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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12월 5일의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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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의 소고

 언젠가 한국 IBM에서 준 스티커를 발급한 적이 있다. 거기에 12월 5일은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그런 날도 있나 라는 생각이 들어 알만한 몇 분께 물어보았는데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나중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1985년 유엔총회 때 이날이 지정됐으며 통합된 국제적인 단체는 없고 국가별 자원활동자(자원봉사자)단체들의 연합회적인 교류가 있을 뿐이다. 국가에서 이들을 위한 행사를 치러주고 있지 않은 형편이나 이날을 맞이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자원활동자들끼리나마 조촐한 행사를 치러왔다.
 열악한 현실에서도 묵묵히 활동하는 자원활동자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지만 자원활동자하면 일반인들은 흔히 86년의 아시안 게임, 88올림픽의 자원활동자들과 최근의 엑스포 도우미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만큼 위의 행사들은 본격적으로 자원활동자라는 개념을 태동시켰고 엄청난 수의 봉사자를 배출해냈던 것이다. 물론 그전에도 자원활동자들은 있었지만 아마도 구체적인 자원활동자라는 용어로 불리워진 것은 아마도 이때부터인 듯싶다. 
 아직도 "자원활동"이라면 거창한 것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얼마 전에 형님을 모시고 친구와 함께 엑스포를 다녀왔다. 그런데 우리나라 3대 기업에 속하는 모 전시관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전시관측에서 장애인 1인과 보호자 1인 입장을 규정하고 있어 친구 1명이 입장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그래서 전시관 측에 이분이 장애가 중증이라 자원활동자가 1명이 더 동반될 수 없느냐고 부탁을 했다. 그때 직원인 듯한 여성 1명이 나타나더니 "당신들 뭐야! 이곳엔 보호자 1명밖에 입장을 못합니다. 당신들 자원봉사증 있어? 이런 석도 없으면서 무슨 자원봉사자야." 하면서 조직위에서 발행한 듯한 신분증을 들어 보였다. 하는 수 없이 형님과 나만 입장을 하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정작 중요한 메인 쇼는 구경도 못했다.(나중에 형님은 또 한번 다녀왔는데 위험하다던 전시관엔 입장이 허용됐고 정작 전에 허용되던 전시관에서는 거부를 당했다. 특히 자동차관에서는 장애인 전용 출입구가 버젓이 있음에도 출입을 거부했다. 이렇듯 방침에 원칙이 무시되고 있었다.)
 친구는 몹시 화나 있었다. 그 여성이 재차 "당신이 자원봉사자면 카드를 제시해보라"고 하면서 화를 냈다고 한다. 듣도보도 못한 자원봉사자가 신분증 제시 요구에 어이가 없었다. 혹시 그 직원은 봉사자라는 신분에 대단한 위세를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물론 위의 일은 개인적인 일이었지만 혹시나 국가에서 공식적인 자원활동자에 대한 배려와 묵묵히 그늘에서 어려운 이와 함께 하는 자원활동자에 대한 배려에 있어 형평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엑스포에는 청소 따위의 궂은 일을 담당한 도우미들이 훨씬 많았는데도 행사보조를 맡은 여성도우미들에게만 시선이 집중된 경향이 있다. 또한 300만원짜리 도우미나 500만원짜리 도우미니 하는 얘기들이 떠도는 것을 보면 과연 순수한 의미의 자원봉사인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정작 국가적으로 배출한 자원활동자들의 활동은 단발 적으로 끝나고 장애인이나 노인들을 꾸준히 돕는 자원활동자에 대한 육성은 전무한게 우리의 현실이다. 부름의 전화를 예로 들면 4백명이 되는 사람들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으나 임의 단체이기 때문에 어떤 국가적인 지원은 전혀 없고 회원들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힘들게 운영을 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적으로 큰 행사의 자원활동가뿐만 아니라 묵묵히 일하는 분들에게도 관심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 단체에서 집계를 낸 자료를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약 49만8천명의 자원활동자들이 있다고 한다. 봉사형태로는 엑스포나 올림픽과 같은 국가적인 큰 행사를 진행하는 행사진행 요원이나, 보육원이나 양로원, 장애인 시설 단체 봉사 등이 있고 연령으로 20대가 전체 48%를 차지하고 있다.
 수로 봐선 전체 인구의 약 1.1%의 인구가 활동을 하고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참여율이고 자원활동자 인식교육이나 지원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도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체계적인 서비스가 제공되기 어렵고 무조건 봉사만 요구하는 상태에서는 지속적인 활동을 유도하기에도 무리가 있다.
 "세계 자원봉사자"의 날을 맞이해 그들의 노고를 생각하며 자원활동에 대한 보편적이고 광범위한 확산과 의식개혁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글/이현제<학생>

작성자이현제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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