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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컴퓨터 교육과 인성교육을 함께 배웁니다"

부산 한울장애인자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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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교육과 인성교육을 함께 배웁니다"
부산 한울 장애인자활센터

한울 장애인자활센터는 부산에서 거의 유일한 장애우 직업교육 기관이다. 일찍이 직업교육도 첨단산업인 컴퓨터 교육에 주력해 현재 바람직한 교육기관 모델로 성과를 올리고 있는 한울장애인자활센터를 찾아 이모저모 살펴본다.

<10여년의 역사 헤아려>
 한울장애인자활센터(이하 한울)는 부산시 책방 골목으로 유명한 보수동 입구 왼쪽 3층 건물에 자리잡고 있었다. 맞은편 정면 우뚝 솟은 중부교회 건물에는 "한울어린이집"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고, 이곳이 부산 지역 장애우단체 중 유일하게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꾸러가면서 장애우들이 직업교육을 받고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한울이 생긴 것은 지난 1985년이다. 그런데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한울의 역사는 어언 10여년을 헤아리고 있다. 1982년 당시 장애우 직업교육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부산에서 한울은 작고한 중부교회 최성묵 목사와 청년 교인들에 의해 처음 설립이 준비됐다.
 당시 진보적인 목회자로 정평이 나 있었던 최성묵 목사가 기회 있을 때마다 소외계층에 관심을 가져야 된다는 당위성을 누누이 강조하자 청년 교인들이 우리가 이렇게 있을 게 아니라 장애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을 해보자며 "생활연구회"라는 모임을 만들었고, 그 모임이 모태가 돼 "장애우들이 동등한 인간으로서 대우받기를 원하니까 기술을 가지면 사회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지 않겠느냐"는 소박한 생각으로 당시 최첨단 기술로 꼽혔던 컴퓨터 교육을 시작했다.
 다행히 WCC(세계교회협의회)의 지원금을 받게 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의 상당부분을 해결한 한울은 1985년 3월, 교육의 특성상 고등학교를 졸업한 20대 초반에서 30대까지의 지체장애우로 자격을 제한하고, 센터 내에 기숙사가 없다보니 집에서 다닐 수 있는 사람만 선정해 10개월 과정의 프로그래머 기술을 습득할 1기생 장애우 10명을 모집해 컴퓨터 학원에 위탁교육을 시킴으로써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이들을 교육시키면서 위탁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은 고가인 컴퓨터를 마련할 수 없었던 재정적인 어려움 때문이기도 했지만 센터 내에 교육을 시킬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이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을 언제까지 학원에만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처음에는 학원에서 교육받고 난 뒤 보충실습을 한다는 차원에서 1대 2대 컴퓨터를 마련하고, 장소는 중부교회 2층 다락방도 이용하고 강당도 사용하다가, 컴퓨터를 서로 차지하려고 쟁탈전까지 벌이는 웃지 못할 과정을 거치고 난 뒤 1988년 4월 지금 세들어 있는 건물을 마련해 독립한 뒤 4기생부터 마침내 센터 내에서 모든 교육을 마무리짓는 정상궤도에 진입하게 됐다고 한다.
 처음 교육을 받았던 1기생 경우 중간에 어려운 지경에 처한 장애우 3명이 빠져나가 7명이 수료했는데 센터 측의 컴퓨터를 배우기만 하면 취업이 된다던 애초 홍보와는 달리 단 한 명도 취업이 되지 않아 거기서 오는 실망감 때문에 수료생들이 낙담하는 가슴아픈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그래서 중부교회 사무실에 자체적으로 일을 하겠다고 전산실을 차리기도 했지만 경험 미숙으로 얼마 안가 문을 닫아야 했다.

<취업율 80% 웃돌아>
 현재 한울은 1년에 한 기씩 배출하며 그동안 거쳐나간 수료생만 9기 76명을 헤아리고 있다. 취업률도 처음에는 부진했지만 센터 직원과 수료 당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80%를 웃돌아 취업교육기관의 바람직한 모델로까지 꼽히고 있다.
 취업은 1988년 이후 활발히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센터에서는 "장애우에 대한 사회적인 분위기나 인식이 이 시기 많이 변해 활발하게 취업이 이루어진 것 같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나 양호한 취업률 속에서도 뇌성마비 장애우와 비교적 나이가 많은 장애우는 취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올해 8월 수료한 9기생들 경우는 부산지역 경기침체로 취업이 안돼 센터 측은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한울을 거쳐나간 수료생들이 취업해 있는 직장은 국민연금 관리공단이나 도서관 등 공공기관과 프로그램 개발실 등이다. 의외로 일반 회사는 많지 않다. 한울 측에서는 수료생들이 정부투자기관이나 중소기업의 전산실, 아니면 신문사나 병원 쪽으로 취업하길 바라지만 이들 직장이 장애우에게 배타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아쉬움을 갖고 있다.
 취업한 장애우 경우 대우는 비장애우와 별 차이가 없게 받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취업한 직장이 안정적인 평생 직장이 되고 있지는 못한 것 같아 센터 직원들은 역시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그간 한울은 이렇듯 활발한 컴퓨터 교육과 취업 외에 장애우도 한 인간으로서 인권을 되찾는 장애우 운동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전제 하에 수료생들이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생활 프로그램이나 교양과목에도 중점을 두고 추진해 와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완성된 한 인간으로서 사회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켜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진 이런 프로그램은 독서와 주기적인 강연회, 그리고 문화활동과 공동체 생활로 이어져 장애우들 의식을 변화시키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한울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색은 동문회 활동이다. 수료생들로 구성된 동문회는 대상화 아닌 주체가 돼서 한울의 일을 결정하고 사업해나가며 후배들 교육에도 관여하고 있다. 지금은 역량이 안되지만 장차에는 동문회가 중심이 돼 한울을 운영해 나간다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라고 센터 측은 밝히고 있다.

<장애우 문제 깨닫게 하는 데도 노력 기울여>
 한울은 컴퓨터 교육에 그치지 않고 1990년 7월 센터 내에 조기교육실을 열어 만 3세에서 6세까지의 장애아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현재 자폐, 정신지체, 뇌성마비 아동 등 20여명의 장애아가 교사 4명과 자원봉사자와 함께 중부교회 안에 있는 어린이 집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어린이집은 애초에 사회에서 장애아들에 대한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제 하에 탁아시설로 계획되었다가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의치 않아 대신 교육적인 측면을 살리기도 하고 실비의 회비를 받는 조기교실로 개원했다. 오전에는 장애아를 상대로 공동체놀이를 하고 오후에는 개별학습을 실시한다.
 이렇듯 주 사업으로 컴퓨터 교육과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울은 지금 작고한 최성묵 목사 후임으로 중부교회 김용한(43) 목사가 이사장을 맡고 있고 전 동아대 교수 이강윤 씨가 회장으로 실무적인 일을 관장하고 있다.
 후원금과 어린이집 회비 외에 다른 수입원이 없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지만 배우겠다는 장애우가 여전히 몰리고 있다는 사실이 큰 위안거리다. 교육생은 정원을 15명으로 제한하고 취업가능성이 가장 높은 장애우를 우선으로 뽑고 있다. 지금 내년 2월 개강을 목표로 10기생을 모집하기 위해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한편 한울은 기존의 프로그래머 과정 외에 나이, 학력, 장애를 제한하지 않고 컴퓨터에 대한 기본지식과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3개월 코스의 별도 교육생을 모집하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계획으로 취업이 안되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우들이 원만하게 취업이 될 수 있는 길과 산업재해로 인한 중도장애우들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한울은 현재 사무실이 3층에 자리잡고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우들이 이용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재정이 허락한다면 사무실을 1층으로 옮겼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있었다.
 "한울이 부산에 사는 장애우 청년들이 와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소가 됐으면 해요. 이곳에 와서 장애우 문제의 실체를 안 사람도 몇 명 있지만 역사의식이 없으면 장애우 문제도 문제 자체로 끝나 버린다는 사실을 장애우 청년들이 깨닫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한울장애인자활센터에서 실무간사로 일하는 이정인 씨 말이다.

인터뷰

"장애우도 당당한 주체적인 인간으로 섰으면 좋겠어요"
한울 실무간사 이정인씨

 한울장애인자활센터에서 4년째 실무간사로 일하고 있는 이정인(27) 씨는 중부교회를 다녔던 인연으로 동아대 생물학과 4학년 재학 때부터 시간제로 한울에서 일을 시작했다. 와서 일을 하다보니 많은 문제점을 느끼게 돼 "문제를 아는 사람이 먼저 일을 시작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과 "조그만 일이라도 일을 하다보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데 조금은 이바지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소박한 바람으로 여태까지 일을 해오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처음엔 강의도 맡았지만 지금은 강의를 안하고 행정업무를 맡고 있어요. 쉽게 말해서 한울 살림살이를 총괄하고 있는 거죠.
 -가장 기억나는 수료생은.
 =제가 제일 처음 맡은 기가6기인데 한 뇌성마비 장애우가 공고를 졸업하자마자 여기 와서 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같이 수료한 다른 장애우들은 모두 다 취업 됐는데 혼자 취업이 안 되자 갈등을 느끼면서 이제 한울에 안나오겠다고 낙담하더군요. 그래도 계속 나와서 여기서 3년을 보낸 다음 공부를 많이 했으니까 강의도 하고 그러다가 올해 취업이 됐어요. 자기가 원한대로 프로그램 개발실로 가게 되자 너무 기뻐하고 좋아하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저도 보람을 느꼈어요.
 -한울에서 일하면서 어떤 장애우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고 느꼈는지.
 =너무 많지만 예를 들어 4기생 중에 이아무개씨라고 있는데 대학을 나왔고 실력도 있는데 장애가 심해 취업이 안됐어요. 그걸 보면서 느낀 것이 편견이 심하구나라는 사실이죠. 인식의 변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인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느끼는 어려움이 있다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제가 작년에 결혼했거든요. 결혼하기 전에는 한울 일에 더 헌신적이었다고 생각하는데, 시간도 많이 배려하고 말이에요. 그런데 지금 제가 일찍 집에 가고 그러면서 느껴지는 게 동문들이 주로 밤에 많이 오는데 그분들과 하나가 되지 못하고 호흡할 수 없다는데 대해 스스로에게 질타를 많이 하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한울 일을 홍보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 좀 부족한 것 같고 사회단체들이 다 그렇지만 재정적인 부분이 안정 안되는 게 어려운 부분이죠.
 -반대로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여기 교육받고 나간 수료생들의 일하는 곳을 한번씩 가보면 교육생들이 일을 잘 하고 있고 주위의 신망을 받을 때 가장 기뻐요.
 -4년 가까이 몸담고 있으면서 장애 문제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데 한울이 어떤 부분에서 일을 해나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한울이 장애 문제의 교육 파트를 확실하게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장애우들을 담당한 주체적인 인간으로 만들어내는 부분을 담당했으면 좋겠고 한울 어린이집도 있으니까 장애 아동들의 조기교육부분도 좀 더 확대해서 담당했으면 하는 생각을 해요.

글/이태곤

작성자이태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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