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복지관 농성 사태 왜 일어났나? > 기획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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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복지관 농성 사태 왜 일어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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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작년 9월 27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평화복지관에서는 지체장애인협회 노원지회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임춘식 관장 퇴진을 요구하는 복지관 점거 농성 사태가 일어났다. 그로부터 4개월이 흐른 지금, 평화 복지관 사태는 관장 퇴진은 불분명한 채 농성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무엇이 장애우들로 하여금 점거농성을 하게끔 만들었을까?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소문의 진상을 추적해 본다.

 

 

꼬리무는 소문, 소문
  당시 지체장애인협회(회장 장기철, 이하 지장협) 노원지회(지회장이규달) 회원들이 중심이 된 장애우 20 여 명이 노원구 중계 3동에 있는 평화복지관(관장 임춘식) 관장실과 사무실을 점거하면서 내세운, 임춘식 관장이 퇴진해야 하는 비리혐의는 다음과 같았다.
관장의 비리를 알고 있는 직원 강제 퇴사, 삼성복지재단 지원금 1천만원 유용, 직원 봉급 횡령, 럭키금성이 후원한 가전제품 횡령 등.
  장애우들이 열거한 이같은 임관장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났을 경우 당연히 임관장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물론 사법적인 처벌까지 받아야 마땅했다. 그런데 문제는 농성 이후 이뤄진 노원구청과 서울시의 감사에서 장애우들이 주장한 임관장의 비리가 단 한가지도 사실로 증명되자 않았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평화복지관 사태는 복잡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과연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일까, 구청과 서울시의 감사가 겉치레에 그쳤던 것일까, 아니면 농성에 들어간 장애우들이 오해를 했던 것일까, 혼란속에 설상가상으로 장애우들의 농성 당시 운영법인인 천애재활원(이사장 허원)에 사직서를 썼던 임관장이 “불명예 퇴진할 수 없다”며 단 하루 만에 사직의사를 번복하는 일까지 일어났다.
  사정이 이쯤 돼자 의혹은 자연스럽게 장애우들의 농성 배경에 쏠렸다. 장애우들의 농성에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도사리고 있다는 말이 장애판에 발빠르게 퍼져 나갔다. 소문의 내용은 무엇이었나?
  기억을 더듬어보면 당시 소문의 핵심은 다름아닌 ‘지장협측의 음모설’이었다. 복지관을 가지고 있지 못한 지장협측이 물리력을 동원해 임관장을 퇴진시키고 지장협측 인사를 관장으로 앉히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복지관을 접수하려 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대명천지에 어떻게 그런일이 가능할 수가 있을 것인가, 당시 기자는 이 소문에 대해 짙은 회의를 품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장난쯤으로 여기고 흘려들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소문은 잠잠해지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구체성을 띠고 확산됐다. 처음에는 평화복지관이 있는 노원구가 현 지장협후원회장인 백아무개 국회의원의 지역구라는 점을 들어 개연성을 지적하는 소문이 들려왔다. 그러더니 농성이 있고난 후 구청과 법인에 새 관장 후보 이력서가 들어갔는데, 그 인사가 바로 윤학병 씨라는 소문이 뒤이어 들려왔다.
  거명된 윤학병 씨가 누구인가, 바로 보사보 재활과 공무원 출신으로 지장협 사무총장을 역임한 바 있는, 지장협 장기철 회장의 측근인사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었다.
  기자는 그 시점부터 평화복지관 사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진상은 밝혀져야 했으므로 기자는 관계자들을 만나보았다.

 

 

윤학병 씨 관장 후보로 추천돼
  여기서 관계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기에 앞서 문제가 유발된 평화복지관이 어떤 복지관인지를 알아보자.
  평화복지관은 노원구 영구임대 아파트 3단지에 있는 종합복지관으로 지난 92년 4월에 개원했다. 기능훈련실, 여성교양교실, 어린이집, 노인정 운영 등을 주 사업으로 해서 운영되고 있으며 설립 때부터 관장으로 재임해온 임춘식 씨는 현재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도 재직중이다.
  임관장과 관련해서 주목을 끄는 부분은 그가 노인복지를 전공으로 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복지관에서도 노인과 관련된 사업을 활발하게 전개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낀 장애우들이 농성 사태를 유발 시켰다는 설도 있었다.
  먼저 당사자인 임춘식 관장의 입장부터 들어 보았다. 임관장은 겸직으로 인한 바쁜 일정 때문에 취재 약속을 잡기가 힘들어 부득이 전화통화로 대신했다.
  - 점거농성 당시 사직서를 썼다가 번복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왜 그랬나.
  = 당시 사직서는 내가 쓰고 싶어서 쓴게 아니다. 노원구청에서 일단 불을 끄자고 종용해서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썼다.
  - 장애우들의 복지관 점거 농성이 왜 일어났다고 보는가.
  = 다 아는 사실이지만 산하에 복지관이 없는 지장협측이 평화복지관을 뺏어서 장애우 복지관을 만들려고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큰 정치적인 문제로 비화될 뻔한 사건이었다.
  - 정치적인 사건으로 비화될 뻔한 사건이었다는 언급은 지장협 후원회장인 백아무개 의원을 염두에 두고 하는 얘기인가.
  = 그렇지는 않다.
  - 윤학병 씨가 새 관장 후보로 추천 됐다는 사실은 언제 알았나
  = 장애우들의 농성이 있고난 후 바로 알았다. 그래서 내가 윤학병 씨를 만났다. 윤씨는 내게 자신이 말려든 사실이 불미스럽다며 사과했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번 사태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던 것도 내가 윤씨의 개입을 의도적으로 흘렸기 때문이다.
  - 농성 이후 구청과 서울시의 감사를 잇따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 결과 지적된 문제점은 없었나.
  = 단 한 가지도 없었다.
  통화 말미에 임관장은 “이 일은 사명감이 없으면 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런데 이렇게 돌맹이를 던져도 되는거냐”며 울분을 토로했다.
  임관장의 이런 “문제가 없었다”는 주장과는 달리 농성을 주도했던 장애우들은 아직도 임관장 퇴진의 불가피성을 주장하고 있다.
  기자는 처음 농성을 주도했던 장애우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 지장협 노원지회장 이규달 씨를 만나려고 했다. 그러나 이규달 씨는 자신은 “농성에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며 대신 사무장 박춘우 씨를 만나보라 고 했다. 그래서 박춘우 씨를 만났다. 박씨는 임관장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 농성 당시 지적했던 임관장의 비리가 감사 결과 사실무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점에서 구체적으로 임관장의 비리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회계비리다. 우리가 들어가서 정확하게 잡은 것은 돈은 몇 푼 안돼도 자립작업장을 운영하면서 임관장이 임금을 횡령했다는 것이다. 장애우들이 임금을 받지 않았는데 수령해간 것으로 손도장을 찍어논 영수증을 두 장 발견했다. 이밖에 임관장 책상 서랍에서 백지 영수증 뭉치가 발견되기도 했다.
  - 농성 당시에는 그 같은 내용이 왜 지적되지 않았나.
  = 임관장만 물러나면 덮어 두겠다고 했는데 임관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 후임관장으로 윤학병 씨를 추천한 적이 있는가.
  = 임관장이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 못 물러나겠다고 해서 윤학병 씨를 추천한 것 뿐이다.
  - 농성 배경을 놓고 물리력으로 복지관을 접수하기 위해 점거농성을 했다는 지적이 있다.
  = 의혹 대상으로 지목된 건 안다. 하지만 복지관을 접수하려면 굳이 평화복지관을 택할 이유가 없다. 월계동과 공릉동에 복지관 두 개가 신설되는데 먹으려면 그걸 먹자고 회원들과 얘기했다. 우리는 문제가 많은 임관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농성을 벌였던 것이지 결코 복지관을 접수하기 위해 농성을 벌였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남는 의문
  각도를 달리해 이번에는 복지관 운영에 감독 책임이 있는 노원구청 사회복지과 감독 책임이 있는 노원구청 사회복지과 담당 직원을 만났다. 담당자는 “장애우들은 임관장이 비리가 있다고 그러는데 확인한 결과는 그게 아닌 것 같다”며 “감사 결과 평화복지관에 비리 사항이 나타난 게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자는 평화복지관운영 법인인 천애재활원 이사장 허원 씨를 만났다. 허원 씨는 서두에 “평화복지관 사태가 사실상 끝났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 농성 당시 임관장은 법인에 사직서를 제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직서는 왜 수리되지 않았나.
  = 농성을 주도했던 장애우들이 그동안 나한테 세 번이나 찾아왔다. 왜 관장을 바꿔준다고 해놓고 바꿔주지 않느냐는 것이었는데 법인 입장은 관장을 바꿀만큼 큰 문제점을 발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평화복지관은 장애우 복지관이 아니라 일반 사회복지관이기 때문에 장애우들의 요구대로 관장 퇴진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애우들은 임관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로 노인들은 3년 동안 지역복지를 위해 고생한 임관장이 왜 물러나야 하느냐며 나에게 역시 항의했다.
  - 평화복지관 점거농성 사태가 왜 일어났다고 보는가.
  = 평화복지관이 있는 지역이 영세민 밀집지역이고 여러 계층이 사는데 임관장이 장애우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해서 일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이번 사태에서 주목을 끄는 부분은 새 관장 후보로 윤학병 씨가 거명된 것이다. 윤씨의 이력서를 받은적이 있는가.
  = 임관장 퇴진 여부가 문제로 제기 됐을 때에 모처에서 윤학병 씨 이력서를 나에게 준건 사실이다. 당시 이 사람이면 장애우들이 수긍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해서 이력서를 받은 사실이 있다.
  - 모처란 어디를 말하는가. 지장협인가, 아니면 노원구 지역구인 백아무개 의원쪽인가.
  = 이력서를 준 곳이 백아무개 의원 쪽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고 지장협쪽도 아니다. 그냥 개인적으로 받았다.
  - 평화복지관 사태가 끝났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 농성 당시 의혹 대상으로 지장협의 개입설이 있었는데 지장협이 굳이 평화복지관을 운영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아직 운영법인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알기에 지장협은 95년 10월에 완공되는 노원구 장애우복지관의 위탁 법인으로 확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 30억 예산이 확정된 이 복지관은 그동안 지장협이 여러 가지 일을 했고, 지역구가 노원구인 백아무개 의원이 지장협 후원회장으로 있으니까 이런 점들이 작용해서 사실상 지장협이 위탁 운영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상 나열한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작년 9월에 있었던 평화복지관 사태는 하나의 헤프닝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의문은 남는다. 평화복지관은 과연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 그 의혹을 관계자들은 속 시원히 털어놓지 않고 있다.

 

이태곤 / 함께걸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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