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통신 이야기]피시통신에서 만난 벗들 > 기획 연재


기획 연재

[재활통신 이야기]피시통신에서 만난 벗들

본문

 길가는 사람을 붙잡고 다짜고짜 "당신은 피씨통신을 이용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많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피씨통신이라는 것이 요즘들어서야 각광받는 미래산업이기도 하려니와 그것을 이용하려면 컴퓨터를 사용하여야 하는데, 컴퓨터라는 것이 가격도 비싸고 기성세대에겐 거부반응까지 일으키는 문명의 이기이기에 많은 사람들 피씨통신에 대해 언 듯 듣기는 하였지만 실제 생활에는 구체적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피씨통신이란 컴퓨터를 생활에 연결시키는 구체적인 사업이다. 컴퓨터를 통해 많은 정보를 받아 볼 수 있음은 물론 상품의 주문, 공연 예약,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편지도 주고 받을 수 있으며, 모르는 사람과도 집에 가만히 앉아서 바둑을 둘 수 있다. 그밖에도 피씨통신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일은 굉장히 많다. 그야말로 문명의 이기요, 흔히들 말하는 홈쇼핑 시대가 도래한다느니 정보통신 사회가 도래한다느니 하는 것들도 모두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것들이 일반인에게 유용한 만큼 장애우에게 더욱 유용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장애우 중에는 외출이 힘든 사람도 많이 있고 사회와 격리되어 답답하고 외로운 생활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 이들에게 컴퓨터를 이용한 통신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도구가 된다. 필자는 몇년전 군대에서 척추를 다쳐 장애인이 되었다. 병원에서 퇴원해서 집에서 지내는 동안은 외출도 힘들었을뿐더러 외출하고 싶지도 않아 몇 달을 집안에서만 지내며 답답하기 이를 데 없는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컴퓨터를 한 대 장만하게 되었고 친구의 소개로 모뎀을 달아 통신을 하게 되었다. 컴퓨터 모니터 상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누고 편지도 교환하며 때로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바둑을 두기도 한다. 재활통신이란 동호회에 들어서 나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다. 요즘은 운전을 배우고 다니던 학교에 복학도 하여 활발하게 생활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통신을 통해 새로이 변한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에 만나는 모든 재가 장애우들에게 컴퓨터 통신을 간곡히 권유하고 있다. 컴퓨터를 구입하는 게 부담되는 분들을 위해 한국통신에서는 통신을 활성화 시키고자 컴퓨터를 대신할 수 있는 단말기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나 장애우에게는 우선 지급된다니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까운 전화국으로 가서 단말기를 대여 받으면 된다. 자, 장애우들이여 통신의 세계로‥‥‥ 우리 통신을 이용하는 김봉수씨의 글을 소개한다.  
 
내가 관절염에 걸린건 중 2때였다. 계단을 오르면 무릎이 시큰거리고 통증이 왔지만 그럭저럭 고등학교 때까지는 학교를 무사히 마칠 수가 있었다. 대학 진학에 실패한 나는 재수를 했고 한편으로는 관절염을 고치기 위해 병원과 한의원 등에서 치료를 했다. 통증도 통증이지만 경제적 부담이 제일 컸다. 중3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어머니 혼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동생 둘까지 여섯식구를 책임지셔야 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우리는 의료보험증이 없었던 까닭에 병원비가 엄청나게 들어갔다. 하루 입원비가 그때 17만원씩 나왔다. 두달 이상씩 입원을 해도 내 병은 나을 줄을 몰랐고 한방치료를 한번 받아보기로 하고 엄청난 빚을 뒤로 하고 퇴원을 했다. 침을 맞는 것도 정말 고역이었다. 하루에 약 120여대를 맞았는데 주일날을 빼고는 매일 맞아야 했다. 그러다가 나는 침을 잘못 맞아서 아예 드러눕게 되었고 다시 병원을 찾게 되었다. 얼마 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내 병도 호전되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 병은 나은 것이 아니었다. 그 병은 이보전진을 위한 일보후퇴를 한 것이었다. 다시 나는 입원을 하게 되었고 내 병은 나를 1년에 두 달씩 병원신세를 지게 만들었다. 그 사이 동생들이 취직을 하게 되고 집안 형편 점차 나아졌지만 내 병은 더해만 갔다. 찾아오는 친구들도 점점 줄어가고 사람들이 그리워지기도 했지만 병이 점점 악화되어가자 그 다음부터는 집 식구 외에는 어떤 사람도 집에 오는걸 꺼려했다. 모든 것이 귀찮아지고 삶의 의욕이 없어졌다. 죽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 열두번도 더 생겼다. 그러다가 라디오에서 피씨통신이란 걸 알게 되었다. 참으로 신기하게 여겨져 나도 꼭 해보고 싶었다. 나는 비상한 머리를 굴려 어머니에게는 노래방을 만들어 주겠다고 하고 동생들한테는 집에 가만히 앉아서 주식 시세를 다 알 수 있게 해주겠다고 뻥을 치면서 컴퓨터를 사는데 성공했다. 처음에는 자료를 받는데만 통신 이 용의 모든 시간을 소비했다. 문방구에서 1장에 1,500원씩 주고 사야하는 오락프로그램을 공짜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재활통신이란 동호회를 가입하게 되었는데 이 곳에 들와 보니 나보다 더한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누워있는 거야 같다고 쳐도 아예 음식도 마음대로 못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그래도 먹는 건 품위있게 잘 먹는다.
 
재활통신은 나에게 많은 새 친구들을 사귀게 해 주었다. 공개대화실에는 전에도 몇 번 들어가 보았지만 내 나이를 묻고는 할배라고 놀리고 세대차이 난다고 상대해 주지를 않았다. 그런데 이곳에는 내 또래도 많고 나이가 10년 이상씩 차이가 나도 형, 오빠라고 하면서 따뜻하게 반겨줬다. 나는 점점 예전의 쾌활한 성격을 되찾아갔고 이제는 죽고 싶은 마음 같은 건 없다. 어떡하면 오래 살까 연구 중이다. 통신에서 사귄 친구들이 집으로 찾아 올 때면 더 없이 기쁘다. 이름만 알고 있던 친구들‥‥‥ 하나같이 잘 생겼다. 나보다는 못생겼지만.
 나는 오늘도 반가운 이름들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어머님의 톤 높은 소리가 들려온다. "이번 달에는 기어코 전화세 10만원을 넘길 셈이냐?"

글/하이텔 장애인복지 동호회 "두리하나"
 

 

작성자두리하나  webmaster@cowalknews.co.kr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