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복지의 전초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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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밀집지역 수서 아파트 단지>
지하철 3호선으로 연결되어 새로 개통된 수서역에 내리면 세종고등학교 방향으로 하늘이 안 보인 정도로 길게 나 있는 계간이 있고 이곳을 빠져 나오면 빽빽하게 무리지어 있는 아파트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 안쪽 영구임대아파트가 모여 있는 1단지 수서명화종합복지관은 각종 상담, 어린이집 운영, 교양강좌, 독서실 운영에 비롯한 지역사회 복지사업으로 무료진료실과 목욕탕, 이 미용실, 서예교실 그리고 노인을 대상으로 보건의료서비스와 생활보호대상자에게 무료 급식까지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단지 내 주민은 대부분 상계동과 꽃마을에서 온 빈민층이 대부분으로 아직도 가락동시장에서 배추를 주워 먹어야 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가족의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지문은 전체 2천 2백 59세대로 그중 생활보호대상자가 반 이상인 1천 2백세대나 되며 재가복지서비스는 이들 중 거택보호대상자 96세대에 우선 지원하고 있다.
재가복지서비스는 경제사회발전 제 7차 5개년 계획기간 사회복지사업의 하나로 1992년부터 실시하도록 한 것인데 신체적, 정신적 장애로 고생하는 노인이나 장애우, 결손가정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가정방문과 상담을 통해 가사, 간병, 의료관련 원조, 정서적 지지, 후원물품 지급, 직업알선, 복지관시설 이용 등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수서 도시개발아프트 단지에 사는 장애우는 1백 60여명으로 여느 지역에 비해 장애우가 많은 편이며 이들을 위한 서비스는 재가복지봉사센터에서 주로 제공하고 있다.
<가난과 장애의 악순환>
재가복지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애우 중 부부가 모두 장애우로 아파트 주변에서 양말노점상을 하고 있는 박종덕씨 집을 찾았다. 박씨는 교대로 노점을 지키고 있는 부인과 점심 교대를 위해서 나가고 열두 평 집에는 네 살, 두 살박이 아이들과 자원활동 나온 아주머니 세분이 들어서 있으니 공간이 꽉 차 보였다.
근처 성당의 주선으로 일주일에 한번씩 박씨 집을 찾는다는 아주머니는 방 청소, 아이들 목욕 등 엄마가 하기 어려운 집안일을 대신해 주기도 하고 간혹 밑반찬을 만들어서 오기도 한다.
“제일 큰 문제는 생계대책인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오지만 냉장고를 열어보면 반찬이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가끔 반찬을 만들어서 오긴 하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가정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활동비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오래 지속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자원활동을 하는 아주머니는 전적으로 자원활동자에게 떠맡겨진 활동비 부담이 짐이 되고 있음을 털어놓았다.
예전에는 복지관에서 자원활동자에게 한 달에 3천원씩 활동비를 주었지만 지금은 복지예산이 깎여 1천원 밖에 주지 못하고 있는데 때로는 주기가 민망해 아예 지급을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저희는 커피도 없는데…”하며 들어선 부인 김경자씨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 건지 앞이 캄캄하다고 한숨부터 지었다. 산업재해로 허리를 다친 남편과 근이양증 장애우인 자신의 장애수당 그리고 거택보호대상자에게 주는 생계보조수당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꾸려갈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한다.
“임대주택에 들어오고 나서는 집 걱정 안 해도 되니까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거예요. 하지만 정부에서 7만원의 지원금이 나오긴 하는데 우유값으로 5만원 정도 나가고 관리비와 공과금이 9만원, 그나마도 거택보호인 경우 겨울에는 난방비 2만 5천원을 감해준다고 해도 먹고 살 궁리를 해야 하는데…”라고 말끝을 흐린다.
지체 1급인 김경자씨 부부는 지금은 길거리에서 양말을 팔고 있지만 하루 종일 길에 서서 찬바람을 맞아도 하루 1만원 벌이가 까마득하다. 더구나 가정봉사원이 오는 금요일을 제외하고는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어떤 날은 남편이 끼니를 굶어가면서 양말을 팔아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김경자씨는 생계대책 마련을 위해 복지관이 도움을 주기를 원했고 어린이교실에 아이들이 계속 다닐 수 있기를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복지관의 역할과 기능 바뀌어야>
복지관에서 지난해 지역 장애우를 대상으로 한 욕구조사에 의하면 장애우들은 취업알선, 기능회복, 직업훈련, 취미활동, 상담 순으로 나타나 ‘경제적인 욕구’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보건사회부의 재가복지사업 운영지침은 가사 원조, 간병, 정서적 지지, 결연, 의료 관련 원조, 자립지원, 주민교육, 복지관 시설 활용 등으로 장애우들이 바라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훈련공간이나 구체적인 프로그램과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장애우들의 복지관이용은 저조한 실정이다.
복지관이 이처럼 지역 장애우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황성철 책임연구원은 “보건사회부의 종합사회복지관 운영규칙에는 복지관의 지정 사업으로 총 6개 분야 12개 단위사업이 정해져 있지만 그중 장애인복지사업은 장애인 서비스 알선 및 이송밖에 없어 실질적인 사업은 거의 없다.”고 정부의 지역사회 장애우복지사업의 열악함을 지적했다.
또 황성철 연구원은 “지역특성이 반연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대부분 수익사업을 하느라 급급하고 복지관의 40%를 차지하는 정부의 예산으로는 인건비 충당도 힘들기 때문에 스스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현재 많은 복지관이 수익사업으로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회교육기관으로 전락해 정작 서비스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세민이나 장애우는 오히려 소외되는 기현상을 낳고 있다”고 말한다.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 수서 지구는 주변에 극장이나 목욕탕 등 문화시설이 한군데도 없는 것은 물론 은행도 최근에야 하나 생길 정도로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더욱이 장애우와 활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관조차 경사로나 장애우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인접한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 이들 영구임대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출입을 막기 위해 철조망까지 쳐놓고 있어 감정적인 골까지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황성철 연구원은 이런 현상에 대해 “복지관이 지역 내의 어려운 문제뿐만 아니라 계층간의 갈등을 해소하고 유대감을 조성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며 복지관 역할의 변화를 강조했다.
“학교에서 배웠던 학문은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이분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고 하루하루를 이어가기도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때로는 인권침해의 경우도 있고 정말 제대로 된 국가의 정책이 있어야 됩니다.”
가장 가까이서 지역주민을 만나는 사회복지사 백동민씨는 이렇게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홍역을 앓던 아이가 퇴원했다며 한사코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소매를 잡아끄는 청각장애우 가정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백동민씨를 보면서 지역주민의 근심과 기쁨을 함께하는 조정자로 복지관이 올곧게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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