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늘 새땅을 위하여/다시 살펴보는 공해현실8]핵과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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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과 환경
어떤 원자력 홍보자료를 보면 "고마운 방사선" "이로운 방사선"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러시아 핵폐기물 투기가 쟁점이 되면서 이 "고마운 방사선(능)에 오염되었을 동해의 생선들이 지난 정기국회의 경과위 감시에서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물론 생선들의 건강이 염려되어서가 아니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나"를 따지는, 결국 인간의 건강과 핵폐기물의 방사능이 어떤 관계가 있나를 묻는 질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의 흥분과는 달리 온누리호를 타고 즉각 달려간 조사반은 동해바다의 재수 없는 생선 몇 마리와 몇 드럼의 바닷물의 협조로 "방사능 영향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동해의 생선들이 내린 결론을 신뢰하기는 이르다. 지난 핵의 역사는 "안전한 방사선량"은 없다는 것을 반증해주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방사선을 쏘인 정도(렘)의 허용량이 1920년대는 무려 "하루에 10렘"이었는데 점점 낮아져 77년에 개정된 허용량은 "1년에 5렘"이 되었고 이것도 나라와 직업마다 다르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지금도 그 허용치를 10분의 1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을 정도이다. 핵물질을 이용해서 이득을 얻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인공방사능에 면죄부를 주기 위해 자주 해롭지 않다고 주장되는 자연방사능마저 노출이 심할 경우 건강을 잃을 수 있다는 것도 이미 밝혀졌다. 천연 방사능을 연구한 퀴리부인도 재생불능성 빈혈이라는 방사선을 장애로 죽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물며 인공방사능의 위험이야 말할 것도 없다. 1987년 브라질의 한 고물상 주인이 폐기된 X선 기계에서 반짝거리는 청색가루의 방사능 물질, 세슘 137을 갖고 있다 사망했는데 4명은 치명적인 오염으로 납 판매장을 해야 했고 주변의 44명이나 피해를 입었다. 또 지난해 말 중국 산서성에서는 한 청년이 코발트 60 한 덩어리를 가지고 있다가 며칠만에 사망했고 잇따라 식구들이 죽고, 사망한 청년과 같은 병실에 있던 환자들과 마을 사람들 90여명이 방사능 오염증세로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지역은 1990년 11월 중국과 일본이 고준위 폐기물처리에 관한 지하시설 건설에 합의한 지역이다.
미량의 방사능도 위험하다. 미국의 핸포드 핵 재처리 시설로 인한 콜롬비아 강의 오염 농축데이터에 관한 연구를 보면 강물의 방사능 오염도를 1로 했을 때 물 속의 플랑크톤은 2,000배, 플랑크톤을 먹은 물고기는 1만 5,000배, 이 물고기를 먹은 오리는 4만배, 또 이 강의 벌레를 먹는 새 새끼는 50만배, 물새알의 노른자에서는 100만배의 농축을 보인다는 놀랄만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방사능이 전 세계의 핵 관련 시설로부터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라늄을 태우고 남은 뜨거운 "사용 후 핵연료"는 현재 세계 총 413기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90년에는 약 9,500톤의 핵연료 폐기물을 발생시켜 누적량은 8만 4천톤에 이르고 있다. 저준위 폐기물은 원자로 1기만으로도 40년 생아 동안 200리터들이 드럼통 31만 드럼의 저준위 폐기물이 발생하고 분해과정에서도 7만5천 드럼의 저준위 폐기물이 추가로 발생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핵 물질의 전 과정을 인간의 힘으로는 완전한 제어가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서울의 지하철에는 석탄과 석유의 공해로 찌든 지구를 원자력이 구한다는 내용의 광고가 붙어 있다. 인류사상 최악의 공해인 핵이 지구를 구한다는 논리가 광고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핵 사고들에 눈을 감고 핵의 "평화적 이용"과 과학기술의 진보를 아무리 신뢰하더라도 아직 핵이 배출하는 배기물은 안전하게 처분할 방법이 없다.
핵의 세기가 시작된 이래 핵 업자들은 끝없이 폐기물들을 처리하는 방법에 골몰해왔다. 남극에 얼음을 녹여 저장할까, 해저에 파묻을까. 아니면 달나라에 보내 묻어버릴까. 이궁리 저궁리를 다해도 답은 나오질 않고 있다. 핵처분장 기술이 앞서 있다는 스웨덴의 정부자문위원인 모너 씨는 핵폐기물 처분에 관해서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며 현재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각 국이 핵 이용계획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이런 과학기술의 한계는 필연적으로 구조적 폭력을 수반하게 된다. 국내적으로는 국가권력으로 정보를 제어한 채 시민을 조용히 방사능에 노출시켜버리는 것이다. 또 국가 간에는 제3세계가 핵폐기물을 떠맡게 되는 것이다. 구 소련의 경우 챨라빈스크-40 핵 시설에서 카라차이 호수에 방류한 핵 폐기물은 호수에 1시간만 서 있어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정도라고 한다. 또 지난 7월 한 일간지의 외신기사에 의하면 아프리카가 미국 등 서방 선진국의 핵 폐기물 매립지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이 소말리아 영토에 막대한 양의 핵폐기물을 매립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는 소말리아를 군사 개입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핵은 인간의 손을 벗어난 물질이다. 우리나라도 전국 9기의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핵폐기들이 쌓여가고 있다. 나아가 최근 일부 재야출신 의원들조차도 핵 처리시설을 보유해야 한다는 등 "평화적 핵 이용" "핵 주권논의"가 무성해지고 있다. 물론 이는 핵무기 보유와의 관련성을 포함하고 있는 문제지만, 그러나 이미 미국과의 군비경쟁과 체르노빌 핵사고로 인한 핵 산업의 붕괴로 몰락을 가져온 소련의 교훈을 도외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의 엄청난 핵 능력과 경쟁을 하게 되면 지금 러시아 연방처럼 경제는 파탄에 빠지고 핵폐기물을 아무데나 버려야하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핵 산업의 경제성과 안전성의 문제는 이미 서구의 거의 모든 나라가 핵 산업을 포기함으로써 드러났다. 돈이 안 되는 것이다. 위험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도 다른 발전에 비해 싸지 않다. 또 위험성도 높다. 얼마 전 한국 자원연구소와 일본의 한일 공동연구단에 의한 연구발표에 의하면 경북 영해와 부산을 잇는 양산 단층이 지진활동 가능성이 높은 "활단성 단층"이라고 한다. 이 단층대에는 월성과 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있다.
원자력은 우주의 불, 하늘의 불이다. 핵분열의 원리는 하늘의 이치인 것이다. 우라늄(Uranium)은 하늘의 천왕성(Uranus)에서 따온 말이며 핵이 결합하고 분열하는 이치에 따라 별이 빛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그것은 하늘의 세계이고 그곳에는 생물이 살지 못한다. 또 땅의 원리는 핵의 안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핵을 분열시켜 에너지를 얻으려는 시도는 프로메테우스의 불처럼 하늘의 원리를 지상에 끌어옴으로써 세계를 파멸로 몰고 갈 것이다. 핵의 원리는 땅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글/한국교회환경연구소 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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