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을 지키는 양심의 파수꾼(?)
본문
<‘목을 걸고’ 고발(?)>
1991년 11월 방생한 번동 3단지 종합사회 복지관장(당시 관장 이종숙, 현재 근무중)의 공금횡령 및 유용사실에 관한 직원 7명의 투서사건(본지 1992년 1월호)은 복지관 이사장을 중심으로 고성된 징계위원회가 직원 7명 중 3명은 파면, 2명은 2개월 정직 그리고 나머지 2명에게는 경고처분을 내렸으며 감독관청인 도봉구청은 사태발생 후 ‘정기지도점검’을 실시, 직원들이 주장한 내용을 일부 수용해 관장에게 경고 및 시정조치를 지시함으로써 사태 발생 한 달여 만에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그러나 복지관 측은 직원 징계 이후 즉시 직원을 보강해 정직 처분을 당한 직원이 출근하자 아무 일도 주지 않은 채 ‘자리지킴’을 시키는 등 압력을 넣어, 남은 직원마저 복지관을 그만두게 했다. 따라서 투서사건에 참여했던 모든 직원은 파면과 자진사퇴로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거꾸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또한 1992년 6월에 발생한 연합세계선교회 서울시각장애자재활원장(당시 원장 서천석. 현재 근무중)의 공금횡령 사실에 관한 직원 8명의 검찰(동부지청) 고발사건(본지 1992년 8월호, 10월호)은 1, 2차 심판에서 원장의 고발혐의가 인정되었고 현재 대법원의 심판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 사태가 발생하자 즉시 서원장은 직권으로 이 일에 가담한 직원 중 2명을 해고 시켰다.
직원들이 해고조치의 부당성을 들어 지방노동위원회에 원직복직을 요구하자 당시 원장직무대행을 맡은 정원식(운영이사) 목사가 재단과 합의하여 이들 2명의 직원을 복직시켰다.
그러나 1, 2심의 심판과 대법원까지 2년 이상을 끌면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한 직원들은 소송비, 활동비 등 엄청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전세방마저 빼야 할 정도로 ‘알거지’가 되어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시설의 부정·부패는 공금횡령, 인권유린은 물론 성폭행까지 다반사로 일어나 가히 ‘극’에 달한 상황이지만 사실상 바깥으로 이런 일이 알려지는 예는 극히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왜냐하면 시설 비리는 주로 직원과 자원활동자, 혹은 시설방문자에 의해 밝혀지는데 위의 예에서 보듯이 이런 사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적어도 시설방문을 그만할 각오를 하거나 ‘목을 걸어야’하기 때문이다.
<직원징계는 당연수순(?)>
실제 ‘목을 걸고’ 고발을 하거나 양심선언을 하게 되면 시설 측은 합법적인 기구를 동원해 가차 없이 ‘짤라 버리는’ 수순을 밟는다. 더구나 사회복지사업법 제 24조의 ‘비밀누설의 금지’조항(이 조항에 의해 직원이 해고된 예는 없다)은 시설 측이 안에서 일어난 문제가 밖으로 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렇게 한 차례 돌풍이 지나간 다음 어렵게 ‘목숨’을 유지한 직원은 다시는 고발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입을 다물거나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식’으로 시설을 떠나 버린다.
따라서 사회복지시설의 부정·부패는 무풍지대마냥 켜켜히 쌓여가고 형식적으로 치러지는 당국의 정기감독만 ‘무사히’넘기면 무제한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설왕국’으로 전력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정책적으로 장애우 등 소외계층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또는 최저한의 생활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차원에서 사회복지시설에 운영비를 지급하고 그 집행과정에 관한 감독과 감시활동을 하고 있으나,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내부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철저한 고발의식과 민주적이고 창의적인 운영참여야말로 얽히고설킨 시설문제를 푸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양심의 파수꾼>
최근 사회민주화와 비리척결을 위해 개인적 손해를 감수한 양심선언자들의 행동이 사회적·정치적으로 정당한 행동이기 때문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조처가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내부양심선언자 보호 특별법’ (이하 양심자 보호법)제정 움직임이 일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박흥식(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5월 9일 열린 ‘양심선언자 보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정부예산의 낭비, 권력 남용차단, 조직 내의 도덕적 민주화, 또는 공직사회의 실적제도 구현, 국민의 알 권리 보호, 정책의 효과적 집행, 건전한 시민교육의 효과 등을 위해 정부와 시민이 직접 감시자가 되고 실천자가 될 수 있는 제도적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양심자 보호법 제정을 제안했다.
특히 박교수는 “용양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비리는 거의 주기적으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나 정부담당자들의 감시활동은 예산 등의 이유로 미비한 상태”라며 “양심자보호법이 사회복지시설 내 부정·부패를 미연에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양심자 보호 입법’ 움직임과 관련해 사회복지계는 이 법이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한 시설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법의 내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양심자 보호 입법’ 움직임은 아직까지 이문옥 전 감사관이 공동대표로 있는 전국불교운동연합 등 사회단체가 추진하고 있어 정치적 차원에 머물고 있지만 건강하고 민주적인 사회복지 시설을 위해 시설내부 고발자에 관한 보호입법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양심자 보호법의 앞날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내부양심선언자에 관한 개념자체도 널리 홍보되지 못한 상태에다 합리적이지 못한 동양적 관료사회의 사고는 오히려 내부직원 간의 불신을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박흥식 교수는 “미국 등 소수의 국가만이 이에 관한 법안을 가지고 있는데다 우리나라의 모든 입법 과정에서 거의 모방하다시피 하는 일본에는 관련 법안이 없기 때문에 내부양심선언자 보호입법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풍요로운 사회를 지향하되 부정과 거짓이 없는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개혁의 제도화를 이룩하고 시민들을 ‘양심의 파수꾼’으로, 그들의 눈을 ‘부릅뜬 눈’으로 만들어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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