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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세계의 여성 장애우들, 어깨를 맞대다

북경 여성대회 비정부 여성회의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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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세계의 여성 장애우들, 어깨를 맞대다
북경세계여성대회 비정부 여성회의 참가기

 


9월초 북경에서 열린 세계여성대회 비정부 여성 포럼에 우리나라 여성장애우로서는 유일하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여성분과 회원인 김미연 씨가 다녀왔다. 김미연 씨는 이번 포럼에 참가해 세계 여성 장애우 운동의 현황을 파악하고, 각 국 대표들과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본지는 김미연 씨가 보내온 참가기와 자료를 3회에 걸쳐 나눠 싣는다.

 

 

세계 여성 장애우 대표들 모여
  세계여성대회 기간 중 여성의 평등, 발전, 평화의 구호 아래 북경 위성도시 회현시에서 열린 제4차 세계 비정부여성(NGO:Non Goverment Organaization)포럼은 전 세계 여성의 감격적인 해방의 나날이었다. 인종, 국적, 언어, 사회관습, 정치적, 경제적  여건이 달라도 단지 같은 여성이라는 하나의 이유로 서로를 향한 애정과 우정을 확인하게 했다. 우리는 각자의 문제를 자신이 원하는 자유롭고 자발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향해 열정적으로 알렸으며 함께 분노하고, 고민하고, 가슴 아파하고 그리고 대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지난 8월 29일 오전 8시 나는 다른 나라 여성장애우의 참가 현황이나 관련 웨샵(Workshop), 그리고 편의시설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아서 몹시 불안한 상태로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다른 나라 여성장애우들이 적어도 1명이라도 이번 대회에 참석할 것이라는 개인적인 믿음과 이 대회에 참석하도록 뒤에서 남몰래 도와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여성장애우 모임"빗장을 여는 사람들" 회원들에 대한 책임감이 나를 지탱해 주고 있었다.
  1시간 30여 분의 비행 끝에 드디어 도착한 북경공항, 마치 빛 바랜 우리나라의 60년대의 사진같은 풍경 속으로 비행기는 착륙했고, 우리 일행은 북경시 올림픽경기장으로 가 여권과 예약번호가 적힌 편지를 보이고 아이디 패스(I.D.PASS)를 받았다. 이 아이디 패스는 엔지오 포럼 기간 동안 신분을 대변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보안에 예민한 반응을 보인 중국 당국은 이 아이디 패스 없이는 아무도 포럼장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해 모든 참가자들은 북경을 떠날 때까지 마치 국민학생 이름처럼 아이디 패스를 목에 걸고 다녀야 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참가자들이 북경 금려 호텔에 머문 데 반해 나를 포함한 14명의 실무자들은 엔지오 포럼이 열리는 회현시로 출발했다.
  회현시의 석탄공사센터에서 숙소를 확인하는데 무려 2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함께 온 일행의 숙소가 여기 저기에 다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숙소를 한 곳으로 모으는 동안 석탄 공사센터 밖에서 기다리다가 나는 첫 번째 여성 장애우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짧은 순간에 휠체어를 탄 그녀가 지나가 버려 "하이!(HI!)"하고 짧은 인사말 밖에 전할 수 없었다. 이로 인해 나는 이 넓은 포럼장에서 언제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무척 아쉬웠다.
  숙소에 가기 전에 공항에서 부친 짐을 찾기 위해 우리는 회현시 중앙에 있는 이슬람 식당 근처로 갔다. 그 곳에서 나는 두 번째 여성장애우를 만날 수 있었다. 셔틀버스 운전 기사 아저씨의 민감한(?)통제로 셔틀버스에서 내릴 수 없었던 나는 그녀가 휠체어에 탔다는 어렴풋한 모습을 확인하고 채면을 불구하고 영어로 큰 소리로 외쳤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왔어요. 만나서 반갑습니다."이렇게 인사를 시작해 우린 각자를 소개했고 명함을 교환했다. 그녀도 단지 내가 장애우란 이유 하나만으로 무척 반가워했으며 주요 웨샵에서 다시 만나기를 약속했다.
  그녀는 전신마비장애우로 인도네시아에서 자신의 딸과 함께 온 라뚜아 인드라스와리 입라힘(Ratua Indraswari Ibrahim)이라는 여성이었다. 나는 반가움에 내가 유일하게 알고 인도네시아어로 외쳤다. "아빠까빠르! 떼리마까시!(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그 단 두 마디로 우리는 더욱 친해졌지만 셔틀버스가 곧 떠나게 되어 아쉬운 작별을 했다.
  밤 10시가 넘어 도착한 숙소는 회현시에서 20여분 떨어진 호숫가로 위치한 짐징롱 호텔이었다. 조용하고 경치 좋은 산 속에 위치한 호텔은 마치 마법의 성처럼 아름다웠다. 이렇게 해서 우리 일행의 중국에서의 하루는 마무리 되어가고 있었다.

 

 

편의시설 마련돼 있지 않아 불편
  드디어 개막식이 열리는 날. 우리 일행은 아침부터 바쁘게 일정을 체크하고 셔틀버스를 타고 엔지오 포럼 장으로 출발했다.
  회현시는 벌써부터 전 세계에서 온 각양각색 인종의 여성들과 자원 봉사자들로 활기에 넘쳐 있었다. 우리 일행은 아직 엔지오 포럼 중심센터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셔틀버스에서 내린 자리에서 지도를 펴고 위치를 확인한 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게 큰 문제가 발생했다. 포럼중심센터가 있는 곳은 비장애우들은 걸어서 가기에 아무 것도 아닌 거리였지만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내가 일행과 보조를 맞추어 걸어가기엔 너무 멀고 힘든 거리였기 때문이었다.
  할 수 없이 자발적인 자원봉사자로 호텔 방을 같이 쓰게 되면서 나를 도와주기 시작한 여성유권자연맹의 박윤희 간사와 나는 일행을 먼저 보내고 난 후 지도에 표시된 엔지오 포럼 중심센터인 글로벌센터(GLOBAL CENTER)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우린 택시를 불렀다. 그리고 지도를 보이면서 엔지오 포럼장에 가자고 했다. 그러나 모든 택시 운전기사들이 중국말로 열심히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하더니 가버리는 것이 아닌가. 우린 할 수 없이 교통 순경으로 보이는 경찰관에게 가서 우리 사정을 이야기했다. 영어를 할 수 있는 여자경찰관 덕분에 왜 택시운전기사들이 승차 거부를 했는지를 알게 됐다. 비록 참가자를 태운 택시라도 운전기사가 아이디 패스가 없기 때문에 포럼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이때부터 장애우의 접근권이 배려돼 있지 않은 엔지오 포럼장에 대한 나의 투쟁(?)은 시작됐다.  "나는 장애우예요. 택시가 포럼장 입구까지 가지 못한다면 나는 이 포럼에 참석할 수가 없어요!" 드디어 우리는 중국경찰을 움직였고 중국 돈으로 12원, 우리나라 돈으로 1천2백원을 주고 당당히 포럼장에 택시를 타고 들어갔다. 글로벌 센터에는 벌써부터 각종의 웨샵과 여러 가지 행사를 알리는 홍보물들이 여기저기 다닥다닥 부착되어 있었고 각 나라에서 온 기자들은 엔지오 포럼장의 분위기를 열띠게 취재하고 있었다. 우리는 천가방이 산처럼 쌓여 있는 곳에 가서 아이디 패스를 보이고 가방 하나를 받았다. 가방 안에는 전화번호부 책을 방불케 하는 두꺼운 웨샵 스케줄과 엔지오 포럼과 회현시를 안내해 주는 책 등 2권이 담겨있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우선 웨샵 내용이 담긴 책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 많은 웨샵 중 장애와 관련된 내용이 하나라도 있겠지... 제발 있어야 할텐데"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하루에 평균 4-5개의 여성장애우와 관련된 웨샵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아주 전문적이고 세분화된 내용들이었다. 나는 너무나 기뻐서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한 순진한(?) 기쁨은 잠시. 각 웨샵들이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열렸고 장소도 각각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러한 웨샵에 어떻게 참석하라는 것인지. 나는 갑자기 북경에 내가 혼자가는 것을 걱정하던 "빗장"회원들이 생각나 눈물이 핑 돌았다.
 글로벌센터에서 다시 만난 우리일행은 나의 택시로 인한 헤프닝과 이 넓은 포럼장에 대한 접근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주었다. 일행 중 한 명이 서비스센터에 가서 휠체어를 구할수 있는가를 물어보았다.
  다행히 휠체어는 있었다. 그러나 중국 엔지오 운영위원회는 우리에게 렌트비를 요구했다. 우리 돈으로 1일 렌트비가 3천원, 그리고 먼저 보증금 7만 4천원을 맡겨 놓고 매일 3천원씩 깎아 가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우리나라 돈으로 계산해서 별로 비싼 게 아니라 할지라도 어떻게 장애우를 위해 마련해 놓은 휠체어에 대해 돈을 받을 수가 있단 말인가? 우린 다같이 흥분했지만 서비스센터의 담당자는 싫으면 관두라는 표정이었다. 할 수 없이 보증금 7만5천원을 주고 휠체어를 빌렸다. 그 후 이 휠체어는 중국에 있는 동안 나의 발을 대신했다.

 

 

일본 여성장애우 대표들 만나
  오후 5시. 우리는 어제 탔던 버스를 타고 북경 올림픽경기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에 참석했다.
  경기장 근처 보도는 휠체어가 오르내릴 수 있도록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 다니기가 수월했지만 경기장엔 여전히 수많은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를 찾아 경기장을 한참 돌다 나는 경기장 입구에서 반가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일본 동경에 위치한 "마치다 휴먼 네트워크(Machida Human Network)"에서 온 7명의 여성장애우들이었다.
그들은 모두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그들은 영어를 할 수 있는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15명이 북경에 왔다고 했는데. 일본 여성장애우들은 녹색에 복사된 자신들의 웨샵 내용에 관해 내게 설명해 주었다. 웨샵 내용은 "일본의 정신지체여성장애우 들의 반 인권적인 자궁제거 수술에 관한 내용과 시설 내에서의 빈번한 성폭행실태"에 관한 내용이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정신지체여성들도 심각한 반 인권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명함을 나누고 앞으로 연대해 여성장애우운동을 펼쳐 나갈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개막식은 화려하고 열정적이며 흥분의 도가니였다. 사회자는 여성의 "발전, 평등, 평화"의 구호 아래 전 세계에서 모인 참석자를 열렬히 환영했다. 무언가 말로는 표현 할수 없는 감동이 개막식에 참석한 전 세계의 여성의 가슴에 넘쳐났다.
  그 자리에 참석한 여성들은 전 세계 여성들이 짊어지고 있는 불평등한 모든 것에 대해 함께 싸워 나갈 것을 다짐했다.

 

 

김미연 / 지체장애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부설 여서장애우모임 "빗장을 여는 사람들" 회원으로 북경에 다녀왔다.

작성자김미연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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