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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내부 견제세력 없어진 지체장애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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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 견제세력 없어진 지체장애인협회-

<때아닌 시위>
 7월 27일 오후, 서울 남영동 지체장애인협회(이하 지장협) 사무실 앞에서는 때아닌 진풍경이 벌어졌다. 경북 구마에서 상경한 1백여명의 장애우들이 탄 대형 전세버스 2대가 사무실 앞 차도에 진을 치고 있는 동안 지장협측에서 동원한 자위대라고 신분을 밝힌 30여명의 장애우들이 이날 시위를 주도한 김락환 전 지장협 경북지부장이 탄 승용차를 둘러싸고 험악한 시비를 벌이고 있었다.

 

▲지체장애인협회-시위

 이날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소란은 결국 구마에서 올라온 장애우들이 버스에서 내려보지도 못하고 김락환씨만이 장기철 지장협 회장을 면담하는 선에서 끝났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선 지장협이 심한 배분에 휩싸여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그렇다면 이날 시위 배경은 무엇일까? 여기서 이해를 돕기 위해 구마에서 장애우들을 이끌고 장 회장을 응징하겠다고 올라온 김락환씨가 어떤 인물인지를 먼저 살펴보자.
 김락환씨는 현직이 경북장애인재활자립복지회관 관장으로 지장협 경북지부장을 역임했고 7월초 임기 만료 전까지는 지장협 중앙회 수석 부회장과 이사직을 맡고 있었으며, 특히 91년 말 지장협 농성사건 때는 조직강화 대책위원장과 중앙회장 권한대행을 맡아 사태수습을 주도했던, 외부에 비쳐지기에는 사실상 지장협 2인자였다.
 그런 김씨가 장기철 회장을 상대로 시위를 벌이게 되기까지는 몇 가지 복잡한 사정이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김락환씨가 지장협 내에서 자신이 철저히 소외되었다는, 그래서 장기철 회장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물론 작년 여름 자신이 사표를 내는 형식으로 경북지부장을 그만두긴 했지만 그 후 사태 전개에서 경북지부 발전을 위해 자신이 요청한 현 양성모 경북지부장 교체를 장회장이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경북에서 자신을 고립시키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 김씨 주장이다.
 여기에다 7월 15일 용산구민회관에서 있은 지장협 2대 회장 선거에서 김씨가 보기엔 탈법으로 장기철씨가 회장에 선출되고 대신 자신의 협회 내 모든 직함을 박탈한 것에 대한 분노도 더해졌으리라는 관측이다.
 덧붙여 장회장이 지나치게 독선적으로 지장협을 운영하며, 나아가 지장협을 사유화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나서면 용기가 없어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심정적으로는 동조를 하고 있는 전국 지부장과 지회장들이 같이 나서 주리라는 계산을 김씨는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실은 김씨가 시위가 있기 전 각계에 보낸 유인물에 잘 나타나 있다.
 장기철 회장 측에서는 김씨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락환씨는 양성모 현지부장을 상대하기가 버거우니까 중앙회장을 타켓으로 삼은 것이다. 김씨 불만은 왜 이사로 인정을 안해주느냐는 것인데 지장협을 음해 하는 사람을 어떻게 이사로 부회장으로 인정을 할 수 있는가, 그는 지장협과 별도로 경북장애인총연합회를 만들려고 획책했다. 이런 사람은 제명 처분감이다."
 그리고 "김씨가 협회를 음해 하려고 89년부터 트집을 잡아왔다. 김씨가 조직을 만들려고 고생한 거는 인정하지만 김씨는 너무 분수를 모른다"는 것이 장회장 주장이다.

<김씨, 장회장 물러나야 한다 주장>
 김락환씨가 장회장을 겨냥해 장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은 몇 가지이다.
 먼저 회장 선출의 불법성이다. 김씨에 따르면 회장 선출은 총회에서 선출하도록 정관에 못박혀 있는데 장회장이 이사회도 열지 않고 임의대로 임원과 지부장 20여명을 모아놓고 자신을 회장으로 선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협회 정관 회계법에 따르면 행사나 사업을 하기 1개월 전에 이사회 의결을 얻어야 하고, 사업을 하고 난 후에도 의사회 의결을 거쳐 총회 승인을 받아야 함에도 여지껏 매년 수억 원 예산이 투입된 예술제를 치르면서 단 한번도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시군구 지회장 임면권을 가진 것을 악용해 장 회장이 측근만을 중용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결국 김씨 주장 요지는 지장협 내에서 견제할 사람이 없으니까 장회장이 지장협을 사기업화했다는 것인데 김씨는 "보사부 감사 때 영수증이 가짜로 첨부된 것을 내가 가지고 있다. 가령 예술제 행사 때 경북에서 장애우들이 올라갈 때 돈 한푼 받은 적 없는데 그걸 줬다고 돼있는 영수증 같은 것들이다"라며 자신의 주장이 근거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김씨 주장에 대해 장기철 회장 측에서는 "한마디로 김씨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들"이라며 아래와 같이 반박하고 있다.
 우선 회장 선출의 불법성 주장에 대해 "전국적으로 정회원이 6천명에 이른다. 이들이 다 모인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때문에 총회 다음에 대의원 제도를 둔 것이다. 대의원은 두 부류로 나눠지는데 선출직 대의원은 회원 2천명 당 1명씩이고 당연직 대의원은 전국 지부장들이다. 현재 선출직 대의원을 뽑을 수 있는 시도는 거의 없다. 그래서 당연직 대의원들인 지부장들이 모여서 총회를 열고 회장을 선출한 것이다."
 예술제를 치르면서 단 한번도 이사회 결의를 받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예술제는 매년 지부장연석회의를 열어 가지고 사전에 의논해서 치뤘다. 그 자리에서 업무 지침을 내려주고 결정했다. 그리고 행사가 끝난 뒤 돈이 들어가고 나간 것에 대한 회계처리를 하고 그 결과를 지부에 다 공개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장 회장이 시군구 지회장 임면권을 악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장협이 단일법인이니까 회장이 임명장 주는 건 누구도 문제삼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밖에 장회장의 예산 유용 시비에 대해서는 "김씨는 말로만 얘기하지 말고 증거를 대야 할 것"이라며 김씨 주장이 터무니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상 견제세력 없어져>
 한편 김락환씨와 장기철 회장 사이에 이처럼 공방전이 벌어지자 장회장과 김씨 관계가 새삼 장애판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장회장이 김락환씨를 만난 것은 지난 1986년으로 당시 김씨는 구미에서 장애인 재활자립복지회를 만들어 회장으로 있었다. 반면 장 회장은 한국장애인연합회를 만들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던 참이었다. 두 사람은 장회장 요청으로 처음 만났는데 처음 만날 때는 견해 차이가 있었지만 그 후 두세 차례 만남을 계속하자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어 김씨가 연합회 경북 조직을 맡기로 했다는 것이다.
 김씨가 이후 지장협 내에서 일정부분 영향력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장 회장이 호남사람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경상도 사람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계산이 작용했고, 실제로 지장협 창립 과정에서 김씨가 여러 차레 재정적인 도움을 주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김씨에 따르면 "어려운 고비마다 고비를 넘길 수 있도록 지원했고 그 규모는 큰돈으론 두세 차례, 푼돈으론 여러 차례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장협이 사단법인인가를 받으면서 내부적으로는 어떤 이유에선지 알력이 있었지만 대외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었던 두 사람 관계는 1991년 말 영세장애우들의 지장협 사무실 점거농성이 벌어지면서 급속도로 금이 가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사태수습 과정에서 지장협은 장회장이 물러나고 한동안 회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됐는데 이때 지부장들에 의해 조직강화 대책위원장과 권한대행으로 선출된 이가 바로 김씨였다. 이 선출은 그때까지 대다수가 장회장 편이었던 지부장들이 여러 명 김씨 쪽으로 돌아선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장회장이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 김씨 주장이다.
 결국 권한대행을 맡은 지 5개월만에 건강과 재정 문제로 한계에 부닥친 김씨는 자의로 다시 회장을 복귀시켰고 이때부터 두 사람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 관계자들 전언이다. 즉 장회장이 김씨를 라이벌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장회장 측에서는 "김씨가 목소리가 크고 권한대행으로 있을 때 지부장 몇 명의 지지를 박은 건 사실이지만 장 회장이 김씨를 라이벌로 생각하기보다는 귀찮게 생각해 왔다"고 말하고 있다.
 장회장은 부정하지만 이런 저간의 사정이 이번 시위를 촉발시켰다는 것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번 지장협 시위사태는 몇 가지 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 관계자들 관측이기도 하다.
 먼저 이번 시위를 계기로 지장협은 안팎의 우려를 불식시킬 획기적인 민주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장협이 곧 장기철 회장이라는 등식이 이제는 사라질 때가 되었다는 것이 관계자들 지적이다.
 또한 지장협 내에서 김씨 제거는 사실상 장회장을 견제할 사람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향후 지장협의 향방에 장회장 독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그 파장에 대한 냉철한 고려가 지장협 내부에서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 지적이다.
 결국 김씨 제거는 어쩌면 장회장에게 득보다는 실을 안겨줄지도 모른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조심스런 전망인 셈이다.

글/이태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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