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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연중기획 장애우와 함께하는 삶의 공간(2)]불평등의 평등, 교통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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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의 평등, 교통환경
 늘어나는 자동차와 발디딜 틈조차 없는 지하철 그리고 매연과 교통사고가 발전으로 치부되는 1994년 오늘 우리의 현실에서 장애우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권리’는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장애우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우리의 교통현실과 그 대인은 또 무엇인가.
편집부

<고통, 그 불평등의 역사>
 꽉 막힌 도로, 발디딜 틈조차 없는 지옥철, 그리고 매연과 교통사고…
 대도시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이런 풍경이 이제는 너무도 낮 익은 우리들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런 모습이 ‘발전’의 또 다른 측면으로 이해되는 것이 현실이다.
 움직임에 대한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라고 할 정도로 생존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그 시대의 생산력의 수준을 반영할 정도로 새로운 가치 창조의 도구로까지 인정받고 있다.
 원시시대 수렵과 채취를 위한 이동에서부터, 고대와 중세 가축과 배를 이용한 수송수단의 개발이 몰고 온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등장 그리고 철도, 자동차, 항공기의 등장으로 과거 수만 년간 지속되어 왔던 인류의 교통사는 불과 1백여년만에 획기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이처럼 교통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발전이나 발견을 넘어서 사회적, 역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교통수단의 발달로 지역가능 거리가 좁혀지는 현대에 와서는 교통수단의 확보 여부가 새로운 가치창조의 관이 될 만큼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교통산업은 자본주의 사회의 등장과 함께 하나의 상품으로 독립해 독자적인 산업영역으로 자리잡게 되었으며 교통산업의 이런 자리매김은 이후 교통문제의 성격을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통이 공급되는 방식 역시 상품생산의 원칙을 따르게 돼 이윤이 생기지 않는 곳에는 교통이 공급되지 않는다. 산간지역이나 낙도 등 교통수요가 많지 않아 소위 ‘채산성’이 떨어지는 곳에는 교통이 공급되지 않으며 도로, 철도, 항만 등 막대한 고정자본이 들어가야 하는 교통환경의 조성을 위해 국가의지원이나 독점적 사용이 필연적이 되는 것이다.
 이와같은 과정을 거쳐 교통은 자본주의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등장하나 이를 이용해 더 많은 가치(이윤)를 창조하는 계층은 이미 한정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교통은 단순히 이동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물리적 통제수단으로서 역할도 하는데 노동자의 시위진압을 쉽게 하기 위해 만든 파리의 가로망 건설이나 1960년대 미국 흑인빈민의 폭동진압을 쉽게 하기 위해 고속도로변에 집단주거지를 만든 것 등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1994년 오늘 우리의 교통환경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 것일까.
 자동차의 폭발적인 증가와 지하철의 노선 연장 그리고 영종도 신공항의 건설과 경부고속철도 건설 등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는 교통환경의 변화는 서울에서 아침을 먹고 오전 중에 부산에서 일을 보고 다시 점심을 서울에서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주거지역과 일터의 분리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세금을 걷어 쏟아 붓게 될 ‘발전(?)’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골고루 돌아가는 혜택이 아닌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교통으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과 비용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교통망 확충 및 교통수단 개선으로 발생한 개발이익의 사회적 환수’와 ‘차종별, 교통수단별 사회비용의 공평한 부담’ ‘보행자를 위한 정책수립’이 필요하며 더 크게는 ‘대중교통수단의공영화’와 ‘대도시’ 인구집중 억제‘ ’지역간 균형발전‘ 등 합리적인 공간 배치계획으로 낭비적인 교통수요를 방지해야 할 것이다.

 

<빗나간 장애우 교통정책>
 이와같은 상황에서 장애우, 노약자를 위한 이동권의 확보와 이를 뒷받침하는 교통정책의 현실과 방향은 ‘교통의 사회적 통제’라는 원칙과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우 교통정책은 한마디로 자가용 승용차에 대한 집중적인 혜택 즉 사적 교통수단의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다.
 장애등급 1~3급의 장애우로 장애인수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장애인복지법과 특별소비세법에 의해 배기량 1500cc이하 보철용 승용차를 구입할 때 특별소비세를 면제해 주고 장애우가 사용하는 모든 차종에 (LPG) 연료장치를 구이,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94년 하반기부터 청각장애우에 대해 청력제한을 철폐함으로써 1종 면허 취득제한 규정을 완화하는 등의 정책을 펴 93년 4월 현재 3만 4천여 명이 운전면허를 가질 정도로 그 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도시교통연구소 (원장 박용훈)가 5백명의 장애우를 대상으로 조사한 ‘장애인 교통수단 이용실태’에 의하면 교통수단 별 분담률은 일반버스 (30%), 도보 및 기타 (26.3%), 지하철 (20.8%), 택시 (10.8%) 등의 순서로 나타났으며 승용차의 수송분담률은 5.5%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져 대중교통수단의 확충이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행수단별로 살펴보면 먼저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건축물내의 보도와 경사로의 폭과 넓이가 양호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5%에 불과해 보도와 경사로의 개선을 요구했으며 승용차의 경우 전용주차장의 마련 (62.5%)과 자동차의 구조변경 방식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대중교통수단인 택시와 버스, 지하철의 경우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는데 먼저 택시의 경우 승강장의 이용이 불편(54%)한 것은 물론 택시를 잡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평균 40분 가까이 걸리고, 1시간이 넘는다고 응답한 사람도 15%가 넘었다.
 더욱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장애우라는 이유 때문에 운전사로부터 ‘추가요금을 강요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해 장애우의 택시 이용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지하철의 경우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승차권 구입이나 계단, 에스컬레이터 이용에 불편을 기리고 47%가 정차시간이 짧다고 대답했으며 일반버스 역시 승하차시의 짧은 정차시간과 승하차 문제에 불편을 토로했다.

<‘이동권’ 보장을 위한 교통정책>
 외국의 경우 장애우 교통정책은 교통계획과 시설을 담당하는 교통행정당국과 교통수단 비용을 담당하는 사회복지당국 그리고 민간단체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대중교통 수단의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63년 ‘도시대량수송교통법’에 고령자와 장애우의 평등한 이동권을 처음 명문화한 이래 73년 ‘재활법 504조’를 거쳐 90년에 제정된 ‘에이 디 에이’에서는 기존 연방정부가 보조하는 사업의 한계를 넘어 ‘고정노선체계를 운영하는 모든 공공사업체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포함, 모든 장애우가 쉽게 이용할 수 없는 새로운 교통시설을 구매하거나 임대할 경우 이를 파별로 간주’해 연방정부에서 직접 제제를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운송회사는 이법 발효 이후 새로 구입하는 새로운 대중교통 수단에 장애우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하거나  디멘드 버스(장애우의 전화로 집 앞까지 와서 사람을 실어 나르는 버스)등 보조 교통수단을 운영해야 한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가 1983년 장애우와 거동불편자의 통행조건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개선안이 채택돼 공공교통수단에 대한 접근권을 향상시키고 장애우를 위한 교통 편의사업이 국가공공교통사업의 정례 예산에 편성된 것을 시작으로 88년 ‘보행자권리현장’을 채택해 장애우 교통에 대한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권리헌장은 ‘어린이, 고령자 그리고 장애우가 살고 있는 도시가 그들의 결점을 악화시키는 장소가 아니라 사회적 접촉에 필요한 장소’라고 밝히고 이를 이용하기 위해 ‘시각장애우와 청각장애우의 욕구를 충족할 효과적인 도로표지의 설치’와 ‘일반인부터 장애우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민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대중교통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혀 장애우의 대중교통이용권을 명시했다.
 유럽 각국은 이와같은 원칙에 의거 대중교통 수단의 영역확대에 주력해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1983년 개통돼 ‘총체적 접근권의 개념에서 설계된 최초의 지하철’로 평가받고 있는 프랑스 ‘릴레’ 지하철의 경우 승객의 추락방지를 위해 승강장과 열차 사이에 투명차단막을 설치해 지하철에 타기 위해 차단벽 문을 통과하도록 한 것을 비롯 공기압을 이용, 열차바닥과 승강장의 높이를 같게 유지하며 전동차와 승강장의 폭은 3센티미터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전동차 내부에 시각장애우와 청각장애우를 위한 안내장치는 물론 승강장과 대합실까지 유모차 이용객이나 시각장애우 등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한편 스웨덴의 경우 1979년부터 버스 정류장의 높이를 버스 바닥과 같게 높이고 버스의 발판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승강장에서 버스바닥까지 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들어갈 수 있는 새로운 시내버스 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특히 택시 운송체계에 획기적인 방법을 도입해 장애우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런던의 경우 1992년부터 새로 출고되는 모든 택시에 휠체어를 타고 승차할 수 있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중증장애우를 위해 ‘호출버스’ ‘디멘드 버스’등 보조교통수단을 운영하고 있다.

<‘접근권’ 명문화 해야>
 그렇다면 우리사회에서 장애우에 대한 이동권을 확보하고 그에 걸 맞는 교통정책을 세우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과연 무엇일까.
 먼저 장애우에 대한 정의를 접근권 문제와 관련해 새롭게 해석해야 하는데 특히 이동의 문제와 관련해 장애우, 노인, 임산부, 어린이 등 행동 특성이 비슷하며 일상적인 통행수단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모든 사람을 포괄하는 새로운 개념이 정의되어야 한다.
 또한 보사부를 비롯 교통부, 내무부, 노동부, 경찰청, 철도청 등 10여개 부처로 나뉘어 있는 장애우 교통행정체계의 확립과 특성별 교통체계의 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장애우와 노약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한 교통체계 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권리 즉 ‘접근권’을 관련 법규에 명문화하고 교통문제의 사회적 통제를 이루기 위한 적극적인 참여라고 할 수 있다.
 장애우와 노약자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사회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또 다른 내일이기 때문이다.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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