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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부모·교사·사회, 3중주로 이루어야 할 장애아동 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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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사회, 3중주로 이루어야 할 장애아동 탁아
전경애 (함께걸음 객원기자)

<장애아동 무료 탁아소 하는 박옥자씨의 고충>
 서울시 구로구 오류 2동 홍진아파트 5동 101호, 그 집에 들어가면 맨 먼저 미끄럼틀 하나가 눈에 띈다. 그리고 "풍성한 어린이집" 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고 색종이를 오려 붙인 예쁜 동물그림과 꽃들, 방안 여기저기에 장난감들이 놓여 있다.
 이 곳이 바로 작년 3월 박옥자씨(41)가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연 장애아동 무료 탁아소이다.
 "장애아동을 가진 엄마들의 생활고충에 대해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예요. 단 한순간도 마음 편히 아이에게서 눈을 떼질 못해요. 하루종일 아이와 씨름하다 보면 아이도 힘들고 엄마도 지칠 대로 지쳐 죽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에요. 이렇게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엄마들의 심정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서 장애아동 탁아소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박옥자씨가 장애아동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11살짜리 아들 지혁이 때문이다. 지혁이가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고 사람들을 향해 침을 뱉는 등 자폐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후부터 박옥자씨의 삶은 온통 지혁이에게로 받쳐졌다.
 그녀는 지혁이의 치료를 위해 온갖 정성을 다 쏟아 넣었으나 지혁이의 자폐증세는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그녀는 89년 기독교방송 문화센터에서 탁아모 과정을 이수하고 일반 탁아방을 열었다. 비장애아동들과 같이 어울려 놀고 교육을 받게 되면 지혁이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혁이가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탁아방 아이들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고 결국 지혁이 혼자 남게 되었다. 그녀의 눈물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혁이의 증세는 점점 심해져 가고 주위의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했다.
 그 후 4년 동안의 오랜 좌절과 갈등 끝에 박옥자씨는 다시 시작할 것을 결심했다. 그동안 저축해온 적금을 해약하고 생소금 판매, 자동차 영업소 판매원으로 일을 하고 여러 단체나 기관을 찾아가 도움을 청해 보기도 했다. 그녀가 살고 있는 20평짜리 아파트에 장애아동을 위한 탁아소 시설을 더 보완해 놓고 특수교사와 보조교사, 자원봉사자까지 동원해 놓았다.
 그러나 정작 관할 구청 관계자들이 찾아와 "장애아동 탁아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탁아소 허가를 취소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궁리 끝에 한겨례 신문사에 이 사정을 호소해 보기도 했다. 이런 어려운 과정 끝에 그녀는 마침내 "풍성한 어린이집"이라는 장애아동 탁아소 간판을 내걸 수 있었다.

<장애영유아에 관한 조항 빠진 "영유아보육법">
 처음 탁아소를 시작할 때는 12명의 장애아이들이 있었다. 주로 정신 지체아, 지폐아 등 가정 형편이 어려워 특수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이곳을 찾아왔다. 그녀는 특수교사의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 밖에서 직접 일을 해 돈을 벌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탁아소 운영이 점점 어려워지자 교사들도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겨 버리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혼자서 감당해낼 수가 없게 되었다. 지금은 지혁이와 한 아이만 남아 있다.
 그녀는 걷지도 못하는 그 아이를 신림동까지 데리러 가고 또 데려다 준다. 밥을 먹이는 일에도 2시간이나 소요되고 뉘어서 밥을 먹어야 했던 그 아이가 이제는 앉아서 밥을 먹고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바로 이 아이들이 그녀에겐 유일한 힘이고 희망이다.
 "아이들 조기 교실이나 특수학교에 보낼 수 있는 집은 그래도 다행이에요. 생활이 어려워 부득이 맞벌이를 해야 하거나 엄마 혼자서 생계를 꾸려가며 아이를 키워가는 가정도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 아이들은 어디에 맡길 곳도 없어 방에 묶어 두고 일을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가난한 가정의 장애아동을 위한 특수교육과 탁아소가 절실히 필요한데도 정부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지원도 마련해 주지 않고 있어요. 우리나라 영유아보육법에도 장애를 가진 부모의 자녀들에게는 탁아소 시설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규정만 있지 장애영유아에 대한 조항은 빠져 있어요."
 그녀는 지금 장애아동 탁아소를 위한 새로운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고심하고 있다. 이미 아파트가 담보로 저당 잡혀 있는 관계로 필요한 만큼 융자를 받을 수 없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전 재산과 생명을 다 바쳐서라도 이 일을 꼭 이루고 말거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통합교육 실시하는 "곡교 어린이집">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아동만을 대상으로 하는 조기교육실을 많이 있으나 비장애아와 장애아동을 통합하여 교육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유치원이나 유아원에서 장애아동들을 함께 보육하기에는 전문적인 교육지도도 부족하고 제도적인 체계도 잡혀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운영의 한계점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곡교 어린이집"은 이러한 문제점을 잘 극복해 가면서 통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곳의 원장 이창미씨는 장애아동교육에 대한 소견을 이렇게 밝혔다.
 "장애아들의 경우 장기적인 교육이 없으면 정상적인 기능마저도 퇴행되고 또 부정적인 문제행동으로 발달될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영유아기 때의 교육이 특히 더 중요한 거예요. 통합교육은 나름대로 장단점이 다 있겠지만 교육적인 측면에서 볼 때 그래도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이 곳 곡교 어린이집에는 약 1백 80명 정도의 아이들이 있는데 그 중 31명이 장애아이다. 이 곳의 장애아들은 2세에서 7세 사이로 일차적으로 복지관에서 집단교육이 가능한 아이들만 판별하여 교육하고 있다.
 장애아반은 연령별로 세 반으로 나누어져 있고 보육교사 2명과 특수교사 1명이 한 반을 담당하고 있다. 일주일에 2∼3회 장애아의 특성에 맞게 개별지도를 하고 다른 비장애아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특별히 장애아 부모교육을 실시하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시간도 있어 부모들이 자녀들의 장애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장애문제로 인한 여러 가지 갈등 요인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장애아든 비장애아든 우리의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는 길은 부모와 교사, 우리 사회의 끊임없는 이해와 관심을 바탕에 둔 교육, 지치지 않는 사랑일 것이다.

작성자전경애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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