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입·퇴원 절차 안내’를 즉각 수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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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추진공동행동이 성명서를 배포했다. 성명서 전문은 아래와 같다.
[성명]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입·퇴원 절차 안내’를 즉각 수정하라
어제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되었다. 20년 이상 변화가 없던 낡은 강제입원제도가 해체되고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는 첫날이다. 새로운 제도의 핵심은 “소속이 서로 다른 정신과전문의 2명의 일치된 소견”이 있는 경우에만 강제입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간 정신장애인이 강제입원된 경우 바로 그 병원 의사가 입원 필요성을 판단해 온 탓에 부당한 강제입원이 만연했던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필수 조치였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른 입·퇴원 절차안내’를 배포하며 “전문의가 부족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면 강제입원된 바로 그 병원의 전문의 2인의 소견으로도 강제입원이 가능하다고 안내하였다. 이는 개정법의 근본취지를 일탈한 지침으로 즉시 수정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이와 같은 지침 배포는 개정법 제43조 제11항을 오독한 결과다. 동 조문은 “해당 지역의 정신의료기관등 또는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가 부족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달리 정하여 진단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원칙적으로 소속이 다른 전문의 2명의 직접진료를 통한 일치된 소견이 필요하나, 도서산간 등 해당 지역의 여건 상 다른 병원 전문의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수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령 화상진료와 같은 별도의 “구체적인 진단방안”을 마련하여 안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보건복지부는 단지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수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속이 달라야 한다”는 법률의 본질적 측면에 수정을 가하는 지침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보건복지부의 지침은 상위법에서 정한 한계를 넘어섰고 개정법의 입법 취지 자체를 몰각하는 것으로서 위법하다.
우리는 이렇듯 무리한 지침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이유에 의문을 제기한다. 개정법에서는 소속이 서로 다른 전문의 2명 중 1명은 “국·공립 정신의료기관 또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정신병원에 소속된 전문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법 제43조 제4항). 한편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은 지역적으로 균형 있게 분포”되어 있다(법 제21조 제2항). 따라서 서로 다른 소속의 전문의가 부족한 경우라면 ① 국·공립 정신의료기관의 인력을 충원하거나 ② 각 지역별 민간 병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장관의 지정을 받아 합법적인 강제입원 제도가 운영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 국·공립 인력 충원이 당장 이뤄지기에는 예산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민간병원이 복지부 장관의 지정을 받는 일에는 아무런 장애가 존재하지 않는다. 지정병원의 전문의로서는 강제입원 환자들을 직접 진료하러 다니는 일이 힘들고 귀찮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반인권적 강제입원 제도를 바꾸기 위해 필수적인 전문의의 역할이자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의사의 기본 소명이다. 과잉진료가 환자의 건강을 해친다면 과잉 강제입원은 한 개인의 삶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정병원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보건복지부가 무리한 지침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라면, 우리는 정신의료기관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하는 직접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천명하는 바이다.
개정법 시행규칙을 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달리 정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국립정신병원등의 관할 지역별로 정신의료기관등의 설치 및 운영 현황과 전문의 현황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할 수 있다고 한다(법 시행규칙 제35조 제2항). 국·공립 정신병원의 관할 지역에 법률을 준수하기 위한 필요 인력이 얼마나 모자라는지 실태조사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필요 인력 충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먼저다. 연후에도 법을 지키기 힘든 부득이한 사정이 남아있다면 화상진료 등의 다른 진단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이 모든 선행 과제를 건너뛰어 입법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는 지침부터 내놓는 것은 행정의 역할이 아니다.
2016. 9. 29. 헌법재판소는 구 강제입원 제도가 위헌이라 선언하며 특히 민간병원과 같은 이해관계인의 제도 악용을 배제하는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 강조하였다. 조속한 시일 내 환자의 입원이 병원의 수익구조와 연결되지 않는 국·공립 병원에서만 강제입원을 가능케 하고, 민간병원은 자의입원만 담당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그 역사적 정도의 첫 단계에서부터 개정 법률의 취지를 벗어나는 행정지침이 나온 점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보건복지부는 위법한 행정지침을 즉각 수정하라.
하나, 보건복지부는 법의 취지에 반하는 지침을 배포하게 된 이유를 해명하라.
하나, 정신의료계는 개정법에 따른 강제입원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정진단의료기관 절차에 적극 협조하라.
2017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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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의사2님의 댓글
의사2 작성일공동행동같은 진보적 단체에서 국가가 정신건강을 책임지게 하라고 주장하시고 사법입원이나 준사법입원 같은 인권보호 제도를 주장하셔야지 20년간 민간에 맡긴 걸 민간의사 보고 또 책임지라는 논리를 얘기하다니 참 놀라운데요! 이거 제대로 논의하신건가요?
의사님의 댓글
의사 작성일민간정신과 의사들이 다른병원 진단에 협조하라는 건 현실을 모르시는 말씀이네요. 내환자 60명을 남겨두고 남의병원 진단가면 내환자는 누가보고 사고나면 누가 책임을 지겠습니까? 다른 나라에 민간전문의가 2인진단하러 다른병원 가는 사례 아시면 한군데라도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위에 민간병원같은 이해관계인의 제도악용을 배제하라고 하시곤 민간병원이 적극참여하라는건 모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