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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접근권 그 현장을 가다]도시탐험 - 접근권이 봉쇄되어 있다.

“도로체계와 건물 편의시설,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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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탐험 - 접근권이 봉쇄되어 있다.
“도로체계와 건물 편의시설, 근본적으로 개선되어야”
최태환(50·시각장애우), 배융호(30·지체장애우), 이현제(24·자원활동자) 씨가 종로구청, 교보문고, 롯데백화점의 편의시설을 점검해보는 도시탐험을 끝내고 좌담을 마련, 느낀 점을 털어놓았다.
일시 : 1994년 8월 24일
사회 : 이태곤 (함께걸음 기자)

도시탐험
<2층에 있는 구청 사회복지과, 장애우 발길 외면>
 사회 : 세 분 오늘 수도 서울 중심가에 있는 세군데 건물을 다녀왔는데 먼저 느낌들이 어땠는지 얘기를 해보죠.
 배융호 : 제가 느낀 건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해졌다는 긍정적인 면과 그 반면에 편의시설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이죠.
 최태환 : 저도 친절에는 감명을 받았지만 혼자서 다녔으면 굉장히 불편했을 거라는 걸 느꼈습니다. 여전히 차도나 거리는 혼자 다니기에 상당히 불편하더군요.
 이현제 : 이삼 년 전에 비하면 편의시설은 형식적으로 갖춰진 것 같은데 그 형식이라는 것이 문제로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면 계단은 낭떠러지처럼 가파른데 그 밑에 있는 시설이 좋으면 뭐합니까. 정부에서는 해놓을건 해놨다고 하는데 여전히 이용하는 당사자인 장애우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는 것이 서울의 장애우 편의시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사 : 한 가지씩 얘기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제일 먼저 방문한 종로구청의 편의시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죠.
 최 : 유도블럭이 없다보니 구청 입구에서 민원실을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민원실까지만 유도블럭이 깔려 있었어도 괜찮을 텐데 유도블럭이 없다보니 물어 물어 찾아갈 수밖에 없었던 거죠. 사회복지과를 찾아가는 길도 자동차가 늘어서 있는 주차장 사이를 지나가야 해서 차에 치일까봐 조바심을 쳐야 했습니다.
 사 : 그 말은 구청 쪽에서 장애우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말입니까.
 최 : 그렇죠. 구청 내에 지체장애우에 대한 배려는 있었을지 몰라도 시각장애우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배 : 저는 아직도 공무원 사회에 관존민비 사상이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무원들이 불친절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장애우 관련 민원부서인 사회복지과가 구청 구석 2층에 있음으로 해서, 물론 그분들은 인터폰을 달아놨다고 하지만, 그럼으로써 발생하는 문제가 뭐냐면 귀찮으니까 공무원들이 내려와서 저에게 여기서 일을 처리하자고 그랬거든요. 무슨 일이냐. 뭣 때문에 왔느냐고 다그쳐 물으면서 간단한 것은 여기서 처리하자고 그러는데 예의상 손님이 오면 먼저 안으로 데려가는 게 예의 아닙니까. 그런데 2층에 사무실이 있고 체어메이트도 없으니까 나를 심문하듯 다그치는 결과가 나타난 겁니다. 그리고 구청 내 화장실은 공중전화도 유심히 살펴봤는데 화장실은 더러워서 장애우가 이용할 수 없었고 청 내에 장애우용 공중전화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이 : 장애우가 혼자 가서 볼 일을 볼 수는 있겠지만 진을 빼겠죠. 우선 표지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구청 측에서는 바꿀 사무실이 없어 2층에 사회복지과가 있다고 하는데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과연 몇 명의 장애우가 구청을 이용할 수 있을까. 이 점을 구청 측은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최고의 서점, 점자서적 한 권도 없어>
 사 : 교보문고는 어땠는지 배융호씨가 먼저 얘기를 해보죠.
 배 : 우선 매장 안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들어가려면 교보빌딩 정문으로 돌아가 화물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교보문고 정문에 안내 표시판도 없어 사람이 나오기를 한참 기다려야 했습니다. 제가 이해 안 되는 건 그렇게 큰 건물에 매장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하나 없고 화물 엘리베이터 밖에 없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매장 안에는 장애우용 화장실이 있긴 있었는데 짐을 잔뜩 쌓아놓아 이용할 수 없었고 전화기도 굉장히 많이 있었지만 장애우용 전화기가 한 대도 없었습니다. 서가 사이도 좁아서 다 돌아볼 수 없었고요.
 최 : 매장에 들어가기까지 유도블럭이 없기는 종로구청과 마찬가지였죠.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대한민국에서 제일 가는 교보문고라면 맹인 점자 서적이 한 권이라도 있어야 하는거 아닙니까. 우선 점자 서적이 없다는 게 시각장애우를 외면하는 것 같아 서글펐습니다. 그리고 제가 책을 찾으려면 점자로 된 안내 서적이 없기 때문에 안내원의 도움을 받는 수밖에 없었는데 한 가지 점원들의 친절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사 : 얘기를 듣다 보니 어떤 생각이 드냐면 한마디로 교보문고 측에서는 설마 장애우가 찾아올까. 아예 책을 사러 오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군요.
 이 : 장애우용 화장실에 청소용품을 쌓아놓고, 공간 자체도 건축법이 무시되고 있었습니다. 휠체어 턴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매장 안에는 장소가 비좁아 그런 공간이 없었습니다.

<장애우 화장실은 5층에만 설치되어 있는 백화점>
 사 : 롯데백화점으로 이야기를 옮겨보죠. 만약 최태환씨가 혼자서 쇼핑을 한다면 전혀 불편할 게 없을 것 같습니까.
 최 : 직원들이 안내는 잘 해주더군요. 그렇지만 찾아가는데는 몹시 불편했습니다.
 배 : 저는 롯데백화점에서 실망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백화점이고 중심가에 있는 백화점인데 지하철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매장으로 갈 때 계단 몇 개를 더 올라가야 됐거든요. 혼자서 어떻게 계단을 올라갑니까. 그리고 장애우화장실이 특정한 층 즉 5층에만 있었는데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 오르락내리락 해야 한다는 것이고 오늘 같이 공사 중이면 아예 사용을 못하니 그걸 보면서 롯데백화점 측의 장애우에 대한 배려가 전시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 직원들이 친절한 것은 높이 사줄만 했지만 장애우 전용 엘리베이터를 일반인이 더 많이 이용하고 사소한 거지만 장애우 전용 엘리베이터걸이 장애우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것이 문제점으로 느껴지더군요.

<복지사회는 장애우의 접근권 보장에서부터>
 사 : 건물에 대한 지적은 여기서 마치고 서울 중심가 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죠. 어땠던 거 같습니까. 최태환씨 경우 오늘같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혼자서 몇 군데를 다닌다면 원활하게 다닐 수 있는 조건이 구비된 것 같습니까.
 최 : 보행거리 정도에 따라 어느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혼자 다녔다면 행인들에게 물어봐야 됐기 때문에 불편할 수밖에 없죠. 인도에 유도블럭이 없고, 횡단보도에는 신호음이 없는데가 많다는 거, 그러니 시각장애우가 혼자 다니기에는 위험한 요소가 많은 거죠.
 배 : 거리가 일관성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거리턱 같은 경우 어떤 곳은 턱을 없애 놓고 어떤 곳은 그대로 놔두는 등 일관성이 결여돼 있더군요.
 이 : 배융호씨가 지적했지만 거리 자체가 일관성이 없었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점자블럭만 해도 체계가 틀려 혼란스러웠습니다. 한마디로 아직 거리는 장애우에게 위험 지역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사 : 마지막으로 이것만은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이 있다면 한가지씩만 지적해 주시죠.
 최 : 지하철역이나 지하도 입구에 종을 설치했으면 합니다. 인도가 가면서 지하철 입구를 찾기가 힘들어 낭패를 볼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배 : 차도와 인도 오르내릴 때 꼭 경사로를 만들어야 하고, 두 번째는 인도로 다니다가 상가로 들어가고 싶을 때, 우리나라 상가는 들어가려면 꼭 계단을 거쳐야 하는데 이 점이 개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 우리나라 도로체계를 장애우를 위해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합니다. 이 점 위정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사 : 장애우가 접근할 수 있는 권리와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제약받으면 안 된다는 점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고발권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반 여건이 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오늘 좌담을 마치겠습니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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