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복지의 새로운 씨앗, ‘주간보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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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낮 시간을 위하여>
오후 2시. ‘주간보호실’이라고 써 있는 이름이 다소 생소한 방에서는 11명 남짓 되는 장애인들이 잠을 자고 있었고 또 방 한 켠에서는 만화 비디오를 보고 있는 장애인들이 있었다. 지금은 낮잠을 자는 시간이라고 보호사가 일러주었다.
주간활동표상으로 보면 오늘은 오전 10시부터 30분 동안 체조시간, 그 이후에는 일상생활훈련과 취미생활, 개별지도, 야외활동 등의 프로그램이 있는 날이다. 보호사 유영욱 (28·여)씨는 “이렇게 낮 동안 밖에 있다가 집에 돌아가면 가족들이 매우 반가워하고 장애인들도 가정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다.”고 말해주며 “장애인들이 야회활동을 제일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사실, 장애가 심해서 집에만 있어야 하는 장애인들은 그냥 방치되어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교육과 각종 훈련, 서비스로부터 제외되어 왔고, 가족들 역시 경제적인 면에서 또 각종 생활에서 많은 부담감을 가지는 것이 사실이고, 그런 부담은 가족들을 고달프게 한다.
‘주간보호(day care)"는 집에만 있어야 했던 장애인들을 낮 시간 동안 불러내 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가족의 고민을 나누기 위하여 생긴 곳이다. 그러니까 ’주간보호실‘은 장애인이 집에 있을 때와 같은 여건을 마련하고 시설을 갖추어서 낮 동안에 보호하는 장소를 말한다.
서울시 시범사업으로 남부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주간보호실’이 만들어진 것은 지난 4월 18일. 현재 총 14명이 주간보호실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복지관의 차량으로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고 낮 시간 동안은 주로 밥 먹고 씻고, 단장하는 일상 생활훈련과 음악감상, 체조, 취미생활, 레크레이션, 야외활동 등을 한다.
<재가장애인 가족관계, 변화 예고>
주간보호실은 주로 1, 2급의 중증장애인으로 복지관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 생활보호대상자 및 저소득층 가정이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폐나 시각, 청각장애인은 아직 이용할 수 없다. 그들을 위한 시설 설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2명의 보호사(care worker)로는 제대로 보호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변자립이 가능한 장애인을 우선 대상으로 받고 있다.
하루 이용료는 2천 5백 원(밥값 1천 5백 원, 간식비가 1천 원)이고 한달 22일 기준으로 5만원을 받고 있으며 생활보호대상자는 복지관의 후원회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주간보호실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제가 장애인에게 재활장비를 제공하고 또 전문인격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가족의 정신적,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하여 만들어졌습니다. 우선은 치료나 교육과정보다 ‘단순보호’의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어요. 중증장애인은 상당히 많은 전문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효과 역시 장기적인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실정으로는 무리라고 생각이 됩니다. 지금은 가족의 기능강화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어요.”
주간보호실을 담당하고 있는 김성수(28·사회복지사)씨는 “가족들의 생활변화와 가족과의 관계변화에 초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이고 “앞으로 개별지도를 통해 직업재활이 가능한 장애인은 복지관에서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처음에 들어올 때 부모들이 정확한 상태를 얘기하지 않아서 한 달 동안은 관찰을 해야 하고, 장애종류와 상태별로 개별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직원 3명으로는 힘들며, 아직은 사례가 없고 방침이나 규정이 없어서 혼선을 빚기도 한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노인복지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미 시작>
주간보호실이 장애인복지 분야에서는 다소 생소한 말로 들릴지 모르나 노인복지에서는 아주 익숙한 말이다. 86년도부터 준비를 시작, 91년부터 본격적으로 노인 주간보호는 신체기능의 장애로 일상생활을 하는데 곤란을 겪고 가족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노인에게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충실하고 보호하고 심신기능을 향상시켜준다는 목적을 갖고 실시되고 있다.
노인 주간보호실은 현재 요일별로 서비스 내용을 달리하고 가족교실, 지역사회의 자원연결 프로그램, 가족이 여행을 떠나거나 아플 경우 며칠 동안 보호를 하는 단기보호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노인들은 대부분 건강한 생활을 하다가 나이가 들어서 중풍이나 고혈압 등의 질병으로 인해 장애를 얻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비스의 내용이나 질적인 측면에서 장애인과 큰 차이가 있다. 특히 장애인의 경우는 장애종류가 다양하고, 치료방법과 연령층도 다양해서 보호 수준이나 서비스 내용을 달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은평 노인상담소의 박명환 과장은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간보호실은 출퇴근 차량을 운영할 때 정부의 보조가 없어서 유료자원활동자를 쓰고 있는 등 재정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또 “시설과 직원부족으로 노인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개별 서비스가 어렵다”고 말하고 “그냥 기관에만 맡기면 다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가족의 인식과 지역사회의 인식 역시 문제점”이라고 설명한다.
박소장의 말처럼 국가시책이 기관주심으로 지원되고 있는 점은 지양되어야 하겠고, 좋은 프로그램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외국의 개념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문제>
외국의 서적에서나 볼 수 있었던 ‘데이케어센터(day center)’가 장애인복지 서비스 내용의 하나로 차지하게 된 것은 ‘서비스의 질적인 변화’와 ‘재활프로그램의 하나로 큰 몫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외국의 서비스프로그램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현재 ‘day care center"라는 말을 ’주간보고‘라는 말로 번역하여 쓰고 있어서 자칫 ’보호‘라는 단순기능으로만 이해하기 쉬워 그 속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의미를 간과할 수 있다는 일부의 지적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외국의 경우 지역사회의 특성에 맞추어 민간법인으로 의료와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이 센터(day center)’가 있고, 노인에게는 경로대학과 취미생활을 할 수 있게 하는 ‘데이 클럽(day club)’, 보호를 주 내용으로 하는 ‘데이 케어(day care)’ 형태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자원을 고려하여 서비스 내용의 수준을 점검하고 운영에 있어서도 개별성과 집단성, 예방성, 재활성 등을 고려하여 그 범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애인복지에 있어 아직은 시범단계여서 그 내용과 위상이 정확히 잡혀 잇진 않지만 집에만 있어야 하는 장애인의 재활을 돕고, 가족의 문화적 경제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서비스는 좀 더 일찍부터 있어야 했어요. 우리아이가 집에만 있을 때에는 가족 중의 한 사람이 반드시 붙어 있어야 해서 여러 가지 부담이 많았어요. 경제적인 부담도 있지만 자꾸 말썽만 부리니까 집안분위기가 짜증스러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주 많이 변했어요. 보호실에 가기 위해서 일찍 일어날 정도로 즐거워하고 집안 식구들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기한이 1년뿐이라서 그 이후가 걱정이 되지만, 가까운 곳에 자꾸 이런 보호실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주간보호실을 이용하고 있는 김희수(23·남·정신지체, 뇌성마비 중복1급)씨의 보호자인 최성례씨의 말이다.
<바람직한 자리매김을 위한 고민 필요>
그동안 집에만 있어야 했던 장애인들은 갈 곳이 수용시설뿐이었었다. 시설의 집단보호와 인권의 사각지대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악화되어 있는 시설의 상황을 생각하면 가족의 일원으로서 재활서비스를 이용하고, 또 생활의 훈련장으로도 이용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는 주간보호실은 ‘탈시설화’의 지향점에서 봐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해된다.
아직 ‘단순보호’의 개념으로 제공되는 주간보호실은 재정이나 인력면에서 전문적이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공급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해 한신대 재활학과 권도용 교수는 “처음에는 보호차원으로 운영하다가 점점 개인의 정도와 차이를 감안하여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개별지도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더 나아가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내용으로 확대하고 지역주민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현재 주간보호실은 인력 확보를 위해 해당지역, 즉 동작구 구로구 관악구 영등포구의 지역 주민들에게 자원활동 참여공문을 보내서 참여를 유도할 계획도 갖고 있다.
“지금은 시범사업이지만 앞으로 각 지역 복지관에서 주간보호실이 만들어져 새로운 복지서비스의 전형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토론과정이 필요하고, 이러한 일은 장애인복지를 고민하는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됩니다.”
주간보호실에 근무하는 새내기 사회복지사 김성수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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