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이야기]막바지로 치닫는 정립회관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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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바지로 치닫는 정립회관 사태
-정은배 상임이사 구속으로 새 국면 맞아-
정립회관이 새로운 기로에 서있다. 황연대 전관장의 공금횡령 등 혐의로 얼룩졌던 지난날을 청산하고 정상화의 길로 가기 위해 중대한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과연 정립회관은 새로운 진용의 출현으로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 정립회관의 미래를 가늠해본다.
<법정에 선 정립회관, 깊어 가는 불신의 골>
지난 4월 "정립회관 정상화"와 "비리주범 황연대 구속"등을 요구하면서 농성에 들어갔던 정립회관 사태는 7월 14일 정은배(전 정립회관 기획실장 겸 한국소아마비협회 상임이사)씨가 "업무상 횡령"혐의로 구속·수감됨으로써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서울지방검찰청 동부지청 특별수사부 정진규 부장검사는 공소장을 통해 "1977년부터 1990년 7월 11일 사이에 장애인들의 권익증진 및 특수교육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한국소아마비협회의 상임이사 겸 위 협회 부설 정립회관의 기획관리 실장으로 재직하면서 위 협회의 이사장을 대행하여 협회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한편 피의자의 처인 위 정립회관 관장 황연대가 회관업무에 소홀한 틈을 이용하여… 회관 운영비 5백만원을 차용한 사실이 없음에도 경리장부에 가수금 항목을 설정하도록 하고 위 금액을 회관자체 수익금 통장에 입금시킨 후 지출한 것처럼 예금통장에 입·출금 표시를 하도록 한 뒤 이를 변제한다는 명목으로 회관 자체 수익금 통장에서 위 금액을 인출"하는 것을 비롯 물품대금의 증액, 허위영수증 작성 등의 방법으로 2억 5천여만원을 유흥비와 생활비 등으로 횡령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와 함께 당시 정립회관 관장이었던 정씨의 부인 황연대 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을 소환해 공모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한편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 6월 22일 정립회관 총무과 회계담당 직원인 이강택씨를 91년 11월부터 93년 3월까지 수영강습비 등으로 입금된 돈을 회관통장에 입금시키지 않고 착복하는 등 모두 41회에 걸쳐 4천8백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이강택씨와 정은배 전 상임이사의 구속으로 지난 몇 년간 끈질기게 제기됐던 정립회관의 비리사실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그동안 황연대 전 관장의 구속을 주장했던 농성측은 정립회관의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환영하면서 "철저한 조사로 진상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검찰의 후속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수사를 담당했던 동부지청 김홍섭 검사는 정씨의 구속과 관련해 "공금횡령의 공소시효가 7년이라 범죄사실은 86년까지밖에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당시 관장이며 정씨의 부인인 황연대 고용촉진공단이사장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앞으로의 수사방침을 밝혔다.
김홍섭 검사는 "형사상 공범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도와줬다는 것이 입증돼야 하는데 정씨가 회관 직인은 물론 황연대씨의 개인도장까지 찍은 것으로 보아 남편이 돈을 쓰는 것은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황연대씨가 차관급 정부고위관리이기 때문에 예민한 사안이라 청와대에서 전화가 오기도 했다"고 말해 이 사건의 처리 결과에 정치권까지 비상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김검사는 이번 수사과정에서 90년 이전의 기록이 상당부분 사라져 애를 먹었다며 자신이 맡았던 사건 중에 이렇게 관계서류가 형편없었던 사건도 없어 사회복지시설의 운영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고 개인적인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황연대 전 상임이사의 소화조사에서 남편의 정은배 전 상임이사의 횡령사실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고용촉진공단 이사장을 그만두려 했으나 노동부 장관의 만류로 사표를 반려 받으면서 일단 "한고비"를 넘은 것 같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하지만 황연대 전 관장은 이번 일을 여전히 "송영욱 변호사와 이완수 관장 등이 짜고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공단에서는 노동부 출신 직원들과 다른 직원들 사이에 황연대 이사장의 거취문제를 둘러싸고 의견 차이까지 일어나고 있어 이번 사태를 둘러싼 장애판의 갈등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체념"과 "희망"엇갈려>
정립회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것과 함께 성동구청과 정립회관측은 각각 특별감사와 자체감사에 들어가 회계비리 문제에 대한 규명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성동구청에서 실시하는 감사의 경우 그 내용이 91년 이후에 그치고 있으며 회관의 자체감사도 검찰에 모든 서류가 넘어가 있는 상황 때문에 당분간 별다른 내용은 나올 것 같지 않다는 것이 회관 주변의 분위기다.
더욱이 지난 6월 말 이완수 관장을 새로 맞아들이면서 침체를 벗고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기지개를 켜고 있는 정립회관은 성동구청의 감사반과 자체감사 등으로 어수선한데다 7월 초 수영장에서 익사사고까지 일어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정립회관의 모습을 보면서 "이미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모두 썩어있어 제자리를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며 내부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또 한차례 보이지 않는 힘 대결이 펼쳐질 것"이라고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상기시켰다.
하지만 정립전자 이주영 부장은 의외로 "농성사태를 통해 황관장의 실체를 깨달은 직원들의 사기는 오히려 살아나고 있다"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전하고 "정립회관은 황관장의 일이 확실히 처리되고 제대로만 운영하면 순식간에 옛날의 위치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앞으로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진단했다.
이주영 본부장은 "검찰의 조사가 철저히 이뤄져 정은배씨 등이 횡령한 공금을 환수하고 부동산을 처분하는 등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제 지난날의 파행적인 운영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현재 사업부가 회관 관리하기에만 급급한 것은 시급히 보완되어야 하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민주적인 구조로 회관을 바꾸는 즉, 운영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립회관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중 가장 커다란 문제로 떠오르는 것이 정립전자의 이전 등을 둘러싼 거취문제다.
농성측의 한 관계자는 "회관이 본연의 설립목적인 이용시설이 되기 위해서는 더 이상의 시설확대가 없는 한 현재 회관 시설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정립전자의 이전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정립전자의 이전이 회관 정상화와 맞물려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대해 정립전자 이주영 부장은 "회관정상화를 위해 전자가 움직여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 하지만 대안이 없이 무조건 나갈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농성기간 중에도 라인 한번 끊은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일해 한 달에 1천만원 이상의 흑자를 낼 정도로 잠재력이 있을 뿐 아니라 지난 4년 간 함께 고생한 1백30여명의 직원들의 생계 문제가 걸려 있어 무조건 나가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전자측의 입장을 밝혔다.
<아직도 남은 "불씨">
검찰의 정은배 전 상임이사 구속에도 불구하고 정립회관 사태는 해결보다는 더욱 복잡하게 얽혀들어가고 있는데 가장 커다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바로 황연대 전 관장과 송영욱 이상을 축으로 장애판이 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양측은 서로 상대방의 과거까지 들춰가며 인신공격을 하는 등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면전"으로 돌입해 "갈 때까지 갔다"는 평가와 함께 최근 장애우 관련 법인단체를 중심으로 정은배씨의 구명운동이 일어나고 있어 이번 사태가 물고 온 파장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재활협회 회장에 취임한 조일묵씨가 새롭게 개편된 정립회관 운영위원회에 참여해 혼란의 와중에 새로운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농성에 참여했던 장애인운동청년연합과 장애인한가족협회 등 청년조직들이 스스로의 한계를 깨닫고 통합을 준비하는 등 정립회관을 둘러싼 이합집산은 그동안 부패의 온상으로 지탄을 받아왔던 장애우복지시설의 과거 청산과 함께 장애판의 세력판도를 가늠할 새로운 "불씨"로 여전히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글/편집부
다시 씨를 뿌리는 자세로
-정립회관 새 관장으로 취임한 이완수씨-
-처음 정립회관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1996년 저하고 지금 이사장인 송영욱 변호사, 김용준 대법관, 황연대 전 관장, 윤덕준, 이용상씨 등 여섯 분이 한국일보에서 만난 적 있는데 뭔가 뜻 있는 일을 해보자고 합의, 몸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시작한 것이 당시 한국소아마비아동 특수교육협회였습니다. 그동안 황관장이 열심히 일해 이사로 운영에 참여하기는 했지만 실무는 잘 몰랐는데 이제부터는 알아야 하고 또 알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 맡았는데.
=마음이 착잡하고 괴로운 상태입니다. 시작할 때에 비해 지금 세간의 풍문 등 회관의 위치는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고 봅니다. 정립회관만은 더욱 더 긴장해서 일해야 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건 마음 아픈 일입니다. 잘못된 것을 거울삼아 더 잘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관장을 맡으면서 문제점으로 느낀 것은 무엇인가.
=자질구레하게 지적할 일이 많지만 감사 과정에서 나오는 지적 중 회계문제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책임을 줬으면 일할 분위기를 만들어 줬어야 하는데 밑의 직원과 관장이 직접 일 처리 해 중간 과정을 하나도 모르고 있어 감사받으면서 물어보면 "당시 나는 그런 일 처리에 관여하지 않아 모른다"고 대답할 정도로 전체적으로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고 그때 습관이 남아서 그런지 문제가 일어날 때마다 직접 관장을 찾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밑에서부터 서로 의논해 수순을 밟아 처리하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정립회관이 정상화되기 위한 방안은.
=아직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만 서울에 남아있는 유일한 기관으로 위상을 세우는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예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방대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모든 사람이 회관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항간에는 정립회관 사태가 황연대 전 관장과 송영욱 현 이사장과의 갈등 때문에 더 커진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저도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관장에 취임해 인사를 다니는데 정부기관에서도 노골적으로 이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회관 문짝 하나 망가진 것은 고칠 수 있지만 몸이 불편한 사람들끼리 알력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지요. 하지만 항간에서 말하는 암투나 알력은 아닙니다. 제가 관장을 수락해 회관에 왔지만 내일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자리를 비울 생각이지 다른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우리 이사장님과 전 관장님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것은 나도 느낄 수 있고 그래서는 안되지만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니까 어떤 계기로 그럴 수는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게 비화가 돼서 회관 전체, 더 나아가서 장애판을 양분화해서 남과 북 같이 되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윤상장학금 등 회계비리와 관련된 문제의 처리는.
=지금 검찰 수사 등으로 자료가 빠져나가 자체 내에서는 잘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상황입니다. 자체 감사하고 있는데 감사해서 아무 일이 없다면 다행이고 만약 잘못됐다면 누가 책임자인지 순서에 입각해서 처리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요. 또 황연대 전 관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바라건데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만약 잘못이 드러난다면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만간 답이 나올 겁니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해주시죠. 그림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울증권의 고문을 맡고 있는데 지금 그쪽 일을 하나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회관 일이 자리가 잡히면 다른 분이 일을 맡아서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밖에 조그만 음식점을 하나 하고 있고요. 얼마 전 교통사고로 팔을 다쳐 지금 그림은 못하고 있습니다. 돌 지나면서 소아마비에 걸렸다는데 소아마비 전에는 전국우량아 선발대회에서 일등할 정도로 토실토실했던 아이였다고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정립회관 30여명의 식구는 웬만큼 큰집의 대가족과 비슷한 숫자입니다. 한 가족이 서로 등지고 서로 견제하고 시기해서야 되겠어요? 원인이 어디에 있었든 그걸 제거하고 한데 뭉쳐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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