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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문제다]고용금지법(?) 돼버린 고용촉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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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대전직할시의 뇌성마비 장애우 최일권씨에 대한 공무원 채용 거부에 이어 최근 서울시는 필기시험과 신체검사에 합격한 청각장애우 이길용씨를 "업무수행이 어렵다"는 이유로 떨어뜨려 물의를 빚고 있다. 이길용 사건으로 다시 한번 드러나 장애우고용금지법(?)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꺾여버린 공무원의 꿈>
 지난해 여름 "뇌성마비" 때문에 무려 일곱 번이나 공무원시험에 떨어진 최일권씨 사건으로 떠들썩하던 8월 30일 서울에서는 "1992년도 제2회 서울특별시 지방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이 치러지고 있었다.
 청각장애 3등급으로 미금시에 있는 염색공장 "주식회사 나토"에서 보일러 기사로 일하고 있던 이길용씨(30세·중랑구 신내동) 역시 다른 장애우와 마찬가지로 "이리저리 옮겨다니지 않고 평생을 의지할 만한 안정된 직장"인 공무원이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서울시의 문을 두드렸다.
 행정직, 별정직, 기능직 등 서울시에서 일할 지방공무원을 뽑는 이 시험에 이길용씨는 "기능직 10등급 기계직류 특별채용시험"에 응시했다.
 이미 열관리 2급 기능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나토"에서 만도 사년 가까운 현장경험을 가지고 있는 그에게 "기능직 10등급"은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었다.
 9월 22일 서울신문에 자신의 시험번호 001084번을 확인한 이길용씨는 면접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립동부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았으며 "청각장애로 보청기 교정 중"이라는 검사자의 소견과 함께 "합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10월 15일 면접을 치르면서부터 순풍에 돛 단 듯 풀려가던 일은 이상한 조짐(?)을 보이더니 급기야 10월 23일 서울시가 발표한 최종 합격자 명단에 이길용씨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자신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던 이길용씨는 자신의 면접담당관을 찾아가 이유를 물었으나 "청각장애 때문에 업무처리가 어려울 것 같아 불합격시켰다"는 대답을 듣는 것이 고작이었다.

<"결정 번복은 불가">
 자신이 일하고 있는 회사에서 지금까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일하고 있는 이길용씨에게 서울시의 이러한 결정은 분명히 자신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고 장애만을 걸고 넘어 지는 "차별"이었다.
 청각장애자복지회 등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본격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찾아나선 이길용씨는 곧바로 서울시에 자신의 탈락 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서울시공무원교육원(이하 서울시)은 11월 14일 보낸 회신을 통해 "92 제2회 서울시 공채시험에 대한 응시요강 및 신문공고시 장애인 응시자라도 행정업무수행능력(필기, 시각, 청각)이 있는 자로 자격을 제한함에 따라 면접시험위원이 실무부서에서 업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어 불합격 처리한 것이므로 최종합격자 결정 번복은 불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서울시가 이처럼 청각장애 때문에 업무수행을 할 수 없어 탈락시켰다고 분명히 밝히자 이 사건의 처리결과를 지켜보고 있던 청각장애자복지회(이하 복지회) 측에서는 11월 20일 다시 서울시와 공무원 교육원 앞으로 공문을 보내 서울시의 결정이 부당함을 지적했다.
 복지회는 공문을 통해 "서울시 공채시험에서 설령 행정업무 수행능력이 있는 자로 제한했을지라도 이길용씨가 응시한 분야는 기능분야일 뿐만 아니라 채용신체검사에서 합격함으로써 업무수행능력에 차질이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밝히고 "기능사 자격증을 6개 분야에 걸쳐 취득함으로써 이미 능력과 소질이 국가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상태이며 특히 이 분야에 줄곧 종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면접관의 판단은 지극히 자의적이며, 협소한 장애인관이 오히려 불합격 결정에 근거하고 있다"고 서울시의 결정을 반박했다.
 이와 함께 복지회측은 "(서울시의) 이러한 처리는 장애인 고용문제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해소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와는 정반대의 것으로 이해되기 때문에 이번 불합격 처리는 평등의 원칙을 저버린 부당한 결정"이라고 주장하고 "업무수행에 하등의 문제가 없는 이길용씨가 우선 채용될 수 있도록 재고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했다.

<마침내 모습 드러낸 "적용제외업종">
 이처럼 청각장애우를 비롯한 전체 장애우들이 이길용씨의 탈락을 장애우에 대한 편견으로 규정하고 거세게 반발하자 서울시 측은 12월 28일 보낸 답변을 통해 "귀하(이길용)가 응시하신 기능직 기계분야는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 제32조에 의거 장애인 고용의무를 적용 받지 않는 직종임(장애인 고용촉진법 제34조 제3항 참조)을 알려 드리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혀 이길용씨의 탈락을 둘러싼 불씨는 "적용제외율"이라는 복병을 만나 새로운 양상으로 번져가기 시작했다.
 서울시가 두 번째 공문에서 밝혔듯이 만약 이길용씨의 탈락이 "고용촉진법"의 규정에 의한 것이라면 서울시는 적어도 절차상으로는 아무런 책임이 없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한가지 짚고 넘어갈 사실은 당시 서울시가 응시요강이나 신문공고에서 "필기, 시각, 청각이 있는 자로 응시자격을 분명히 밝혔느냐"하는 것과 더 나아가서 과연 이런 "응시자격 제한이 정당한 것이냐"하는 점이다.
 시험을 주관했던 공무원교육원측은 "응시요강과 신문공고에 분명히 응시자격을 밝혔을 뿐 아니라 응시자격 제한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이나 "서울시 지방공무원법"에는 "공개경쟁에 의한 임용시험은 동일한 자격을 가진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공개하여야 한다"는 "평등의 원칙"이 있을 뿐 장애를 이유로 공무원 시험조차 볼 수 없다는 자격제한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물론 신체검사나 규정에 공무원이 될 수 없는 질병 등이 나와 있지만 이 역시 "장애인복지법 제2조 규정에 의한 장애우는 예외로 한다"고 되어 있어 단순히 장애 때문에 임용시험자격을 제한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자격제한의 위법성 여부와 함께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더 큰 문제는 "장애우고용 적용제외업종"이라는 의무고용금지 예외조항이 사실상 "장애우 고용금지법"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선택의 자유"마저 제한해>
 "장애인고용촉진등에 관한 법률" 제34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고용의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장애인이 소속 공무원 정원의 100분의 2이상 고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각 시험 실시기관의 장은 장애인이 공개채용인원의 100분의 2이상 채용 되도록 시험을 실시하여야 한다 ③ 제1항과 제2항의 경우 직무의 성격상 장애인의 근무가 부적합한 직무분야, 직종, 직급 등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이를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다.

 정부는 장애우 의무고용제도를 실시하면서 이처럼 예외조항을 둔 것에 대해 높은 곳, 땅 밑, 물 속 작업 등 "중증장애우"가 현장에서 일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직종에 무리하게 장애우를 의무고용하도록 할 경우 실질적으로 취업은 할 수 없는데 의무만 지우는(그래서 부담금만 내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같은 법 시행령에는 직종별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적용제외 공무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고 있는데 문제는 적용제외 업종을 정하는 과정에서 장애별 정도별로 가능한 직종에 대한 분석 등 체계적인 조사·연구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표준직업분류에 의한 전체 279개 직종의 26.5퍼센트인 74개 직종이 "장애인고용 곤란직종"으로 분류되고 말았는데 이주에는 의사, 언론인(취재기자)은 물론 교사까지 들어 있어 사실상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또한 사실상 "고용금지"와 다름이 없는 적용제외업종 선정은 "중증장애우"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장애우"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장애우 고용 촉진을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기관에서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어 이 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더욱이 "국가·지방자치단체"는 고용촉진법의 운영주체로 "자신이 만든 법에 스스로 규제를 받는 것은 모순"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의무고용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제재조치를 받지 않게 되어있는 점을 악용(?)해 장애우 고용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하지 아니할 수(도) 있다"는 선택적 조항마저 "할 수 없다"고 부정함으로써 오히려 일반기업체보다 장애우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폐지되어야 할 "적용제외율">

 이처럼 적용제외율은 "중증장애우의 취업이 곤란한 분야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현실적 조치"라는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정부가 기업체의 반발을 무마하고 "부담금"을 걷기 위한 근거로서 작용하고 있을 뿐, 많은 장애우들에게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로막는 "악법"으로 등장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리가 시급한 실정이다.
 현재 일정한 수의 장애우를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고 있는 "할당고용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이며 이중 우리처럼 할당 고용율을 세우지 못한 기업주에게 부담금을 걷고 있는 나라는 독일과 프랑스 두 나라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각각 종업원 16인과 20인 이상의 모든 사업주(정부포함)에 6퍼센트의 중증장애우 고용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할당 고용의 대상이 되는 중증장애우는 행정당국, 사회사업전문가, 의사, 노사대표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적절한 직업적 보장을 받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의 장애우 의무고용제도가 "중증장애우"에게 노동기회를 주기 위해 관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의 경우는 "경증 지체장애우"에 한정되고 있어 고용의무제의 본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운영될 뿐 아니라 이번 이길용씨 경우처럼 청각, 시각 등 다른 장애우들에게는 오히려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로막는 "악법"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길용씨 사건을 통해 적용제외율이 장애우 취업의 새로운 걸림돌로 떠오르자 몇몇 장애우 단체에서는 "고용촉진법 제정 당시 의무고용 비율에만 신경을 쓰느라 적용제외율이라는 함정을 미처 보지 못했다"는 자성의 소리와 함께 "이번 기회에 적어도 부담금 납부 의무가 없는 국가·지방자치단체의 적용제외업종 선정은 폐지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애우의 일자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에 의해 거꾸로 일자리를 얻지 못하게 된 이길용씨.
 그는 오늘도 "자신의 정당한 능력을 그들(서울시)이 인정할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하며 "기능사"에서 "기사"로 한 단계 더 높이 변신하기 위해 밤샘 일로 지친 몸을 추스르며 책장을 뒤적이고 있다. 
 "인정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정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글/전홍윤
<고용촉진법의 적용제외>에 관한 상세한 내용의 기고가 46쪽에 실려 있습니다.

인터뷰/진재선(서울시 궁무원교육원 전형실 사무관>

우리의 결정은 정당합니다
 -이길용씨의 탈락 문제를 놓고 장애우들이 반발하고 있는데.
 =몇 차례에 걸친 공문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응시 자격을 제한한다는 내용을 시험전에 분명히 밝혔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아도 되는 법적인 근거에 의한 것인데 이런 식으로 계속 문제를 삼으면 곤란합니다.
 -얼마전 뇌성마지 장애우 최일권씨도 대전시에서는 탈락했지만 서울에서는 합격했던 적이 있는데.
 =그 사건과 이번 일은 분명히 다릅니다. 당시 최일권씨가 응시했던 것은 행정직으로 법적으로 아무런 제약이 없었기 때문에 그 일은 대전시가 잘못한 것이지만 이번 경우는 법에 분명히 나와 있는 사항입니다.
 -면접위원들의 역할과 권한은 어느 정도이며 객관적인 기준은 있는지.
 =면접위원들은 해당부서의 책임자로 구성되며 응시자가 들어와서 일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 사람들이 써야하는데 말을 못알아 들으니까 안뽑은 것이죠. 그리고 당시 시험이 서류전형으로 이길용씨의 상태를 알수 없었기 때문에 당락의 결정은 전적으로 면접위원들에게 있습니다.
 -이길용씨는 현재 일반회사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서울시에서만 안된다고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일반 기업체에서 하는 일과 공무원으로서 하는 일은 분명히 다르죠.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서울시에서 하는 일은 기계소리를 듣고 이상 여부를 측정해야 하는데 이길용씨의 경우는 그런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탈락한 것 같습니다. 서울시 기계하고 그분 회사기계하고 같은가요.
 -이길용씨는 이번 서울시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할 때까지 계속 도전할 것이라고 하는데.
 =본인이 이런 사실을 이해해야 하는데 문제예요. 다시 시험보는 것에 대해서는 우리가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장애정도가 좋아질 수도 없고 보청기 등으로 상태가 나아지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인터뷰/이길용

내능력 인정하는 날까지 계속 도전할 것
 
 -서울시의 불합격 처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의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 것이 억울합니다. 서울시가 내 능력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그리고 장애우의 능력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작정입니다. 우선 3월말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공무원 채용시험에 같은 직종으로 다시 도전할 생각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미금시에 있는 주식회사 나토 기관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하루 열두시간씩 맞교대로 일을 하기 때문에 대단히 힘듭니다. 월급은 칠십만원 정도로 다른 사람들의 약 70퍼센트 정도 수준밖에 안돼요. 물론 청각장애를 이유로 다른 사람보다 임금을 적게주는 거죠. 요즘에는 열관리 기사 2급을 따기 위해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이 되려는 이유는.
 =내가 사실상 지금 다니는 회사보다 임금이 더 적은데도 공무원을 택한 이유는 공무원이 되면 평생 이리저리 옮겨다니지 않아도 되는 안정된 일자리라고 생각해서죠.
 -서울시 인사위원회에서는 "뽑을 사람이 적고 신청한 사람이 많으면 경쟁을 통해 필요한 사람을 뽑는 것이지 청각장애 때문에 일부러 떨어뜨린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잔꾀를 부린다고 볼 수 밖에 없어요. 당시 시험에 응시했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합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쟁률이 심해 탈락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더욱이 그들의 주장대로 만약 의사소통이 안돼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들이 요구하기 전에 내가 먼저 그만두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일반기업체에서는 지금까지 아무 일 없이 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전기용접, 열관리, 심지어는 제빵기능사까지 자격증이 모두 7개나 되는데 이처럼 많은 자격증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내 능력을 스스로 시험하고 각성하기 위해섭니다. 지금까지 모든 시험준비를 나 혼자 해왔는데 자격증을 딸 때 청각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청각장애우가 된 것은 언제부터이며 지금 상태는 어떤가.
 =제천에서 태어났는데 돌 때 열병을 앓아 그때 청신경이 타버렸다고 합니다. 나 때문에 우리집은 농사일을 그만두고 서울에 올라온 거죠. 요즘은 차차 좋아져 현재 교정청력은 40데시벨정도되어 전화벨 소리나 텔레비전의 좀 큰소리 정도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어요. 그래서 면허증도 땄구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느낀 점은.
 =우리 사회, 특히 정부가 장애우의 능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식부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국가에서 먼저 장애우를 고용해야 기업체에다가도 요구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차라리 시험을 보지 못하게 하지 왜 상처만 주는지 모르겠습니다 .
 -좀 다른 얘긴데 여자친구가 있다는데.
 =가끔 모임 때문에 청음회관에 나가는데 거기서 만난 여자가 있어요. 기계자수를 하는 26살 먹은 아가씬데 나보다 더 잘 듣고 말도 더 잘해요. 형이 결혼하는 대로 곧 결혼식을 올릴 생각입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동안 내가 가진 기술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남보다 두 배 세 배 고생했는데 장애를 이유로 직장문이 막혀 억울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나와 같은 청각장애는 차라리 낳지 말지"하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겠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더욱이 이번 일은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잠재력이 있어도 억울하게 당해야 했던 많은 장애우들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참고로 이길용씨가 가진 자격증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특히 자격증을 딴 날짜를 유의해 보라. 그가 얼마나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왔는지)
●제빵기능사 2급(86. 3. 13)
●온돌기능사보(87. 3. 16)
●미장기능사보(87. 3. 16)
●온돌기능사 2급(87. 05. 11)
●전기용접기능사 2급(88. 12. 20)
●열관리 기능사 2급(90. 5. 14)
●방화관리자 2급(91. 7. 22)
●자동차 운전면허증

이 인터뷰는 이길용씨가 했던 말과 글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임을 밝혀둡니다.

   

작성자전홍윤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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