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우리나라 사회복지재정의 특성과 1994년 사회복지예산안의 방향
본문
우리나라 사회복지재정의 특성과 1994년 사회복지예산안의 방향
1994년 예산안이 각 부처의 요구안에 대한 경제기획원의 조정을 거쳐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에 있다. 새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에 관한 전망에 대해서는 거의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제시된 정책에 관한 분석의 대체적인 결론이다. 정부의 사회복지에 관한 정책은 한 마디로 말해서 "현상유지를 원칙으로, 제도의 확대가 필요한 경우에는 민간으로부터 재원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큰 줄기가 잡혀 있다. 이러한 특징은 최근 발표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연재 예산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에 있음으로 내년도 예산에 대한 정확한 분석은 지금으로서는 어려운 일이며, 본 고에서는 보사부에서 요청한 사회복지부문 예산안과 경제기획원이 심의하여 수정한 예산안을 비교하여 주요 제도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외화내빈"의 사회복지>
"1994년도 예산안"은 새 정부의 중기재정계획하에서 편성되었다. 즉 "신 경제 5개년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한 재정운용 5개년 계획 하에 결정된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이 제시하고 있는 주요 재정개혁 중 사회복지제도의 운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주요 과제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보장비 증가율"의 억제를 주요 과제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사회보장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하여 의료보장사업에 대한 재정부담의 증가율을 한 자리수로 억제하고, 이를 위해 지역의료보험에 대한 50% 지원방식을 탈피할 것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도 적지 않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지역의보의 재정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새로운 복지제도의 도입을 가능하면 유보할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둘째, 공공서비스 이용시 수익부담원칙의 확대 및 공공자금의 적극적 활용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공공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하고 공공자금 및 기금의 투융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수익자부담원칙에 기반한 공공요금의 대폭적인 인상은 물가상승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복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간접적으로도 복지서비스 이용시 수익자부담원칙의 확대에 일조 할 것으로 보인다(유료 노인복지사업의 확대에서 이미 그 단초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 사회보장제도는 형태상으로는 일부제도(실업보험, 가족수당 등)를 제외하고는 거의 완결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즉 외형적으로는 선진자본주의 국가에 비해 손색없는 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과연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가 제도운영에 있어서 사회보장제도로서의 원리와 특성을 반영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있다. 사회보장제도의 특성이 반영되고 있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은 재정문제와 참여문제를 들 수 있다. 사회보장제도의 재정문제는 재정부문에 대한 국가의 공공책임이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가 하는 점을 분석하는 것이며, 참여문제는 제도의 운영에 국민들의 참여가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사회복지제도의 재정을 이러한 측면에서 평가하기 위해서는 사회복지지출의 성격을 두 가지 측면에서 고찰해야 한다. 첫째 사회복지지출의 절대적인 수준이 어떠한가를 규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회복지 지출의 수준을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지출을 국민총생산수준과 비교하여 판단하는 방법이 있고, 또 다른 방식은 정부의 재정지출과 사회복지지출을 비교하는 방법이 있다. 두 번째는 사회복지지출의 내용을 분석하는 것으로 과연 비용분담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분석하는 것이다. 국가, 사용자, 피용자의 비용분담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분석하여 과연 재정의 공공책임의 원리가 얼마나 관철되고 있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먼저 사회복지지출의 절대수준을 국민총생산 대비 사회복지지출의 비율로 살펴보면, 사회복지제도 운영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출은 선진국의 경우 국민총생산의 30% 수준에까지 도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비율이 1∼2%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어 그 절대액이 현저히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정부예산과 사회복지예산의 변천 추이를 보면, 전체적으로 보아 중앙정부예산의 대 GNP 배분비율 및 사회복지예산의 대 정부예산 배분비율 모두 증가추세에 있다. 그러나 그 수준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1988년 경우에도 사회복지예산의 대 정부예산이 6.83%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실은 외국과의 비교에서도 확인이 된다. 1987년 기준으로 각 국의 정부예산을 비교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선진국의 경우 사회복지예산의 대 정부예산 배분비율 평균이 40.67%, 우리나라와 경제발전수준이 유사한 중상위국의 경우 22.37%, 중하위국의 평균이 11.9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6.33%에 불과하여 전체적으로 사회복지지출수준이 극히 열악함을 알 수 있다.
사회복지지출 수준의 미약함은 제도의 특성상 제도운영이 전액 국가의 지출로 이루어지는 공적부조와 사회복지서비스 예산을 살펴보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 공적부조제도 예산을 살펴보면 먼저 그 수준이 대단히 미약함을 알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1990)의 조사에 의하면 선진국의 경우 1985년 GDP대비 사회부조 예산은 약 2-6% 수준이나 우리나라는 0.44%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서 절대빈곤층이 적기 때문에 제정지출이 낮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국가가 전액 비용을 부담하지만 이것으로 재정의 공공책임 원리가 충실하게 적용되고 있다고는 불 수 없다. 문제는 그 비용의 절대 액이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동,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서비스 예산 역시 공적부조의 경우와 같은 논리로 국가의 전액 재정부담이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으나 그 예산규모가 1991년의 경우 국민총생산의 0.07%, 정부예산의 0.5%에 불과해 재정지출이 대단히 미약하게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로, 재정지출의 사회적 분담문제를 보면 다음과 같다. 재정차원에서 그 절대 액은 물론이고 비용의 분담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사회보험분야라 하겠다. 사회보험과 관련된 재정의 분담원리는 국제노동기구의 권고 안이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1944년 국제노동기구의「소득보장에 관한 권고」(권고 제67호)에 따르면 사회보장의 비용은 우선적으로 전 국민이 공평하게 분담해야 하며, 사회보험의 기여금은 수입에 따라 비례적으로 부담되어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재정의 경우 전 국민이 비용을 공평하게 분담하는 것이 재정의 공공책임원리를 적용시키는 또 하나의 중요한 관건이라 하겠다. 국민의 비용 분담은 일차적으로 조세를 통한 비용분담이 있으며, 다음으로는 사회보험의 경우 기여 금을 통한 수급 자로서의 비용분담이 있으며 의료보험의 경우는 의료 이용 시 본인부담금이 있으며 의료보험의 경우는 의료 이용 시 본인부담금을 통한 비용지출이 있다. 먼저 비용분담이 공평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 국민이 비용을 지불하는 조세체계가 공평성을 보장할 수 있게 누진적으로 운용이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간접세의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높기 때문에 이의 개선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재정의 공공책임원리가 관철될 수 있다 하겠다.
<거꾸로 가는 사회복지>
다음으로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겠다. 1994년 예산안의 기능별 구조를 보면 경제 개발비의 증가율이 22.3%로 전체 평균증가율 13.7%를 넘어서고 있으며, 또한 재정투융자지원액이 전년 대비 143.8%나 증가되어 있어 경제성장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알 수 있다. 이에 비해 사회복지예산이 포함된 사회개발비는 11.7%의 증가율에 머무르고 있으며 교육비가 11.1%, 방위비가 9.6%, 지방재정교부금이 7.1%, 일반행정비가 0.8%에 머무르고 있어 경제개발비와 재정투융자지원액을 제외하고는 모든 항목의 증가율이 평균적인 증가율에 못 미치고 있다.
먼저 생활보호예산의 변화추이를 보면, 생활보호 예산지출 증가율은 다른 사회복지프로그램의 예산지출증가율과 비교해서도 매우 낮게 나타난다(전체예산 대비 생활보호예산은 85년 1.18%에서 89년 1.72%로 증가, 반면 사회보장예산은 3.17%에서 89년 5.19%로 증가, 사회개발예산은 6.88%에서 89년 8.85%로 증가). 이러한 사실은 저소득층의 생활보장에 대하여 국가의 책임의식이 미약함을 보여주고 있다.
1994년 예산안에서는 생계보호수준을 16% 향상 시켰으나(거택보호자 월 5만6천원에서 6만5천원)여전히 최저생계비에는 못 미치고 있다. 특징적인 것으로는 보사부 요구 안에는 사회복지전문요원을 1,000명 증원을 요청하고 있으나 심의과정에서 제외되었으며 의료부조제와 취로구호제도를 폐지할 예정으로 되어 있다.
보사부 원안에 비해 심의과정에서 가장 삭감 액이 많은 분야가 의료보험 예산이다. 보사부 요구액이 1조 220억이었으나, 경제기획원에서 수정 제시된 액수는 7,815억에 불과하다. 의료보험예산의 대폭적인 삭감은 단순한 액수의 삭감이 문제가 아니라 앞에서 살펴본 바대로 앞으로 국가가 지역의료보험에 관한 50% 지원 원칙을 파기하였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국가지원액의 부족 분에 대해서는 의료보험수가 인상율과 수진율 증가로 보전할 예정으로 있어, 현재도 전체 의료비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국민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사회복지서비스 예산의 경우도 대략 전년도에 비해 10%정도의 선에서 인상되어 있다. 따라서 획기적인 신규 사업의 실시는 어렵고 예년에 하던 사업을 대략 그대로 실시하는 선에서 내년도 사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열악해질 복지수분(?)>
아동복지사업 중 보육사업의 경우 1991년 284억원, 1992년 455억원, 1993년 475억원으로 그 예산이 증가되었으며, 1994년의 경우도 585억으로 소폭 확대될 것이며, 보육시설에 대한 지원을 1,506개소에서 1,606개소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나 1991년의 경우 정부로부터 탁아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아동은 전체 보육대상아동의 7%에 불과하고 현재 각종 시설에서 보육중인 아동도 전체의 약 9%에 불과하다(보육대상아동은 99만명, 정부로부터 보육비 지원을 받는 아동은 6만 9천명, 91년 9월말 현재 시설에서 85,403명의 아동을 보육 중에 있다). 내년도 예산을 보면 내년도에도 이러한 현실은 거의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애인복지에 관한 국가지출은 다른 사회복지지출에 비해 "소비성 지출"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 이유는 노동력재생산적 성격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장애원인의 대부분이 산재 혹은 교통사고 등 후천적 장애인이 90%이상임) 장애인복지에 대한 비용부담 역시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복지에 대한 국가부담은 생계보조수당, 장애인 수용시설 보조, 보장구지급 등의 명목으로 장애인 중 생보자 및 의료부조 대상자에게만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은 추정장애인의 2%도 안되는 비율이며 동시에 생보대상자는 아니지만 이들 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는 저소득장애인이 완전히 배제된 실정이다. 그리고 그 내용도 장애인들이 경제적으로 최소한의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국가의 장애인복지예산은 1993년의 400억원에서 1994년도 506억으로 증액될 예정으로 있으며, 시설 운영지원을 151개에서 160개소로 확대하며, 장애인 종합복지관 2개소, 체육관 3개소 신축을 계획하고 있다. 예산액의 약 70%는 시설운영지원비에 속하며, 직접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지원액은 극히 낮은 실정이다(보수부안에 의하면 1만4천명을 대상으로 33억6천만원 생계보조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노인복지서비스의 예산규모는 최근에 크게 증가해 왔지만(1991년 393억원), 그 중 80%는 시설보호 사업과 교통비 지원에 투여되고 있어 나머지 사업은 형식적인데 그치고 있다. 그 외에 생활보호사업에서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에 대한 공적부조(88년 노인인구의 13.7%)와 노령수당(70세 이상 생보자, 노인인구의 10%미만, 월 1만원)이 제공되고 있다. 1993년 예산 826억원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교통비 지원(436억원)을 전액 지방비 지원으로 돌린 점이 특징이다.
중앙정부의 재정부담을 지방정부로 전가한 것이다. 문제는 노인교통비의 경우에 거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는 장차 노인은 물론 아동, 장애인분야의 수용시설에 대한 국고지원을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정도와 연계하여 결정(Matching Fund)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예정으로 있다는 사실에 있다.
지금과 같이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현실에서 사회복지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책임을 지방정부로 전가하는 것이 가지는 의미를 고려해 보면, 특별한 재정보조방침이 없이 중앙정부의 지원축소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이러한 연계재정이 계획되었다면 내녀은 물론 앞으로 국민들의 복지수준은 더욱 열악하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글/이인재(한신대 강사)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