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걸음 작은기획/장애예방]기형아 출산을 예방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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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아 출산을 예방하려면
고경심 (산부인과 전문의)
<임신초기에 각별한 조심을>
산부인과 진찰을 하면서 임산부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우리 아이가 혹시 기형이 되지는 않을까요?” 하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임신했을 때는 그런 걱정을 하였을 것이다. 요사이는 식수요염이다, 농약오염이다, 대기오염이다 해서 여기저기서 오염된 유해물질에 뱃속의 아이가 어떻게 되지 않을까 하여 염려가 되는 분위기인 것도 사실이다.
그 한 사례를 보자. 어느 25세 된 부인이 처음 임신을 했는데, 임신한 줄도 모르고 감기약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월경이 나올 때가 되었는데 모르고 지나친 것이다. 이때 고려해야 할 사항은 감기 걸리고 약을 먹은 시기가 언제인가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정이 되고나서 6~7일 후까지가 착상전기인데, 이는 지난 월경일로부터 따지면 새로 월경을 할 시기정도가 된다. 이 시기는 아직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을 하기 이전이라 엄마와 배아(태아)와의 혈관이 연결되기 전이므로 엄마가 섭취한 약이나 유해물질이 아기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적다. 따라서 임신의 초기 즉 최종월경일로부터 4주 이내에서는 약을 먹은 것이 그다지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기 이후에 먹은 약물이나 바이러스 감염은 아주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왜냐하면 이때부터는 엄마와 아기의 혈액교환이 일어나고 태아의 기관, 즉 뇌, 눈, 심장, 팔다리, 등의 기관들이 분화하기 시작하기 때문에 적은 양이라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이때에 어떤 기형유발물질이나 유해물질이 태아에게 노출되면, 스스로 죽어서 자연유산이 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임신 초기 (5∼12주)가 특히 태아의 심각한 기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은 시기이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이 시기 이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시기이지만 아주 안심할 수는 없다. 저체중아, 조기유산, 가벼운 기형발생의 가능성은 계속 남아있기 때문이다.
<60∼70%가 원인 불명>
임신초기에 특히 기형과 관련이 높은 약물이나 감염에 어떤 것이 있을까? 사실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연구자들에게도 아주 확실하게 기형유발물질로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그만큼 이 분야의 연구가 여러모로 복잡하기 때문이다.
대개 기형아 출산의 원인 중 20%는 알려진 유전적 질환이 있을 경우이고, 3∼5%는 염색체 이상, 1%는 방사선치료, 임산부의 감염(간염바이러스, 풍진바이러스, 독감바이러스 등)에 의한 것은 2∼5%, 기타 임산부의 질환(치료하지 않은 당뇨병, 저갑상선증 등)에 의한 것은 1∼2%, 약물이나 환경으로부터 오는 유해물질에 의한 것이 4∼5%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대부분의 60∼70%는 어떤 원인인지 모른다고 추산하기 때문에 이 방면의 연구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지난번 폐놀식수오염사건 때 많은 임산부들이 기형아를 낳을까봐 두려워 집단으로 인공유산을 한 예를 보면 일반 사람들의 불안이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다.
실제 학술적으로도 폐놀, 그것도 식수에 들어있는 미량을 마셨을 경우 그것을 인해 기형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거나 아주 적다. 그러나 산부인과 의사의 입장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안전하니까 전혀 걱정을 하지 말라”라는 말을 분명하게 할 수는 없다. 사실은 이러한 유해요인이 아니더라도 자연발생적, 또는 잠재적인 유전적 원인으로도 기형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편 직장환경까지 유심히 살펴야>
만약 임신을 하게 되면 독감이나 피부에 얼룩이나 반점이 생기는 질환, 바이러스성 감염 등이 생기면 의사를 찾아가 조언을 구하고, 약물을 먹었을 때 먹은 약 봉지를 같이 지참하거나 약국에서 약명을 알아내고 의사를 찾아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시중 약국에 많이 파는 항생제 중에 테트라싸이클린 종류나 신경안정제 계통의 약은 기형유발과 관계가 있으므로 약명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임산부가 일할 경우, 직장이나 작업장의 환경에서 나쁜 가스나 유해물질이 없는지, 다루는 물질 중에 납, 유기용제 등의 화학물질이 없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남편 역시 그러한 직장에서 일하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최근 유해물질을 다루는 일을 하는 남편이 옷이나 몸에 그 물질을 집으로 가져와 부인과 아이들에게 유해한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므로 작업장의 유해물질을 집으로 가져오지 않도록 옷을 갈아입고 세척을 하는 등 주의를 해야 한다.
또한 균형 있는 식사와 적당한 활동, 그리고 정신적인 안정이 임산부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수칙이라는 것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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