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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법은 앞으로 고치면 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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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앞으로 고치면 되지만…

 "장애인 입학차별금지 명문화" "학교장 불허 재량권조항 삭제" "색맹자 의·미대서 응시제한 못해" "조기특수교육기관 전면 양성화" "장애인 입학 제한 철폐" "일반학교서 통합교육·편의시설 등 확대"…
 지난 7월 2일부터 6까지 여러 일간신문은 그동안 장애인과 관련된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지면을 할애하는 것에 인색했던 점을 한꺼번에 만회하려는 듯 장애인 교육에 관련된 굵직한 제목을 뽑아냈다.
 교육부에서 발표한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에 대한 기사를 일제히 다루었다. 장애인 교육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었던 사람은 지나쳐 읽었을 지도 모르고, 장애인도 의무교육을 받는다는 사실이 별 대수롭지 않게 다가왔을 터이지만 이제야 의무교육 운운하는 것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것이 장애인 교육의 현실이다.
 의무교육을 명문화한 것을 보니 교육부가 이제야 특수교육에 대한 발상을 제대로 할 모양인가보다. 문민정부와 관련지어 장애인 교육에 관한 대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왠지 더 씁쓸함이 앞선다. 그리고 그 씁쓸함을 뒤로하고 돌아서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내내 열악한 특수교육의 현실을 개선하는 방안으로 "장애인 교육에 관한 기본법안" 마련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교사들과 부모들이 있는 "또 하나의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실장님, 내년부터는 조기교육부터 의무·무상교육이 된다면서요?"
 "조기교육부터 의무교육으로 하고, 판별위원회 기능을 강화해 건의문을 교육부에 올리려 하는데 김정곤 교수가 부모들이 나서지 않아도 이번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에 여러분들이 원하는 내용이 다 들어가 있어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시던데요."
 "선진학교 김영환 교장선생님께서는 이미 의무·무상교육이 시행되고 있는데 무슨 의무교육 해달라고 그러느냐. 이미 공대위는 뭐 하는 단체냐. 왜 남의 일에 나서느냐. 우표 값이나 아끼라고 말하던데요."
 신문 기사가 나간 이후 요근래 장애아를 자녀로 둔 부모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부모들의 하소연을 듣고 있자면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허공에 떠다니는 말들을 부여잡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안쓰럽고 서글프기만 하다.
 또 어느 날 아침에는 정신지체아들을 둔 어머니 한 사람이 좋은 소식을 전하는 전령처럼 기뻐하는 표정으로 달려왔다. "이제부터는 우리 아이 교육문제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잘 될 것"이라며 얼굴 가득 희색이 만연했다. 그 어머니에게 아무 말도 못하고 말았다. 우울한 마음으로 "특수교육진흥법 개정법률안"을 보고 또 보았다.
 입법 예고된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을 보면 자세히 분석해 보지 않아도 지금까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조항들이 그대로 살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수교육을 잘 모르는 사람도 특수교육에 있어 조기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웬만큼은 납득한다. 그런데 "특수교육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만든 특수교육진흥법 개정안을 보면 가히 그 "전문성"을 의심하게 한다.
 첫째 제5조(의무교육) ①항에는 "특수교육대상자로서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의 학령에 해당하는 자의 교육은 이를 의무교육으로 한다." ②항에는 "특수교육대상자로서 국립·공립 또는 사립의 특수교육기관 중 유아원, 고등학교 과정에 취학하는 자의 교육은 이를 무상으로 한다"라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마치 조기교육도 의무·무상교육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특수교육을 하는 교수나 특수교육협회를 이끌어 나가는 사람이 조기교육부터 의무·무상교육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말을 전해 들으면서 교육부에서 법을 잘못 만든 것인지, 법체계를 잘 몰라 그런 말을 떠 벌였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두 번째로 제22조(특수교육자문위원회 등) ②항에 보면 "…특수교육기관의 장은 특수교육진단평가위원회를 운영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 조항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것을 모법에 명시한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되면 중증장애아를 둔 부모나 후원금을 충분히 낼 수 없는 부모들에게 있어서는 전과 달라질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의무교육이 아니라 처벌교육이 될 소지까지 안고 있다.
 다시 말해서 기관의 장이라 함은 학교장을 말하는데 학령기가 된 아동을 입학시키기 위해서 ㄱ이라는 학교에 입학신청을 했는데 그 학교에 설치된 특수교육진단평가위원회에서 거절을 당할 경우 부모는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학령기에 맞춰 다른 학교에 보내야 한다. 그런데 만일 멀리 떨어진 타지역에 있는 학교에 가야 할 경우 부모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사를 가든지 어머니가 따라가서 보살펴 주든지 이중생활을 해야 할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장애인 복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에서는 대안으로 "장애인 교육에 관한 기본법안"을 만들었고 장애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절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으며 합리적이고 실효성 있는 제도운영을 위하여 오랜 기간 연구되어진 판별위원회 운영에 관한 내용을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장애아의 판별은 지금까지처럼 개별 학교장에게 맡기지 않고 전문가로 구성된 판별위원회에 맡겨야 한다. 판별위원회에서 진단, 평가하고 배치할 경우 지정된 학군 담당 장학사나 학교장은 이를 거절할 수 없다. 그래야 의무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부에서 입법 예고한 안을 보면 학교장에게 판별을 맡김으로써 학교장의 임의대로 입학여부를 결정하여 학교장의 권한만 더욱 강화하는 경향으로 몰고 있다.
 특수교육을 하는 존경하는 교수 한 분과 특수교육계의 이런저런 현실들을 얘기하던 중에 과거에 문교부내에 특수교육 의무교육과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폐지된 이유의 뒷얘기를 들려주는 데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특수교육과 과장을 맡게 된 분이 병으로 사망했고 그 다음에 맡은 과장의 자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수 없는 과라고 폐지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의무교육과 내에 별정직으로 있는 연구사 한 사람이 우리나라 특수교육 전부를 맡고 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가까운 일본은 과로 독립되어 있고 미국은 특수교육을 담당하는 책임자가 차관이다.
 잘못된 법은 앞으로 고치면 된다. 그러나 이를 추진하는 세력이 잘못된 사실을 왜곡하거나 기만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글/김정열

작성자김정열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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