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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역사속의 장애우를 찾아서]안토니오 그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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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사람>
 "마르크스 엥겔스의 사상을 진정으로 따른 오직 한사람"이라는 평가와 함께 최근 소련의 몰락으로 새롭게 쟁점으로 떠 오르고 있는 "시민사회 논쟁"의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사회주의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는 1891년 1월 22일 이탈리아 북부 사르디니아의 한 농촌마을에서 하급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네 살때 하녀의 팔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쳐 곱추가 된 그람시는 이로 인해 평생을 병고에 시달려야 했으며 설상가상으로 그의 아버지가 불법행위로 감옥에 들어감으로써 어린시절부터 노동으로 생계를 도와야만 했다. 스물세살때인 1913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튜린대학에서 역사와 철학을 공부하던 그람시는 직업적인 정치가로 변해 이탈리아 사회당 기관지 <전진>의 공동편집장으로 튜린의 노동자를 교육하고 조직하는 일에 몰두했다. 1919년 튜린지역의 대중파업과 공장점거 그리고 평의회운동의 급속한 파급 등 소위 "오르딘 누보"(신질서 운동) 시기를 통해 자신의 지적활동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킨 그람시는 1921년 사회당 지도부의 개량주의적 노선에 반발해 이탈리아 공산당이 창당되자 중앙위원회위원이 되었으나 1926년 파시스트 정권에 의해 체포되어 20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그람시는 가혹한 감옥생활과 육체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1929년 2월 튜린 감옥에서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모든 전통을 통틀어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옥중수고』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리한 저작 활동으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그람시는 1937년 튜린감옥에서 마흔여섯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숨지고 말았다.

<새로운 길을 찾아서>
 소련의 페레스트로이카를 시작으로 무너지기 시작한 사회주의권의 모습은 우리에게 현실에 존재하는 사회주의 체제가 생산수단과 권력의 사회화를 통해 공산주의로의 이행을 준비하는 과도기적 사회가 아니라, 관료제의 왜곡된 명령체계와 권력으로부터 인민이 소외된 "타락한 노동자국가"임을 드러냈다. 그람시는 이미 제 2 인터내셔널(1889)이후 마르크스주의를 지배했던 경제주의적 붕괴론을 거부하고 자본주의 체제의 강점을 철저히 인식했으며 그로부터 돌파구를 찾았던 유일한 인물이었다. 그람시에게 있어서 현대(자본가계급) 국가는 폭력에 근거한 계급지배로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계기에서 생산과 경제적 유형에 대중들을 복종하게 만드는 강압기구"인 정치사회와 "교회, 학교, 노동조합 등의 민간조직체를 통해 행사되는 동의의 영역" 즉, 시민사회로 구성되는 통합국가였다. 특히 그람시는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강제력"보다는 "동의"라고 보았으며 이점이 바로 동구와 서구의 차이였던 것이다. 따라서 그 이행의 전략 역시 1917년 러시아의 경우처럼 국가를 분쇄하는 "기동전"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국가의 이면에서 그것을 지탱하고 있는 시민사회라는 참호의 분쇄, 즉 자본가 계급의 주도적 지위를 대신할 프롤레타리아의 대항 세력을 형성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이처럼 전투적이고 혁명적인 그람시의 이론은 그동안 서구의 공산주의가 몰락하면서 현실변혁의 도구가 아니라 개량주의의 이론적 근거로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견고함을 분석하는 패배주의적 분석들로서 더 많이 이용되었다.
 이처럼 그람시의 주장이 역설적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던 것은 그만큼 그의 이론이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모순이 여전히 존재하면서 동시에 대중의 자발적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던 사회주의가 몰락한 지금 이들 두 체제가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면 그람시가 제시한 새로운 길이 아무리 멀고 험할 지라도 결국은 그 길로 가야하는 것이 아닐까?

글/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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