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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장애우 단체, 연대와 협력 통해 역량 강화해야

[기획좌담] 94년을 회고하고, 95년을 전망한다

본문

올해는 장애우 복지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예정되어 있고,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에 대한 대응도 또다른 쟁점으로 제기되리라 보여진다. 이런 95년ㄴ을 맞아 본지는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새 해 전망을 해 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장애우복지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3인의 진단은 장애우 복지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편집자 주-

 참석자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 신용호. 박옥순. 조문순

 사회 : 이태곤 / 함께걸음 기자

 정리 : 고은경 / 함께걸음 기자

 장소 :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회의실

 

 

 

  최저생계비에 대한 헌법소원 통해 소외계층의 삶의질 거론
◆ 사회적으로 크게 환기되었던 장애우 문제

  사회: 95년이 시작됐습니다. 우선 작년 한 해를 보내고 난 후 느낌과, 짚고 넘어가야 할 이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조문순 : 지난 한 해에는 특기할 만한 별다른 쟁점이 없었다고 여겨집니다. 93년까지 몇 년간에 걸쳐서는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을 가지고 싸웠다면, 94년에는 싸움의 쟁점이 부각되지 못했던 해였습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봅니다. 특수교육진행법 개정안과 시행령이 나온 것이 가장 큰 성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회정책학회에서 최저 생계비에 관한 헌법소원을 낸 것입니다. 이 문제를 가지고 장애우 단체뿐만 아니라 ‘참여연대’같은 사회단체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활동을 벌이는 등 현재까지도 매우 주목받는 사건으로 남아 있습니다.
   지난 한 해를 회고할 때 미진한 부분으로 남는 것은 역시 복지시설 문제입니다. 94년도 여기저기 시설에서 인권탄압, 재정비리 등 갖가지 부조리로 떠들썩했으나 해결점은 여전히 찾지 못한 듯합니다. 이런 문제를 통해서 장애우 단체의 힘의 역량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신용호: 이슈가 없었다고 해서 예전에 비해 치열함이 없었다고 보진 않습니다. 사회적으로 충분히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이었음에도 창구의 단일화가 안되고 장애우 단체의 역량 부족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아태 장애인 10년’의 문제나 ‘장애인 편의시설에 관한 기본법’ 제정에 관한 문제는 그 내용을 만들꺼리는 충분함에도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작년의 경우 장애우 단체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단체와 시민단체가 장애우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각종 행사와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외적으로 관심과 참여율이 높아지는데 내적으로는 수용하지 못하고 적절한 대응책을 쓰지 못한 것이 원인일 수 있겠지요.
  조문순: ‘흐름’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지난 해는 그간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논의되었던 여러 가지 법이 제정되고, 방향이 설정되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사회보장법과 사회복지 공동모금법, 편의시설에 관한 기본법, 자원봉사에 관한 관련법 등이 사회적으로 부각되기도 했으나 장애우계에서 제대로 분석해내고 적절한 대응을 하진 못했다고 봅니다. 긍정적인 결론을 내린다면 모색단계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박옥순: 저는 지난 해 장애우 단체의 결속력에 초점을 맞추어 여러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아태 장인 10년, 특수교육진흥법 개정,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 문제 등 여타의 작업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으나 장애우계에서 기민하게 움직이지 못했던 원인을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된다고 봅니다. 특수교육진흥법이 개정되고 시행령이 공포되기까지 지대한 공헌을 했던 ‘장애인 복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지난 해에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막연하지만 뭔가 정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94년을 회고하는 제 개인적 느낌은 참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아태 장애인 10년’ 문제 제자리걸음◆정부의 의지와 장애우 단체의 관심 필요
  사회:
개인적인 느낌에 관해서 잘 들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을 하나씩 짚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아태 장애인 10년’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해보죠. 제가 파악하기는 이 문제가 처음 제기되었을 당시에는 장애우계의 큰 쟁점으로 등장했는데 행정당국인 보건복지부의 무관심이라든가, 선정된 위원들의 알력(?) 등이 원인이 돼서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 같은데, 아태 장애인 10년의 의미가 무엇인지,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짚어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국제적인 공동사업인 이 사업이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추진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그 원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용호 : 아태 장애인 10년 선포의 기본적 배경은 1981년 세계장애인의 해 때 유엔이 장애우 복지의 가장 취약지구인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10년 후에 평가를 하겠다고 선포한 것입니다. 10년 후인 1991년 아시아 지역은 유엔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 하였고, 그래서 그해 북경 에스캅(ESCAP) 대회에서 아태지역 장애인 10년을 다시 선포하게 된 것입니다.
  일단은 자국 내에서 국가와 장애우 단체가 협력하여 이 과제를 실천하여 10년 후에 평가를 받자는 것이 기본내용인 것 같습니다. 이에 아시아 각국에서는 국가의 협력 아래 장애 당사자가 참여하고, 민간단체가 참여하는 등 당사자 중심의 안이 만들어져 실천되고 있습니다. 현재 일본이나 홍콩, 대만 등은 매우 충실히 시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91년도 선포 이후 92, 93, 94년 3년이 넘었는데도 아무런 준비를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것은 물론 1차적인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우리 장애우 단체도 그 책임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국가에서 강제로 하라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민간단체가 협력하여 안을 만들고 하나씩 실천해 가야 하는데 참여가 매우 미약했던 것입니다.
현재 제가 알기로는 장애우 단체의 대표라 일컫는 몇몇 사람이 개별적으로 안을 만들어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중요한 것은 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장애 당사자의 참여가 있어야 하고 그 참여를 통한 의견수렴 과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서 중단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대다수 단체에서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며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고 있습니다.
  신용호: “지금 장애우계 조직은 사람도 같고 내용도 같고, 이런 식입니다. 저는 그 대안의 하나로 중간 리더자들의 모임이라든가 실무자모임, 더 나아가서는 장애당사자들 모임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박옥순 : 현재 국가조정위원회 사무국이 재활협회인데, 사무국이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아집니다. 사무국의 활동이 미미한 것은 단체간의 묘한 알력이 작용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혹을 가지게 합니다. 어차피 정부 주도하에서 만들어진 위원회라 할지라도 장애우 단체가 협력하여 이것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면 좋은 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장애우 단체의 적절한 역할분담도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는데, 아무튼 어렵고 미묘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신용호 : 안을 만드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봅니다. 중요한 건 아까도 말했지만 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장애 당사자가 참여하며, 그 의견을 수렴하느냐에 있지요. 그럴 때 힘을 가질 수 있고 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안이 조정되리라 봅니다. 그런 과정에서 정부 주도하에 사무국에서만 그 일을 끝낸다면 안이 아무리 좋게 나와도 힘을 가질 수 없다고 봅니다. 장애우 단체가 감시 역할을 못하고, 장애 당사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것은 반성해야 할 점입니다. 단체 간의 입장이 서로 다른 점이 장애 요소가 되고 있는 듯합니다.
  조문순 : 아태 장애인 10년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저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가 바로 정부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그 안을 잠깐 살펴보니까 12가지 영역으로 나뉘어지는데 가상 우선시되는 게 국가조정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안만 보면 복지법에 근거한 중앙장애인 복지위원회가 있지만 명목적인 것에 그치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인상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 얘기 속에서 계속 제기된 자애우 단체의 힘의 문제가 역시 중요하다고 보는데, 지금은 무력해 보입니다. 장애당사자도 장애우 단체도 문제를 뻔히 보면서도 입을 다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법에 근거한 중앙장애인복지위원회에 관해서 조차 우리가 제대로 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 아차 싶습니다. 우리 연구소 역시 타 단체들과의 관계를 원활이 맺으며 신속하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터라 참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사회: 아태 장애인 10년은 어쨌든 우리나라가 스스로 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 그냥 넘겨받은 상태라서 정부가 사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예산 투입을 안 하면서 기존의 것을 활용하여 생색을 내겠다는 인상도 줍니다. 또 한 가지는 단체 간 알력에도 그 원인이 있겠지만, 이 사업은 국제적인 연대 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연대과정에서 민간단체의 접근가능성이 사실상 좁은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대규모로 붐이 일지 않는 상황에서는 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과나 재활협회 등 국제적인 연대 끈을 갖고 있는 쪽에서 조심스럽게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장애우계 전체의 사업으로 받을 수 있는 역량 자체가 아직 부족하고 이 사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 부족 등으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에 관한 활발한 움직임◆접근권에 대한 총체적 재점검의 한 해였던 94년
  사회: 지난해의 역점 사업은 뭐니뭐니해도 편의시설에 관한 무제였죠. 장애우권익문제 연구소가 주도적으로 활동했는데, 1년간의 활동상황과, 현재 어느 단계에까지 와있는지 실무를 맡았던 박옥순 간사께서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
박옥순: 작년 초 연구소의 주사업으로 편의시설 관련 법을 만들 것을 계획하고 추진했는데, 연간사업으로 정하고 추진하긴 했지만 내부적으로 충분한 고민이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난 한 해는 홍보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올해에는 법안을 제장하기 위한 단계로 심포지엄이나 공청회 등의 활발한 작업을 벌일 계획입니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및 설비의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을 제정하였고 올 초부터 아마 시행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이 안이 제정되고 알려졌지만 건축가나 설비사 등 관계되는 전문가들의 관심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등 사회적으로 크게 환기되진 않고 있습니다. 자신과 직접 관계되는 관련법규 조항이 들어가지 않으면 신경을 쓰지 않는 인상도 주었는데 역시 홍보의 부족이 그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문제는 바로 그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우 편의시설이 필요하다, 현상적으로 느끼지만 실제적으로는 잘 모르고 있지요. 때문에 서울시내 교통수단뿐만 아니라 건축물에 관한 실태조사도 벌여서 확실한 근거를 마련하는 데 더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을 이용한 여론 환기 작업에 더욱 주력할 필요성도 느낍니다. 지난 해 4월과 9월에 있었던 이동권 확보에 관한 행사는 장애우 편의시설의 필요성을 우리 사회에 알렸던 매우 중요한 작업이었다고 봅니다. 이러한 작업을 토대로 올해 상반기부터는 법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조문순: 편의시설이라고 했을 때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바로 ‘권리’입니다. 권리로서의 접근권이죠. 교통수단을 통한 이동권이나 건축물에의 접근 등 물리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의 접근까지 포함한 총제적인 접근권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실효성이 수반되어야 하겠죠. 연구소는 나름대로 이러한 원칙을 갖고 편의시설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홍보활동에 비해 인식이 많이 변화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실효성을 염두에 둔 권리로서의 접근권에 대한 깊이 있고 다각적인 고민과 점검이 부족했다고 여겨집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나온 규칙안을 다시 상세히 검토할 필요성이 있지요.
  사회: 현 단계 장애우계에서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되는 것이 바로 편의시설 문제입니다. 그런데 시급하다는 의미전달이 왜 잘 안되고 있는지, 관심부족과 파급효과가 미진한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후속작업의 어려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요?
  신용호: 머리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피부로는 못 느끼는 문제가 아닐까요. 생존권 문제의 경우는 장애우 스스로도, 또 전문가들도 그 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편의시설 문제는 생존권의 문제에서 조금 비껴나 있어서가 아닐까요? 아직 절대적인 숫자의 장애우는 매우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 아직 급급하다보니 편의시설 문제는 등한시되는 것 같습니다. 장애우 단체를 운영하거나 시설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비장애우들이 많으니까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것이 적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박옥순: 저는 신용호 간사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접근권은 생존권과 직결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지 않는다면 이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생존권을 확보하려면 적어도 접근권이 기본전제가 되어야 한다 라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환경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봅니다. 생존권이라는 것이 반드시 먹고 자고 입고 하는 수준은 분명 아니겠지만, 장애우 스스로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접근권의 확보 없이는 생존권 이전에 고민해야 할 부분이 바로 접근권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볼 때 이 접근권의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끌어내느냐가 관건이겠죠. 아직은 우리 나름의 전술이 미비한 게 사실입니다.
  조문순: 장애우 문제를 생각했을 때 사실은 상당히 복잡하고 시급한 것이 널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를테면 아주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장애우도 많고, 아예 취업의 기회에서 소외당하는 장애우의 현실이나 또 수용시설에 있는 장애우의 인권문제도 심각한데 웬 편의시설이냐, 라고 따진다면 사실 할 말이 없는 겁니다.
  접근권이 넓은 의미의 생존권의 개념 속에 포함된다는 말은 좀 더 숙고해봐야겠지만, 아무튼 접근권에 관한 개념 정립이나 다각적인 해석, 그리고 실제적인 활동방향 등에 관해서는 장애우 단체간의 합의점을 찾거나 문제의식을 제대로 공유하진 못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는 이러한 전반적인 수준을 고려할 필요성도 있다고 봅니다.

 

 

개별단체 이권에 대한 목소리 여전히 높아◆실무자 중심의 조직도 필요한 시점
  사회: 94년 하반기에 들어오면서 편의시설 못지않게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됐던 것이 장애우 관련법안 개정안이나 시행령에 관한 것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 쟁점으로 제기되었음에도 법안 제정 작업을 했던 당시의 관심이나 애정에 비하면 상당부분 엷어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뚜렷하고 또 괄목할 만하게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웠다는 말입니다. 일단 법안과 관련해서 지금 장애우계 전체의 역량에 대해서 한번 짚어봤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의 추세는 개별단체 위주로 나가고 있는 인상을 받는데 이렇게 개별단체의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것인지, 단체들이 한데 뭉쳐야 할 시기인지, 한 번 짚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신용호: 솔직히 현재의 장애우 단체들은 자기 단체의 이득이 없거나 아니면 단체 대표의 이권과 관련되지 않으면 관심이 없는 게 사실이죠. 그러나 예전에 비해서 움직임은 활발하다고 보여지는데, 그 방향이 올바른지 의문이 듭니다.
  박옥순: 저는 화가 날 때가 많습니다. 중앙장애인복지위원회니 국가조정위원회니 알 만한 단체의 알 만한 대표들은 모두 1인 10역 정도 역할을 하고 있어요. 활동이 우선되는 것이 아니라 이름만 여기저기 걸어 놓는 것이죠. 일단 조직이 있으면 관심과 활동이 집중화되어야 하는 데 그게 잘 되지 않습니다. 자기 조직 중심, 대표 개인 중심, 이런 사고방식이 팽배해 있다고 보입니다.
  신용호 : 조직의 형식만 바꾼다고 장애문제를 풀 수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지금 장애우계 조직은 사람도 같고 내용도 같고, 이런 식입니다. 저는 그 대안의 하나로 중간리더자들의 모임이라든가 실무자 모임, 더 나아가서는 장애당사자들 모임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시설 노동자 모임이라든가, 이런 밑에서부터의 역동적인 모임이 결성되지 않고는 계속 침체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한시적으로 만들어져서 명목만 내세울 뿐이지, 내용성 있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더라도 중간리더자들을 끌어내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또 실무자를 참여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은 만나면 기능인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전체 장애우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가장 핵심 사안이 무엇인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알고 싶은 생각들은 다 갖고 있는데, 활동 공간이 제한되어 있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무지해지는 것입니다. 이제는 조직적인 대응에 있어 다각적인 시도가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윗사람들만 모이는 조직도 필요하겠지만, 그와 더불어 중간리더자들과 실무자들의 이야기를 수렴할 수 있는 자리도 매우 필요하다고 봅니다. 장애우 대다수가 재가 장애인이고 흩어져 있어 모을 수 있는 것이 힘든데, 그들을 대변하고 연대 고리를 만들 수 있는 실무자 중심의 모임이 하나의 대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박옥순: 제가 공대위의 실무 간사 일을 하면서 운영위원회를 꾸려 활동을 했었는데 일정 부분 신 간사님이 말씀하신 그런 역할을 담당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운영위원회에서 결정이 난 문제가 다시 각 단체의 상부구조에서 결재가 나지 않는 등의 문제도 발생하기는 했지만, 그런 모임의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겠지요.
  조문순: 단체별 역할분담의 문제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요즘 고용문제를 위해 결성된 대책위원회 조직을 보면서 일을 풀어가는 과정이 매우 미숙하고 너무 급하게 결정한 것이 아니었나 싶지만 저는 역량을 쌓아가는 과정의 하나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단지 단체 간의 확실한 역할분담이 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 시행령 발표 아쉬움 줘 ◆ 한 단계 앞선 질 높은 특수교육 필요
  박옥순 :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에 이어 시행령이 9월 말에 나왔는데, 애초에 요구했던 권리로서의 교육의 의미가 충분히 살아있다고 판단되진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초점은 통합교육의 실현이었는데, 통합교육 실현을 위한 하나의 단계로써 특수교육심사위원회가 시도뿐만 아니라 시군구에 이르기까지 설치해야 된다고 요구했었는데 이 요구가 무산되었지요. 또 하나는 조기교육 부분인데 시행령에는 무상으로 한다는 언급이 있었고 이후 연차 보고소에서만 양성화 방안을 기록하고 있는 점 등이 아쉽습니다. 그동안 산적해 있던 조기교육의 문제가 해결방안도 없이 그대로 노출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또 한가지는 의무교육에 관한 것으로, 학교에 다닐 수 없는 중증장애아를 위한 순회교육을 임의규정으로 두어 많은 장애아들이 교육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 등이 안타깝습니다.
  사회: 긍정적인 면은 없습니까?
  박옥순: 우선은 이번 개정안에서는 장애아동의 초․중등 의무교육이 확실시되었다는 것입니다. 순회교육은 제외하고라도 악법으로 문제제기가 신랄했던 교육법 98조가 전면 개정되면서 의무교육이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시행령 입법예고안에 학교 내에 특수교육심사위원회를 두겠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강력히 반반해서 교육청 산하로 두게 된 점, 매년 특수교육 연차보고서 발간한다는 조항이 모법에 들어감으로써 앞으로 자료 확보와 주장의 근거를 가지게 된 점 등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이 보고서를 매년 분석하여 꼭 필요하고 중요한 안을 제시하는 작업이 우리의 몫으로 남아있다고 봅니다.

 

 

문제 많은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안 ◆‘분리’아닌 ‘통합’으로 가는길 모색해야
  사회: 지난 해 말 정부에 의해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안이 나왔습니다. 아직 국회에서 통과는 되지 않았지만,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안에 대한 얘기를 좀 나누어보죠.
  신용호: 일단은 발 빠르게 장애우 단체에서 제재를 가했다는 것에 좋은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장애우의 무고용율 2% 하향조정이나 2배수 고용제에 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이 바로 그것이죠.
  중증장애우를 한 명 고용하면 장애우 두 명을 고용한 것으로 여기겠다는 2배수 고용제를 도입할 경우 장애우는 무능력자라는 차별된 인식을 가질 우려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부담금을 물지 않으려는 의도에서 장애우를 고용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심각한 인권유린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일반고용을 하기에도 부적절하고 자립장에 간다 하더라도 생산성이 낮아 고용할 수도 없는 장애우에게는 기본적인 연금을 지급하고 있고, 일반고용의 한 과정으로 자립작업장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반고용에 있어서나 자립작업장에 있어서나 현재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나라도 대안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삼성에서 만든 ‘무궁화동산’의 경우는 아예 복지법인을 만들어서 장애우고용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에 의거한 고용효과를 노리자는 의도와 함께 부담금을 물지 않고, 장애우 고용으로 인한 생산성도 노리는 등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리자는 속셈이지요. 또다른 형태의 자립작업장 형태를 운영하겠다는 이런 기업의 속셈은 분리고용을 더욱 더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야 합니다. 이러한 형태는 장애인 고용촉진법의 의미와 기본철학을 무너뜨리는 행태로 지적할 수 있음에도 여론조사 결과 정부가 자립작업장을 지원하곘다니까 장애우 단체들이 대다수 환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박옥순: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2배수 고용제와 또 재활시설과 연계한 자립작업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배수 고용제에 아주 자연스럽게 맞물린 것이 바로 자립작업장이 아닌가 합니다. 정부도 좋고 기업도 좋고 장애우 단체도 좋은, 이런 식 말이예요. 그러나 그 전망에 있어서는 매우 안타깝고 어둡기만 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자립작업장과 직접 연결을 해서 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자립작업장을 잡아 직접 고용을 비껴가겠다는 속셈인데 이것이 바로 분리정책이라 생각합니다.
  조문순: 저는 우리 사회 전반적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정권을 신자유주의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죠. 성장위주의 복지정책을 펼쳐나가다 보니까 기업규제완화랄지, 2배수 고용제랄지, 이런 것을 통해 어느 정도 생색을 내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것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한 흐름이라 여겨지지만 씁쓸한 것은 사실입니다.

 

 

지방자치 시대의 장애우 복지, 예산이 관건◆장애우, 장애우 단체의 자발적 참여가 가장 필요하다
  사회: 올해는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가 예정돼 있습니다. 선거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지방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지자제가 장애우 복지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함께 전망해 보도록 하죠.
  조문순: 지방자치제에서 가장 대두되는 것은 아무래도 참여의 문제겠죠. 지자제의 의미를 크게 긍정적인 것, 부정적인 것으로 나누어 볼 때 우선 긍정적 의미로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선거권을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의사가 반영되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부정적 측면은 중앙으로 가는 타겟을 분산시키는 것이 아닐까요. 중앙으로부터 복지정책 예산을 얼마나 따내는가가 전제가 되자 않고는 지자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복지와 관련된 지자제 시범 사업으로는 보건복지사무소가 개설될 전망입니다. 그 속에서 장애우 복지가 어떻게 될지 주시하여 내용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리라고 봅니다. 중요한 것은 전달체계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안마련이겠죠. 아직 지자제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 전달체계의 활용까지 생각하기는 조금 성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 하나는 각 지방의회가 있는데, 지방의회에서 조례제정 등 자치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얼마 전 광시의 경우 자판기를 장애인에게 먼저 주자는 조례가 만들어지는 예를 보기도 했는데 이런 조례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시 장애우 단체들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하고 의사가 충실히 반영되어야 합니다.
  지자제가 실시되면 지방간의 격차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이 많은데 가장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아까 말했듯이 국가의 제도적 측면이나 예산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 한은 지자제의 발전을 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실시되어 왔던 예가 그 증거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국가 즉 중앙의 의지가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아직 장애우 단체간에는 그 이해가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에 대한 수준에까지도 근접되어 있지 않습니다.
  박옥순: 장애우 단체의 경우 지금까지의 예로 볼 때 예산을 따낼 때 어거지로 돈을 내놔라, 하는 식이 아닌가 합니다. 얼마 전 서초구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예산 내놓으라고 하루 종일 와서 죽치는 장애우 단체들이 많아 너무 괴롭다고 토로 하더군요.
문제는 참여이지요. 내가 한 표를 행사하여 복지를 따내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공약에도 적극적인 의사를 내보이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 지자제 실시 이후 그 지역에 있는 장애우 단체에 대한 지원이 장애우 복지라 했을 때, 그런 식의 복지는 정말 곤란한 것 같습니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특정단체에만 이익이 돌아가는 식이 되어선 곤란하다는 것이지요. 그 지역에 사는 대다수 장애우들이 어떻게 이러한 문제를 조정, 견제하느냐가 중요하는데 현재로서는 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신용호: 저는 중앙에서 지침서 같은 것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소책자로 만들어 장애우 복지에 관한 여러 가지 사항들을 알려주면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조문순: 전체적인 주민복지 차원에서 볼 때 소수에 해당하는 장애우 복지에 투여되는 예산이 얼마나 될 것인지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만, 어거지로서가 아니라 합리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약자층인 장애우나 노인들에게 얼마나 복지혜택이 돌아갈 것인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박옥순: 지금도 지역편차가 있는데 지자제 이후 지역편차가 더 심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그 대안으로 장애우 복지예산의 경우는 중앙정부에서 50%를 지원하는 방법을 들고 싶습니다.
  신용호: 선거 때를 활용하여, 예산확보를 위한 노력을 할 필요성도 있겠지요.
  조문순: 정국의 경우 중앙에서 예산을 투여한다고 들었습니다. 장애우 복지를 잘 하는 지역에 좀 더 많은 예산을 투여해 준다는 얘기에 귀가 솔깃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것도 하나의 유인책으로 고려해 봤으면 합니다.

 

 

사회보장법 제정에 대한 기대 ◆장애우 단체의 연대와 협력을 위한 95년을
  사회:
어쨌든 올해 6월에 실시되는 지자제는 초보단계이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는 없는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러나 지자제를 맞이한 단체의 위상정립과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올해에는 지자제와 관련해서 복지문제가 제기될 것 같고, 장애인고용촉진법 개정안에 대한 대응도 있을 것 같고, 그리고 확실하게 얘기하진 못하지만 전체적인 사회복지 틀이 다시 짜여지는 계기가 되는 해가 되진 않을까요? 가령 사회복지법의 모법인 사회보장법의 제정 작업이 이루어지리라는 것을 전제하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올해 어떤 변화가 있을지 마지막으로 전망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용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편의시설 문제를 계속사업으로 진행할 것입니다. 또 아태 장애인10년 문제 역시 중요한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보이고 지자체가 복지와 관련해서 많은 반응을 야기시키리라 봅니다.
  박옥순: 여태까지 해왔던 구태의연한 대응에서 벗어나 실제로 일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전망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하겠죠. 바로 전망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안 하나하나에 대한 구체적 작업이 필요합니다.
  조문순: 올해는 조직적인 부분이 가장 많이 대두될 것이라 전망합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아태 장애인 10년의 문제에 있어서나, 지자체, 편의시설 문제 등이 본격적으로 거론되면서 조직 강화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될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장애우계가 이 일 저 일을 산만하게 펼쳐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체간의 연대와 협력이 강고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작성자고은경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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