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뇌성마비 장애인과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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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장애인과 직업-
우리사회에서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삶의 전망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뇌성마비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꾸려 가는데 있어서, 또한 반드시 필요한 직업을 구하는데 있어서 무엇이 선행되어야 할 것인가.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직업 실태를 살펴봄으로써 그 해답을 찾아보자. <편집자 주>
<Ⅰ. 장애와 노동>
인간다운 일을 통하여 사회에 참여하고 일을 통하여 사회의 주체가 되며, 일을 통하여 사회에 이바지한다. 다시 말해 인간다운 각자 나름대로의 능력을 발휘하여 일을 함으로써 사회에 기여하고 그 기여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취함으로써 자기 존재의 건실함을 확인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삶의 기쁨과 보람을 누리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은 인간과 잠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삶의 중요한 양식이라 하겠다.
우리나라에서도 헌법 제 32조에 노동을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로 규정하고 있으며, "근로자로 하여금 적응한 직업에 취업할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는 "직업안정법"과 같은 세부적인 제도를 마련하여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에게 일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책일 뿐, 현실적으로 자신의 능력에 맞는 직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다. 게다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 그것은 더욱 요원하다. 특히 비교적 장애가 심한 뇌성마비 장애인들에겐 일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고 인간다운 삶을 구현한다는 것이 더 한층 어렵고 심각한 문제다.
대다수의 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일할 기회를 제대로 부여받지 못한 채 소외되거나 격리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같은 장애인들 속에서조차 소외되고 있다는 피해의식을 지니고 있다.
이렇게 일할 기회를 갖지 못해 생겨나게 되는 사회로부터의 소외감과 격리감은 인간이 지닌 기본적인 품위와 인격, 정서, 심지어는 자아정체감까지도 황폐화시켜 버려 결국은 한 인간을 사회의 무조건적인 존재로 만들어 버리기에 충분하다. 사실상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나라 대다수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떳떳한 인간으로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하며 사회의 자유로운 공기를 마시기보다는 기약 없는 나날을 보호시설이나 수용시설, 또는 어두운 집안에서 라디오와 함께 지내야 하는 존재쯤으로 잊혀져 온 것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현실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이 글은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직업을 통하여 사회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인간다운 삶을 실현할 수 있게 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기 위해 이 글에서는 우선 여러 문헌과 통계자료들을 살펴 우리나라 뇌성마비 장애인의 수를 유형별로 파악하고 그들의 경제활동 현황을 세부적으로 고찰해 볼 것이다. 이어서 현재 우리나라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취업현황을 알아보고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바람직한 직업형태를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장애인에 관한 각종 통계자료가 빈약할 뿐만 아니라, 뇌성마비 장애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자료는 거의 전무한 형편이어서 이 글에 제시될 각종 뇌성마비 관련 수치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를 것임을 미리 밝혀둔다.
<Ⅱ. 뇌성마비 장애인의 직업현황>
1. 뇌성마비 장애 인구
1) 뇌성마비 인구수
문헌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의 뇌성마비 장애인의 수를 정확히 밝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 하면 뇌성마비 장애인은 그 장애가 지닌 다양한 특성들로 인해 다른 장애와 독립적으로 구분 지어져 있지 않고, 대부분의 장애인 관련 통계 자료에도 시청각 장애인과 정신지체 및 지체장애인(대부분의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여기에 속함) 등으로만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학자들에 의해 발표된 뇌성마비 장애인의 추정을 전체 인구에 대한 비율로 따져 추측해 볼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뇌성마비 장애인은 신생아 1,000명 당 약 1∼5.9명 정도(Fait, Phelp, Wood, New Yok Schenectady 지역 조사)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추정치를 근거로 하여 뇌성마비 장애인의 발생율을 0.3%로 예상해 보면, 우리나라의 뇌성마비 장애인구수는 1990년도 현재 약 129,800여명(1990년도 전체 인구 43,268,000여명기준)으로 추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구분에 따라 뇌성마비를 지체장애인에 포함시킨다면, 이러한 수치는 전체 지체 장애인 548,404명(출현율 12.67%.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990)의 23.67%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그러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1990)의 조사에 의하면 의사 진단을 받은 지체장애인에 대한 뇌성마비 장애인의 비율을 4.3%로 보고 있어 앞의 비율과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2) 유형별 뇌성마비 장애 인구수
(1) 신경 운동적 분류
뇌성마비 장애인은 그 장애의 상태나 부위에 따라 여러 유형으로 세분된다. 우선 미국 뇌성마비 학회(The American Academy on Cerebral Palsy)가 설정한 신경운동적 분류(Neuro motor classification)를 기준으로 뇌성마비 장애인의 유형별 인구수를 추정해 보면 <표 1>과 같다.
(2) 마비 부위에 따른 분류와 장애 등급
뇌성마비 장애인의 유형을 나타내는 또 다른 기준으로 마비 부위에 따른 분류를 들 수 있다. 여기서는 Denhoff(1976)의 분류를 기준으로 뇌성마비 장애인의 유형별 인구수를 추정하고 장애인복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을 적용하여 장애등급도 함께 추정해 보았다. 그 내용은 <표 2>와 같다.
<표 1> 뇌성마비 장애의 유형별 추정 비율과 인구수
*혼합형(Mixed)을 제외한 각 유형별 추정 비율은 Fait가 제시한 수치를, 혼합형은 Denhoff가 제시한 수치를 적용하였다.
<표 2> 뇌성마비의 마비 부위별 장애 유형
2.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제활동 현황
1) 경제활동 현황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제활동 현황을 직접 조사한 자료는 찾기 힘들다. 따라서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15세 이상의 경제활동을 가능 인구를 밝혀 경제활동 가능 인구를 밝혀 경제활동 인구와 비경제활동인구(학생, 주부 등)의 비율을 조사함으로써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제활동 추정해 보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추정한 결과는 <표 3>과 같다.
2) 취업 및 실업률
이상의 자료를 토대로 뇌성마비 장애인의 취업률과 실업률을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 전체, 그리고 지체장애인 전체와 비교해 보면 <표 4>와 같다.
<표 4>에서 장애인 외 지체장애인의 경우 15세 이상 인구율이 우리나라 전 인구에서 나타나는 비율보다 20% 정도 높다. 이것은 후천적인 원인에 의해 장애인이 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며(출생후원인: 지체장애-95.0%, 시각장애-93.7%, 청각장애-93.1%, 언어장애-77.1%, 정신지체-55.7%), 특히 전체 장애인의 98.7%를 차지하는 지체, 시각, 청각장애인들이 대부분 사회활동이 활발한 20세 이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에 반해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우 출생 전, 출생 시, 출생 후 1개월 이내에 발생하므로 연령에 따른 인구수에 그다지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간주된다. 따라서 다소의 무리가 있긴 하지만 <표 3>과 <표 4>에서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제활동 인구를 우리나라 전 인구의 비율에 맞추어 추정하였다.
한편 <표 4>에서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취업률은 15세 이상 경제활동 가능인의 16%에 불과해 장애인 평균 취업률 32.6%보다 무려 배 이상이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1992)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로, 일은 할 수 있으나 ①취업이 안되거나(응답자의 24.9%) ②출퇴근이 어렵거나(9.5%) ③교육을 받지 못했거나(27.2%) ④장애의 정도가 심해서(53.0%)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지체장애인이라 할지라도 뇌성마비 장애인은 중증(重症)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교육기회를 놓치기 쉬우며, 앞의 조사에 의하면 뇌성마비 장애인의 71.4%가 보장구가 필요하며, 그 중에서도 96%가 보조기(brace), 지팡이(eane), 목발(cruches), 의자차(wheel chiar) 등 이동에 필요한 보장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뇌성마비 장애인 가운데는 24.7%가 무학(無學)이며, 초등학교 34.1%(졸업자: 17.4%), 중학교 20.1%(11.3%), 고등학교 18.3%(12.2%), 전문대와 대학원을 포함한 대학이 3.6%(2.3%)로 전체적인 학력도 상당히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표 3> 뇌성마비 장애인의 경제활동 현황
<표 4> 인구별 취업 및 실업률 비교 (단위: %)
3) 취업 형태
현재 조사된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취업 형태(한국뇌성마비복지회, 1992)는 크게 자영업(self-employment)과 고용 업으로 나누어 불 수 있다. 그 대강의 내용을 살펴보면 <표 5>와 같다.
한편, 장애의 정도로 보아 1991년 현재 전국적으로 136개 기관에 마련된 162개의 보호작업장(Sheltered Workshop)에서도 상당수의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일을 하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4) 취업 경로
한국뇌성마비복지회(1992)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취업경로는 <표 6>과 같다.
<표 6>에 의하면 뇌성마비 장애인의 38.5%는 자력으로, 12.23%는 가족이나 친지의 소개로 취업을 하였으며 장애인 복지관이나 사회복지시설을 통해 취업한 경우는 오히려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5) 임금 수준
한국보건사회연구원(1990)에 의하면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장애인의 월 평균 수입이 20만원 미만인 경우는 21%나 되며, 100만원 이상인 경우는 6.4%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취업 장애인들 가운데 69.5%는 자기 수입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호작업장의 임금 수준은 이보다 훨씬 낮아서 한국장애인재활협회(1992)의 조사에서도 월 평균 10만원 미만이 48.7%, 10∼20만 1천원까지가 19.3%, 22만 2천원 이상이 14.4%로 나타나 최저 임금 수준인 22만 2천원 이상을 받는 장애인은 겨우 14.4%에 불과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실제 조사된 자료를 찾기는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장애인들 가운데서도 비교적 중증의 장애를 가진 뇌성마비 장애인의 수입이 앞에서 밝힌 장애인 평균 수입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뇌성마비 장애인의 바람직한 직업 형태>
1. 장애인의 취업 유형
뇌성마비 장애인에게 바람직한 직업형태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애인들의 취업유형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의 취업 유형은 크게 고용(employment)과 자영(self-employment)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고용은 다시 경쟁고용(competitive employment)과 보호고용(sheltered employment) 등으로 분류된다. 이것을 더 세분하여 제시하면 <표 7>과 같다.
<표 5> 뇌성마비 장애인의 취업 형태
<표 6> 뇌성마비 장애인의 취업 경로
<표 7> 장애인의 취업 유형
고용(employment)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나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에 따른 임금을 받는 상태를 말하며, 자영(self-employment)은 자신이 직접 사업을 운영하여 이익을 구하는 상태를 뜻한다. 고용은 경쟁고용과 보호고용으로 나누어지는데 경쟁고용은 시험이나 능력 경쟁을 통해 고용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89년에 제정된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제34조와 제35조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과 일반 사업체에 근무하는 사원의 일정한 비율을 반드시 장애인으로 채용하도록 정함으로써 할당고용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보호고용은 일반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하는 장애인의 일시적 혹은 항구적인 고용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특별히 계획된 조건 하에서 행해지는 훈련 및 고용으로 보수가 있는 취로에의 기회를 제공하여 장애인의 직업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다(한국장애인재활협회 부설재활연구소, 1992). 보호고용은 시설중심과 탈시설 중심의 보호고용으로 나누어진다.
시설중심의 보호고용에는, 노동시장으로 진출할 수 없는 중증의 장애인들에게 생산량에 따라 정규적인 보수를 제공하는 보호작업장과 보다 중증의 장애인을 대상으로 재택 내 혹은 집과 근거리에 위치한 소규모 작업장에서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재택고용이 있다.
한편 탈시설 중심의 보호고용에는 지원고용과 유보고용이 있는데, 지원고용이란 중증장애인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지원서비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유용한 직업을 갖게 한 후 마음이 맞는 직업 훈련사(job coach)를 연결하여 직무수행을 잘 할 수 있을 때까지 그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 제도의 큰 특징은 ①고용(employment) ②사회통합(integration) ③지속적인 서비스(ongoing server) ④중증 장애인을 위한 제도라는 점에 있다.
1944년 영국의 장애인고용법에서 최초로 언급되기 시작한 유보고용은 승강기안내원, 주차장안내원, 전화교환원과 같은 일정한 직종을 지정하여 그 직종에 대해서는 장애인을 우선적으로 고용토록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보호고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상당수의 보호작업장이 운영되고 있으며,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에 유보고용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어 안마사의 자격을 가진 시각장애인의 일정비율 우선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2. 뇌성마비 장애인의 바람직한 취업 유형
앞서 뇌성마비 장애인의 장애 유형에서 언급하였듯이(<표 2> 참조)현재 뇌성마비 장애인의 35∼60%는 중도(Severe: 1-2급)의 장애인이며, 중등도(Moderate : 3∼4급)가 35∼40%, 경도(Mild : 5∼6급)가 약간으로 경도의 장애인을 제외한 많은 수의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경쟁고용 환경에서 직업을 구하는 것보다는 보호고용 환경에서 직업을 찾는 것이 훨씬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호고용 못지 않게 뇌성마비 장애인의 취업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자영이 아닌가 한다. 여기서는 1)경쟁고용 2)보호고용 3)자영의 순으로 뇌성마비 장애인의 적절한 직업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1) 경쟁고용
경쟁고용은 장애를 입지 않은 사람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시험이나 면접 등을 통해 경쟁을 해야 하므로 아주 양호한 경동의 뇌성마비 장애인들 위주로 그 기회가 한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300인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에 대해 2/100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점차 그 고용의 폭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따라서 완전 경쟁을 피하여 보다 쉽게 고용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렇지만 경쟁고용은 어디까지나 그 분야에서 요구하는 능력과 소양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만 취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2) 보호고용
뇌성마비 장애인은 다른 장애인들보다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으며, 그 장애의 정도로 보아 경쟁에 의한 취업률은 훨씬 낮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뇌성마비 장애인의 상당수는 경쟁에 의한 취업보다는 국가 및 사회복지단체의 관심과 지원으로 운영되는 보호고용제도의 틀 속에서 취업의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35∼60%(45,000∼78,000여명)에 달하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의 취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호고용을 위한 시설과 제도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대폭 개선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우선 보호작업장의 수를 늘리고 임금을 현실화해야 하며 재택고용제도를 실시하여 이동이 불편한 뇌성마비 장애인에게도 취업의 기회를 확대해 주어야 한다. 또 현재 시각장애인에게만 부분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유보고용의 직종과 폭을 늘려 뇌성마비 장애인에게도 그 직종에 있어서는 우선고용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보호작업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현실적으로 경제성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제품이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가짐으로써 구매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호작업장에 취업한 장애인들의 능력으로 생산이 가능한 경제성이 있는 제품을 선택하여 생산하거나 개발하고 그 제품의 판로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기업체 등은 보호작업장의 생산품을 우선 구매하여 취업장애인들의 실질적인 임금을 보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보호작업장을 단순 "생산"아니면 "보호수용", 아니면 "중증장애인 직업훈련" 하는 식으로 분리하여 운영하는 체제를 피하고, 고용과 직업훈련, 치료, 교육 등이 고르게 이루어지는 종합적인 체제를 지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 자영
자영업은 장애인들이 회사나 공장에 취업하지 않고도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이제까지 자영업은 장애인들의 사회참여와 경제적 자립의 한 유형으로 분류되어 오기는 했지만, 그다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는 못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이 회사나 공장에 들어가지 않고 직접 자신의 일을 하는 경우는 우리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한국인구보건연구원(1985)의 조사에 의하면, 실제로 직업을 갖고 스스로 자립하여 생활하는 장애인의 73%는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의 조사(1990)에서도 직업을 갖지 못한 장애인(무직자) 가운데 취업 희망자의 38.6%가 자영업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자영업이 고용업에 비해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창의력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으며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4) 지원 체제
개인 사업으로서의 자영업은 타의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자신의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사업을 위해서는 대부분 상당액의 자본이 필요하며 실패할 경우 모든 경제적인 손실과 책임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위험 부담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생각은 있어도 상대적으로 사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자영업에 대한 도전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므로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물론 모든 장애인들이 보다 쉽게 자영업에 뛰어들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측면에서의 지원 체제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지원 체제를 몇 가지로 나누어 제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적절한 자영업 직종의 발굴 및 개발
무엇보다 먼저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그들의 장애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운영할 수 있는 자영 직종을 찾고 개발해야 한다. 이러한 일은 국가의 책임 부서인 노동부와 보사부 등은 물론,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노동부 산하), 한국뇌성마비복지회, 각급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사회복지관 등에서 전문적으로 맡아 해야 하며, 그러한 직종을 홍보하고 지도하는 일도 아울러 해야 할 것이다.
(2)자영업 교육
또한 현재 일선 특수학교나 각종 직업재활 시설에는 현재와 같은 기능연마 위주의, 고용을 중심으로 한 직업교육의 방향을 바꾸어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사업을 하는데 필요한 일반적인 지식을 일깨워 주고, 개인적인 장애 정도와 특성에 맞는 자영 직종을 선택하여 개별화 교육을 실시하여야 한다. 그리고 현장적응을 위한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하여 자영업에 대한 자신감을 고취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
(3)자영업에 따른 각종 문제의 해결 및 지도
뿐만 아니라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한국뇌성마비복지회, 사회복지관 등 뇌성마비 장애인 관련 기관들은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사회에 나와 실제로 사업을 하고자 할 때 적절한 직종의 선택과 전망, 경제성, 적정 규모, 장소 등 사업에 필요한 여러 사항을 조언해 주고, 직종의 전환이나 사기, 부도 등 사업 중에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나서서 해결해 주는 일도 맡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지원은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사업을 하며 부딪치는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4)세제상 편의와 사업 자금의 융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1990)에 의하면 장애인이 있는 가구의 소득수준은 장애인을 두지 않은 가구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이 없는 가구에서는 월 평균 소득 20만원 미만인 4.9%인데 반해 장애인 가구의 경우는 무려 19.9%에 이르며, 월 평균 60만원 미만의 경우 장애인을 두지 않은 가구는 43.1%인데 비해 장애인을 둔 가구는 68.0%에 달해 거의 25%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한국뇌성마비복지회(1992)의 조사에 의하면 다소 신뢰성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뇌성마비 장애인이 있는 가구 중 월 평균 수입이 60만원 미만인 경우는 81.2%로 장애인 가구의 평균 소득 수준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경제 상황에서는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사업자금을 마련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각종 금융기관은 융자에 따른 조건을 완화하여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사업자금을 손쉽게 마련할 수 있도록 고려해 주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뇌성마비 장애인들에게 사업에 따르는 각종 세제상의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1989년 장애자종합복지대책위원회가 대통령에게 건의한 "장애자복지종합대책"에서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 있다.
① 장애인의 생업에 필요한 자금을 장기 저리로 융자하는 제도를 마련하여 장애인의 생업을 지원한다. 융자재원과 융자실시 주체 등은 장애인직업재활공단의 기금을 운영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을 것이며, 일반금융기관의 특수상품으로 장애인생업자금융자제도를 마련하도록 지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② 장애인의 자영사업이 정립되기까지 일정 기간 소득세, 부가가치세, 방위세, 기타 관련 각종 조세와 준조세를 감면하는 제도를 마련하여 장애인이 자영사업에 정착하게 한다.
(5) 유보 자영업의 제도화
중증 장애인을 비롯한 뇌성마비 장애인들에게 특정한 분야의 사업을 우선 허가하도록 제도화하는 것도 뇌성마비 장애인의 자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가두 판매점이나 복권 판매점 등과 같은 개인사업을 우선 허가하여 주는 것 등이 가능할 것이다.
3. 뇌성마비장애인의 취업 경로
장애를 갖지 않은 사람들은 직업 소개소를 통해 얼마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만 뇌성마지 장애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장애인들은 취업을 하려고 해도 마땅히 알아 볼만한 곳을 찾기가 힘들며 취업과 관련된 각종 정보에도 어두운 형편이다. 한국뇌성마비복지회(1992)의 조사에 의하면, 뇌성마비 장애인 가운데 장애인을 위한 법률(장애인복지법,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잘 알고 있다는 사람은 약 3% 뿐이며, 약간 알고 있다는 사람도 약 14% 밖에 안 된다. 이러한 문제는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원인이 있지만, 그들의 진로에 대한 가족들의 무관심, 관련기관과 단체, 국가 등의 홍보 부족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현재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에 관한 업무는 노동부와 보사부로 이원화되어 있다. 즉 일반고용은 노동부 산하 장애인 고용과에서, 보호고용은 보사부 산하 재활과에서 관장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의 체계도는 <표 8>과 같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 부설재활연구소, 1992)
위의 조직 가운데 장애인의 취업 알선을 직접 담당하는 기관은 지방 노동사무소(전국 38개 사무소와 6개 지방노동청에 설치된 장애인 취업알선 창구)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한국장애인재활협회이며, 일산장애자직업훈련원과 국립재활원(재활원 포함)등은 장애인의 직업훈련과 재활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장애인의 취업에 관한 업무는 어느 일부 기관이 관장하는 것보다는 모든 관련기관이 함께 참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직업안정법에서도 각급 학교의 장이 재학생, 또는 졸업생을 위하여 직업소개를 할 수 있도록 규정(제9조 제2항)하고 있는 만큼 특수학교도 학생들의 졸업 후 취업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취업알선에 관한 제도적 관심은 특히 뇌성마비 장애인들과 같이 그 정도가 심한 장애인들에게 사회참여의 기회를 좀 더 넓혀 줄 것이고 사회참여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할 것이다.
<표 8>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의 체계도
<Ⅳ. 맺음말>
지금까지 이 글은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직업을 통하여 인간다운 삶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뇌성마비 장애인의 직업에 관한 여러 측면을 살펴보고 보다 바람직한 직업형태가 무엇인지에 대해 나름대로 제시해 보았다. 그러나 이 글에서 밝히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직업 문제와 개선점들을 조금도 새롭거나 놀라운 것이 아니다. 이미 누구나 알고 있고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믿어온 것들이다. 따라서 보다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과제는 누구나 알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의 직업문제를 사회 전체가 실질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하루 하루가 한낱 가족이나 사회로부터의 보호와 수용에 의존하는 기생적인 존재로서 소모되지 않고, 각자가 가진 능력을 계발하고 발휘하여 떳떳하게 사회에 기여하고 그 기여의 정당한 대가를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뇌성마비 장애인과 그 가족, 그리고 관련단체가 직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함께 연구하고 대책을 강구하여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믿는다. 이 글이 아주 작게나마 그러한 계기를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글/김주영(명혜특수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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