나 주먹아저씨 자랑이 대단하다.

  "아이들을 너무너무 사랑하시고 정말 변화되신 분이에요. 무조건 아이들 위주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만 하시고, 아이들이 음식 먹을 때 식습관 나빠 질까봐 더 먹지 못하게 간사들이 말리면 몰래 숨겨뒀다 주고 그래요. 편식이 심한 아이들도 아저씨가 동화이야기 하면서 떠먹여 주면 잘 먹어요. 음식은 얼마나 잘하시는데요. 못하는 음식이 없어요. 사라다를 해도 같은 식으론 또 안 만들어요. 아이들 생일 때면 새벽 3시부터 일어나셔서 음식장만 하세요. 그래서 등대의 집에서 생일은 제일 신나는 날이죠."

우리는 장애가 부끄럽지 않아요
식사시간, 식사는 3조로 나누어서 한다. 먼저 밥 먹는데 도움을 주어야 하는 친구들이 간사들의 도움을 받아먹는다. 혜진이, 예찬이는 밥을 먹기는 먹는데 막 흘리고 먹는 친구들이다. 그들이 식사를 마친 다음, 스스로 식사할 수 있는 10명 정도의 친구들이 부페식으로 먹고 싶은 만큼 접시에 덜어 먹는다. 맨 마지막으로 아예 떠 먹여 줘야 하는 누워있는 사무엘과 은숙이를 다른 식구들이 먹여준다.

  그런데 식사가 끝날 무렵, 갑자기 난식언니(39세 정신지체, 언어장애)가 막례에게 야단을 친다.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한 간사의 설명에 따르면 막례가 자기가 떠 논 밥도 다 안 먹고 게다가 접시도 설거지통에 갖다놓지 않은 채 그림책에 신경이 팔려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난식언니는 식구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점잖다. 기대지 않고는 잘 걷지 못하는 소연이를 매일 운동시켜준다고 한다.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나라고 불리는 아이의 커다랗게 시원시원한 눈과 환대에서 정신지체아동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것이다. 안나는 눈치가 빨라 간사들의 일도 잘 도와준다. 누워있는 사무엘을 안고 밥도 먹이고 비록 발음은 잘 안되지만 찬양도 열심이다. 안나는 다니엘과 함께 시립 아동보호소에서 이 곳으로 보내졌다. 처음 올 때 다니엘의 경우는 나이도 이름도 알 수 없었다. 올 9월에 이 두 아이는 유안나와 나단열(다니엘의 한자로 표기한 것)로 이름을 짓고 호적도 만들었다.

  놀이터에서 놀고 온 아이들 가운데 여자애 한 명이 불쑥 기자에게 와서 귓속말로 불쑥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아랑이는 손님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종종해서 이쁨을 독차지하는 여우다. 심한 자폐증으로 마음을 열지 않았다는데 이젠 돌아가는 손님들마다 아랑이를 기억할 정도로 귀여움을 받고 있다. 그런데 아랑이는 신기하게도 찬양하는 시간엔 어김없이 끄덕끄덕 잠을 잔다. 아무리 흔들어 깨우려해도 찬양을 하는 동안엔 절대 잠이 깨지 않다가 끝나면 번쩍 일어난다. 세상에 그런 뺀질이는 없을 거라고 다들 혀를 내두른다.

등대의 집의 하루생활은 이렇다. 아침 6시반에 일어나서 이불을 개고 한시간 가량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아침 산책을 나가는데 개울 따라 왕복 600미터 정도를 걷는다. 8시 반부터 식사를 하며 아까 말했던 것처럼 3개조로 나누어서 식사한다. 식사 후 세수와 양치질을 하는데 젊은 간사들이라 그런지 씻기는 것 하나는 철저하다. 으레 중증의 정신지체 장애우들이 함께 사는 집이라면 맡게되는 침 냄새랄까 그런 냄새가 나지 않도록 양치질을 하루 세 번씩 하게 한다. 10시부터 12시까지는 공부 및 운동시간이다. 연옥간사가 뇌성마비 친구들에게 운동을 시키고, 동숙간사가 공부할 수 있는 친구들에게 글자를 가르친다.

점심을 먹고 나면 드디어 자유시간이다. 인지가 안되고 산만한 친구들은 간사들이 붙어있어 주지만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만화영화 비디오를 보기도하고 놀이터에 가서 놀거나 예배놀이, 병원놀이, 엄마놀이 하면서 자기네들끼리 개인시간을 갖는다. 오늘은 사진 찍으러 함께 온 분이 기타를 칠 줄 알아 찬양을 부르면서 율동도 하고 놀았다. 언제 배웠는지 등대 식구들이 노래마다 율동을 기막히게 잘해내서 손님인 나도 보고 따라할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역시 아랑이는 기자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다. 5시엔 청소시간이 있는데 식구들이 다같이 이방 저방 걸레질을 한다. 물론 제대로 되지는 않지만 재미있어 한다.

  간사들의 도움만 받을 게 아니라 자신들도 내 집은 내가 청소해야 한다고 생각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잘 안되더라도 걸레질하는 시간을 꼭 빼지 않는다고 한다. 6시에 저녁식사하고 8시에 취침을 한다. 아이들이 모두 방으로 돌아가면 간사들도 씻고 커피를 마시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하나님이 받아주시는 이런 예배

  그런데 목회자가 없는 등대교회의 예배형식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신앙공동체인 만큼 예배는 그들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할 테니 자세하게 들어 보았다. 간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주일과 수요일 저녁 7시 반에 아이들은 찬양으로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8시에 아이들 취침을 시키고 나면 간사들만 따로 성경공부를 한다. 설교는 테잎으로 듣는다.

  그런데 목회자가 없는 등대교회의 예배형식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신앙공동체인 만큼 예배는 그들 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 할 테니 자세하게 들어 보았다. 간사들의 설명에 따르면 주일과 수요일 저녁 7시 반에 아이들은 찬양으로 예배를 드린다. 그리고 8시에 아이들 취침을 시키고 나면 간사들만 따로 성경공부를 한다. 설교는 테잎으로 듣는다.


요새는 두란노 교회 유진소 목사님의 40일 성경탐구를 너무너무 재미있게 듣는다고 한다. 여기서 일반교회 사람들은 테잎으로 말씀 듣는 예배에 혀를 끌끌 차며 이상하게 생각하겠지만 이들의 생각은 다르다. 물론 등대의 집이 가장 큰 기도제목은 좋은 목자를 만나 육성으로 말씀을 듣는 것이다. 그러나 식구들만의 그 작은 예배를 준비하면서 그들은 많은 은혜를 받는다고 한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아이들을 호사스럽게 단장해주고 아이들의 헌금봉투엔 기도문까지 적어준다. 아이들은 한 달에 받는 용돈으로 십일조와 주일헌금을 하고 간사들 역시 하나님의 것을 소중히 여겨 돌려드리는데 이렇게 모인 한 달의 헌금은 약 25만원 전기나 난방비 등을 제외하고 모두 선교비로 드려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보를 만드는데 정성을 다한다. 그들의 주보 광고는 주로 식구들 소식과 방문객들 이야기인데 하나로 묶어 작은 책으로 내도 될성 싶었다.

  등대의 집 식구들은 소풍도 잘 간다. 그것도 계획하여 일년에 몇 번 간다하는 식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아침 날씨가 참 좋아서 야! 우리 소풍가자 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간단다. 감자 씻고 큰 솥 챙겨서 남이섬이고 구곡폭포고 왠만한 데는 다 갔었다고 하는데 아무튼 식구들마다 개인 앨범을 가지고 있을 정도다.
등대의 집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아마 이런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

 

"시설도 괜찮겠다, 아이들 잘 먹고 잘 놀지 우리가 돕지 않아도 되겠군"하고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공개한 가계부를 보면 매달 잔액이 거의 없다. 들어오는 후원금은 모두 아이들을 위해 쓰고 남기지 않는다. 아니 아이들을 위해 최선으로 해주는 그만큼 후원금이 신기하게도 딱 맞게 들어오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하나님 그분이 이 아이들을 키우시기 때문에 배고프지 않고 춥지 않게 필요한 만큼 채워주십니다. 때문에 후원비 더 받으려고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어 가장하거나, 우리들을 버림받은 장애우를 돌보는 천사인양 둔갑시키는 스토리를 만드는 것은 거부합니다"한 간사의 말이다.


  등대에서 매월 발행하는 회보에는 겉 표지에 다음과 같은 표어가 있다. -우리는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날 기회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난다는 것은 기적이 일어나 아이들의 병이 고쳐지기를 기다린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등대식구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예수님 믿는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또 믿지 않는 사람들에겐 믿게 되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선교표어이다.

작성자안성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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