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조일묵, 그리고 시작된 장애판의 지각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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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묵, 그리고 시작된 장애판의 지각변동
조일묵 복지체육회 부회장의 느닷없는 재활협회 회장 취임으로 장애판 단체장들 사이에서 긴장이 높아가고 있다. 소위 장애판을 좌지우지한다는 4인의 인물 중에서 조부회장이 균형을 깨뜨리고 단연 두각을 나타내면서 그에 따른 반목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조부회장의 재활협회 회장 취임은 향후 장애판이 "장애인을 위한 단체"와 "장애인의 단체"로 나누어져 본격적인 힘 겨루기 양상을 보이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세력판도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그리고 당사자인 장애우들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전말을 추적해 본다.
<"혁명"에 비견된 총회>
지난 5월 21일 오후 서울남부장애인복지관 강당, 이날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서광윤 전 재활협회 회장은 사석에서 "이건 혁명이야"라고 표현했다. 누구보다도 재활협회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서 전 회장이 충격을 받았을 만큼 그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매우 놀라운 상황전개였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재활협회 93 정기 대의원총회는 재적대의원 73명 중 24명이 참석(나머지 대의원 중 27명이 위임장을 보내옴으로써 총회 성원에는 문제가 없었다)하여 협회의 현안문제인 지하철 신문판매사업과 92년 결산 및 93년 사업계획과 예산, 그리고 지부 활성화에 대한 논의를 거쳤는데 중반에 이르러 서광윤 당시 회장이 갑자기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하고"의장직을 물러나면서 파란은 시작됐다.
그러자 광주 지부장 겸 이사 전진한씨의 제안에 의해 최고령자인 이사 신정순씨가 임시의장으로 선출됐다. 그리고 5분간의 정회를 거친 다음 대의원들에 의해 총회 안건으로 부상된 것은 다름 아닌 "협회 신임회장 선출 건"이었다.
여기서 선출결과를 언급하기 전에 이해를 돕기 위해 대의원총회가 열리기 전 재활협회 신임회장 선출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협회 내부의 기류를 살펴보자.
91년에 취임한 서광윤 회장은 전임 문병기 회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방식으로 취임했기 때문에 올해 5월이 임기만료였다. 재활협회 한 관계자에 따르면 임기만료 기일이 다가오자 서회장은 3월 이사회에서 "더 할 생각이 있었음에도 문제 해결을 못하니까 그만두겠다"고 얘기했다. 서회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이사들에 의해 새 회장으로 지명된 이사는 신정순씨였다. 신씨는 이사들 중 최고령자이며 연세재활원 원장을 역임했고 또한 초기 재활협회 사무국장을 지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협회 일을 잘 해나갈 적임자라는 게 지명 이유였다. 그러나 신씨는 수락을 고사했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대의원총회가 열리기 전 다시 이사들이 모여 결정한 것은 "조작시비가 일 염려가 있는 대의원총회에서 회장을 뽑지 말고 대의원총회가 끝난 다음 다시 이사회를 열어 회장을 뽑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전진한 이사가 이에 강력하게 반대해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이런 상황을 정리해 보면 이사회는 내심 신정순 이사를 새 회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서광윤 회장은 서광윤 회장대로 사의는 표명했지만 신정순 이사의 수락 거부에서 보듯 마땅한 인물이 없기 때문에 결국 이사회와 대의원총회에서 자신의 사표를 반려시키고 자신을 연임 회장으로 선출할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서회장의 판단은 그가 재활협회 회장 자격으로 올해 10월 열릴 대규모 국제대회인 "아시아·태평양 장애인 10년 선포에 따른 재활인력개발 서울대회"를 유치해 놓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더욱 자신의 연임에 자신을 가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이러한 이사회와 서광윤 회장의 기대를 여지없이 짓밟는 것이었다. 그동안 재활협회가 이사회와 회장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것을 감안하면 그것은 확실한 "반란"이었으며 나아가 관례인 이사회의 회장 선출권한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일종의 "쿠테타"에 비견되기도 했다.
<로비설 제기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상황을 진행시켜 보자. 이날 대의원들은 전혀 의외의 인물인 조일묵 이사를 임기 3년의 새 회장으로 선출했다 본인의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더욱이 본인이 참석하지도 않았는데 조일묵 복지체육회 부회장을 "협회 이사로 재직하면서 회장직을 수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사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극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회장으로 선출한 것이다.
이 결과는 누가 보아도 무리임이 분명했다. 타 단체의 상근 부회장을 재활협회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것은 위상에도 무리가 따르거니와 서열에서도 칠순, 육순의 이사들을 제치고 오십대의 조일묵 이사를 회장을 선출함으로써 나머지 이사들에게 무언의 사퇴압력을 가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대의원들로 하여금 무리를 해서까지 조회장을 선택하게 만들었을까. 당사자인 조회장의 한 측근은 그에 대한 답으로 "조부회장이 재활협회 회장이 된 것은 남부장애인복지관 주성오 관장을 비롯한 일부 직원들의 이해관계와 지방 재활협회 지부장들의 이해관계가 결합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해석이 일리가 있다는 전제 하에 배경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자면 먼저 주성오 관장과 일부 직원이 조회장을 재활협회 회장으로 만들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지방을 돌며 대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했다는 설이 파다한 실정인데 이러한 추측이 가능한 진원지로 관계자들은 재활협회 내부사정을 들고 있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동안 재활협회는 협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는 남부장애인복지관 주성오 관장의 해임 여부를 놓고 직원들이 두 파로 갈라져 심한 반목을 벌여왔다. 이사들과 서광윤 회장 그리고 전봉윤 사무국장과 일부 협회직원들은 어떻게든 주관장을 해임시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던 게 사실이다.
그 과정 중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주관장을 면직 처리하는 수순이 있었는데 다섯 명의 인사위원 중 조일묵 이사가 유일하게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주관장의 해임을 반대한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체육회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서회장과 전봉윤 사무국장이 내세운 징계 이유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고 억지가 있어서 조부회장이 인간 주성오를 살려두라는 게 아니라 법적인 절차를 제대로 하라고 했는데 그게 결과적으로 주관장을 살려준 게 돼버리고 말았다"며 그때 일을 계기로 주관장과 주관장을 추종하는 일부 직원들이 서광윤 회장에겐 뿌리깊은 반감을 가지고 있는 반면 조부회장에게는 호의를 가졌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로비설도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재활협회 중앙과 지부의 절박한 사정과 계산이 조씨를 협회 회장으로 선출하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의 배경이다. 이 분석은 말할 필요 없이 재활협회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감과 지부의 어려운 실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드러난 사실이지만 재활협회는 1957년 설립된 이후 장애우와 관련된 각종 사업을 주도해 왔다. 특히 장애우 고용알선사업으로 재활협회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힘입어 재활협회는 얼마 전까지 "장애우 기능경기대회", "장애우 체육대회", "장애우의 날" 행사 주최 등 굵직한 사업을 병행해 왔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면서 복지체육회가 생기고 고용촉진공단이 생기면서 협회가 그동안 해온 주요사업을 이들 단체에게 거의 다 빼앗기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90년 이후 내분이 끊이지 않고 지속되자 최근에 이르러 보사부와 서울시 관계자들에 의해 "용도폐기론"까지 제기되는 수모를 겪으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되었던 것이다.
재활협회 지부는 지부대로 중앙의 지원이 없다시피 한 상태에서 각자 재원을 조달하며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그 중의 몇몇 지부는 서울처럼 복지관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만약 운영주체인 중앙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내분에 휩싸여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법인허가가 취소되면 지방에서도 심대한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타격은 단순히 재활협회만 손을 놓는 게 아니라 복지관 운영도 손을 놔야 한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래서 지부장과 대의원들은 위기의식이 팽배한 가운데서 결국 이사들 중 상대적으로 젊고 일에 대한 추진력이 뛰어난 것으로 소문난 조일묵 회장에 대한 기대로 그를 회장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그리고 덧붙여 재활협회는 지부형태로 지방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반면 복지체육회는 지방조직이 없다는 점을 겨냥해 조부회장을 영입하면 재정이 풍부한 체육회의 지부 역할을 재활협회 지부에서 수행해 지부 운영에 있어서 재정적으로 숨통이 트이지 않겠느냐는 "계산"도 지부장들이 조회장을 회장으로 민 이유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내부의 사정에 기인한 분석과는 별도로 장애판 일각에서는 "조부회장이 재활협회 회장이 된 것은 협회 내부의 사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이 원한 측면도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장애판을 통합해 장애판을 발판으로 국회의원이 되고자 하는 정치적인 야망이 그의 야심일 것"이라는 분석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 부분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설왕설래는 뒤에 가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장애판의 지각변동(?)>
관계자들에 의하면 조회장은 처음에는 회장직 수락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의원총회에 이어 열린 곰두리체전에 협회 시·도 지부장들이 단장으로 참가해서 "왜 수락 안하느냐"며 압력을 넣고 주위 삼분의 이 정도나 되는 사람들이 "맡는 게 좋겠다"고 권유를 해 회장을 맡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조회장의 측근은 조회장이 회장직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첫째는 재활협회 이사를 10년 이상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든 재활협회를 살리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한테 책임이 주어졌는데 그걸 비겁하게 회피하고 나갈 수 없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두 번째는 대의원들이 합법적으로 선출했는데 안 한다고 버티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재활협회가 제대로 일을 못하는데 안 되는 부분은 팽개치고 복지체육회 좋은 자리나 차지하고 있다는 소리는 듣기 싫었을 것이다."
결국 이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상당부분 명분에 밀려 조회장이 회장직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된다.
어쨌든 조회장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시간을 끌다가 대의원총회가 있은 지 꼭 한 달 후인 6월 21일 재활협회 회장으로 정식 취임했다. 조회장은 취임하면서 "재활협회 이사가 재활협회 회장이 됐다"는 단순한 시각으로 자신의 취임을 봐주길 원했지만 상황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우선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그의 의도를 놓고 장애판에 갖가지 억측이 난무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급한 사람들은 "그의 취임으로 장애판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일묵이가 장애판을 통합했다"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 말이 호사가들의 말장난에 그치지 않고 어느 정도 근거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조회장이 재활협회 회장에 이어 6월 15일 열린 정립회관 운영위원회에서 운영위원장으로까지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날 열린 정립회관 운영위원회는, 이사회 다음의 권한을 가지고 관장 임면에서부터 시작해서 회관이 펼치는 모든 사업의 검토와 인을 처리하는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이사장이 맡도록 되어 있는 운영위원장에 송영욱 이사장 대신 조일묵 회장을 선출했다.
조회장 측근은 이 선출이 "정립회관이 복잡하니까 행정적으로 정리를 해달라는 송변호사의 부탁에 못이겨 맡았을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송영욱 변호사와는 송변호사가 84년부터 체육회 감사를 맡으며 10년째 일을 같이 해오는 등 친분관계가 있기 때문에 거절을 못했다"는 것이다.
납득이 가는 해명이지만 그러나 나타난 결과는 이유야 어째됐건 조일묵 회장이 장애판의 5대 단체라 할 수 있는 고용촉진공단, 복지체육회, 재활협회, 정립회관, 지체장애인협회 중 고용촉진공단과 지체장애인협회만 빼고 나머지 3개 단체에 관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됨으로써 새삼 그의 위상과 행보가 장애판의 주목을 끌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조일묵 회장과 송영욱 변호사와의 관계는 특별한 관심이 요구되는 부분인데 만약 장애판 재편의 시나리오가 구체화된다면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기도 하다.
<긴장 높아 가는 장애판>
이쯤에서 조회장의 급격한 부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장애판 단체장들 사이의 긴장과 세력판도 재편의 가능성 여부를 타진해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앞서 언급한, 조회장이 재활협회 회장이 된 그간의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애판 단체장들간의 힘 겨루기는 이미 시작됐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현재 장애판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조회장이 재활협회 회장으로 취임한데 대해 못마땅해 하고 반기를 드는 단체는 장기철씨가 회장으로 있는 지체장애인협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체장애인협회는 지방 지부가 재활협회와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회장이 협회 회장이 되면서 체육회와 협회의 막강한 재력으로 자신들의 지부를 와해시키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러한 지체장애인협회의 우려는 현실적으로 상당부분 근거를 가지고 있는데 우선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조회장과 장회장의 관계는 매우 나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여기에 지체장애인협회 지방 조직이 확고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겹쳐 장회장 입장에서는 조회장의 부상을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 없는 것이다.
언급한 지방조직 문제는 앞으로 두 단체가 대립을 빚을 요소를 충분히 내연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현재 지방에서 가장 큰 장애우 단체로 인정받고 있는 단체는 재활협회와 지체장애인협회이다. 그런데 애초에 지방에 먼저 뿌리를 내린 조직은 재활협회였다. 주로 지방 유지들을 중심으로 인맥이 형성된 재활협회 시·도 지부는 최근까지 그 지역의 대표적인 장애우 단체로 장애우 복지의 창구 역할을 해왔다. 지금도 5개 시·도에서 복지관을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지방에서 재활협회의 권한은 막강한 것이었다.
그런데 지체장애인협회가 속속 지부를 결성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체장애인협회는 자신들이 "장애인의 단체"임을 내세워 재활협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관을 상대했고 그것은 곧바로 재활협회 지부 위상의 실추를 의미했다. 더욱이 재활협회와 지체장애인협회가 제각기 관을 들락날락거리자 관에서는 "창구 단일화"를 요구하게 됐고 그러자 상대적으로 "장애인의 단체"라는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는 지체장애인협회에 유일한 국면이 조성되었던 게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방에서 누가 장애우 단체의 대표권을 갖는다는 단체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위기감을 느낀 재활협회 지부장들이 "잃어버린 재활협회의 명예를 되찾자"는 절박한 심정에서 조회장을 회장으로 선택했다는 조회장을 회장으로 선택했다는 분석이 가능했던 것이다.
한편 지체장애인협회는 협회대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15개 지부와 230개 지회라는 막강한 조직을 만들어 놓기 했지만 중앙에서 지원을 해줄 형편이 못돼 지부여건이 취약하고 재정적인 기반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게 심각한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조회장이 재활협회 지부를 통해 돈으로 그 지역 장애우들을 끌어들인다면 지체장애인협회 지부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게 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지체장애인협회 장기철 회장의 한 측근은 그 우려의 실체를 다음 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장애인 단체가 대부분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태에 있는데 비해 민간단체 중 제일 많이 예산이 주어지는 데가 복지체육회와 재활협회다. 이 예산을 한 사람이 관리한다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이 장애판을 휘어잡는다는 것이 된다. 그리고 장애우 단체들이 자기 역할을 못하고 제자리를 찾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두 단체가 한 사람 손아귀에 있으면 두 단체는 연대해서 일관성을 가지고 나아갈 것이 뻔하고 그렇게 되면 장애판의 모든 일들은 그쪽에서 주관할 것이다. 그러면 "장애인의 단체"역할은 그만큼 감소되고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측근은 이어 체육회 내부에서 나왔다는 전망을 예로 들며 위기의 실체를 구체화시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체육회는 복지체육회라는 이름 때문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관에 의해서 모든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체육회가 다른 사업에 관여하면 다른 단체에서 반발이 있을 것은 뻔한 이치이다. 그래서 조일묵씨는 재활협회를 통해 이름 때문에 갖는 한계를 극복해 보려고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재활협회는 장애인 복지에 관련된 모든 사업을 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재활협회는 조직보다는 시설이나 복지관을 운영하는데 더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돈이 투입되면 사정은 달라질 것이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최근 체육회가 재활협회를 통해 시·도에다 체육관을 지어 그 지역 장애인 복지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이 계획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체육회가 짓는다는 체육관은 단순한 체육관이 아니라 나름대로 자기네들의 하나의 기구가 될 것이다. 이 기구를 통해 체육회는 지방 장애우 복지의 창구 단일화를 하려 할 것이고 아직까지는 장애인의 단체가 장애인 복지정책의 파트너로 인식되지 않고 있어서 이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방조직이 문제>
이런 지체장애인협회의 우려에 대해 복지체육회 관계자는 "재활협회의 몇몇 지부가 체육관을 짓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유권이 각 시·도에 있기 때문에 그 체육관은 체육회가 관여하지도 못하고 관여할 수 도 없다"며 한마디로 지체장애인협회의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런 부인에도 불구하고 체육관이 복지관 주체로 지어진다면 복지관의 운영주체가 재활협회이고 재활협회 회장이 조일묵씨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때 실제적으로 체육회의 입김이 미칠 것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이를 입증하듯 이 관계자는 "아직까지 계획은 없지만 만약 체육회가 지방 지부를 둘 경우 복지관을 중심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운을 남기고 있기도 하다.
이와 연결된 하나의 움직임을 덧붙이자면 체육회와 재활협회가 하나의 단체로 통합하자는 의견이 재활협회 내부에서 제기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끌고 있다. 협회 대의원총회 때 전남지부장 장아무개씨에 의해 제기되었다는 이 얘기는 "체육회는 지부가 없고 협회는 지부가 있는데 통합하면 단체가 활성화되지 않겠느냐"는 제안으로 이 제안에 대해 체육회 관계자는 "그 제안의 배경에는 체육회가 돈이 많기 때문에 두 단체 통합이 협회에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은데 통합은 복잡한 문제가 많이 얽혀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통합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만약 상황이 무르익는다면 통합이 아니라 두 단체가 역할 조정을 할 필요는 있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말이다.
본론으로 돌아가 체육회 쪽에서는 지체장애인협회의 견제를 장기철 회장 개인의 욕심이 과하기 때문이라고 파악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서 조회장 측근의 얘기를 들어보자.
"장기철 회장은 지나친 욕심을 가지고 있다. 그 욕심은 복지체육회를 좌지우지해야겠다는 것인데 쉽게 말하면 집어삼키겠다는 것이다. 장회장은 궁극적으로는 체육회의 100억이라는 기금을 탐내고 있다. 이게 제대로 안되니까 장애인 단체장은 장애인이 해야 한다며 여기저기 얘기하고 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농아나 맹인 쪽으로 먹혀 들어가 그는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체육회가 장기철 손에 넘어가지는 않을 텐데 그는 착각하고 있다. 이밖에도 알려진 사실이지만 장회장은 재활협회 회장도 집적거렸고 고용촉진공단도 집적거렸다. 체육회에 와서는 자기네들도 한몫 달라고 요구하며 그게 안되며 이사자리라도 달라고 했다. 타 단체의 단체장은 이사를 시켜주면서 왜 자기는 안 시켜주느냐는 것이 그 요지였다. 이런 식으로 자신이 크는데 가장 적대적인 방해세력이 조일묵이기 때문에 앙심을 갖는 거지 인간 조일묵한테는 감정이 없을 것이다."
나아가 이 측근은 "조회장이 지체장애인협회 자체는 인정하고 장기철 회장 개인도 단체장으로는 인정하지만 인간적으로는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체육회 관계자가 인식하고 있는 지체장애인협회가 조부회장의 부상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는 내부의 현실은 이렇다. 지방 장애우 조직의 경우 지체장애인협회는 이름만 걸어놓고 하다보니 운영비가 필요하고 그래서 이것저것 이권사업에도 관여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 되는 게 재활협회 때문이기도 하고 어느 지방에서는 장애인단체연합회에서 지체장애인협회를 끼워주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방의 경우 두 가지 사항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하나는 장애우의 날 행사를 누가 주관해서 치르느냐는 것과 장애인전국체육대회 때 누가 선수단을 구상해서 오는 역할을 맡느냐는 것인데 두 가지 쟁점사항에서 지체장애인 협회가 소외되면서 지체장애인협회는 그동안 체육회에 강한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결론 삼아 "복지단체 전문화의 차원에서 장기철 회장도 지체장애인협회를 이끌고 있으면 지체장애인의 권익옹호에 전념해야지 왜 지체장애인협회가 시각장애인 문제까지 거론하며 전체 장애판을 자기가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역시 우려를 표시하고 있기도 하다.
바람잘 날 없었던 재활협회 내분
조일묵씨가 재활협회 회장이 되자 관계자들의 일차적인 관심은 과연 조회장이 주성오 남부복지관 관장을 어떻게 처리할 것 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이는 주관장의 로비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관장이 조회장을 옹립한 이번 재활협회 내부의 반란에 깊숙이 관여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조회장 쪽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조일묵 회장의 입장에서는 개국공신인 주관장 처리 문제에 있어서 주관장의 반대편에 서 있는 일부 재활협회 직원들의 즉각적인 해임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정작 조회장 쪽에서도 "주관장 문제를 단시일 내에 해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주성오 관장 처리 문제를 둘러싼 공방전이 협회 내부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될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인다.
사실 재활협회는 그동안 90년 말 농성사태 이후 최근까지 바람잘 날 없는 내분에 휩싸여 왔다. 그리고 농성의 해결사로 주성오 관장이 부임하면서 그 내분은 더욱 격화되어 왔던 게 사실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성오 관장은 전 장애인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출신으로 협회가 농성 사태에 휩싸이자 "3개월만 시간을 주면 협회 사태를 해결하고 물러나겠다"고 공약하고 91년 3월 재활협회 사무국장으로 들어와서 복지관 관장을 눌러앉았다.
재활협회 내분의 배경에는 이런 계기 때문에 들어온 주관장이 장애판이나 사회복지 계통에서 몸담고 있던 사람이 아닌 소위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회복지사들 입장에서는 감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고, 인사를 통해 주관장이 측근을 만들었으며, 지나치게 사업 위주로 복지관을 운영하면서 협회와 갈등을 빚는 등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정적인 것은 직원들끼리 주관장파와 주관장을 반대하는 파로 갈라져서 대립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협회 집행부에서는 복지관을 재활협회 산하기관으로 생각하면서 관장 임명권이 이사회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주관장은 협회와 남부복지관은 별개이며 복지관은 서울시나 동작구청의 지시만 다르면 되지 협회지시는 따를 수 없다는 상이한 인식의 차이도 내분의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서광윤 전 회장을 중심으로 전봉윤 전 사무국장과 협회 일부 직원들은 주관장을 관장직에서 해임시키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었다. 그 절정이 작년 3월 벌어졌던 일련의 사건들이다. 회장과 사무국장의 요청에 의해 당시 협회 감사들은 심의 끝에 다음의 사항을 징계사유로 지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첫 번째는 인사의 부적절로 측근을 일 년에 두 번씩이나 승진시켰으며 두 번째는 이사회에 통과된 사실이 없는데 주관장이 위임 전결을 임의로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일백만원 이상 되는 예산의 집행과 과장급 이상의 인사는 회장에게 결제 받도록 행정지침을 시달했는데 주관장이 이를 어기고 시청에 질의를 하는 등 명령 불복종 행위를 했다는 것 등이다.
이 사유는 이어 열린 협회 이사회에서 징계가 결의되지는 않았지만 사후 진상을 철저히 가려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사회의 징계가 여의치 않자 이후 서회장은 다시 한번 이사회에 주관장 징계요구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협회 규정에 보면 "징계 요구 중인 자는 회장 권한으로 직위를 해지할 수 있도록 돼있다"는 조항을 들어 주관장을 면직 처리하고 동작구청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그러나 동작구청에서는 "징계사유가 직위해지까지 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인사위원회에서 직위해지를 결정한 것이 아니고 협회 내부 규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못 받겠으니 인사위원회에서 적법절차를 밟아오면 그때 가서 승인하겠다"고 통보를 해왔다.
상황이 그렇게 되자 서회장은 그 후 40여일 동안 협회 인사위원회를 네 번이나 열어 조일묵 이사가 반대했지만 결국 주관장을 면직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동작구청에서는 "사안이 면직까지 갈 사유가 안 된다"며 주관장 면직을 승인하는 것을 거부했다. "장애인 복지사업 지침에 보면 복지관장 임면은 운영위원회를 거쳐 위탁기관과 서울시장이 협의하게 되어 있는데 말은 협의이지만 사실상 승인사항이다. 우리는 위법사례가 면직까지 갈 사안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승인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동작구청의 거센 반대에 부닥친 서회장은 결국 주관장 해임을 포기하고 타협책으로 올해 3월 30일 다시 이사회를 소집해서 "주관장이 자기 잘못을 시인하고 뉘우치면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주관장은 의미가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잘못을 시인했고 면직 문제는 의결도 없이 이사회에서 정리되는 형식으로 막을 내렸다.
대신 주관장 해임을 추진했던 전봉윤 사무국장이 사표를 내고 그만뒀다. 그 후 주관장은 복지관 조기교실 부모들과 함께 "시립복지관은 그 지역 장애우들의 욕구에 맞게 사업을 해야 하며 그럴려면 사업을 하는 데 방이 필요하니까 협회가 복지관을 나가달라"는 말을 공공연히 함으로써 협회 일부 직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현재 주관장의 반대쪽에 있는 직원들은 주관장이 복지관을 사유화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신임 조회장이 주관장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저간의 사정 때문에 재활협회 사태는 극단적으로 말해 주관장이 협회를 떠나든지 해야 비로소 해결될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대립의 가능성 농후>
복지체육회와 지체장애인협회,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조일묵 회장과 장기철 회장의 공방전속에 주목되는 점은 장회장의 지체장애인협회가 조회장을 견제하는 수단의 하나로 의도적으로 장애판의 구도를 "장애인을 위한 단체"와 "장애인의 단체"의 대결구도로 몰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계자들에 의하면 장회장은 이미 작년부터 맹인복지연합회(회장 지영관)와 농아복지회(상임이사 심동섭)를 끌어들여 가칭 "장애인단체연합회"를 결성할 것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단체장들을 접촉하며 은밀하게 단체장들을 접촉하며 은밀하게 작업을 추진해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시도는 최근 7월 6일 농아복지회가 이사회를 열어 심의한 끝에 거부돼 농아복지회가 빠짐으로써 일단 주춤한 상태이지만 장회장은 이 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해 최근 밝혀진 하나의 장기철 회장이 연합회 조직보다는 연합회를 등에 업고 명백하게 보이는 가칭 "장애인 단체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의도의 내막을 장회장 측근의 입을 통해 들어보자. "장애인복지법을 보면 장애인 단체에 관한 지원 조항이 나오는데 거기 이름이 거론된 단체는 복지체육회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장애인단체 중 복지체육회만이 유일하게 조세감면 혜택을 받는 등 갖은 혜택을 다 받고 있다. 그래서 장애인복지법의 장애인 단체 지원 조항은 장애인 단체를 지원하는 게 아니라 복지체육회 하나만 지원하는 게 돼버리고 말았다. 이건 장애인복지법이 모순이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 개정이 어렵기 때문에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국고에서 장애인 단체를 지원해 줄 수 없다면 조세감면 혜택이라도 줘서 민간자원이라도 끌어들이게 해줘야 할 것 아닌가. 이게 우리의 취지다."
이런 저간의 사정 때문에 특별법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장애인의 단체로만 구성된 연합회가 필요했고 그래서 연합회 구성을 추진했는데 시각장애우쯤은 쉽게 얘기가 됐지만 청각장애우쪽은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말이 나왔으니 하는 얘기지만 사실 장회장의 "장애인의 단체"로만 구성된 연합회에 대한 집념은 그 뿌리가 한참을 거슬러 올러간다. 대표적인 시도로 송영욱 변호사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DPI(장애인연맹)의 깃발 아래로 들어가겠다는 시도까지 했던 것을 들 수 있는데 이 시도에 대한 내막은 이렇다.
작년 10월 20일 힐튼호텔에 송변호사와 장기철 회장 그리고 맹인복지회 지영관 회장과 농아복지회 심동섭 상임이사가 모였다. DPI관계자에 의하면 그 자리는 그 해 12월 3일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 장애인의 날" 행사에 필요한 인원동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엉뚱하게 장회장이 자리의 의미를 오해했다는 것이다.
장회장 쪽에서 얘기한, 장애인의 단체가 모이자는 얘기는 두 번째 얘기이고 행사를 치르는 게 먼저였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철 회장 쪽에서 행사 얘기는 부각시켜 그것을 당연시하며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후 모임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 DPI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장회장 쪽의 입장은 자못 다르다. 장 회장의 측근은 "당시 여건이 성숙치 않아서 그렇지 지체장애인협회는 DPI의 이론에 전적으로 동감하기 때문에 DPI와의 통합에 아직 미련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통합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어 내심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DPI는 거대한 조직 때문에 지체장애인협회를 두려워하는 겁니다. DPI 조직이 뭐가 있습니까. 그 집행부들 몇 명밖에 더 있습니까. 그래서 여태까지 전국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는 장애인 단체에서 소외되어 왔던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들 이념이나 입장대로 장애인 단체들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가능하리라고 생각해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이와 같은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지체장애인협회가 생각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조일묵 회장과 송영욱 회장이 손을 잡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조회장이 송영욱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정립회관의 이사장을 맡았고 그동안의 관계에서 보듯 어느 정도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실현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구체적인 현실이라고 지체장애인협회는 보고 있다.
"장애판의 구도가 뭐냐면 조회장은 장애인을 위한 단체를 주도해 나가겠다는 겁니다. 그런 다음 장애인의 단체와 단체 연대의 대표로 장기철 회장을 인정하지 않고 송영욱 변호사를 파트너로 삼아 자기가 키우겠다는 얘깁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전국에 있는 우리 회원들이 이런 의도를 알면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장애인 복지는 이렇게 장애인들의 정서와는 상관없이 몇몇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계획하고 주물렀기 때문에 오늘날 장애인 복지가 이렇게 왜곡돼 있는 겁니다. 바로 우리는 이런 것을 근절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장기철 회장 측근의 말이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단체"로서 장애판에 세력재편이 이루어진다면 조회장과 장회장 사이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이 확실시되는 송영욱 회장의 DPI가 가지고 있는 조직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일까.
현재 장애판 일각에서는 송회장의 DPI가 결국 정립회관을 인수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파다하게 돌고 있다. 이 추측은 DPI가 국제적으로는 위상을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는 조직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는 전제 하에 이를 타개할 방안의 하나로 장기구상 중에 장애우 임의 단체 20∼30개의 사무실을 정립회관에 입주시켜 DPI의 조직적 기반을 임의단체에 두지 않겠느냐는 전망으로 귀결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DPI 관계자의 해명을 들어보자.
"한마디로 근거 없는 얘기다. 송영욱 변호사는 그렇게 미련한 방법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하긴 최근까지 DPI의 국내 회원 단체가 정립회관밖에 없었고 DPI의 회장이 회관 이사장으로 있으니 오해는 살 수 있지만 가능성 있는 얘기는 아니다."
이 관계자의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송변호사는 임의단체에 개인적인 관심보다는 DPI적 관심을 가지고 있긴 한데 그건 교육과 연수를 시킬 대상을 임의단체로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부인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내에도 DPI 기반이 될 조직이 필요하기 때문에 DPI가 조직에 대한 관심을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형편이다.
이 부분에 대한 관계자의 해명을 다시 들어보자.
"솔직히 말해서 DPI가 조직에 관심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은 조직에 투자할 돈이 없다. 우리가 정기적인 연수를 통해서 조직을 만들려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있는데 분명한 것은 조직적인 관점 때문에 연수를 하려는 게 아니라 연수교육을 하기 위해서 최소한의 임의단체 조직이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장애판 재편의 시나리오(?)>
열거한 단체장들이 부인하든 안하든 살펴본 공방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 장애판에도 본격적인 "헤게모니 쟁탈전"이 시작됐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그리고 이러한 단체장들의 반목은 장기적으로는 장애판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단체장들은 왜 결과를 뻔히 알면서 반목과 질시를 거듭하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은 우리를 무척이나 곤혹스럽게 만든다.
여기서 그에 대한 답으로 장애판에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는 단체장들의 "정치적인 야망"을 언급하기 전에 단체장들의 행보가 의미할지도 모르는 장애판 재편의 시나리오를 조심스럽게 진단해 보기로 한다.
이 시나리오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데 우선 필요에 의해 장애판의 4인방을 지목해 볼 수 있다. 4인방의 한 사람으로 앞에서 언급한 세 사람 외에 황연대 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을 추가하기로 한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장애판에 끼치는 영향력을 고려해서 선정한 인물들이다.
먼저 황연대 이사장의 최근 근황을 살펴보자. 황이사장이 DPI 송영욱 변호사에게 원망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관계자들에 의하면 황이사장은 최근 노동부에 낸 사표가 반려된 상태에서 공단 전국지부를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는데 몇 개 공단 지부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 지역에서 조직작업을 했던 장애우들을 4급으로 특채하는 채용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앞서 직원들이 탄원서를 내는 등 주도적으로 구명에 앞장섰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움직임들의 의미하는 바는 작금에 황이사장 자신이 당한 이유의 하나로 자신을 받쳐줄 장애우 조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의 입장을 볼 때 그가 어느 정도 조직적인 전망을 세우고 있지 않은가라는 추측을 조심스럽게 해 볼 수 있다.
조만간 황이사장 자신의 신변문제가 정리되면 집요한 그의 성격을 볼 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당한 것에 대한 반격을 시도하리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다음과 같은 판도를 예상할 수 있다.
장애판이 조회장과 송회장의 한쪽 구도와 장회장과 황이사장의 한쪽 구도로 나뉘어 대립하면서 물고 물리는 싸움이 벌어지리라는 것이다. 물론 황이사장이 장회장 쪽에 던지는 의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회장이 자신의 대리전을 치러준다면 심정적으로나마 장회장에게 동조하리라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고용촉진 업무의 필요성 때문에 전국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는 장회장의 협조가 필요하리라는 점도 이 추측을 가능하게 해주는 한 요소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단체장들의 "정치적인 야망"에 관한 부분을 언급해 보자.
이 가설은 장애판 자체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덩어리가 커졌으며 그에 따라 사회적 영향력도 무시 못할 수준으로 높아졌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 가설을 정리해 보면 간단하다. 이제 장애판도 하나의 세력으로서 사회적 안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장애판을 발판으로 한 정치적인 진출이 가능해졌고 따라서 누가 명실공히 장애판의 대표로 인정을 받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서로 반목과 질시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가설이 절대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많은 관계자들이 생각하고 있는 대로 이런 가설이 아니고는 단체장들의 반목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에 이 가설이 묻어 둘 수 없는 사안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황연대 이사장은 공단 이장 임명 때 보사부장관 입각 설이 나왔을 정도로 행정내부에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PI 송영욱 변호사의 경우 장애판 일각에서 의도적으로 흘린 얘기지만 지난 국회의원 선거 때 민주당 전국구 공천을 신청했다는 얘기가 파다하게 돌았었다.
조일묵 재활협회 회장은 이번 일련의 행보가 그의 정치적인 야망을 실현시키기 위한 서막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눈길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대한 측근의 얘기를 들어보자.
"그 양반이 40대에 온양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한번 출마해서 낙선한 경력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뿐, 그 후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실을 말하자면 이 양반이 국회의원 될려면 벌써 됐을 것이다. 집권당의 황아무개 총장도 전국구 한 자리 해야 할 거 아니냐며 이력서 가져오라고 해도 안 가져가는 사람이다. 이 양반은 4.19혁명이 일어나기 직전 한양대 총학생회장을 지냈다. 때문에 학생운동 출신의 정치인들에게서 형님 대접을 받고 있는 6.3세대의 최고 어른이다. 청와대 박아무개 비서실장이나 민주당의 이기택 총재와도 친분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니 뭐가 아쉬워서 장애판을 발판으로 정치에 진출하겠는가. 그리고 반대로 생각하면 장애판을 발판으로 해서 국회의원 된 사람이 있는지 따져볼 일이다. 장기철씨도 장애판을 발판으로 해서 해보려 했는데 되지 않았다. 즉 장애판이 아직까지는 영향력이 없다는 말이다. 재활협회 회장 한 장애판쪽 인사가 전국구라도 한 자리 했으면 그 자리 가면 정치적인 야심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예가 없었다. 이건 말을 지어내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불과하다."
장기철 회장은 장기철 회장대로 최근 장애판 쪽의 직능대표로 대통령 자문기구인 "평화통일정책자문회의" 위원으로 위촉된 사실에서 보듯 정치적인 야망과 관련해 주시를 받고 있다. 장 회장의 야망과 관련된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그가 자신과 지체장애인협회의 정치적인 영향력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이다. 장 회장의 한 측근은 "장회장이 국회에 들어가면 많은 국회의원들이 깍듯이 장회장을 접대한다. 그건 장회장이 전국적인 조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조직은 선거 때 당락을 결정하는 표로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장회장의 정치적인 영향력은 증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연결된 하나의 사실로 장회장은 굳이 정치적인 야망을 감추려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기도 하다.
살펴보았듯이 장애판은 이번 조일묵 회장의 재활협회 취임으로 수면 위가 됐던 물밑이 됐건 한차례 회오리바람이 몰아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오리바람은 자칫 장애판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바람이 분명하다.
여기서 정리 삼아 덧붙이자면 역설적이지만 이 땅의 장애우들은 복지에 관심이 있지 장애판에서 누가 헤게모니를 쥐느냐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이건 자신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우들에게 단체장들의 반목을 제어할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혼탁한 장애판을 바라보는 장애우들의 우려는 매우 깊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글/이태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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