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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과 밝힘]캔꼭지와 휠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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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꼭지와 휠체어

 지난 8월 동대문 청소년도서관 지도교사 안은아씨는 그동안 모은 캔꼭지 2천여를 모았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여기저기 전화를 해 봤지만 아는 사람이 캔꼭지와 휠체어를 바꿔준다는 곳은 아무데도 없었다.
 유네스코 교사연수회에서 동료교사에게 캔꼭지 1천개를 모으면 휠체어와 바꿔준다는 얘기를 듣고 지신이 일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모으기 시작했는데 청소년들이 많이 드나드는 곳이라 그런지 7월부터 시작했는데 금방 2천여개를 모을 수 있었다.
 이번 일이 모처럼 장애우를 도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안은아씨는 휴가기간 중 한라산에 올라갔다 거기서도 캔꼭지를 주워올 정도로 열심히 모았는데 결국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는 허탈감에 모았던 캔꼭지 2천여개를 쓰레기통에 내다 버리고 말았다.
 "캔뚜껑은 여기에 버려 주세요"하는 문구와 함께 작은 상자에 캔꼭지 몇 개 들어있는 중앙일보 11층 매점.
 매정 아가씨는 "신문사에서 누군가 캔꼭지를 모은다는 소리를 듣고 빈상자를 갖다 놨지만 사실인지 아닌지 잘 모르지만 장애인을 도울 수 있다고 해 그냥 모으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며 오히려 "그게 아니 예요?"하고 되물었다.
 언제부터인가 "캔꼭지 1천개를 모으면 휠체어와 바꿔준다"는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때아닌 캔꼭지 열풍이 불어 너도나도 캔꼭지를 모으느라 부산을 떨고 있다.
 캔꼭지 모으기 열풍이 얼마나 널리 퍼져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캔꼭지를 모았다 버린 적이 있다는 한 심은 "적어도 수 천 군데가 넘을 것"이라고 말해 그 열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하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캔꼭지를 모으기에 열심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폐자원 활용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자원재생공사 제2사업소 관계자는 "캔꼭지에 대한 어떠한 지침이나 얘기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항간에는 캔꼭지가 특수알루미늄이라 희소가치가 있다는 것은 잘못 알고 있는 것으로 알미늄 1키로에 40원밖에 안 하는데 꼭지 만 개 모아봐야 30키로 정도로 5천원 밖에 안 된다"고 휠체어 교환 운운하는 항간의 소문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재활용품이 분리수거 되기 시작한 것은 91년부터고 알루미늄은 92년 6월경부터인데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홍보하기 위해 어떤 민간단체에서 흘린 얘기라고 생각한다"며 "휠체어에 관련된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출처 등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사실무근임을 강조했다.
 캔꼭지 열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해 가을께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소문이 처음 현실로 나타난(?) 것은 올 봄 부산에서 군부대에서 일하는 수녀들이 부산지역에 이 사실을 알리고 순식간에 몇 만개를 모아 휠체어를 바꾸려 했으나 실패하면서 부터라고 한다.
 당시 부대에서 캔꼭지 모으기를 지휘했던 관계자는 이 일이 부대 상관에게까지 보고된 일이라 만약 허위 사실로 밝혀지면 큰일이라고 사정사정해 "남한장애인걷기운동본부"에서 휠체어 2대를 기증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 적이 있다.
 또한 이보다 앞서 지난해 8월경에는 부산의 조그만 장애우단체 회지에 정식으로 캔꼭지를 모으고 있다는 공고가 난 일도 있으며 최근에도 전화국 직원들이 2만여개를 모았다고 연락이 왔으나 바꿀 데가 없자 굉장히 실망하면서 속았다고 화를 내기도 했다.
 한편 일부에서 캔꼭지 열풍이 "음료수 회사가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일부러 조작한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자 잔뜩 몸을 사리고 있는 형편이다.
 두산음료, 해태음료 등 캔을 이용해 음료수를 만드는 회사의 관계자는 이러한 소문에 대해 "그런 얘기는 전혀 들어본 적도 없다" 거나 "몇 번 그런 전화가 오기는 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얘기해 준 일은 있다"는 식의 반응을 보여 이번 캔꼭지 열풍이 자신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다.
 또 일부에서는 "미국 어느 중서 캔꼭지를 가져오면 물건과 바꿔주는데 현지에 사는 교포들이 전해 준 소문이 와전된 것"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캔꼭지와 휠체어를 바꿔준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짐에 따라 캔꼭지 모으기 열풍은 점차 수그러들겠지만 재작년 "빈민장애우의 뒤에 이들을 갈취하는 폭력조직이 있다"는 뜬소문과 함께 이처럼 장애우를 대상으로 하는 근거 없는 소문이 떠도는 것은 장애우들이 우리 사회의 한 이웃이 아니라 여전히 동정의 대상이거나 아니면 공포의 대상이라는 신비화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캔꼭지 열풍은 바로 우리 사회가 장애우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상징적인 사건의 하나인 것이다.

   

작성자함께걸음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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