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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 생활탐험]장애우 운전, 편견과 차별의 "면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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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백 여대 이상의 차들이 쏟아져 나오는 차량 홍수 시대에 장애우들은 어떻게 이 커다란 흐름을 헤쳐나가고 있는가.
최근 10년 경력의 최장욱씨가 단지 "장애우"라는 이유하나만으로 1종 보통 면허증을 빼앗기자 장애우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장애우를 제약하는 도로교통법과 장애우를 차별하는 또 다른 증명서인 "운전면허증"에 얽힌 문제점을 짚어본다.

<"10년 경력"에서 "실업자"로>
 "…저는 1956년 11월 28일 경남 창녕군 남지읍에서 가난한 농부의 막내로 태어났습니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왼쪽 다리에 약간의 장애를 입었습니다.
 81년 11월 보통1종 운전면허증을 땄을 때의 그 기쁨이란 아마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그동안 장애인으로 서럽게 살아온 날들이 꿈만 같고 저도 이제부터는 떳떳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부심을 안고 부산에 내려와 모 운수회사에 취직도 하고 그래서 저와 같은 장애인 아내를 만나 가정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최근 "청각장애우 운전면허 금지" "1종 보통면허 응시제한" 등 장애우를 차별 제한하고 있는 현행 도로 교통법에 대한 개정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최장욱(지체장애 6급 부산시 북구 모라2동)씨가 겪은 "면허증과의 싸움"은 장애우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어떻게 "제도화"되어 있는지 잘 드러내고 있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84년 유효기간이 끝난 면허증을 재발급 받기 위해 운전면허계로 적성검사를 받으러 갔던 최장욱씨는 담당자로부터 "소아마비 장애자는 1종 면허를 딸 수 없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는 말을 듣고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된 최씨는 내무부 장관에게 탄원서를 보내는 등 이리 뛰고 저리 뛴 끝에 부산시 경찰국으로부터 다시 신체검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고 간신히 "면허증"을 되찾을 수 있었으며 4년 뒤 88년에는 당시 서류를 함께 제출해 아무런 문제없이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다.
 
이기간 동안 최장욱씨는 택시운전은 물론 11톤 트럭을 운전하며 서울 부산 간을 오가는 등 운전을 천직으로 알고 열심히 살았으며 지금의 부인을 만나 가정을 꾸리기도 했다.
 올해 2월 17일 면허증 유효기간을 10일 남기고 적성검사를 하러간 최장욱씨는 또다시 담당자로부터 "장애인은 1종 면허를 딸 수 없기 때문에 면허증을 내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84년과 88년 두 차례 적성 검사 때의 경우를 얘기하면 면허증을 내줄 것을 요구했으나 담당자는 "법에 정해져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지난 10여년간 운전을 천직으로 알고 가족들의 생계를 꾸리던 최장욱씨는 법규정에 충실한 담당자의 이 한마디에 졸지에 면허증을 잃고 실업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최장욱씨의 억울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부산장애인연합회(위원장 정화원), 부산지체장애인단체협의회(회장 김호준) 등 부산지역의 장애우 단체들은 최장욱씨에게 면허증을 발급하는 것은 물론 이 기회에 장애우를 제약하고 있는 도로교통법의 개정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최장욱씨 사건이 지방신문과 텔레비전 등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파문이 커지자 5월 14일 민자당 관계자와 경찰청 교통국장 등은 회의를 갖고 "경증장애우의 경우 1종 보통면허를 받을 수 있도록 법개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으며 최장욱씨에게는 법개정과는 별도로 우선 7월 중순까지 면허증을 다시 발급해 주기로 했다.

<신체검사부터 받고 오라>
 "92년 10월 도봉면허시험장으로 가서 신청서를 썼더니 "농아인이라 안 되니까 먼저 신체검사를 받고 합격하면 오라"고 말하면서 쫓아내더라고요."
 이석영(28세·청각장애 2급)씨의 경우는 장애우와 운전에 관한 편견의 또 다른 피해자인 청각장애우들이 겪어야 하는 딱한 사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신체검사를 위해 국립의료원을 찾은 이석영씨는 청력검사를 받기 위해 이비인후과에 갔으나 말이 안통 하는 의사가 귀가 아파서 온 줄 알고 엑스레이 촬영을 하는 우스꽝스런 일까지 당해가면서 "보청기착용 청력 60데시벨" 판정을 받았다.  60데시벨로 당시 기준치인 40데시벨을 넘어 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던 이석영씨는 11월 초 이번에는 한양대 병원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먼저보다 조금 낮은 55데시벨이 나왔다.
 담당의사는 소견서를 써주며 "40데시벨 이하만 가능하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해 이번에도 응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위에서 60데시벨이 넘는 청각장애우들이 여럿 합격하는 것을 본 이석영씨는 11월말 또다시 한양대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으나 50데시벨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세 번에 걸친 청력검사에서 각기 다른 판정을 받은 이석영씨는 "현행 법률로 면허를 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응시를 한 것은 면허증을 가진 청각장애우들의 경우 그 등급이 모두 다르게 나오는 등 한마디로 현재 도로교통법 중 농아인에 대한 부분이 엉터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각장애우들 가운데는 60데시벨 이상에서도 합격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이보다 훨씬 가벼운 40데시벨 판정을 받고도 응시조차 못한 사람이 있는 등 청각장애우의 운전면허시험에 대한 청력기준이 시험장마다 제각기 다를 정도로 일관성 없을 뿐 아니라 심지어는 담당의사조차 그 기준을 잘 모르고 있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이석영씨는 이처럼 일정한 기준도 없이 청각장애우를 제약하는 현행 도로교통법 때문에 "생계문제로 면허증 없이 운전하는 청각장애우들이 사고가 났을 경우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운전면허 결격사유 중 청각장애에 대한 부분을 완전히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매한 기준, 빼앗기는 권리>
 이처럼 장애우들은 아직까지 현대 사회의 가장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이동수단인 자동차를 스스로 이용할 권리를 빼앗긴 채 수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정해져 있는 운전면허는 "1종대형"에서부터 "원동기장치자전거(오토바이)면허"까지 모두 여덟 가지이며 운전면허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1. 18세 미만인 사람. 다만, 원동기 장치자전거는 16세 미만인 사람
2. 정신병자 정신미약자 간질병자
3.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그 밖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신체장애자
4. 마약·대사·향정신성의약품 또는 알콜중독자

 한편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그 기준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42조는 도로교통법 70조의 세 번째 항목인 "그 밖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신체장애자"의 기준을 "양팔의 팔꿈치관절 이상을 잃었거나, 양팔을 전혀 쓰지 못하는 사람과 다리 머리 등의 신체장애로 앉아 있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45조를 살펴보면「자동차의 운전에 관해 필요한 적성의 기준」으로 시력의 경우 교정시력을 포함해 1종의 경우 "두 눈을 동시에 뜨고 잰 시력이 0.8이상(2종의 경우 0.7이상)이고 양쪽 눈의 시력이 각각 0.5이상이어야 하며, 2종의 경우 한쪽 눈을 보지 못할 경우 다른 쪽 눈의 시력이 0.7이상이고 시야가 150도 이상이며 적색, 황색, 녹색의 색깔을 구별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청력의 경우에는 "청력(제2종 운전면허의 경우 보청기를 사용한 청력을 포함해)이 10미터의 거리에서 90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며 신체장애에 대해서는 조향장치(핸들) 그 밖의 장치를 뜻대로 조작할 수 없는 등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신체상의 장애가 없을 것. 다만, 보조수단을 상용하여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2종 운전면허 시험에 한하여 예외로 한다"고 운전면허에 필요한 "적성"을 못박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이 얼마나 장애우의 운전능력에 대한 편견에 가득차 있으며 정당한 권리를 빼앗은 반 인권적인 "탁상행정"의 결과인가는 최장욱씨와 이석영씨의 경우를 통해 이미 그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청력의 경우는 법률에 정해놓은 기준이 "폰"으로 되어 있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소리를 측정하는 단위로 사용하는 것은 "데시벨"이기 때문에 오히려 혼란만 가져오고 있는 실정이다.

<편견이 빚은 "면허파동">
 그러나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장애우의 운전할 권리를 제약하는 이들 법규정이 "과학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느냐"는 점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 필요한 기능으로 "운전장치를 조작하는 능력" "교통법규에 따라 운전하는 능력" 그리고 "운전중의 지각 및 판단능력"의 세 가지 조건을 꼽고 있다.
 문제는 각각의 "장애"가 운전에 필요한 이 세 가지 기능을 적절히 발휘하는데 얼마만큼의 "장애"가 되느냐 하는 점이다.
 현재 거의 세계 모든 나라는 시력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장애우의 운전면허 취득에 관해 거의  아무런 제재조항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이는 이들 장애우의 "장애"가 운전을 하는데 지장을 준다는 "객관적이고 타당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들 나라는 가능한 한 모든 보조수단을 동원해 장애우가 운전을 통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그 바탕에 깔려있는 것에 비해 우리의 경우는 반대로 제약과 차별이라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번 최장욱씨 사건 등 "면허파동"을 겪으면서 "그동안 장애우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 나서는 일에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자성의 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18일 청각장애자복지회가 연「청각장애인 운전면허 교부에 대한 토론회」에 참석한 한 장애우는 "그동안 장애우가 1종 면허 시험을 볼 수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음에도 한번도 문제제기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장애우 스스로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권리"로서의 "면허증"을 위하여>
 현재 전국의 자동차는 4백만 대가 넘으며 하루에도 백여 대가 넘는 자동차가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천만 명 이상이 운전면허를 가지고 자동차를 이용해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거의 전 국민의 삼분의 일 가까이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83년 장애우에게 처음 면허가 발급된 이래 10년이 지난 올 2월 현재 장애우 운전자는 3만2천여명 수준에 그치고 있을 뿐 아니라 이중 청각장애우의 경우는 불과 백여 명밖에 안 되는 놀라운 숫자인 것이다.
 "내 혼자 사개월 동안 고생한 생각을 하면, 참 말도 몬합니다." 빼앗긴 자신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힘겨운 싸움에서 마침내 승리한 최장욱씨의 경우는 장애우이기 때문에 부당하게 받아야 하는 뿌리깊은 편견과 차별을 넘어서야 할 우리 모두의 "면허증"인 것이다.

글/전흥윤
 


 

작성자전흥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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