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제활협의회 주성오 관장 밀어내기에 얽힌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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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재활협회의 주성오 관장 밀어내기에 얽힌 내막
주성오 관장 밀려나
남부장애인복지관 주성오(63세) 관장이 관장직에서 밀려났다.
12명으로 구성된 남부복지관 운영위원회는 7월 18일, 회의를 열어 주 관장 면직을 결의하고, 이를 감독 기관인 동작구청에 통보함으로써 문제의 불씨는 남아 있지만 최근 주 관장 해임을 놓고 숨가쁘게 벌어졌던 복지관 사태를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이로써 재임 5년만에 타의에 의해 밀려나게 된 주성오 관장은 토사구팽당한 비감을 곱씹으며 야인으로 돌아가게 됐다.
여기서 주 관장 면직이 결정된 지금, 먼저 이해를 돕기 위해 주성오씨 해임을 놓고 벌어졌던 최근 상황을 정리해 보자.
편의상 복지관 사태라고 정리할 수 있는, 복지관내 문제가 처음 발생한 것은 지난 6월 21일 이다. 교육재활과 문제로 어수선한 복지관에 난데없이 송인학 재활협회 연구원의 호소문이 뿌려졌다.
송연구위원은 이 호소문에서 "복지관에 위기의식이 팽배해 지고있다"고 주장하며 그 원인으로 주성오 관장의 인격 파탄을 거론했다. 즉 "주성오 관장이 6월3일 동작구청 직원들과 복지관 옆 마당에서 개를 잡아먹었고, 복지관을 자신의 사유복지관으로 여겨 형평과 원칙을 무시한 인사권을 남용했으며, 자신의 심사에 맞지 않으면 복지관 프로그램도 중단시키는 등 독선과 만용을 일삼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송 연구위원은 호소문 말미에 주 관장을 사이비 복지가로 규정한 다음, 주 관장이 물러날 때까지 농성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상황은 여기서 끝난게 아니었다. 그 다음날인 22일 오전, 성인장애인복지협의회 소속 장애우 50여명이 복지관 관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사태가 일어났다. 이들 장애우 역시 한목소리로 주 관장을 인격파탄자로 매도한 다음 주 관장이 관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다행히 성인장애인복지협의회의 관장실 점거 농성은 하루를 넘기지 않고 끝났지만 이 두사건은 주 관장의 해임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23일, 이번에는 재활협회와 복지관의 과장급 이상 간부들이 들고일어나서 회의를 열어 "이번사태에 관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게 순리다. 회장이 관장에게 권고사직을 권유하고 안되면 간부들이 관장에게 퇴진을 요구하자"고 결의한 다음 실제로 주관장에게 몰려가 "복지관을 아낀다면 용단을 내리는 게 좋겠다"고 퇴진을 권유함으로써 이제 주 관장 퇴진은 기정사실화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런 압력에도 불구하고 주관장은 절차상 하자를 들어 퇴진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남의 모함이나 외부세력의 농성 때문에 자신이 그만두면 악순환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게 그의 퇴진 불가 이유였다.
주 관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6월24일 송인학 연구위원의 호소문에 대한 해명서를 통해 "개 도살 사건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며, 프로그램 중단 운운은 다른 담당자를 구해 곧 재개할 예정이며, 내가 인사권을 남용한다고 했으나 복지관 인사관리 규정에 따라 인사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남용한 것이 없고, 독선을 자행한다는 것은 모략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조목조목 반박함으로써 자신의 퇴진 압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하지만 주 관장 해임을 위해 한 번 칼을 빼든 조일묵회장을 비롯한 재활협회측 입장에서는 이러한 주 관장의 해명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때부터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주관장이 해명서를 낸 24일, 그날오후, 조일묵 회장 주재로 주 관장 해임을 위한 재활협회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이익섭, 임통일, 서광웅 이사를 비롯한 이사 9명과 감사 1인이 참여한 이사회는 조일묵 회장이 최근의 복지관 사태를 설명한 다음 "복지관 관장은 재활협회 회장이 임명한 건데 주 관장이 재활협회 회장인 나의 지시를 듣지 않고 나아가 사안에 대한 보고조차 하지 않고 있어 지휘체계가 서지 않고 있다"며 "주 관장에게 사표제출을 요구했으나 불응하고 있어 이러한 상황에서는 회장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라고 배수진을 침으로써 만장일치로 주 관장 해임을 결의했다.
이러한 이사회 결의가 있고 난 다음다음날인 26일, 재활협회 인사위원회가 소집됐다. 재활협회 전진한 부회장과 임통일 이사, 최종길 부장이 참여한 인사위원회는 주관장을 불러 해명 기회를 주는 등 형식은 갖췄으나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사태가 이렇게 진행된 이상 여기서 주 관장 해임을 미루면 재활협회가 내분에 휩싸일 것이 분명하고, 그렇게 되면 복지관도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었던 인사위원들은 이사회 결의를 추인하는 형식으로 주 관장 면직을 결의했다. 이로써 주관장 해임을 위해 재활협회는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동원한 셈이 됐다.
그러나 주 관장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주관장은 이번에는 "복지관 관장 임면에 관한 사항은 재활협회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관 운영위원회가 결정할 사항"이라는 서울시 복지관 운영규정을 내세워 역시 퇴진을 거부했다.
여기에다 6월30일 자로 된 동작구청의 "재활협회 사무실 이전 촉구" 공문이 날아들어 조일묵회장을 비롯한 재활협회 측을 아연 긴장하게 했다. 공문은 "복지관내 재활협회 사무실 사용은 복지관 운영의 목적 외 사용금지 위반이니 7월30일까지 협회 사무실을 이전해 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재활협회 측은 92년도부터 오기 시작한 이공문의 배경에 주 관장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믿고 있던 터였다.
이런 일련의 상황에 당황한 조일묵 회장은 부랴부랴 7인으로 구성돼 있는 복지관 운영위원을 12인으로 늘려, 동작구청을 설득한 다음 인사위원회가 면직을 결의한 날로부터 무려 22일 만인 7월 18일, 마침내 주 관장을 퇴진시킬 수 있었다.
반목과 갈등 뿌리깊어
여기까지가 표면적으로 드러난 최근의 복지관 사태의 전말이다.
그렇다면 주 관장을 둘러싼 복지관 사태는 왜 이 시점에서 일어났을까?
위와 같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내용만으로 이번 사태를 설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대부분의 사태가 그러한 것처럼 이번 복지관 사태도 배경에는 뿌리깊은 반목과 복잡한 상황이 얽혀있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이번 사태에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태의 배경에 얽혀있는 깊은 내막을 추적해 보기로 한다.
주성오씨가 남부복지관 관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 91년이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당시 관계자들에 따르면 장애인시설연합회 사무국장으로 있던 주성오씨는 재활협회가 내분으로 위기에 처하자 "3개월만 시간을 주면 재활협회 사태를 해결하고 물러나겠다"고 재활협회 이사들을 설득해 복지관 관장과 협회 사무국장으로 취임할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약속한 3개월이 지났지만 주성오씨는 물러나지 않았고, 다만 겸직이 문제가 되자 협회 사무국을 내놓고 복지관 관장직만 맡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확히 이 시기부터 재활협회는 반목과 갈등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거칠게나마 그 반목의 이유를 설명해 보면 이렇다.
재활협회는 91년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의 소위 재활 전문가들이 집결해 있는 전문가 집단으로, 장애계에서 인정하는 단체였다.
그런데 이런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어디까지나 비전문가인 주관장(단적인 예로 주 관장은 사회복지학과를 전공하지 않고 종교학과를 전공했다)이 관장이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주 관장은 복지관 운영에 있어서 전문가 의견을 무시하고 단독으로 어린이교실을 늘리는 등 프로그램 위주로 복지관을 운영함으로써 전문가들의 반감을 샀다.
여기에다 복지관내 자기 사람을 심는 과정에서 전문가들은 배제하고 관리직을 주축으로한 측근들을 일년에 두 번 승진시키는 등 혜택을 줌으로써 결정적으로 전문가 그룹의 불신을 샀다. 이때부터 사실상 재활협회는 주관장 옹호 그룹과 주 관장에 반대하는 소수의 전문가 그룹으로 나뉘어져 반목을 거듭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전문가 그룹쪽에서 주 관장을 몰아내기 위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서광윤박사가 재활협회 회장으로 있는 지금은 삼육재활센타 관장으로 가있는 전봉윤씨가 재활협회 사무국장으로 재임하고 있던 93년, 전문가 그룹은 반격을 시작했다. 당시 주 관장이 장애계 언론사 기자들에게 촌지성 회의비를 준 사건이 계기가 돼 검찰에 고발되는 등 물의가 빚어지자 서 회장은 주 관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해임을 추진했다. 그런데 이때 절차상 하자를 들어 주 관장 해임을 극구 반대한 사람이 바로 지금 회장인 조일묵 당시 복지체육회 부회장이었다.
여기에다 관리직 직원이 주축이 된 재활협회 노동조합이 주관장 해임을 반대하고 나섰고, 어린이교실 부모들과 동작구청도 주관장 해임을 반대하고 나섬으로써 전문가 그룹의 반격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오히려 그 사건을 계기로 주관장 해임을 추진했던 서광윤 회장과 전봉윤 사무국장이 재활협회를 떠나야 했고, 수명의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로 재활협회를 떠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입지가 더욱 강화된 주 관장은 자신의 해임을 막아준 조일묵 복지체육회 부회장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서광윤 회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재활협회 회장 선거에서 조일묵씨에 따르면 "전국의 장애우 시설장들이 거의 재활협회 대의원인데 내가 시설협회에 관계하고 있었기 때문에 대의원들이 전화로 회장으로 누가 좋으냐고 물어보면 조일묵씨가 괜찮다고 대답했다"고 밝히고 있다.
대자보 사건이 계기가 돼
그로부터 3년, 재활협회와 복지관은 표면적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렇게 보인 것은 그동안 주 관장에게 문제 제기를 해왔던 전문가들이 거의 다 재활협회를 떠났고, 조일묵 회장이 재활협회가 아닌 복지체육회에 상근하고 있었기 때문에 복지관을 비롯 재활협회까지도 전적으로 주관장 의도하에 움직여졌기 때문에 그랬지, 근본적인 문제의 불씨는 여전히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었다는 표현이 옳다.
어쨌든 주 관장의 독주는 한동안 계속됐다. 그런데 이러한 주관장의 독주에 걸림돌이 생겨났다. 바로 송인학 씨의 등장이다. 지난해 초 조일묵 회장은 송인학씨를 재활협회 상임 연구위원으로 임명했다. 이 부분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역시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송인학씨가 재활협회에 들어오기 전 조일묵회장은 한차례 홍역을 치뤘다. 재활협회 사업인 보장구 지급 사업을 놓고 지체장애인협회와 알력이 생겨 지체장애인협회 회원들이 재활협회 회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관계자들은 조일묵 회장이 송인학씨를 데려온 것은 "외압에 대처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지적했다. 송인학 씨에 대한 장애계의 평가는 어느모로 보나 연구위원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송인학씨는 이런 지적을 부인하고 있다. 송인학씨는 "내가 재활협회에 들어올 때 연구위원이 아니라 법인 자부담금 마련을 위한 사업을 하는 사업본부장으로 오기로 했다. 그런데 재활협회 정관에 사업본부장이란 직제가 없어 연구위원으로 오게됐다"말하고 있다.
이어 송씨는 자신이 재활협회에 들어와서 장기철 지체장애인협회 회장과 조일묵 회장이 화합하는데 자신이 뒤에서 역할을 맡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체육복권 박스 1백개를 위탁받아 성인장애인복지협의회 장애우들에게 주기로 한 사업을 추진해서 거의 성사 시켰으며, 오는 8월 재활협회가 스페인 장애우 협회와 자매결연 맺는 사업도 자신이 추진해서 성사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자신은 사업본부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송인학씨가 주성오 관장의 견제 세력이 된 것은 작년 가을이다. 주관장의 설명에 따르면 "송인학씨가 직원들에게 내가 사무국장하려고 협회에 들어왔는데 윤형섭 사무국장이 나가지 않아서 못하고 있다고 얘기했다는 소리를 듣고 내가 송인학씨를 불러서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한적이 있다. 이때부터 송인학 씨와 사이가 안 좋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송인학씨는 주관장의 이러한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자신은 "협회 사무국장이 되겠다는 생각조차 한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송인학씨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오해의 소지는 있다. 바로 이번 복지관 사태에 기름을 부은 사람이 다름 아닌 송인학 씨였기 때문이다.
송인학씨는 이번 사태에 자신이 촉매제 역할을 한 이유를 "조일묵 회장한테 모든 책임이 돌아가면 재활협회가 근본적으로 흔들린다. 그래서 내가 나섰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송인학씨는 겉으로는 이렇게 말은 하지만 주관장에게 감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애써 숨기지 않고 있었다. 그 예로 송인학씨는 대자보 사건과 투서 사건을 들고 있다. 3월초 복지관에 재활협회 노동조합 명의로 협회 인사규정에 문제가 있다는 대자보가 붙고, 이사들에게 "직원들의 퇴직 충담금도 전무한 최악의 재정 상태임에도 아무런 명분 없는 연구위원의 급여가 편법 사업비로 지출되고 있음은 직원들의 불화가 사기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는 내용의 투서가 발송됐는데, 송인학씨에 따르면 이 모두가 "영향력에 위협을 느낀 주 관장이 나를 내보내기 위해서 뒤에서 꾸민 술책"이라는 것이다.
두사람의 서로 다른 이해
송인학씨가 언급한 대자보 사건은 이번 복지관 사태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이 대자보 사건이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먼저 당시 재활협회 상황을 설명해 보면 이렇다.
복지체육회 부회장과 재활협회 회장을 경임하고 있던 조일묵씨가 올해 초 일반적인 예상과는 달리 복지체육회 부회장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조일묵씨의 복지 체육회부회장 사의 표명은 곧바로 재활협회 위상에 중요한 변화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했다. 즉 조일묵씨가 비상임이 아니라 상임으로 재활협회 회장에 복귀함으로써 어떤 식으로든 그동안 독주하고 있던 주성오씨와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3월초 대자보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대자보를 붙인 재활협회 노동조합은 주관장의 영향 하에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재활협회 한 관계자에 따르면 "주관장 입장에서는 조일묵씨가 회장으로 상근하게 되면 뭔가 조치를 취할 것이 분명한 이상 사전에 정지작업을 해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조를 움직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인사규정을 문제삼는 대자보는 특별한 쟁점 없이 결론적으로는 조일묵 회장불신임을 담고 있었다.
조일묵 회장이 아직 복지체육회를 그만두지 않은 시점에서 붙여진 이러한 노동조합 명의의 대자보는 커다란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우선 조일묵 회장의 반응이 파격적이었다. 주 관장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조 회장이 자신을 불러 대자보 사건을 무마 시켜달라고 부탁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조 회장이 불쾌감을 표시하며 아무 언급 없이 한 달이 넘게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주 관장도 맞섰다. 회장이 한달이 넘게 출근을 하지 않으면 관장이 먼저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함에도 주관장은 전화 한통하지 않고 나아가 아예 업무보고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때부터 두사람 사이는 급속도로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 대자보 사건은 일부 노조원들이 "노조원들의 정식 의사도 아닌데 왜 집행부 맘대로 대자보를 붙였냐"고 집행부에 문제 제기를 하고, 노조 집행부가 문제 제기를 수용해 임시총회를 열어 사과문을 붙인 다음 노조 간부들이 조 회장을 찾아가 사과함으로써 일단락 됐다.
그런데 상황은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이 대자보 사건을 계기로 세가 결정적으로 주 관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노조는 임시총회 다음 열린 4월 정기총회에서 집행부를 불신임하고 재활협회 남아무개 대리를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이는 협회와 복지관 직원들의 마음이 주 관장에게서 돌아섰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5월, 협회가 상근하기 시작한 조 회장에게 주관장은 "혹시 대자보 사건을 내가 시킨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물어봤다. 그때 조회장은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내가 한달이 넘게 출근하지 않았는데 당신은 전화 한 통화 하지 않았지 않느냐"라고 질책했다. 조 회장이 주관장을 불신임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쯤에서 한가지 추리를 해볼 수 있다. 주관장이 바라는 것은 조회장이 협회에 상근은 하지만 예전처럼 그냥 이름만 걸어놓고 복지관 운영에서는 여전히 자신이 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조일묵 회장 입장에서는 복지관에 드리워져 있는 주관장의 영향력을 걷어내지 못하면 자신은 소수의 직원을 거느린 꼭두각시 회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
실제로 주관장은 그동안 위탁기관인 재활협회의 그늘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복지관예산을 편성해 사업을 시행하는 등 철저하게 재활협회를 무시해왔다. 그래서 조회장으로서는 무엇보다 재활협회 재활협회의 복지관에 대한 영향력 회복이 관건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이해가 이번 사태의 한 계기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조일묵 회장의 친정 체제로 운영될 복지관
이런 배경외에 주성오 관장이 밀려나게 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교육재활과 사건이다. 이 사건이 계기가 돼서 어린이교실 부모들이 주 관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복지관 내에서 1백여명에 달하는 어린이교실 부모들은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부모들은 이번 사태 와중에서 동작구청에 몰려가 주 관장 퇴진을 요구하는 등 주관장 퇴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교육재활과 사건은 어떤 사건인가?
복지관내 교육재활과는 교사 12명이 장애아 90명을 교육시키고있는 일종의 조기교실이다. 그동안 교육재활과는 교육시설이라는 특성 때문에 복지관 내에서 별도의 자문위원들까지 두고 운영하는등 나름대로 독자성을 인정받아왔다. 그런데 주관장은 교육재활과를 자신의 통제 하에 운영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수리를 뒀다. 교육을 이수한 장애아 3명을 다시 받으라고 일방적으로 지시해서 마찰을 빚고, 자문위원 사례비를 80만원을 주던걸 35만원만 지급해 결과적으로 자문위원을 그만두게 만들었다. 그래놓고 다른 사람을 데려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 교육재활과 프로그램이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결정적으로 상담프로그램 등이 중단되자 교사와 부모들이 들고일어났다.
교사와 부모들은 주관장이 "교육에 대한 전문성도 없고 교육의 원리도 모른채 부정입학을 지시하는 등 탈법행위를 했다"며 주관장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해 이번 사태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런 교육재활 사건 외에도 3부7과인 복지관 직제에서 중간 관리자인 부장과 과장을 각각 1명씩 밖에 두지 않아 결과적으로 1부1과로 복지관을 운영한 파행운영도 주 관장의 퇴진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지관 사태가 마무리에 접어든 지금, 주 관장의 대응은 부당 노동행위로 조일묵 회장을 노동부에 제소하는 길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관장직이 별정직이기 때문에 부당 노동 행위가 성립될 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밖에도 주 관장은 개인적으로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송인학씨와 교육재활과 주아무개 대리, 그리고 부모회장 유아무개씨를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발함으로서 법적 대응을 불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관의 대응은 결국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복지관 사태를 지켜본 관계자들의 관심은 주 관장의 대응보다는 주관장 퇴진이 기정사실화된 지금, 향후 재활협회가 어떻게 복지관을 운영할 것인가에 쏠려있다. 이번 사태로 복지관은 사실상 조일묵 회장의 친정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복지관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조일묵 회장이 상존하고 있는 복지관의 문제점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태곤 / 본지기자
인터뷰
"복지관의 최종 책임자도 나다"
조일묵 재활협회 회장
-주관장을 어떤 이유로 해임하게 됐나.
=그동안 복지관과 재활협회는 서로 반목해 왔다. 복지관 관장이 화합에 노력해야 하는데 더 분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회장인 내가 지시하는 것을 주관장이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다. 세 번째는 주관장이 복지관 프로그램을 임의대로 변경, 중단 시키는 등 파행적으로 복지관을 운영한 것이 해임사유다.
-복지관과 재활협회가 반목해 왔다는 건 무슨 뜻인가?
=현재 갈등이 심각한 게 사실이다. 심지어 직원끼리 인사도 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된데는 주관장이 조정수당 지급과 일녀에 두 번 승진을 시키는 등 잘못된 인사로 자기 파벌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주관장 해임이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느낌이 강하다. 예전에는 이런 주관장의 탈법 사실을 몰랐나?
=그전에는 비상근 이었으니까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내가 상근하다 보니 묻혔던 일이 드러난거다. 나는 그동안 주관장을 의심하지 않았다.
-조회장이 재활협회 회장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주관장의 도움이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걸 두고 사람들의 말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 거꾸로 93년 주 관장이 밀려나게 됐을 때 막은 건 나다. 나는 주관장에게 빚이 없다.
-앞으로 복지관을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가?
=후임 관장은 운영위원회서 선출할 계획이다. 분명한 것은 재활협회와 마찬가지로 복지관의 최종책임자도 나라는 사실이다. 책임을 느끼고 복지관을 운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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