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중계]"신경제 5개년 계획"과 "사회복지의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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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제 5개년 계획"과 "사회복지의 방향"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며 문민정부의 위상을 세워나가고 있는 김영삼 정부의 "신경제"와 "사회복지정책"의 청사진은 과연 무엇인가. "신경제 5개년 계획"에 걸맞는 사회복지정책의 내용과 문제점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신경제"와 "사회복지정책">
지난 2월, 김영삼 대통령이 "한국병"을 치유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대통령에 취임한지 백여일 동안 우리 사회는 공직자 재산공개로 국회의장이 하루아침에 옷을 벗는가 하면 대학부정입학 명단공개, 슬롯머신과 카지노를 둘러싼 정치와 폭력의 유착관계, 군 현대화 계획을 둘러싸고 거액의 뇌물을 주고받은 율곡사업 등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부정과 부패가 속속 밝혀지는 "사정"의 회오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이처럼 "개혁"과 "사정"의 칼날로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있는 김영삼 정부는 최근 앞으로 자신의 임기 중에 경제 운용의 근간이 될 "신경제 5개년 계획"의 기본골격을 마련하고 이의 실천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4월 16일 경제기획원은 "신경제 5개년 계획 작성 지침"을 통해 "신경제"는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정부의 지시·통제로부터 국민의 참여와 창의에서 발굴"하고 이러한 "국민의 창의와 참여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경제제도와 경제의식의 개혁을 추진"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정책은 성장잠재력의 확충, 국제시장기반의 확충, 국민생활여건의 개선을 뒷받침할 시책을 개발"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러한 정책기조를 바탕으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신경제발전계획심의회"를 구성하는 한편 세계, 재정, 금융개혁 등 23개 분야에서 실무작업반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작업 수립에 들어갔는데 사회복지의 경우 김학기 보사부 사회복지심의관과 장승우 경제기획원 기획국장을 반장으로 실무팀이 꾸려졌다.
"신경제"는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기본방향을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치중하기보다는 기존제도의 내실화에 중점"을 두고 "복지시책 및 관리운영의 효율화를 통해 복지증진과 경제사회발전이 조화될 수 있는 체제를 확립"하는 것으로 정하고 다음 여섯 가지를 정책방향으로 설정했다.
첫째 복지증진이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사회복지 모형"의 개발.
둘째 의료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을 포함 앞으로 실시될 농어민연금,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사회보험 관리기구의 효율화."
셋째 현재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고 있는 국민연금 가입대상을 농어민까지 확대하는 "국민연금 확대."
넷째 의료보험의 조합운영, 국고지원 등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의료보험제도 개선." 다섯째, 현재 상용 노동자 500인 이상 사업장으로 되어 있는 직장보육시설 설치대상 사업장을 확대하는 "영유아 보육시설 확충." 마지막으로 양로원, 탁아소 등 복지사업 분야에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규제와 진입장벽을 제거하고 시장원리를 도입함으로써 복지서비스의 고급확대와 질적 향상을 꾀하기 위한 "복지사업에의 민간참여 확대"등이다.
<오히려 후퇴한 "관심"과 "책임">
한편 지난 6월 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신경제 5개년 계획 사회복지분야 토론회"를 통해 이러한 김영삼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방향"에 대한 평가와 함께 앞으로의 방향을 점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조홍식교수(서울대 사회복지학과)는 신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이 "방향성 면에서 기존 제도의 내실화, 효율화면을 강조하고 있어 종전보다 오히려 복지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책임이 후퇴"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신경제에 걸맞는 사회통합 및 형평화를 추구하는 사회복지에 대한 정부의 비전제시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여섯 가지 세부사항에 대해 "복지증진을 경제의 부속물로 간주해 복지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후퇴되고 있는데 국제경쟁력을 저임금에 의존하는 개발초기단계 또는 단순노동에 의존하는 소비재단계의 국가에서는 그런 대로 성장에 가능할 수 있지만 기술축적을 필요로 하고 생산성 향상이 국제경쟁력의 주요 결정요소가 되는 단계에 이르면 복지의 낙후는 성장 자체를 제약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고 복지를 경제발전에 종속시키려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사회보험관리기구의 효율화, 의료보험제도의 개선 등 사회보장의 부분적 대책이 아닌 사회보장제도의 전체 내용을 포괄하는 관리기구와 조직 등을 포함한 "사회복지 전달체계"에 대한 확립구상이 빠져 있을 뿐 아니라 장애우, 노인, 사회복지시설 수용인 등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홍식 교수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복지정책의 당면과제와 정책방향에 대해 다음 여섯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첫째 그동안 우리나라는 국가의 직접적인 개입이 요구되는 사회보장 분야에서조차 가족, 시장체계를 통한 부양기능과 노후보장 등을 강조해 왔으나 복지정책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가가 소득보장을 비롯해 의료, 교육, 주택, 고용보장 등 "국민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제"의 극히 일부분으로 취급되고 있는 복지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수정해 종합적인 사회복지정책인 "신복지 5개년 계획"을 세워야 한다.
둘째 현재 국민1인당 지엔피(국민총생산)가 7,000불 수준에 이르고 있음에도 장애우, 아동, 노인, 생활보호대상자 등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 욕구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계층을 위한 정부지출이 1.8퍼센트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우리와 국민소득 수준이 비슷했던 일본, 미국, 영국의 60년대 평균인 7퍼센트에 비해 현저히 뒤떨어지기 때문에 사회보장비를 적어도 이들 수준인 7퍼센트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확고한 예산반영 의지가 표명"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무겁게 매기는 등의 세제개혁을 이루어야 한다.
셋째 현재 생활보호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인 비현실적인 선정기준과 급여수준을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신청보호주의와 최저생계비를 토대로 한 빈곤선의 설정 등 "생활보호제도의 개선"을 이루어야 한다.
넷째 1993년도 부사부 예산(1조 6,634억원)중 장애우 복지예산은 2.65퍼센트(440억), 노인복지 4.97퍼센트(826억), 아동 및 보육 4.26퍼센트(708억)에 불과한 실정이기 때문에 이들 복지대상자에 대한 정책의 우선순위가 정부의 전체 복지정책 목표에 맞게 활성화되어야 한다.
다섯째, 전국 7백여개 사회복지시설에서 시설보호를 받고 있는 아동, 노인, 장애우, 부랑아 등 8만여명의 생활조건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시설직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여섯째, 사회복지전문요원의 확대 배치와 전문적인 서비스를 줄 수 있는 사회복지사무소를 설치하는 한편 이들 고유하고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공무원 임용법의 개정을 통한 사회복지청의 신설 등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신경제 5개년 계획"의 허와 실>
한편 이날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동훈 경제기획원 사회개발계획과장은 "사회복지정책은 이미 발표된 7차 경제사회개발계획에 의해 이미 실시되고 있으며 신경제계획은 이들 정책 가운데 제도적 측면의 개선사항을 다룬 것"이라고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이 계속성을 가지고 추진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 사회복지 예산의 증액문제에 대해서는 "선진국이 세금의 증액을 통해 복지재정을 마련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수혜자 갹출금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정부의 사회복지 재정 규모만 가지고 복지예산의 규모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충분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히고 "사회보장정책이 아직 초기단계일 뿐 아니라 전체 예산의 3분의 1이나 되는 국방비의 비중을 줄이기 어려운 특수성 그리고 국민들도 복지수준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반대할 것"이라는 점등을 들어 예산증액이 어려움을 설명했다.
또한 기존의 행정체계와 별도로 사회복지사무소 등을 운영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기존의 생활부조사업이 동(洞)단위에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군·구에 복지사무소를 두는 것은 행정의 중복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도용 교수(한신대 재활학과)는 "신한국 창조를 위한 사회복지는 복지형태 구성부분으로 경제발전을 포함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다운 생활, 즉 총체적 복지수준을 달성할 수 있는 통합구조의 복지모형이어야 한다"고 한국형 복지모델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복지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첫째, 국가 책임적 복지공급주체(국가와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복지공급주체(기업·종교·사회단체·주민 등)의 역할분담과 통합을 전제로 하는 복지공급주체 체계의 수립과 전달체계의 확립 즉 사회복지부 또는 사회복지청이 신설"되어야 하며 둘째 선진 외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복지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복지세 신설, 금융실명제 실시 등 조세제도 개편과 종교단체를 비롯한 민간자본의 사회복지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연구실 정경배 실장은 "신경제 5개년 계획 지침서의 여섯 가지 기본방향이 평등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경제 발전이 될 지는 의문"이라고 전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보다 종합적이고 확대된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한편 김연명 사회복지예산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은 "신경제 5개년 계획 작성지침의 정책기조는 지난 30년 간 사회복지의 발전을 극도로 제약해 온 "경제성장과 복지확대 상충론"에 근거하고 있으며 "복지사업에의 시장원리 도입" "기존 복지제도에 대한 국고비율 재조정" 등 "복지다원론"을 도입하고 있는데 이는 국가 복지사업의 후퇴"라고 못박았다.
또한 "재산 및 음성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로 조세부담율을 현행 19.2퍼센트에서 22퍼센트로 끌어올리고 국가재정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에 비해 사회복지예산을 확충하겠다는 언급이 없을 뿐 아니라 복지의 책임을 국가에서 가족 및 기업으로 분산시키려는 "복지다원론"은 계층 및 직업집단 간의 불평등 강화와 국민통합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신경제의 정책기조를 "국가사회복지의 확충" 측면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신경제 5개년 계획 작성지침"은 복지정책 결정과정과 시행과정에 당사자들의 민주적 참여구조의 봉쇄, 사회보험 관리기구의 효율화 문제, 5조 2천억에 달하는 국민연금 기금의 민주적인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신경제 5개년 계획"에 대한 각계의 평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 8일 "신경제 5개년 계획 사회복지증진부문 실무작업반"은 정책협의회를 열고 사회복지정책의 기본방향과 중점추진 과제에 대한 점검에 들어갔는데 지난 4월 경제기획원에서 작성한 지침과 다른 점은 장애우 수당 지급대상 확대와 수준의 연차적 확대와 편의시설 확충 그리고 고용촉진 활성화에 관한 사항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정책협의회에 제시된 장애우 정책방향은 각종 장애우 편의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특별법(가칭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우 고용에 솔선수범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장애우 편의시설의 경우 건물의 종류 및 성격에 따른 편의시설 설치에 관한 범위와 방법, 기준을 마련한 뒤 이를 시행 이를 시행한다는 것으로 올해는 "제1단계로 편의시설 설치기준과 기술적 표전9안)"을 마련하고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94년), 편의시설 법령시행(95년)의 순서로 되어 있다.
고용촉진의 경우는 "사업주와 정례간담회, 고용촉진대회 등 홍보활동을 전개"하는 것을 비롯 "기업주에 대한 지원금, 장려금 등 각종 지원을 확대해 고용촉진을 유도"하며 "일산장애인훈련원 확대, 기존 공공훈련원일부를 장애인용으로 활용, 고용촉진공단 지방사무소 확대" "공공부문 우선고용"등으로 94년부터 실시하도록 했다.
이밖에 경기, 충청, 대전, 광주 등 6개 거점 지역별로 국·공립 정신병원을 세워 정신장애인 관리개선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소아자폐증 재활센터를 건립해 전문치료 병상을 확충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의 이번 "신경제 5개년 계획"중 사회복지부문은 성장 잠재력 향상에 역점을 두었다는 정부측의 의도와는 다르게 국가의 책임을 상당부분 민간부문에 떠넘기는 것으로 되어 있어 앞으로 그 실행 여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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