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위소식]"비보"가 된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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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0일 장애우의 날부터 실시되고 있는 장애우 지하철 무료승차제도에 대한 장애판의 비판여론이 거세짐에 따라 정부는 기존 역과 신설되는 지하철의 모든 역사에 장애우 편의시설설비계획을 밝혀 장애판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제한적이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에 의해 확정된 정부의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 계획으로 정부와 장애판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된다. 그리고 관련부처가 골머리를 앓고 있는 예산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
<드디어 "낭보"가>
1993년 4월 6일 서울시 지하철 건설본부(본부장·이동)의 회신.
"지난해 6월에 수립된 계획입니다. 지하철건설본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지하철 2기(5호선부터 8호선)에 모든 역사의 상황을 고려하여 시각장애우용 점자 유도블럭과 청각장애우용 안내방송, 그 외의 부대시설과 승강기 등 장애우편의시설을 연차적으로 설치할 예정이오니 많은 이용을 바랍니다."
1993년 4월 23일 철도청(청장·최훈)의 회신.
"본 철도청이 신설중인 과천선, 일산선, 분당선의 모든 역사의 여건에 맞는 편의시설을 설치할 예정이오니 장애우가 많이 이용하도록 적극 홍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993년 4월 22일 오후 3시 지하철공사(사장·한진희)와의 전화내용.
"본 공사는 지하철 1기(1호선부터 4호선)의 106개 모든 기존역사에 300억의 예산을 들여 올해부터 연차적으로 장애우 편의시설을 설치할 예정으로 검토 중입니다. 결정이 나는 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장애인 복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공대위, 위원장·김성재)가 보낸 공문의 회신과 전화내용이다.
공대위는 지난해부터 지하철 편의시설설치 관련부처에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수 차례의 건의를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4월 20일부터 시행된 지하철 장애우 무료승차제도 등으로 지하철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심각성이 크게 논의되는 가운데 철도청과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 지하철공사 등에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요구를 계속해 오던 터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이 소식은 4월 20일 "장애우의 날"을 기점으로 사월의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장애판을 훈훈하게 감싸 안았다. 공대위는 이를 크게 환영하고 장애판에 널리 알렸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장애판 역시 아낌없는 찬사와 함께 기쁨의 함성을 터뜨렸다. 지하철 내의 장애우 편의 시설 소식을 기다린 장애판은 그야말로 "낭보"를 받아 축제의 분위기였다.
<축제는 무산되고>
그러나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계획에 관한 "축제"을 준비하려던 공대위를 비롯한 장애판에 아연실색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관련기관이 지하철역사 내의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 범우를 대폭 축소한 확정안을 발표한 것이다.
다음은 철도청과 지하철공사의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에 관한 세부계획 확정안 이다.
4월 30일 철도청은 "상주 인구 10만여 명이 넘는 과천선의 대공원역과 종합청사역사에만 휠체어리프트 네 대씩 여덟 대를 설치하고 나머지 일곱 개 역사에는 이동형 휠체어리프트(체어메이트)를 한 대씩만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5월 6일 지하철공사는 "지하철 1기의 기존역사 106개역 중 환승역 위주의 열 개역을 선정하여 체어메이트를 각 역당 두 대씩 도합 스무 대를 설치하여 시험 운행한 뒤에 효과를 보아 확대 도입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한 것이다.
이로써 철도청과 지하철공사는 기존 지하철과 신설 지하철의 모든 역사 내에 보다 편리한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장애우의 기대를 일축해 버렸다.
하나의 역사에 체어메이트를 설치한다면 장애우는 지하철을 과연 이용할 수 있을까. 체어메이트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우가 사용할 수 없는 데다 적어도 8시간 식은 충전을 해야 30분 동안 사용할 수 있는데…
어처구니없는 철도청의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 계획을 듣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지하철공사측의 열 개 역 선정 운운은 그야말로 장애판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갔다. 낭보 뒤의 비보는 장애판의 축제의 분위기를 쉽게도 무산시켜버린 것이다.
<문제는 예산>
여기서 철도청과 지하철공사측의 입장을 한 번 살펴보자.
철도청 관계자는 "장애자용(이들은 "장애인"이라는 호칭을 애초부터 모르는 듯하다) 편의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보사부에 휠체어를 타는 장애우의 숫자를 알려달라고 했으나 자료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인구 십만 명 이상이 상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하고 그 외의 지역에는 체어메이트를 한 대씩 설치할 계획을 잡은 것이다. 더구나 장애우 편의시설을 설치할 경우 이용하지 않으면 쓸데없는 낭비만 하는 것이다. 해년마다 적자인데 그런 데 투자할 예산이 없다"고 말했다.
체어메이트 한 대로는 도저히 편의시설이라는 제구실을 못할 것이라는 질문에 "체어메이트 한 대가 4백 50만원이다. 일곱 대면 3천 5백만원이고 거기에 휠체어리프트는 한 대당 4천 5백만원을 훨씬 넘는다. 이것도 겨우 뽑아낸 예산이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계속 손가락질만 하지 말라. 차라리 널리 홍보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도록 하자"라 오히려 설득하려고 했다.
지하철공사의 한 관계자는 "서울역, 시청역, 신도림역 등 체어메이트 설치 예정 역인 10개소는 각 호선이 환승역으로써 많은 인원이 왕래하고 주요 교통로로서 장애우의 출입이 비례적으로 빈번한 것으로 예상되어 당초에는 장애우 스스로 작동 가능한 고정식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하려고 계획하였으나 예산관계로 이동식으로 계획을 변경하였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행정관료의 인식문제>
그렇다면 이 외의 역에 대한 대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열 개역을 시험 운행한 뒤에 확대한다는 원칙이나 현재까지는 언제 어느 때 확대 실시한다는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장애우가 열 개역 이외의 역을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는 질문에는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현재까지도 잘 지냈지 않았는가. 환승역만을 중심으로 설치하여 장애우의 이용률을 보고 그 다음에 확대해도 늦지 않다"라고 아주 간단하게 말했다.
다음은 철도청과 지하철공사의 동일한 답변이다.
"전해들은 소식에 의하면 2호선의 을지로 입구역과 종합운동장역사에 설치되어 있는 장애우 편의시설은 거의 이용을 하지 않아 무용지물이라는데 왜 자꾸 설치하라는 거냐. 차라리 그 예산을 다른 곳에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해마다 적자인데다 정부의 보조 한푼 없이 모두 우리가 떠맡아야 하는데 이 예산이 어디에 있느냐. 장애우 관련 부처와 상의하는 것이 나을 성싶다."
"기존역에 설치된 장애우 편의시설이 왜 이용되지 않는가", "장애우에게 지하철 내 편의시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는 흔적을 답변의 여기저기서 발견하고 놀랄 수밖에 없다.
그저 "예산 때문에"만을 외치는 것이다. 진지한 고민 없이 나올 수 있는 답변으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행정의 일선 관료들의 인식문제는 분명 심각하다. 그들의 장애우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이제 녹슨 칼을 갈고 닦아 일대 수술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위사람의 관심을 끌어내야(?)>
그러면 여기서 지하철공사가 기존 역사에 장애우 편의시설을 설치할 계획을 수립하게 된 과정을 살펴보자.
올해 4월 초 서울시 의회의 질의과정에서 모 의원의 기존역내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 계획여부에 대한 질문에 지하철공사 한진희 사장은 "현재로서는 종전의 을지로 입구역과 종합운동장역 2개 역에 설치하여 운영하였으나 효과가 아무 미미하여 추가하여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20일 지하철 4호선 당고개 역 준공식에 참석한 현 국무총리는 지하철역사내 장애우 편의시설 설치 계획에 대해 질문하자 서울시장이 나서서 기존의 전체 역사에 장애인 승강설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보고를 했다. 이 자리에는 지하철공사 사장이 동석했으나 서울 시장의 말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리를 파한 후 서울시 측은 기존역내에 장애우 승강설비 도입계획을 보고하도록 지하철공사에 지시를 내렸다.
이로써 지하철공사는 4월 21일부터 5월 5일까지 약 보름동안 자료수집과 내부의견을 조정하여 지난 6일에 서울시기자 간담회 석상에서 보도자료로 계획을 공포한 것이다.
<누구를 위한 신한국 창조인가>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데 진정으로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윗사람의 관심에 의해 결정되는 이 나라의 정책. 김영삼 정권이 소위 주장하는 "신한국 창조"의 길은 이 같은 모순을 극복하는 데서부터 열리는 것은 아닐ㅈ.
공대위는 "8시간씩 밧데리를 충전하여야 30분을 연속 사용이 가능한 기계인 이동식휠체어리프트(체에메이트)는 환승역처럼 이동거리가 긴 역에서의 사용이 불편하니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를 이용하고 장애우 혼자서 작동 가능한 고정식 휠체어리프트를 설치할 것과 시험운행 후 확대를 고려하겠다는 내용은 향후 기존 역사에 장애우의 편의시설 설치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내용은 차후 장애판의 강력한 도전을 받을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는 내용을 지하철공사에 보냈다.
그리고 "과천선의 일곱 개 역사에 체어메이트를 한 대씩 설치하는 것은 장애우에게 많은 불편을 주어 장애우가 지금과 같이 이용을 하지 않게 된다. 이는 장애우의 편의시설에 대한 접근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으로 이해되므로 체어메이트를 적어도 두 대씩은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철도청에 보냈다.
그러나 지하철공사나 철도청은 굳이 "예산"상의 이유를 들먹이며 이 문제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려고 한다.
자체내 수입금을 보채 등 모든 운영을 해야 하는 이들 관계부처가 예산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우의 지하철 내 편의시설 설치 문제의 해결책은 수비게 잡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가.
바로 현 김영삼 정권의 "신한국 창조"는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글/박옥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간사)
"장애인 교육에 관한 기본법" 제정 위한 서명운동 활발 장애우의 교육권 확보문제가 우리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5월 8일 "장애인 교육권 확보를 위한 범국민대책회의"(집행위원장 김성재·이하 대책회의)는 명동성당 입구에서 "장애인 교육에 관한 기본법(이하 장애인 교육법)제정을 위한 가두서명"을 벌여 장애우의 교육권 확보문제에 관한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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