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캠프 참가기] 변화되고 변화를 주는 너희들을 보며
본문
변화되고 변화를 주는 너희들을 보며
중래에게
한낮의 무더위가 지나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저녁 무렵, 나는 멀리서 네가 토끼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을 보았단다. 그래서 다가갔지. 그런데 그건 토끼의 먹이인 풀이 아니라 나뭇가지였어. 선생님은 웃을 수밖에 없었단다. 그리고 나서 네게 나뭇잎을 주도록 도와주었지. 그후 선생님은 다시 너를 멀리서 봤단다. 하지만 여전히 너는 긴 나뭇가지를 토끼에게 주더구나. 중래야, 멀리 어둠속에서 봤던 너의 모습이 선생님에겐 너무나 이쁘고 빛난 것이라는 걸 넌 알고 있니? 고맙구나. 선생님에게 넌 또 다른 사랑을 보여주고 있는 거야.
1995년 7월, 캠프 첫날 저녁에 너를 보며
바람직한 캠프를 위한 고민
7월의 뜨거운 태양의 열기가 시작되면서 나에게도 그에 비할 수 있는 열정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교사로서 첫 캠프를 맞게 된 것이다. 이전에 캠프 자원활동을 통해 얻은, 비록 적은 경험이지만 그래도 일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에 우리 아이들을 위한 캠프는 상품화되어 있는 공간에서 따라갈수 없는 프로그램의 진행속도와 성격을 지닌 팩키지 캠프(Package Camp)는 가지 않아야 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곳이 극단적으로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장애아동들이 지니는 적응행동상의 문제들을 고려하고, 캠프가 장애아동의 자아개념과 그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고 아동의 수준을 고려한 놀이와 프로그램을 통해 억압되지 않고 압박 없는 가운데 자신의 감정을 자유스럽게 표현함으로써 교사가 아동들의 능력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과 아동을 관찰하는 데에 좀더 일반적인 환경을 통해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적절하지는 못한 장소라 본다. 즉, 시간․경제적으로 소비적인 환경에서 수동적인 자세로 캠프를 이끌고 나갈수는 없었다.
이에 우리 교사들이 먼저 생각한 것은 타교육기관과 연합을 이루어 교사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러 기관과의 연합을 시도했으나 캠프 시기와 운영면에서 맞니 않는 곳이 많았다. 그러나 다행히 사랑의 교실과 가까이에 위치한 초동교회 부설햇빛 조기교실과 섭외가 되어 안성에 있는 초동교회 수양관으로 가기로 결정한 후 우리의 캠프 계획이 진행되기 시작했다.
또한 뜻하지 않게 우리와 통합교육을 함께 실시하고 있는 수도유치원과의 연합도 이루어져 우리에겐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의 통합교육 차원의 캠프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세 기관이 모인 우리의 연합캠프가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각 기관간의 교섭속에서 서로 잘 알지 못한다는 어색함 때문이었는지 조금은 서먹서먹했으나 우리는 캠프의 운영과 프로그램 진행 등을 의논하며 캠프에 대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눠갔다. 결과 공동으로 진행되는 수영, 캠프파이어 게임 등은 각기 세 기관에서 나누어 담당하여 진행하는 것으로 하고, 체조, 식사 등도 함께 하는 것으로 하였다.
불빛에 비친 천사들의 모습
드디어 7월6일 아침 우리가 캠프를 떠나기로 한 시간이 다가왔다. 모든 짐을 챙겨서 버스에 올라탄 우리는 하나가 되기 시작함을 느꼈다. 버스 속에서 서투르고 잘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지만 비장애아동과 함께 서로 노래를 부르며 장기자랑을 하는 우리아이들을 보면서 뭔지 모를 기쁨을 느꼈다. 그러나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교사와 자원봉사자간의 서먹함은 여전했다. 안성에 도착. 우리는 수도교회에서 자원봉사를 나오신 교회 집사님들께서 차려주신 감사한 식사를 하고 난 뒤 수영장을 시작으로 우리의 캠프 일정에 들어갔다. 버스를 다시 타고 조금 멀리 이동해야 했지만 수영장에서 물을 좋아하는 아이, 물을 두려워하는 아이 등의 여러 모습을 보면서 내가 교사로서 우리 아이들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모르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그후 저녁식사를 마친뒤 캠프파이어가 시작되었다. 수도유치원 선생님의 진행으로 시작된 캠프파이어는 자리에서 잘 이탈하는 우리 아이들에 특성을 고려하여 기차놀이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끈을 이용하여 기차놀이를 하며 모닥불 주위를 돌며 노래를 불렀다. 불꽃놀이를 했을 때도 촛불의식을 했을 때도 우리 아이들이 보여주는 천태만상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교사들은 사실 "얘들아 이게 바로 불이야!"라는 것이라도 알아주었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그러나 정작 촛불의식 때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불빛에 비춰진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예쁘고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는 천사들을 보는 것 같았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을 씻기고 정리를 한 후 아이들을 재우기 시작했다. 잠시 나갔다 온후 숙소로 돌아왔는데 신기하게도 모든 아이들이 자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나도 고마웠다. 힘들었던 나로서는....그런데 딱한명이 자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 이일을 어쩌나! 무시한채 잠을 청했지만 내 머리를 잡고 일어나라고 야단이다. 같이 놀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할수 없었다. 계속 무시한채 잠을 청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계속 돌아다니던 아이도 엎드려 자고 있는 것이다. 그래, 그래야지.
변화된 밝은 미래 기대
아침이 되었다. 자리가 축축해져 있었다. 아, 누군가 실례를 했구나!
빨리 정리를 하고 아침체조를 신나게 한 후 아침을 먹고 나서 우리는 통합차원의 프로그램인 미니올림픽을 시작했다. 햇빛조기교실 선생님의 진행으로 비장애아동들과 함께 짝을 이룬후 두 팀으로 나누어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반환점의 의미를 몰라 저만치 갔다오는 아이들을 보며 또 그를 안타까워하며 데려오는 유치원 아이들을 보며 그래, 바로 그거야 라고 생각했다. 사실 통합교육의 목적을 우리 아이들의 모방학습효과와 일반화된 환경에서의 교육에 두고있지만, 비장애아동의 이해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게임을 한후 동그랗게 어우러진 후 각자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우리는 나뭇잎을 따와 붙인후 나무 그림에 손바닥에 물감을 묻혀 찍어보는 핑거페인팅을 한후 여러 사진을 찍고 다시 식사를 하고 나서 안성을 뒤로하며 서울로 향했다. 돌아온후 아이들은 엄마를 보며 좋아하고, 또 어머니들의 얼굴은 아이들을 보자마자 걱정되던 마음에서 기쁨과 안심의 미소를 지으셨다. "아, 끝났다!"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한편으로 캠프가 잘 되었는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교사로서 첫 캠프를 맡았던 나로서는 연합캠프라는 이름아래 실시됐으나 생활면에서 좀더 공동의식을 갖고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무엇보다도 교사들간의 교류가 좀더 활발히 이루어져 서로 신뢰를 가진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캠프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아동의 수준을 고려하여 교사가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또 통합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연합캠프에 같이 참여해주신 초동교회부설 햇빛 조기교실 선생님들과 수도유치원 선생님들, 또 진행에 도움주신 각 기관의 자원봉사 여러분들과 식사에 도움을 주신 수도교회 자원봉사자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캠프속에서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의 변화된 밝은 미래를 생각해본다.
홍재은/ 서울 수도교회 부설 사랑의 교실 교사로 일하고있다.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